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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밥먹는곰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 만나고 천재 기자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글밥먹는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26 10:12
최근연재일 :
2021.08.06 21:2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638
추천수 :
183
글자수 :
89,452

작성
21.07.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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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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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북촌 귀신의 집 (1)

*소설 속 내용은 허구이며 실제 지명, 기업, 인물 등과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DUMMY

“그 집이야 저기 보이는 한옥에서 꺾어진 다음 골목 끝까지 걸어가면 나오는데···. 암튼 조심해요. 총각에게 변고라도 생기면 나도 찝찝하니까.”


슈퍼주인이 안내해준 골목 끝으로 낡은 집 한 채가 보였다. 보통 사람은 눈치채지 못할 평범한 가정집이었다.


‘부동산에서 관리한다고 했지.’


동네엔 이 집에 대한 소문이 이미 흉흉했다. 아무도 안 살 집을 새로 개업한 부동산 업자가 직접 구입했단다.


부동산 업자가 이 집을 매입한 이유는 간단하다.


여긴 관광지에서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한옥마을 중심에 위치한 금싸라기 땅이다. 한옥에 꿈이 있는 외지인은 많고, 그중 호구 한 명만 제대로 물면 된다.


다시 말해 싼값에 매입해 큰돈을 벌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이 집이 아직까지 빈집으로 남았다는 건···.’


호구조차 잡지 못할 정도로 집의 기운이 안 좋거나, 호구를 잡으려던 부동산 업자에게 피치 못할 사고가 생겼거나.


어느 쪽이든 그리 유쾌한 내용은 아니다.


‘현장 스케치만 하고 얼른 이곳을 떠나야지.’


해인이 조심스럽게 대문 손잡이를 잡았다. 그때까지 조용하던 지석이 한 번 더 해인을 붙잡았다.


“르포기사면 주변 인터뷰만 따도 되잖아. 굳이 그 집에 들어가야 해?”

“기사 쓰는 집엘 들어가 보지도 않고 기사를 쓰는 건··· 후배에게 권할 만한 행동이 아니지 않습니까?”


해인의 말엔 일리가 있었다.


집에 한 번 들어가 보지도 않고 도깨비집에 대해 쓴다는 건 실무시험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현장 취재의 기본은 발로 뛰는 기사이니까.


게다가 집이 이렇게 코앞에 있는데 굳이 안 들어갈 이유도 없었다.


“무식해서 용감한 거야, 용감해서 무식한 거야.”

“무식하단 소리를 들을 만큼 공부를 못하진 않았습니다.”

“재수 없는 놈.”

“자주 듣는 소리입니다.”

“겁대가릴 상실한 놈.”

“그 소리도 자주 듣습니다.”


해인이 웃으며 도깨비집의 문을 열었다.


질린 마음 반, 들어가기 싫어 죽겠다는 마음 반으로. 하는 수 없이 지석도 해인을 따라 들어갔다.


집은 한옥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평범한 1층 주택이었다. 방이 3개 있는 아담한 사이즈인데, 부엌으로 들어가는 문은 마당을 향해 터 있었다.


‘귀신 같은 건 보이지 않는군.’


죽음의 그림자 때문에 보통은 귀신들이 먼저 해인을 쫓아온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이 집에선 귀신의 귀자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정도면 도깨비집이란 명성이 아쉬울 정도다.


“도깨비집에 들어와 웃는 놈은 아마 너밖에 없을 거다.”

“그렇게 겁나시면 나가 계시죠. 저도 기사에 쓸 수 있을 정도만 둘러보고 금방 나갈 테니까요.”

“안돼.”


지석이 단호하게 말했다. 어느 순간 그는 해인을 보고 있지 않았다.


굳은 표정으로 집안에 무언가를 집중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나갈 생각이 있냐?”


해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지석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도깨비집에 대해 대체 어디서 들었는지는 몰라도, 이 겁대가리를 상실한 지원자는 지금 자신이 뭔 짓을 하는지 모르고 있다.


‘이렇게 된 이상 앞으로 벌어지는 모든 일은 저놈이 선택한 결과지.’


지원자가 위험하지 않게 돕는 것도 채점관의 역할이다.


그렇지만 지석은 이미 말릴 만큼 말렸다. 더 말린다고 들을 놈 같지도 않았다.


지석은 차라리 해인의 능력을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신입치고 취재력은 상급 수준인데 말이지. 과연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도 지금처럼 여유로울 수 있을까?’


이 집의 ‘존재’가 몸서리치게 꺼림칙하긴 하지만 어쩜 그래서 더 테스트를 진행하기엔 제격일 수 있다. 한세일보 신입기자를 뽑는다는 실무시험의 취지에 맞게 말이다.


“잘 들어. 니가 시험을 치고 있는 이상,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어. 그러니 정 위험할 것 같다 싶으면 시험을 포기하겠다고 해.”

“걱정 마십시오. 전 귀신도 피해 가는 사람이거든요.”

“그런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


지석은 그렇게 말하곤 집 안으로 들어가 마루에 걸터앉았다. 자기는 신경 쓰지 말라는 듯 담배를 꺼내 물었다.


여태까지 말리지 못해 안달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저러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상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해인은 자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해인도 집을 살펴보기 위해 한 발 앞으로 내디뎠다.


그리고 그 순간.


‘쌀?’


신발 아래에 닿은, 무언가 푹 꺼지는 느낌. 고개를 내리자 해인이 밟은 곳엔 흙 대신 쌀알이 가득하다.


“여기 원래 이렇게 쌀이 뿌려져 있었습니까?”


그때 집 안에서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


“빈집이라고 들었는데···”


여러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그중 한 아이가 방문을 열고 뛰어나왔다.


“어? 삼촌!!”


아이는 반가워하며 해인을 향해 달려왔다. 해인의 허벅다리에 매달리며 아이가 웃었다.


“왜 이제 왔어. 보고 싶었는데.”


해인이 뭐라 말릴 새도 없이 방안에서 다른 아이들이 뛰어나왔다.


아이들은 “와-“ 환호성을 지르며 해인에게 매달렸다. 지석에게도 매달렸다.


“와, 삼촌이다!!”

“우리 삼촌이 돌아왔어!!!”


아이들이 한꺼번에 매달리는 통에 해인은 그만 엉덩방아를 찌며 주저앉고 말았다.


당황하여 해인이 지석을 향해 외쳤다.


“대체 어디서 이렇게 아이들이. 저, 저 좀 일으켜주세요!!”


지석이 앉아 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린 해인. 하지만 지석은 해인보다 상황이 더 심각했다.


“저리 가지 못해? 저리 가! 저리 가라고!!!”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지석의 위에 올라탔다. 지석이 계속 저항했으나, 그러기엔 아이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아이들은 지석을 꼼짝 못 하게 만들곤 그를 놀이터 삼아 놀았다.


한 아이가 방에서 새총을 들고 나왔다. 아이는 지석을 과녁 삼아 새총을 쏘았다. 곧이어 다른 아이들도 새총을 들고나와 아이를 따라 했다.


“으악!! 그만. 그만!!”

“얘들아 그만해!!”


지석이 비명을 지르며 피하려 몸부림쳤다.


지석을 구하기 위해 해인이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대체 어디서 이 많은 아이들이 나온 건지. 십여 명의 아이들이 해인을 둘러싸고 해인이 못 움직이게 그의 위에 올라탔다.


“과녁이 계속 움직여 새총을 맞출 수 없잖아.”

“과녁을 묶자!”

“과녁을 묶자!!”


아이들의 웃는 표정이 점점 섬뜩하게 변했다.


지석의 머리를 조준하던 아이들이 방에서 끈을 챙겨 나왔다.


아이들은 지석의 팔, 다리, 그리고 머리를 끈으로 묶어 집안 기둥에 고정시켰다.


“그···그만···”


끈 때문에 숨이 막히는지 지석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팀장님!”


해인은 180이 넘는 키에 각종 무술을 취미로 하는 유단자다.


그런 해인인데도 몸 위에 올라탄 아이들을 뿌리칠 수 없었다.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아이는 아이일 뿐인 데도 말이다.


올라탄 아이들의 무게가 철근 덩어리처럼 무겁게 해인을 짓눌렀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새총을 들었다.


과녁은 지석의 얼굴.


새총에는 주먹만 한 돌덩이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얘들아, 안돼. 안된다고!!!”


해인의 외침이 허무하게. 새총의 총알들이 과녁을 향해 날아갔다.


-퍽, 퍽, 퍽


“명중했어!!”


아이의 밝은 목소리 끝에 묵직한 파괴음이 들렸다. 해인의 눈앞에서 지석의 머리가 ‘펑-‘ 터져버렸다.


돌덩이에 맞은 상처 정도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머리가 화산처럼 터져 올랐다.


주인 잃은 몸통은 터진 머리에서 붉은 피 분수를 내뿜었다. 새빨간 피 보라가 마당 전체에 뿌려졌다.


해인의 얼굴이 곧 붉은 핏물에 적셔졌다.


“와아!!! 피다!!! 피비다!!!”


하늘에서 뿌려지는 피로 된 비를 맞으며. 아이들이 신나 뛰어다녔다. 아이들은 순진무구한 얼굴로 핏속을 뒹굴었다.


아이들이 입고 있던 무명의 옷들이 붉게 젖어 들었다.


-우욱! 우욱!!!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상에 구역질이 나왔다. 몸이 자유로워지자마자 해인은 고개를 돌려 속에 있는 모든 걸 게워냈다.


얼굴을 손바닥으로 박박 비비며 눈에 묻은 핏물을 닦아냈다. 닦아도 닦아도 얼굴에 닿은 뜨거운 기운이 지워지지가 않는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대해 일단 생각을 정리했다.


‘저 아이들이 모두 귀신? 하지만 평소와 너무 다른데.’


귀신이라면 해인에게 깃든 죽음에 반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눈앞의 아이들은 그런 거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해인의 위에 올라타 괴롭히기만 할 뿐이다.


죽음의 그림자에 관심이 없는 귀신도 있나?


모르겠다. 해인도 이런 종류의 귀신들은 처음이었다.


‘아님 설마 저 아이들이 살아있는 사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고작 새총에 사람이 죽었다고? 심지어 머리가 펑 터져서?


현실에선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해인이 심호흡을 크게 한 뒤 다시 마루를 쳐다봤다.


-퉁!


누군가 지석의 몸에 묶인 끈을 풀었다. 그에 따라 머리가 날아간 지석의 몸뚱이가 힘없이 쓰러졌다.


‘진짜 죽었어. 꿈이 아니야.’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해인은 정신이 희미해지는 걸 느꼈다.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을 보며. 그렇게 해인은 정신을 잃었다.


* * *


“삼촌, 일어나!! 삼초오온!!!”


아이들의 성화가 해인의 정신을 깨웠다.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들어 올리고 나니 자신을 내려다보는 아이들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 아이들은 누구지.’


감기약 여러 개를 한꺼번에 먹은 것처럼 정신이 몽롱했다. 해인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때 아이들 사이에서 작은 체구의 한 아이가 걸어 나왔다.


아이에게선 강한 위압감 같은 게 느껴졌다. 다른 아이들도 모두 아이를 따랐다. 이 무리의 대장인 모양이다.


“넌 대체 누구니?”

“나? 나는 미준. 그러는 삼촌은 이름이 뭐야?”


그 순간, 미준의 눈동자 전체가 검게 바뀌었다. 놀랄 새도 없이 해인의 머릿속이 한 번 더 뿌옇게 변했다.


한세일보, 언론고시, 어머니···


여태껏 겪어온 일들이 마치 꿈을 꾼 것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분명 무언가 중요한 것을 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 같은데, 그 중요한 게 뭐였는지 도통 떠올릴 수가 없었다.


“삼촌. 삼촌 이름이 뭐야?”

“내 이름···.?”


머릿속이 온통 하얗게 변한 느낌. 자신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자신이 누군지, 왜 여기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준이 히죽히죽 웃으며 해인의 손을 잡았다.


“삼촌은 자기 이름도 모르는 바보구나?”

“바보래요, 바보래요~ 바보래요, 바보래요~”


아이들이 꺄르르 웃으며 해인을 놀려대기 시작했다. 바보란 놀림에 해인은 진짜 바보처럼 해맑게 웃었다.


미준이 마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삼촌, 이거 치워. 뛰어다니기 불편해.”


해인이 흐린 눈으로 마루를 바라봤다.


머리가 날아간 누군가의 몸뚱이가 보였다. 그렇다고 그게 역하거나 끔찍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데 걸려 넘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먼저 들었다.


해인이 느릿하게 일어나 사체 앞에 섰다. 그리곤 힘겹게 사체를 어깨에 걸쳤다.


“이걸 어디에 치운담···”

“삼촌, 영아가 고기 먹고 싶대.”


또다시 미준이었다. 이번엔 영아라 불린 여자아이와 함께 해인에게 다가왔다.


영아는 미준보다 3~4살은 더 많아 보였다. 하지만 미준의 뒤에 딱 붙어서, 미준의 말만 앵무새처럼 따라 했다.


“응, 영아 고기 먹고 싶어.”

“고기반찬 안 해줄 거야, 삼촌?”

“하지만 고기가 없는 걸.”


아이들이 원한다면 고기반찬을 해줘야 한다. 이 어린아이들이 배고파한다니. 절대 안 될 일이다.


하지만 갑자기 어디서 고기를 구해야 할지.


고민하는 해인에게 미준은 또 한 번 해답을 내놓았다.


“여기 있잖아, 고기.”


해인이 자신의 어깨를 바라봤다. 그리고 보니 아까부터 어깨가 많이 무거웠다.


무언가를 묵직하게 둘러멨던 것 같은데···.


이제 보니 그게 아이들을 먹일 고기였던 모양이다.


이상함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 탐스러운 고기를 어떻게 요리를 해야 맛있을까 하는 고민만 들었다.


“고기 반찬 해줘야지.”


미준이 이끄는 대로 해인이 부엌으로 들어갔다. 누가 했는지 벌써 아궁이엔 뜨거운 물이 한가득 담긴 가마솥이 팔팔 끓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엔 정육점에서나 볼 법한 중식칼이 놓여있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탈자, 설정 오류 등에 대한 지적은 언제나 환영이며 쪽지나 댓글을 통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전 매일 밤 10시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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