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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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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1.04.03 23:48
최근연재일 :
2011.04.03 23:48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13,807
추천수 :
1,256
글자수 :
98,359

작성
11.02.28 19:01
조회
2,867
추천
24
글자
7쪽

미령(美靈)-12

DUMMY

그런 광경이 낯선 영욱은 빈자리를 찾던 중 아침에 봤던 할머니 둘이 친구들하고 수다 떠는 옆자리가 빈 것을 발견하고 그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할머니들이 하는 수다가 심상치 않은 것이다.

“알고서야 안 왔겠지. 그걸 알고 이사 오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랬겠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럴 리가 없지. 먼저 살던 사람은 한 달 쯤 살다가 나갔지 아마?”

“한 달은 무슨. 내부 수리 끝나고 보름도 안 살고 이사 갔잖아.”

“그랬나? 집은 아주 싸게 내놓은 것 같던데.”

“안 그러면 그런 집이 팔리겠어?”

영욱이 아침에[ 슈퍼에서 보았던 할머니는 동네서 평생을 살았어도 불 한번 안 났는데 그 이상한 것들이 들어오면서부터 동네가 이상해졌다고 했다. 이상한 것들이라는 것은 야간 업소에 다니는 여성들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영욱은 오지영도 그런 여자였던 것 같다고 했던 동사무소 직원의 말을 떠올리며 할머니의 얘기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그 집에서 귀신 나온다는 소문 정말이야?”

“모르지 뭐.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어?”

“그래도 설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우리 가다가 냉면이나 하나씩 먹고 갈까?”

“난 들어가야 돼.”

“왜 같이 먹고 가지.”

“며느리 눈치 보이잖아. 나 먼저 갈게.”

참으로 황당한 얘기였지만 무작정 흘려버리기엔 모든 상황이 너무나 잘 들어맞고 있었다. 영욱은 전 주인이 뭔가 알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부수리까지 했으면서 한 달도 살지 않고 손해를 감수하며 집을 내놓았다는 것은 할머니들 얘기처럼 귀신이 됐든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을 것이었다. 찜질방에서 나온 영욱은 건너편에 있는 한식집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 안에 들어서자 그런 얘기를 들어서인지 왠지 섬뜩한 것이 서늘한 기운까지 감돌았다. 영욱은 매매 계약서를 꺼내 전 주인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여보세요?”

“네.”

전화를 받은 남자는 감기가 들었는지 목소리가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번에 집 계약한 사람입니다.”

“네? 아,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뭣 좀 여쭤보려구요.”

“예.”

“혹시 전에 여기서 무슨 일 있었습니까?”

“네?”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내부수리까지 하셨으면서 그렇게 빨리 이사하신 이유가 좀.”

“아, 제가 갑자기 급하게 돈이 좀 필요해서.”

그의 목소리는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사시는 동안 별다른 일은 없으셨나요?”

“일이요?”

수화기에선 가쁜 숨소리만 들려왔다.

“아무 일 없었는데요.”

“혹시 그 전에 살던 분에 대해 아시는 것 좀 없을까요?”

“전에 살던 분이요?”

“네. 제가 낮에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보니까 오지영이라는 사람이 살았던데.”

“오지영이요? 모릅니다. 제가 지금 바로 나가야 해서 이만 끊겠습니다. 그럼.”

영욱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 그가 뭔가 감추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욱이 옷을 장롱에 넣고 방에서 나가는데 어디선가 딱딱거리더니 퍽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무슨 소리야?’

영욱은 누가 왔나하여 현관의 도어뷰로 밖을 살폈으나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그때 혹시 하는 생각이든 영욱은 주방으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거기엔 불이 켜진 가스레인지의 파란 불꽃이 활활 거리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영욱은 가스레인지를 끄고 밸브까지 잠근 후 방으로 들어왔다. 가스레인지가 저절로 켜질 리도 없고 그렇다면 누군가 일부러 그랬다는 것인데 정말로 집안에 뭔가 있다면 큰일이었다. 귀신의 존재를 부정해왔던 영욱도 점점 겁이 나기 시작했다. 혼자 있는 집에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나가자니 어디 가 있을만한 곳도 없었다. 영욱은 일단 어떻게든 버티고 조사해 보기로 마음먹고 내일 오지영이라는 여자와 같이 살았었다는 간병인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분명 전 주인은 뭔가 알고 있을 것이지만 얘기해 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영욱이 그 입장이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결코 편할 수 없는 밤을 보낸 영욱은 다음날 아침을 먹자마자 다시 동사무소를 찾았다.

“그러니까 그 때 그 여자하고 같이 살았었다는 간병인말이죠. 어디서 파견된 사람인지 알 수 없을까요?”

“글쎄요. 저희한테 그런 건 얘기하지 않거든요.”

“그럼 이름이라도 알 수 없을 까요?”

“이름 정도야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영욱은 사정이야기를 했다.

“그런 소문이 있긴 했습니다만. 원래 여자들이 그런 소문 많이 만들어 내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어려우시겠지만 부탁드립니다.”

“사정은 딱하시지만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건 함부로 공개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그러시겠죠. 하지만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영욱은 간곡하게 사정을 했다. 잠시 난처해하던 직원은 입을 열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좋습니다, 대신 절대 비밀은 지켜 주셔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가만있자. 당시 동거인 명부가 있을 텐데.”

옛날 동거인 명부를 넘겨가던 직원은 손을 멈추고 메모를 하더니 영욱에게 다가왔다.

“여기 있습니다. 이름이 강미화로 되어 있네요.”

“연락처는 알 수 없죠?”

“네. 그것까진 알 수가 없죠.”

“감사합니다.”

집으로 돌아 온 영욱은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간병인 중에 강미화라는 여자가 있는지 물었다. 서울 시내에 있는 복지관과 간병인 용역회사까지 전화했지만 그런 여자는 없었다. 몇 시간을 전화에 매달리던 영욱이 거의 포기상태에 이르러 한군데 남은 간병인 용역회사에 전화를 했다.

“실례지만 혹시 거기 일하시는 간병인 중에 강미화씨라고 계십니까?”

“네. 그런데요.”

꺼져가던 불씨가 살아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혹시 연락 좀 할 수 있을까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전에 어떤 여자 분을 간병한 것으로 아는데 제가 뭣 좀 여쭈어 볼 것이 있어서 그럽니다.

“아, 네. 그런데 어쩌죠? 그분 한 달 전 유방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잠시 들떴던 기대가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사망했다구요?”

“네. 저희도 처음엔 몰랐는데 자신도 암에 걸렸으면서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 돕겠다고 일을 했더군요. 아주 훌륭한 분이었는데.”

“그렇군요. 혹시 그분이 간병했다는 분에 대해 아시는 거 없습니까?”

“네. 미화씨도 죽기 얼마 전엔 이곳을 그만 뒀거든요.”

“알겠습니다. 실례 많았습니다.”

전화를 끊고 난 영욱은 진이 빠져 손끝조차 까딱하기 싫었다.

‘이대로 이 집에서 살아야 하는 건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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