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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물랑 님의 서재입니다.

차원의 틈에 갇힌 바이킹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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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물랑
작품등록일 :
2023.05.11 12:23
최근연재일 :
2023.05.11 20:00
연재수 :
2 회
조회수 :
233
추천수 :
2
글자수 :
12,004

작성
23.05.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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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 프롤로그

DUMMY

우중충한 회색빛 하늘. 살을 에는 듯한 삭풍에 차가운 눈발이 흩날리는 스산한 바닷가.


“으...으흑...제기럴...로버트 그 개 자식이...,”


여기저기 찢기고 터져 넝마 같은 옷차림을 한 사내 하나가 바닷가 백사장의 모래에 얼굴을 파묻는다.


온몸이 마치 예리한 칼에 난자를 당한 것처럼 상처가 가득했다.


어떻게 그런 몸으로 살아 있는지 의아할 정도다.


엎어져 널브러져 있는 사내의 허우대는 족히 190 정도.


이곳이 유난히 체격이 큰 북유럽 바이킹 전사들이 사는 땅이라고 해도 엄청나게 커다란 덩치다.


상처 사이로 보이는 잔근육이 사내가 보통 사람이 꽤 단련된 전사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내가 쓰러진 주위엔 난파된 배의 파편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신음조차 사라졌다. 죽은 것일까.


사내는 지금 무의식중에 꿈인지 뭔지 모를 환상을 보고 있었다.


[나의 전사 아레스여! 발할라로 오라. 이곳은 전사의 낙원, 영원한 휴식터다. 서둘러라. 나의 전사 아레스여!]


보인다. 먼저 전사한 동료들이. 모두 즐겁게 웃고 떠들며 와인 잔을 들고 건배를 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저 자리에 끼고 싶다. 그러나 아직 살고 싶다는 욕망 또한 사라지지 않았다.


스스로도 안다. 절대로 살아날 수 없는 몸이란 걸.


죽을 때가 되어서일까.


이제 겨우 스물둘의 짧았던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열네 살 때까지는 참 유복했다.


바이킹 전사장이었던 아비와 여장부였던 엄마 그리고 두 살 터울의 쌍둥이 남매.


전사장이었던 아비는 항상 약탈품을 갖고 귀환했고 갈수록 사는 것이 나아졌다. 엄마는 그 재물로 땅을 사들여 농사를 짓고 고기 잡을 배를 샀다.


그렇게 행복한 나날만 이어지던 어느 날.


아버지가 전사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아버지일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런데 약탈 도중에 적군의 화살에 맞아 즉사했단다.


엄마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어찌어찌 장사를 치르고 다시 삶에 충실할 무렵 난 첫 약탈에 나섰다.


‘난 철부지였지.’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선 첫 약탈에서 복부를 찔리는 큰 부상을 당했다. 그래도 적군을 둘이나 죽였다.


다들 아비 못지않은 놈이라고 치켜세워주었다.


‘그땐 우쭐했었지. 뭐 한동안 사람을 죽인 것 때문에 정신적으로 고생은 좀 했지만...,’


과거를 회상하는 동안은 죽음의 고통이 줄어들었다. 기억은 계속 이어졌다.


내가 스무 살 되던 해 나는 작은 무리를 이끄는 전사장이 되었다. 또래 사내 중에 나보다 더 강한 놈은 없었다.


흔들렸던 집안이 다시 중심을 잡았다. 그리고 나는 서서히 세력을 만들었고 전사들의 추대를 받아 스물한 살 어린 나이에 족장이 되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내 삶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바이킹 전사를 이끌고 색슨족이 사는 섬을 약탈하고 돌아왔을 때 내 마을은 폐허가 되어 있었다.


살아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누가 내 부족을 습격했는지 내 가족은 어떻게 되었는지 그 어떤 것도 알 수 없었다.


분노에 차 있을 때 부하 한 놈이 마을 뒷산 동굴에 숨어 있던 일가족을 데리고 왔다.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들었다. 우리가 타는 배보다도 몇 배는 더 큰 배 여러 척이 들이닥치더니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죽이고 약탈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족장의 집인 내 집에서 엄마를 끌어내서 배에 실었고 숨어서 이를 보던 동생이 달려들자 목을 베어 버렸다는 것이 아닌가.


다행히 쌍둥이 여동생은 다른 마을로 시집을 갔기 때문에 화를 면했다.


복수를 다짐했다. 한마을에 사는 나의 전사들 역시 가족을 잃었다.


바이킹족에게는 일상다반사처럼 벌어지는 불행이었다. 복수 또한 그러했다.


잠시 방황하던 난 다시 정신을 차리고 전사들을 소집했다. 우리 부족을 약탈한 놈들의 본거지를 알아냈다.


내 엄마를 포함해서 끌려간 부족을 구하고 피의 보복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정예전사 쉰 명을 이끌고 백 마일이나 떨어진 원수의 땅으로 향했다.


그곳은 백작이란 자가 지배하는 영토였다. 바닷가에 자리한 영주성은 높았고 해자는 깊었다.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성이 아무리 높아도 내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튼튼한 줄을 허리에 감고 성벽을 타고 기어올랐다. 손톱이 찢기고 피가 흥건했지만 참았다.


그리고 마침내 성벽 끝에 올랐다. 줄을 내렸다.


기다리고 있던 부하들이 하나둘 성에 올랐고 나머지는 성문 앞에 숨었다.


난 어둠을 잿가루를 묻힌 무기를 들고 성문까지 이어진 통로를 열었다. 가로막는 놈들은 남김없이 저승으로 보내주었다.


거의 열 명이 넘는 보초를 처치했다. 아무리 힘이 세고 용맹한 나였지만 숨이 차고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하지만 엄마와 부족들을 구출해야만 했다. 성문을 지키는 놈들을 부하들과 함께 도륙했다.


그때 시간을 끄는 동안 비명과 무기 부딪히는 소리가 퍼져나갔고 성안의 적군이 우리가 침투한 사실을 알아챘다.


서둘러야 했다.


끼이익.


둔중한 소리를 내고 성문이 열렸다. 나의 자랑스러운 전사들이 배틀엑스와 창칼로 무장하고 성문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모조리 죽여라. 사내는 남김없이...,”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받은 대로 돌려줄 생각이었다. 성안 곳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성내에 상주하는 적군과 침투한 우리 전력이 엇비슷했다. 그러나 우린 기습을 감행한 정예전사다.


어렵지 않게 성안의 적병들을 주살했다. 그리고 마침내 백작의 침실까지 찾아내 문을 열고 난입했다.


그 순간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자신의 어미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백작의 침대에서 오열하고 있었다.


이불을 끌어당겨 얼른 몸을 감쌌지만, 어찌 아들인 내가 어미를 몰라볼 수 있겠는가.


뜻밖의 충격적인 장면에 잠시 멍을 때리고 있을 때 백작이 검을 찾아들고 나를 공격했다. 나이가 마흔은 훌쩍 넘었을 것 같은 자가 휘두르는 검술이 장난이 아니었다.


난 너무 놀란 나머지 제대로 반격하지 못했다. 겨우겨우 백작의 검을 받아내고 있을 때 밖에서 함성이 들렸다.


내 부하들은 아니다. 내 얼굴에 떠오른 낭패감을 본 백작의 얼굴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하하하. 네놈이 스타방아르의 아레스냐? 복수하려고 온 것이냐?”


베르겐의 영주 미첼 백작. 베르겐 일대와 주변 해안가를 정복해 왕국을 세우려는 야심가였다.


“미첼. 감히 네놈이 내 어미를 범해. 모가지를 베어주마.”


“하하하. 눈이 삐었구나. 어리석은 놈. 네 어미도 나를 따르는 게 보이지 않느냐?”


나는 순간 눈이 돌아버렸다. 절대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눈 앞에 드러난 장면이 나를 현혹했다.


“주...죽일 것이다.”


“어디 해봐라. 스타방아르 촌놈 칼맛 좀 보자.”


나는 눈이 뒤집혀 혼신의 힘을 다해 놈과 싸웠다. 밖에서 부하들이 난전을 벌이고 있는 소리가 침실 안까지 들려왔지만 오로지 미첼 백작을 죽이는데 몰두했다.


차앙. 창.


내 브로드소드와 백작의 양손 검이 부딪혔다. 불꽃이 튀었다. 여기서 힘에 밀리면 목을 내놓아야 한다.


난 힘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더구나 분노가 폭발한 내 힘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했다.


그러나 백작 놈은 만만치 않았다. 그는 다소 딸리는 힘을 기교로 상쇄하며 나를 압박했다.


놈의 검극이 서서히 내 목을 향해 밀려왔다.


이대로 죽는구나 싶을 때 놈이 눈을 부릅떴다. 경악으로 물든 눈빛이 식어갔다. 검을 놓친 백작이 썩은 나무처럼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의 목 뒤에 박힌 단검 한 자루.


그걸 백작의 목에 박아넣은 사람은 다름 아닌 내 어미였다.


“엄마!”


“아레스. 어서 가라. 백작의 군대가 성안으로 들어왔다. 머뭇거리다간 모두 죽는다.”


“함께 가요.”


“아니다. 난 몸을 더럽혔다. 너와 함께 갈 수 없구나. 죽어서도 네 아비를 볼 면목이 없어. 어서 가라.”


어미는 한사코 내 등을 떠 밀었다. 난 엄마를 끌어안았다.


“혼자서는 안 돌아가요.”


“그럼 난 여기서 죽겠다.”


어미가 백작을 찔렀던 단검을 자신의 목으로 가져갔다. 나는 내 어미를 잘 안다. 그녀는 여장부다. 죽음 따위 겁낼 분이 아니다.


그녀가 백작의 잠자리 시중을 든 것은 붙잡혀 있는 부족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침실 문이 발칵 열렸다.


죽마고우 지미였다. 녀석은 침실 안에 펼쳐진 광경을 보더니 나의 손을 잡아 끌었다.


“도망쳐야 해. 다 죽었어. 어서 서둘러!”


“어...엄마...!”


“아레스 정신차려...이 새끼야. 지금은 도망칠 때라고. 애들 전부 죽었다고.”


지미의 눈에서 눈물이 새어 나왔다. 난 지미와 함께 지내면서 처음으로 녀석의 눈물을 보았다.


지미에게 이끌려 침실 밖으로 나서면서도 내 눈은 자신의 목에 단검을 겨누고 있는 어미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복도로 나오자 살아남은 부하 대여섯 명이 길을 열었다. 목적지는 성벽을 오르던 곳. 거기에 성벽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줄이 있었다.


몇 차례의 위기를 넘기고 가까스로 성벽에 도착했다. 그리고 몸을 날리듯이 성벽을 타고 내려갔다.


살아남은 전사는 나를 포함해 일곱 명이었다. 이 숫자로 배를 저어 스타방아르까지 도망치는 건 무리다.


하지만 이것저것 재고 따질 겨를이 없었다. 우리는 죽기 살기로 뛰어서 배에 도착했다. 사이에 부하 두 놈이 더 따라붙었다.


“노를 저어라.”


나는 분루를 삼키며 명령했다. 적군이 우릴 뒤쫓아 포구까지 도착했지만, 우리가 한발 앞섰다.


죽음의 경주가 펼쳐졌다. 아홉 명이 힘차게 노를 저었지만 뒤를 쫓는 백작의 병사들은 더 빨랐다.


결국 20마일 정도를 달아났을 무렵 놈들에게 따라잡히고 말았다.


“지미! 더 이상은 무리다. 더는 도망치기 힘들어.”


“나도 알아. 우리 운이 여기까지인가 보다.”


나를 보며 씨익 미소를 던지는 지미의 오른뺨에 움푹 파인 자상이 유달리 처연했다.


“모두 잘 싸웠다. 부족들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우린 할 만큼 했다. 살고 싶은 놈들은 지금 배를 떠나라. 내가 시간을 벌겠다.”


육지와 멀지 않은 바닷가다. 시간을 끄는 동안 헤엄을 쳐서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장. 또 혼자 잘난 척하기야.”


“우리 대장은 저게 병이야. 뭐 제 멋에 사는 놈이니까.”


“이 새끼들이...,”


내가 눈을 부라렸지만 모두 깔깔거리고 웃는다. 문명인들은 우릴 바바리안이라고 부른다. 그건 야만인을 뜻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린 자랑스러운 오딘의 자손 바이킹 전사다.


싸우다 죽으면 발할라로 건너가 영생을 누리는 바로 그 바이킹 전사.


결국 적선이 우릴 포위했고 놈들이 우리 배로 넘어오기 전에 우리가 놈들의 배로 난입했다.


어차피 숫자에서 밀린다. 여기서 이긴다고 살아남을 수도 없었다. 그냥 싸웠다. 먼저 죽어간 나의 전사들을 떠올리면서.


터엉.


정신없이 싸우던 중에 누가 내 뒤통수를 쳤다. 투구가 울렸다. 그리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때 쓰러지면서 본 얼굴. 놈은 로버트였다. 순간 왜 닫아두었던 성문이 열렸는지 알 것 같았다.


놈이 우릴 배반한 것이다. 억울했다. 그리고 끝내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난 그 배에서 죽었는데..., 어떻게...,’


그게 바닷가에 표류해 잠깐 정신을 차렸다가 다시 쓰러져 눈을 감은 나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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