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다음

이 글은 한참 전에 블로그에 올렸던(지금은 폐쇄한) 글인데 누군가 허락도 없이 퍼가 자기 글인양 올렸다는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지웠던 글입니다. 오랜만에 하드를 뒤지던 중 발견해 이렇게 올립니다. 제대로 된 자료조사없이 그냥 생각나는대로 쓴 글이라 두서가 없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1. 백두산 - King of Rock N Roll

<백두산 형님들의 Up in the sky 라이브 영상입니다. 상상이 가십니까? 87년 공중파 KBS의 젊음의 행진 공연실활입니다. 당시 대통령이 전두환이었습니다>

지금이야 백두산은 예능 프로에 나와 스스로를 희화화시키며 조금이라도 그들의 음악을 알리려 고군분투하지만, 80년대의 백두산은 그럴 필요가 없는 국내 최정상급의 밴드였다.

이제는 조금 안쓰럽게 들리는 유현상의 'up in the sky~~~'라는 샤우팅은 당시 듣는이의 귀를 쩌렁쩌렁 울리는 엄청난-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하던 예술적인 샤우팅이었으며, 김도균의 기타는 그야말로 '예술' 그 자체였다. 과거의 한국 기타 영웅을 떠올리며 3명을 꼽는데, 개인적으로는 김도균의 테크닉과 음악적 레인지가 원탑이 아니었나 싶다(이견 인정). 

지금의 도균이형은 똥배가 나온 보살미소를 지닌 아저씨지만 당시에 그는 길다란 머리와 그보다 더 긴 다리를 자랑하며 무지막지한 공격적 속주를 들려주던 자세만큼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엄청난 기타리스트였다.

본 앨범은 그들의 최전성기 앨범이며 솔직히 이후의 앨범은 히트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판매고를 기록한다. 그 중심에는 유현상의 탈퇴가 결정적이었고...

아직도 90년대 심야 라디오 방송에서 한국 락의 몰락을 얘기하며 한탄하시던 전영혁 님의 목소리가 아련하다.

'유현상의 탈퇴와 김종서의 배신으로...'

당시의 어린마음에는 정말 멋도 모르며 따라 분개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모두 100% 이해된다. 내가 김종서, 유현상이었더라도 생계를 위해 솔로데뷔를 했을 것만 같다.

2. 시나위 - 4집

<시나위 4집 Farewell to love 입니다. 앳된 김종서의 보컬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시나위의 대표적 앨범 또는 역사적 앨범을 꼽으라면 솔직히 본 앨범은 아니다.

기타리스트 신대철의 군대 전역 후 그는 보컬 김종서와 드럼에 오경환, 베이스에 정현철(서태지)를 받아들여 새로 라인업을 꾸며 당시에 가장 유행하던 pop metal의 흐름을 반영하여 1990년 본 앨범을 발표한다.

본 앨범은 임재범 재직 당시에 비해 대단히 유려해진 말랑말랑한 멜로디를 들려준 앨범으로 김종서의 솔로 데뷔 후 크게 히트했던 '겨울비'와 서태지의 '환상속에 그대'에 샘플링되어 사용된 'Farewell to love'란 곡이 수록되어 그 의미를 더한다.

앨범 발매당시 한국의 헤비메탈 붐은 한풀 꺾인 상황이라 본 앨범은 상업적으로 실패했지만, Set my fire나 Farewell to love 같은 곡은 당시에 국내의 어느 메탈 밴드의 곡-아니 당시 국내의 어떠한 대중가요보다-보다 진보된 멋진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그 누가 1990년에 이렇게 세련된 사운드를 구사했겠는가...

여담으로 당시 10대였던 정현철의 베이스 연주는 나이를 고려할 때 놀라운 수준이었다. 신대철 형님이야 개인적으로 '칼박똥필'이라며 평가절하했지만....

3. 부활 - 불의 발견

<부활의 마술사 링크합니다. 도입부 태원형님 기타만 들어도 가슴이 떨릴정도로 멋지고 세련된 곡입니다. 완규형님의 고음은 보너스! 한가지 재미있는건 배킹보컬이 태원형님인데 그 노래 못부르는 사람이 이렇게 멋지게 뽑아낸거 보면 참 재주꾼이에요>

역시 최근 예능에 얼굴을 자주 비추시는 태원 형님.

본 앨범은 부활의 5집 앨범으로 미팔군에서 노래하던 박완규를 보컬로 새로 영입하여 각고의 노력끝에 탄생한 앨범으로, 부활의 앨범 중 최상의 완성도를 자랑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국내의 여러 락 보컬리스트 중에서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당시의 완규 형님인데, 연습실에서 한번 듣고 미쳐 버리는 줄 알았다. 당시에는 정말 한국의 Robert Plant가 탄생했다고 생각했으니까...

이 앨범의 완규 형님의 보컬은 말 그대로 '미성'인데, 널리 알려진 Lonely Night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그 진가를 확인하였다. 그러나 그의 보컬 능력의 정점을 찍는 곡은 '마술사'이다. 이곡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락좀 들어본 사람이라면 모두들 알고 있을만한 유명한 곡으로 고음의 끝을 보여주는 곡이다. 

지금은 너무나도 변해버린 그의 목소리이고, 이 또한 매력이 철철 넘치지만... 본 앨범을 들으면 어딘가 모르게 당시 그의 목소리가 그리워진다. 이 앨범 너무 많이듣지 말자. 괜히 지금 잘하고 있는 정동하가 미워진다.

보컬만큼 본 앨범에서 빛을 발하는 것은 세련된 곡구성과 연주이다. 97년 당시에 태원 형님은 작정을 했던 것 같다. 어디한번 테크닉과 세련됨이라는 면에서 갈데까지 가보자...라고. Lonely Night이나 마술사에 너무나도 적절히 사용된 키보드 사운드와 기타사운드는 지금들어도 경탄이 나오기만 한다. 

하지만 아쉬운건... 1집, 2집에서 '한국의 게리무어'라고 불렸던 그의 불타는 연주를 더이상은 들을 없다는 것이다. 이미 3~4집을 통해 팬들은 이런 상황을 예감했으리라.

4. Asiana - Asiana

<본 앨범의 백미인 Dancing all alone 링크합니다. 왜 임재범이 한국 락음악의 희망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임재범이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나가수에서의 모습은 그의 진면목이 아니지요>

임재범과 김도균의 만남. 무엇이 더 필요하랴?

영국 유학 후 두사람이 힘을 합쳐 앨범을 발표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헤비락 정점에 올라선 앨범이라 생각한다. 단 한곡도 버릴 곡이 없으며, 레코딩/곡구성/보컬/연주 어느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다.

임재범의 보컬은 시나위, 외인부대 시절보다 더더욱 날카로워져 샤우팅의 극을 보여주며,

김도균의 기타는 예전의 테크니컬한 속주에 헤비함까지 장착되었다. 전체적인 사운드는 대단히 헤비하다.

그러나 본 앨범은 처참히 망해서 이 앨범으로 아시아나는 해체했다. ㅜㅜ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은 비운의 앨범. 

5. H2O - 걱정하지마

<솔직히 H2O의 가장 명곡은 1집의 '눈물'이라는 연주곡이라 생각하지만, 대중적으로 가장 히트한 '걱정하지마'를 링크합니다. 지금들어도 대단히 재미있는 곡이니 한번쯤 들어보시길....>

H2O는 이제는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잊혀진 밴드가 되었지만, 80~90년대 당시 시나위, 백두산, 부활과 더불어 한국의 헤비메탈 4대천왕에 손꼽히던 그런 대단한 밴드였다. 키보드가 전면에 등장한 대단히 유연하고 세련된 음악을 구사했던 밴드로, 한국 밴드 역사상 최고의 비주얼을 자랑했었다. 

말했던것 처럼 기존의 밴드와 차별화되는 독특하고 세련된 사운드와 늘씬하고 잘생긴 멤버들로 인해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지만 거칠고 무거운 음악을 추구하던 남자들로부터는 '음악이 이상하다', '이게 무슨 메탈이야'등의 까임을 받았던 밴드였다. 이 형님들의 인기가 어느정도였냐면 기억은 잘 안나는데 당시 보컬리스트 김준원과 기타리스트 박현준이 MBC 드라마에 출연하여 많은 인기를 얻었다(무슨 드라마인지는 기억이 안나네).

여러면에서 기존의 밴드와 많이 달랐는데, 유현상-임재범-김종서 등 샤우팅을 주력으로 했던 당시의 보컬리스트들과는 달리 김준원은 고음이 아닌, 중저음의 음색, 비교적 단정한 톤의 보컬을 구사했으며, 신대철-김도균의 속칭 '프랫을 조지던' 기타리스트들과 달리 박현준은 상당히 속주와 독주를 자제했다.

하드에 있는 것을 옮기는 것도 이미지와 링크때문에 일이네요. 2편은 다음 기회에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