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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풍(雲風) 님의 서재입니다.

한밤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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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운풍(雲風)
작품등록일 :
2021.10.01 04:00
최근연재일 :
2021.12.03 04:2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503
추천수 :
16
글자수 :
75,290

작성
21.10.22 02:58
조회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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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제7화

DUMMY

<7> 합동수사팀을 구성했지만···


다음날, 나 경사를 필두로, 전경 1개 중대와 감식반 1개 팀으로 이루어진 경찰청의 대규모 현장조사팀이 Y시의 야산에 도착했다.

나 경사의 전화를 받은 강 경장도 현장으로 달려왔다.


“선배님, 나오셨습니까?”


반갑게 인사하는 강 경장을 나 경사는 곁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잠시만 기다리게. 일단 우리 팀원들에게 할 일을 지시하고 올 테니까.”


나 경사는 전경들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전원 앞과 뒤, 그리고 옆으로 3m 간격으로 3열로 늘어서서 등산로를 따라 벼랑 있는 곳까지 전진하며 수상한 점이 발견되면 감식반원에게 신호하게. 자, 그럼 실시!”


그리고 감식반원 중 2명을 등산로 중간, 특히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던 곳까지 안내해서 땅바닥에 생긴 수상한 자국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런 자국이 맨 위쪽의 벼랑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아무래도 수상한 점이 많으니 특별히 집중해서 조사해 주십시오.”


지시가 모두 끝나자 나 경사는 옆에서 따라오던 강 경장에게 말했다.


“충북 지역 곳곳에서 실종자가 상당수 있다는 걸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모양일세. 우리 반장님조차도 으레 있는 일이려니 생각한 모양이야.”


나 경사는 자신도 이런 일을 제때 눈치채지 못했던 게 쑥스러웠던지 마른침을 삼키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우리 반장님께 일단 몇 군데 경찰서에 실종자 문제를 전화로 알아보시라고 했더니, 통화 결과 상황이 심상치 않았나 보더라고. 그래서 부장님께 강력하게 건의해서 다음 주 화요일에 관내 경찰서 실종담당자 합동회의를 열기로 했네. 자네도 이번 사건의 최초 조사자이니 시간 내어 참석했으면 좋겠어. 다음 주 화요일 오후 2시인데, 괜찮겠나?”


“초청해 주신다면야 당연히 참석해야죠.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닐세. 자네가 본청 소속이라면 주제 발표를 맡겼을 텐데, 그렇지 하지 못해 내가 미안하네. 하여튼 좀 미리 와서 나를 코치해주게.”


두 사람은 대화를 이어가며 수상한 자국을 조사하는 감식반원들이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감식반원들은 땅바닥을 기어 다니며 토양의 샘플을 채취하고, 혹시라도 부식되어 흙 속에 파묻힌 시신이 있을까 하여 흙이 조금이라도 부풀어 오르거나 꺼진 부분을 집중적으로 수색했다.


“선배님, 역시 이곳으로 들어오니 약간 기온이 올라간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기분은 으스스하니 참 별일이네요.”


“그래, 나도 막 그 말을 하려던 참이었네. 감식반원에게 이 점을 좀 조사해달라고 해야겠어.”


10여 분 후, 감식반원 한 명이 두 사람에게 다가와 말했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오면서 재어본 기온은 거의 34도이고 숲으로 꺾어져 들어오면서 32도로 떨어졌는데, 이곳에 오니까 다시 35도로 기온이 올라가네요. 숲이 우거져서 더 시원한 게 당연할 텐데, 그 영문을 모르겠네요. 우리 팀 전체의 의견을 물어봐야겠어요.”


감식반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조사하는 곳으로 돌아갔다.


“어쨌든 이곳에 문제가 있긴 하나 보군. 설마 온천수가 땅속에 흐르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야.”


나 경사도 한 마디 덧붙이긴 했지만, 그 이상을 꿰뚫어 보지는 못했다.


거의 두 시간이 흘러 현장 조사는 끝이 났다.

전경들이 발견한 거라고는 낡은 체육복 한 벌, 낡은 운동화 한 짝, 사용 기간이 훌쩍 지나버린 신용카드 한 장, 여자 팬티 한 장, 허리까지 올라오는 팬티스타킹 한 장, 5백 원짜리 동전 2개뿐이었다.


“등산로를 관리하는 양반들이 엄청 열심히 일하셨나 보군. 뭘 꼭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나 소득이 없으니, 원···”


나 경사는 입맛을 다시면서 전경들과 감식반원들에게 본청으로의 복귀를 지시하고, 강 경장에게 말했다.


“다음 주 화요일에 보세. 그럼 수고!”


-------------------------------------------------

화요일이 되자 강 경장은 오전 업무를 마치고 점심을 일찍 챙겨 먹은 후, 1시 30분쯤에 경찰청에 도착했다.

나 경사 앞으로 갔더니, 나 경사가 반갑게 맞이했다.


“일찍 잘 왔네. 회의 들어가기 전에 알려줄 것도 있었거든. 현장에서 수거한 물품들에서 수상한 점은 발견된 게 없었고, 다만 그곳의 토질이 조금 이상하다더군. 극히 미약해서 사람인지 동물인지 확정할 수는 없지만 혈액 성분이 발견됐고, 뼛가루도 다른 지역보다 꽤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구만.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갔을 뻔했다더군.”


“시신이나 사체 같은 게 없었는데도 그런 결과가 나왔다니 의외네요.”


“그렇지? 오늘 회의에서 각 경찰서에서 파견 나온 담당자들에게 이런 점에 유의하며 현장조사를 다시 한번 해보라고 요청해야겠네.”


두 사람의 곁을 지나가던 반장이 나 경사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이제 슬슬 들어가봐야지. 참 이 친구가 자네가 말했던 Y시의 강이라는 친구인가? 반갑군. 난 수사반장 조해식일세.”


강 경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인사했다.


“강철호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래, 열심히 일한다고 하더군. 자네도 들어올 거지?”


“네, 바로 따라 들어가겠습니다.”


세 사람이 대회의실로 들어서자, 10여 명의 형사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시끌벅적했다.


조 반장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자, 자, 여러분, 다들 온 것 같으니 회의 시작합시다.”


형사들은 의자에 궁둥이를 붙이고 조 반장의 입을 주시했다.


“오늘 무슨 일로 모였는지는 다들 알 거요. 올해 5월 들어 실종자가 급증했다는데, 이게 단순한 연락두절인지, 아니면 스스로 자취를 감춘 건지, 그것도 아니면 피살된 건지 상황을 파악해서 합동수사의 필요성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요.”


담당자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면서 회의실은 장바닥처럼 난리도 아니었다.

간신히 장내의 소란을 진정시킨 조 반장이 한 사람씩 발언권을 주며 회의를 진행했다.

강 경장은 발언권이 없었지만, 여러 사람의 말 중에서 중요한 점들을 수첩에 메모했다.

두어 시간이 흐른 후, 대부분의 발언이 끝나자 강 경장의 수첩에 다음과 같은 결론이 적혀있었다.


첫째, 충북 전 지역에 걸쳐서 실종자의 수가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둘째, 실종신고가 5월 들어서 급증했다.


셋째, 주로 밤 10시 이후의 시간에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는 나 경사와 이야기를 나눴던 것과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네 번째의 결론은 수사 지역을 좁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넷째, 사건 대부분이 산등성이나 숲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회의가 끝나는 시점에서 조 반장은 담당자들에게 말했다.


“오늘 다들 수고하셨고, 결론 사항을 부장님께 보고하여 합동조사팀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겠소. 다들 조심히 돌아가시오. 수고!”


담당자들이 웅성웅성하며 자리를 떴고, 고개를 숙이고 수첩을 들여다보고 있는 강 경장 옆으로 다가왔다.


“뭐 건진 거라도 있나?”


“다른 건 다 이미 알고 있는 점이었는데, 이 네 번째 결론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강 경장의 수첩을 들여다본 나 경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나도 그 점이 마음에 걸리더군. 어쨌든 각 경찰서에서 조사해야 할 범위가 어느 정도 좁혀진 셈이니 기대해보자고. 그리고 합동조사팀이 구성될 가능성이 크니 수사도 훨씬 원활해질 걸세.”


나 경사는 결의를 다지는 듯 주먹을 꽉 쥐고는 강 경장에게 말했다.


“어때, 지금 바로 돌아가야 하나? 어···, 저녁 식사 때까지는 아직 좀 시간이 있으니, 커피나 한잔하고 가려나?”


“아닙니다, 선배님. 오늘은 바로 돌아가겠습니다. 오늘 처리해야 할 일도 남아있어서요. 합동수사팀이 구성되면 저도 참여할 수 있도록 힘 좀 써주십시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강 경장은 나 경사와 악수하고, 파출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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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합동수사팀을 구성하기에는 아직 시기가 이른 탓이었을까?

갑자기 충북 전역에서 폭력 사태가 유행처럼 번져갔다. 하루가 멀다고 수십 건의 사건이 벌어졌다.

저녁 식사를 하고 평온하게 TV를 보고 있던 아버지와 아들이 말다툼 끝에 주먹다짐하다가 두 사람 다 경찰에 구금됐고, 찻집에서 모임을 했던 나이 든 영감님들이 패싸움을 벌였다.

영감님들의 싸움을 옆에서 지켜봤던 사람들이 경찰에 한 진술이 가관이었다.


“화따, 그 영감님들 힘도 좋습디다. 나이가 70이 다 된 듯한데, 30분 가까이 싸우다니, 원!”


진술받던 경찰관이 물었다.


“어떡하다가 싸움이 벌어졌나요? 중고등학교 동창 모임이었다고 하던데요?”


“점심 먹으며 한 잔씩들 걸쳤는지 불콰한 얼굴로 떠들썩하게 들어오더니 커피를 주문했죠. 그러고는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지 웃고 떠들다가 갑자기 한 명이 소리를 빽 지르더라고요. 그러고는 이 난장판이 벌어진 겁니다.”


노인들의 싸움이라고 보기에는 그냥 넘길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여섯 명이 패싸움을 벌였다고는 하지만, 한 명은 입을 얻어맞아서 틀니가 입안에 박힌 채로 박살이 났고, 한 명은 잡고 휘두른 지팡이에 맞았는지 수박 통처럼 머리가 터져서 피범벅이었다.


‘이거, 보통 일이 아니군. 마약들을 한 거 아니야? 마약을 하면 한순간에 힘이 솟구친다던데, 혹시 모르니 마약 반응이 나타나는지 검사를 의뢰해야겠군.’


조사하던 경찰관은 휴대폰으로 동료 경찰관의 순찰차를 불러서 여섯 명을 모두 파출소로 연행했다.


이런 건 사소한 사례에 불과했다.

집안에서도,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조폭들 간에 집단 패싸움이 벌어졌을 때는, 드디어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이제는 실종자 수사가 뒷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진상 조사를 철저히 하라는 정부 고위관계자의 지시가 떨어지자, 충북경찰청장은 산하 경찰서장들을 들들 볶기 시작했다.


하지만, 폭력 사범들이 체포된 이후가 더 문제였다.


“어, 어, 저 사람, 왜 저러는 거야? 여보시오, 여기 좀 빨리 와봐요!”


당직 경찰관이 유치장으로 부리나케 달려가자 함께 구금되어 있던 자가 한쪽을 가리키며 떨고 있었다.


“저 사람, 들어오자마자 몸을 떨더니 게거품을 물며 쓰러졌어요!”


말을 하는 중에 함께 체포되어 온 다른 노인 다섯 명이 ‘끙’ 하는 신음과 함께 모두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고 쓰러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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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밤의 손길 21.10.02 9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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