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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카마엘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1,000조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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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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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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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첫 번째 준비 - 농수산물 (3)

DUMMY

정영훈의 사소한 말 한 마디는 강훈에게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 일본이 오염수를 풀겠다는건, 쇼라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그게 아니고서야 자국민에게 반감까지 사면서 오염수를 풀리는 없으니까요. 아시잖습니까. 일본의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그 녀석들이 뭘 가장 두려워하는지를 아실겁니다.


잘 알고 있다.

정치를 한 적이 없음에도 정치에 관련된 사람과는 치가 떨리도록 싸워봤으니, 잘 알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정치를 배우다보니 다른 나라의 정치 성향까지도 저절로 알게 되었다.

재밌는건, 그 나라의 정치에는 그 나라의 색이 묻어 있다는 것이다.


우선 한국의 정치는 '같다'라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같다라는 것의 범주는 상당히 넓다.

우리와 같다, 생각이 같다, 사는 곳이 같다, 고향이 같다, 학교가 같다, 직장이 같다, 취미가 같다, 친구가 같다, 좋아하는 것이 같다, 싫어하는 것이 같다, 등등.

그러다보니 '다르다'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와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사는 곳이 다르고, 고향이 다르면 그것만으로 적대해버린다.

대한민국의 정치의 가장 큰 장점은 통합이 쉽고 결속이 단단하다는 점이고, 단점은 다르다는 기준이 개인에 따라 기준이 정해진다는 점이다.

덕분에 한국의 정치에선 집단주의와 개인주의가 공존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중국의 정치는 '하나다'라는 것에서 시작한다.

모든 것은 하나로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앞에는 반드시 중국이 들어가야 한다.

전 세계는 중국이라는 틀로 하나가 되어야 하고, 모든 문화는 하나의 중국에서 시작되었으며, 외교 또한 하나의 중국을 기본이념으로 삼고 있다.

그러니 정치의 색도 오직 하나만을 고집한다.

그 외의 다른 신념과 이념은 '하나'를 방해하는 요소이며, 그것을 해하는 요소로 받아들인다.

만일 그 하나가 올바른 것이라면 성장은 올곧게 나아갈테지만, 그것이 잘못되거나 사리사욕에 물들어버리면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타락해버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본의 정치는 '시작한다'를 통해 만들어진다.

건축을 시작한다, 사업의 지원을 시작한다, 정책을 시작한다, 복지를 시작한다, 독려를 시작한다, 대비를 시작한다, 등등.

문제는 '시작한다'는 있지만, '끝낸다'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일본에서는 '시작하는 정책'은 많지만, 그것을 정리하거나 완성시키는 일은 거의 없다.

이 한 마디만 봐도 일본의 정치색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일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댐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가장 많은 미완성된 댐을 가지고 있다.


일본이 이와 같은 정치색을 띄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시작한다.'를 통해 돈을 모으고, 사람을 모으고, 이목을 모으고, 관심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목적은 시작일 뿐이지, 완성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마무리를 짓지 못한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정치가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것은 무엇일까.

일본의 정치색을 보면 답이 나와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건 '무대'다.


이제부터 시작할 무언가를 알리기 위해선 그에 걸맞는 무대가 필요한 법이다.

제 아무리 그럴싸한 무언가가 있다 하더라도, 그곳이 아무도 없는 황야라면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방사능 누출'이라는 무대가 펼쳐졌다.

그렇다면 그들은 그 무대를 통해 무엇을 시작할 수 있을까. 또 무엇을 해냈을까.


국민들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정치인들이 그것에 대해 안전하다고 말하며 자신들이 노력하고 있음을 알릴 수 있을 것이다.

그 효과는 실로 지대했다.

2010년 야당에게 1당의 자리를 뺏긴 여당이, 2013년에 이르러 여당의 독주나 다름없는 압승을 거두며 여당의 입지를 완벽하게 탈환해냈을 정도였으니까.


이는 그들의 정치색과 더불어 국민성과도 완벽하게 부합한다.

일본의 국민들은 한 번 정치인을 뽑으면 그 사람이 잘해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두려고 하지 않는다.

투표를 '시작만 할 뿐.' 그 후의 결과에 대해서는 보지 않는 것이다.


만일 한국에서 정치인을 뽑았는데, 그 정치인이 실망을 시킨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투표에 의해 당선된 정치인이 국민들을 속였고 그것이 후에 들통난다면, 그 정치인은 이렇게 말하며 자신을 변호할 것이다.

- 속은 쪽이 나쁘다.


속이는 쪽이 더 머리가 좋고, 우수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즉, 그들에게 '피해자'라는 것은 '피해를 받을만큼 어리석은 사람들'을 의미하며, '속이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을 만큼 영리한 사람'을 의미한다.

그러다보니, 자신들이 피해자가 되는 것은 싫어서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와서 오염수를 방출함으로서 그 무대를 마무리지으려고 한다? 쇼라고 생각하는게 타당하겠지. 그게 아니라면 방류를 할 수 밖에 없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의심하는게 맞을테고.'


처음에는 단순히 일본의 오염수 방류만 생각하며 수산물 구획을 지키려고 했던 것이, 점점 더 생각할 폭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우선은 방류를 막는 것에만 집중한다. 그러려면 그 무대를 이어가도록 해야겠지.'


강훈은 정영훈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 그 녀석들이 뭘 가장 두려워하는지를 아실겁니다.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그건 바로 미국이다.


확실히 정영훈의 말 대로다.

돈이라면 안될 일은 없다.

강훈은 지출이 꽤나 클 것이라고 예상하며, 비서를 향해 다음의 일정을 말했다.


"미국 대통령한테 면담 좀 하자고 해."

"알겠습니다. 장소는 어디로 할까요?"


임장훈과 접견할 때, 사저로 찾아간 것은 어디까지나 자국의 대통령에 대한 존중과 예의였다.

하지만 미국은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를 따르는 나라다.

그렇다면 굳이 찾아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대강그룹 본사.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방한하라고 해."


*****


만일 대강그룹이 오직 한국자본으로만 세워진 곳이라면, 강훈의 요청은 큰 결례라고 봐야할 것이다.

하지만 대강그룹은 전 세계를 아우르고 있는 기업이다.

당연히 한국 자본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자본이 투입되어 있었다.


이는 미국측에서 본다면 다행이었다.

대강그룹에 미국의 자본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대강그룹이 성장할 동안 달러는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흐름 덕분에 대강그룹은 전 세계의 다른 나라와 적대하지 않고, 일방적인 동맹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것은 강훈의 노림수이기도 했다.

대강그룹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동안, 한국이라는 틀에만 갇혀 있다면 한국의 총 자본을 뛰어넘지 못할 거라고 예상해, 각국에 대강그룹의 채권을 발행하며 자본의 규모를 늘린 것이다.

그 노림수는 정확히 들어 맞아, 대강그룹의 규모는 한국의 자본만으로는 품지 못할 그릇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현재 대강그룹의 회사채는 미국의 국채보다도 높은 신용도를 띄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니 미국의 대통령에게 방한을 요청한다고 해서 결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미국의 대통령 칼 로젝슨의 입장에선 괴씸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하지만 거절할 수는 없다.

만일 강훈의 심기가 뒤틀려서 자국의 회사채를 모두 거둬들이겠다고 해버리면, 달러는 지금의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할 말은 하고 보는 칼 로젝슨이었다.


"... 만일 한국이 미국의 우방국이 아니었다면, 이것만으로도 전쟁을 선포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이 되는군."

"그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칼은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며 말했고, 강훈은 칼의 말이 불가능한 일이라며 일축해버렸다.


"만일 미국이 한국에 전쟁을 선포하면, 제가 미국의 무기를 전부 사버리면 될 테니까요."

"정말이지, 그 놈의 입을 어떻게든 막을 수 없겠나. 자네를 안 것이 벌써 16년째인데 단 한 번도 안지려고 하는 군."

"하하, 어차피 입이 독한건 둘 다 같지않습니까."


강훈의 살벌한 입담에 대통령을 수행하던 경호원들은 품 속에 물건이 제대로 있는지 한 번씩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칼은 경호원들을 향해 손을 저어대며 말했다.


"지금부턴 오프 더 레코드로 말할 이야기니, 다들 물러나도록 하게."

"프레지던트, 그래도 방한의 목적도 아직 말하지 않았는데 바로 그렇게..."

"괜찮아. 안전하기로 따지자면 여기나 화이트하우스나 둘 다 똑같을테니까."


칼은 그렇게 말하며 먼저 회의실로 들어갔고, 강훈이 문을 닫으며 경호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지금부터는 사적인 공간입니다."


*****


문이 닫히자마자, 칼이 먼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오랜만일세. 3년만인가?"

"맞아, 지난 대통령 선거때 마지막으로 봤으니까 3년만이지."

"하하, 그래. 이번엔 또 무슨 재밌는 일이 있어서 날 부른거지?"


지금 둘의 모습은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보여졌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아마 전 국민, 아니 전 세계를 상대로 숨기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칼은 강훈의 안목을 신뢰하며 접근한 사람 중 한 명이었고, 강훈은 칼이 대통령이 될 것을 미리 알았기에, 그에게 조언을 하거나 의탁을 하며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비유하자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영역을 가진 백수의 왕 사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힘이 한 곳으로만 몰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해, 두 사람은 공적인 자리에선 지금과 같은 모습은 절대 보이지 않았다.


"별로 재밌는 일은 아닐거야."

"벌써부터 재미없어지는군. 강훈. 나는 지금 우크라이나 지원법안을 두고 민주당과 싸우다 왔단말야."

"그러면 거기가 더 재미없었겠네."

"그래서 바로 나온거지. 근데 너도 재미없는 일이라고 말하면 내가 얼마나 실망하겠어."

"그러면 재미없는 서론은 빼볼까."

"그렇게 해준다면 기꺼이 뭐든 협력해주지."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조력'이 아닌, '협력'이라는 단어를 듣는 것은 강훈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칼의 말에, 강훈은 바로 본론을 말했다.


"7함대를 빼줘."


제 7함대.

미해군 태평양 함대 산하의 최강의 전투 부대의 명칭이다.

함대의 구성은 항모전단와 구축함전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항모전단에서만 300대 이상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 전력은 전 세계의 전력 중 5위에 해당되며, 이는 중국과도 맞서 싸울만한 전력임을 의미한다.

본래는 필리핀에 있었던 부대지만, 필리핀의 활화산 활동으로 인해 현재는 요코스카에 사령부를 두고 있었다.

강훈은 그 사령부의 이전을 요청한 것이다.


"태평양 7함대? 어디로?"

"어디든 상관없어. 주둔비용은 내가 알아서 지불하지."

"흠. 지금 7함대가 어디 있었지?"

"요코하마."

"이유는?"

"무대의 틀을 바꿔야하니까."


강훈은 빈 의자를 골라 앉은 후, 칼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현재 일본의 오염수 방출을 막을 무대가 필요해. 아마 그들은 지금 당장의 쇼가 필요해서 오염수 방출을 무대로 삼은 것 같은데, 그것을 덮을만한 더 큰 무대가 필요해. 그게 가능한 건 미국뿐이지."

"그래서 7함대를 다른 곳으로 옮겨라? 그렇게되면 일본은 7함대의 이전을 막기 위해 오염수 방출이라는 무대에서 내려올테니까?"


강훈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뭐든 협력하겠다던 칼은 강훈의 맞은 편에 앉으며 표정을 굳혔다.


"지금 얼마나 어려운 부탁을 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물론 알고 있어."

"그 부탁을 이루기 위해선 억 단위의 돈이 들어가는 것도 말야."

"그래, 알아."

"혹시나 싶어서 하는 말이지만, 억 단위의 달러야. 그래도 괜찮은건가?"


거듭 질문하는 칼을 보며, 강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재산의 반을 써도 상관없어. 방류만큼은 막아야 해."

"후... 정확한 이유를 말해줘. 듣고나서 결정하지."

"언제나 그랬듯이, 이유는 말하지 못해."

"그렇다면 비싼 값을 치뤄야겠지."

"비싸도 상관없다고 말했을텐데."


칼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항상 그랬지만, 이럴때 정말 이해가 안가는군. 방류는 어쩔 수 없어. 대략 3년에서 10년동안은 조심해야겠지만 그래도 피해는 점점 줄어들거야. 그것만으로는 안된다는건가?"

"안돼."

"방출을 막는 것만으론 뭐가 어떻데 되더라도 너가 손해를 보는 장사일텐데?"

"알아."


탁. 탁. 탁.

칼이 손가락 끝을 탁자 위에서 튕기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7함대의 이전에 걸맞는 가치가 무엇이 있는지를 계산하는 모습이다.


"너가 한국의 신기술 특허로 우리 미국에서 빼먹는 돈만 생각해도..."


값을 계산하며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강훈에게 기회가 됐다.


"좋아. 신기술 포기할게."

"... 뭐?"

"신기술 특허를 포기할게. 대신에 7함대를 옮겨줘. 부산으로."


강훈의 말에, 동해를 향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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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세 번째 준비물 - 외교 (3) 23.10.11 45 2 12쪽
17 세 번째 준비물 - 외교 (2) 23.10.10 71 3 9쪽
16 세 번째 준비물 - 외교 (1) 23.10.06 89 3 11쪽
15 두 번째 준비 - 거주지 (7) 23.10.05 92 4 10쪽
14 두 번째 준비 - 거주지 (6) 23.10.04 92 2 7쪽
13 두 번째 준비 - 거주지 (5) 23.10.03 96 2 9쪽
12 두 번째 준비 - 거주지 (4) 23.10.02 107 3 13쪽
11 두 번째 준비 - 거주지 (3) 23.10.01 126 3 12쪽
10 두 번째 준비 - 거주지 (2) 23.09.30 134 3 9쪽
9 두 번째 준비 - 거주지 (1) 23.09.29 154 3 9쪽
8 첫 번째 준비 - 농수산물 (4) 23.09.28 146 2 7쪽
» 첫 번째 준비 - 농수산물 (3) 23.09.27 164 3 13쪽
6 첫 번째 준비 - 농수산물 (2) +1 23.09.26 182 6 12쪽
5 첫 번째 준비 - 농수산물 (1) 23.09.25 230 7 13쪽
4 대통령 임창훈의 저주 23.09.24 252 3 14쪽
3 전 국회의원 이웅혁의 야심 23.09.23 243 4 14쪽
2 대강화학 CEO 한경수의 추억 23.09.22 323 6 11쪽
1 천조 재벌 강훈 23.09.22 438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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