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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문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자를 위한 행동지침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글문도사
작품등록일 :
2019.02.10 00:53
최근연재일 :
2019.02.10 03:45
연재수 :
2 회
조회수 :
174
추천수 :
0
글자수 :
8,519

작성
19.02.10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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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

DUMMY

【세간의 안타까움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오늘 낮 10시경 유치원 아이들이 탑승한 버스를 막기 위해 달려든, 트럭 운전사 강모씨가, 현재 시각 13시경 끝내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트럭 운전사 강모씨는, 외동아들로서, 지병이 계신 아버지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생업에 뛰어들었다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 살아온 강모씨는, 자신의 어려운 처지에도 불구하고, 주위 이웃들에게 언제나 항상 도움의 손길을···】


어지럽게 흘러나오는 뉴스 속보 사이로.

귀에 익은, 그 이름 석 자가 연신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래, '강 민 준'···


부모님이 지어주신, 그 소중한 이름이 말이다.


아직 초등학교도 채, 입학하지 못한 아이들이 연관된 일이었기에.

기자들까지 출동하여, 여론에 관심을 갖게 된 모양이었다.


그러니, 저렇게, 병원 안내데스크 중앙에서도, 내 얘기가 흘러나오는 거겠지···


"에휴. 에휴··· 저걸 어쩌면 좋아. 저렇게 맘씨 고운 사람이 죽어 버렸으니 말이야."

"그러게 말이에요. 죽어야 할 놈들은 정작 따로 있는데, 젊은 사람이 안타깝게 가버렸네."

"혹시 그거 알아요? 저 운전사. 아까 낮에, 이 병원에 실려 왔던 거?"

"그럼, 여기서 죽었단 말이에요??"

"세상에나~ 세상에~ 이걸 어쩌면 좋아~"


데스크 앞, 놓인 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그 화젯거리에.

입을 잠시도 멈추지 못하고, 얘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


내가 바로 뒤에서.

이렇게 눈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는 줄은, 까맣게 모른 채 말이다.


"스물일곱이면, 우리 아들내미랑 딱! 같은 나이인데, 부모 심정이 말이 아니겠어~ 말이~"


앞 좌석,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있는 파마머리 아주머니 뒤에 달라붙은 지.

십 분을 훨씬 넘긴 것 같다.


이렇게, 내 얘기를 친히 해주시는데, 안 따라붙고 싶을 리가 있겠나···


이제야 다시 돌이켜 보니.

귀신들이 왜, 자신들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 그 주변에 꼬이는 것인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귀신이라···)-


몰고 있던 트럭을 버스 앞에 세운 채, 브레이크를 걸었을 때.

이미, 내 두 눈에 맺힌 시야는, 미친 듯 어지럽게 돌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가 딱.

사람이었던 내가, 기억하고 있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아마 의식을 완전히 잃은 것일 테지···


그러고 나서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사방이 온통 하늘빛을 띠는 한 수술방에서, 또 다른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온몸이 피로 젖은 채. 죽어 있는.

바로 나 자신을 말이다···


물론 처음엔, 이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아니, 그 누가 됐더라도, 쉽사리 받아들일 수가 없겠지···


그때부터 시작됐다.

나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힘겨운 싸움이 말이다.


가장 먼저, 수술실에서 내 엇나간 뼈들과.

배 밖으로 튀어나온 장기들을 뒤적이고 있던 의사들에게, 나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목청을 높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있는 힘껏 소리치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존재를 무시하는 그들의 몸을, 손으로 치는 것까지···


그래. 내 손이.

그들의 몸을 그대로 통과하는,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고 나서야.

난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내.내가··· 설.설마 진짜 죽은 거야?···)-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 발가벗은 채로, 거리를 거닐 듯, 나의 몸은 세차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팠다.


나의 몸이···


덜렁거리는 나의 사지와, 배 밖으로 튀어나온 장기가 있는, 그 상태로.

나는 귀신이 되어 있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그럴 리가 없다.

망가진 내 몸은, 바로 저기 있는데.

귀신이 되어버린 내 육신도, 죽을 때와 같이, 망가져 있다고?


-(으아아아!!!!! 아파!!!!!)-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온 전신을 칼로 후벼 파는 듯한 고통이, 밀려온 것이었다.


분명, 몸에서부터 떨어져 나왔는데.

나의 몸은 아프다는 신호를, 끊임없이 나의 의식에 흘려보내고 있었다.


차라리, 죽고 싶을 만큼···


하지만, 죽을 수도 없다.

하여, 의식을 꺼트릴 수도 없다.


난 이미, 죽어 있으니까···


그렇게, 아픈 몸. 아니.

의식을 이끌고,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죽은 나의 몸을 더듬으며, 서글프게 우시는 부모님의 모습도.

더는 지켜볼 수가 없었다.


-(엄마!!! 아빠!!! 저 여깄어요!! 여깄다고요!!!)


이미 내 심장은 멎어 있었어도, 마음만은 아직도 뛰고 있었으니까···


그때부터. 내 마음은.

이 한 가지를, 간절히 원하기 시작하였다.


그래···


-(날 볼 수 있는 사람··· 날 도울 수 있는 사람을 반드시 찾아야 해!!)-


이게 얼마나 미친 짓인지는, 나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죽은 자가, 산 사람에게 도움을 청한다니···


그들은, 날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데···


아니···


-휙! 휙! 휙! 휙!-

"저? 혹시 김 간호사님? 저 부르셨나요??"


"아뇨? 왜 그러시는데요??"


"아니, 그게··· 누군가 계속 머리를 건드는 것 같길래요···"


"혹시? 그거 귀신 아니에요? 흐흫~ 왜? 귀신 영화 보면, 그렇게 병원에 귀신이 많다잖아요~"


"에이~ 김 간호사님도 참~ 그건 영화니까 그런 거죠~"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있는 힘을 다해, 손을 휘두를 경우.

살아있을 때 입김을 분 것 같이, 사물을 움직일 수 있었다.


두루마리 휴지 몇 장. 간호사들의 긴 머리카락. 바닥에 내려앉은 먼지가, 바로 그 예시였다.

하지만, 나의 존재를 알리기에는, 터무니 부족할 뿐이었다.


보이지도 않는다. 들리지도 않는다.

힘을 가할 순 있지만, 그 힘은 너무나 미비하다.


그럼 대체···


-(날 보고 어쩌라고!!!! 대체 이 질병은 어디다 도움을 요청하면 좋은 건데!!!! 여기가 그 질병을 고칠 수 있는 병원 한가운데잖아!!!!)-



***



그렇게 몇십 분은 흐른 것 같다···


"스물일곱이면, 우리 아들내미랑 딱! 나이가 같은데, 부모 심정이 말이 아니겠어~ 말이~"


그러고 나서.

앞 좌석, 이 파마머리 아주머니의 뒤를 졸졸 따라왔던 것이고···


-휙.휙.-


이렇게. 무심결에.

돌돌 말린 머리카락에, 손이 몇 번 절로 가기도 했다.

그럴 때면 역시나···


-긁적. 긁적.-

"아. 이놈의 머리는 왜 자꾸 간지러운지···

그나저나? 여기 좀 쌀쌀 한 것 같지 않아요?? 환자들 있는 병원인데, 히터나 좀 틀어놓지. 그렇게 전기세가 아까운가."


약간의 반응과. 추위에 몸을 움츠리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 왜 그런지는 나도 알 수 있었다.


내 몸에서 느껴지는 이 한기···

그저 단순한 착각은 아니란 얘기였다.


실제로, 어느 누구든, 내가 근처에 다가가면.

추위에 몸을 움츠리거나, 옷을 더 꽉 여미거나 하는, 증상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뿐···


내 존재를 알리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힘이었을 뿐이었다.


그러기를 잠시···


-터벅. 터벅.-


"(어딨다는 거야? 3층? 알겠어 금방 올라갈 테니까~ 나갈 때까지. 유가족들에게 쓸데없는 말, 절대 지껄이지 마! 알겠어??)"


귀를 자극하는 듯, 머릿속에 울리는, 이 낯익은 목소리에. 내 고개는 돌아갔다.

그리고···


열린 병원 문 사이로, 낯짝도 두껍게.

내 앞에 모습을 내민, 녀석을 만나 볼 수 있었다.



***



"으아아!! 민준아!! 네가 왜!! 이렇게 간 거냐! 으흐흑~"


한 남자가 눈을 감은 그곳. 한 사내의 통곡이 이어지고 있었다.

사내는, 유가족들 앞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쏟으며.

먼저 떠나간 이를 잊지 못하는 듯, 바닥에 주저앉아 땅을 치며 울고 있었다.


"으흨··· 바쁘실 텐데, 이렇게 병원까지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아닙니다. 민준이라면, 제 친동생같이 아끼던 녀석인데, 당연히 찾아와야죠."


그런 그의 모습에, 유가족은 함께 눈물을 쏟으며.

그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함을 느꼈으리라.


그 안에, 어떤 비열한 속내가 숨겨있는지는, 까맣게 알지 못한 채 말이다···


하지만, 세상 앞에, 그 더러운 모습 감출 수 있다 할지라도.

모두를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


-(김철진. 이 개새끼···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서, 되도 않는 연기를 부리고 있는 거야. 니가··· 니가. 그러고도 사람 새끼야!!!!)-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그 원한까지, 모두 잊혀진 것은 아니다.


죽은 자는 모두 기억하고 있다.

하다못해, 그것이 원한이라면, 더욱 가슴 깊게 사무쳐.

그 원한이 풀리는 그 순간까지, 그것은 영원히 맴돌 것이다.


"어머님, 아까도 말씀드려다시피, 민준이··· 아니,

그 동생 같은 녀석이. 일밖에 모르던 놈이었는데··· 오늘 같은 날까지 USB에 자료를 담아서 제게 준다고. 흐흑···

이 바보 같은 녀석. 그깟 일이 얼마나 중하다고, 제 몸을 상해서까지··· 흐으읔··· "


"아니에요··· 이 어미가 다 못난 탓이죠. 부모 덕 하나 못 받고 자라 아이인데. 흐흨···"


그녀의 손에 들린, 검은색 USB 하나.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 갖은 술수를 부리고 있는 한 사내.


그리고···


-(엄마!! 엄마!! 제발 그러지 마!!! 엄마!!! 그거 넘겨주지 마!! 그 새끼한테 넘겨주면 안 돼!!!!!)-


그 속내를 모조리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 남자···


"어머니 이제 그만 눈물 그치세요. 민준이는 끝까지 남을 지키다 떠난, 그런 녀석입니다. 그러니 눈물 흘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흐으읔··· 의사 선생님 말씀이, 민준이 안주머니에 이게 들어있다, 하더라고요. 별거 아니지만, 필요하시다면 가져가셔야겠죠···"


-슥.-

그 안에, 어떤 검은 흑막들이 산처럼 쌓여있는지도 모른 채.

그녀는 그만, 사내에게 그것을 건네고야 만다.


-(그러지 마!!! 그러지 마!!! 야 이 개새끼야!!! 그거 없으면 우리 아빠 죽는단 말이야!!!! 이 씨발 새꺄!!!!!!)-


있을 수 없는 일에, 남자는 소리쳐 울부짖기 시작했다.

곁에 있음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책망하며. 그리고.

자신의 가족들에게 비참함을 안겨주는, 저 사내를 저주하며 말이다.


-깜빡. 깜빡.-


"어? 갑자기 왜 이러지? 정전이라도 일어났나?"


-깜빡. 깜빡.-


그렇게, 남자의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만큼.

이곳의 전등은, 그와 함께 따라 울듯,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당연할 것이다.


그 안에 USB 안에 들어있는 건.


다름 아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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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19.02.10 13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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