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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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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4.09.0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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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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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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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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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던전 탈출 (4)

DUMMY


내가 잘못 들었나?

제자가 되라고?


하지만 불행하게도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고티에의 반짝이는 눈빛이 그 증거였으니 말이다.


“저는 모험가입니다.”

“모험가 중에도 마법사는 있네. 실전 경험을 위해서지.”

“그리고 전사입니다.”

“그건 바꿀 수 있네. 자네는 마법에 대한 재능이 더 출중하니 말이야.”


그가 말하길 타인의 마법 도구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


“마법은 사용할 때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네. 주문, 그리고 술식. 완드나 스태프에 새겨지는 것은 당연하게 후자의 쪽이지.”


그의 말에 따르면 술식은 사람마다 방식이 다르다고 한다.

그중 특히 마법을 직접적으로 발동할 수 있게 새기는 완드와 스태프 등은 특제.


“새긴 사람이 사용하기 쉽게, 자신만의 술식으로 새기기에 그것을 해석하지 않으면 마법을 쓸 수 없지.”


그런데 나는 썼다.

술식?

그딴 거 느껴지지도 않았는데?


“그냥 공용으로 만들어 둔 거 아닙니까? 마법의 검처럼 말이죠.”

“아닐세. 자네가 썼다는 스태프라면 몰라도 라이의 완드는 아니라네. 그저 시동어만으로 발동할 수 없는 물건이지.”


하긴 적색 모험가가 될 정도면 자부심이 있을 테니 복잡하게 했겠지.

자기가 뛰어나다고 뽐내려고 말이야.


그럼 사실 나, 엄청난 재능충?

특전도 필요 없었던 거 아니야?

아, 그건 아니야.


특전이 없었으면 진작에 뒈졌다고.

그리고 난 마법사를 안 할 거야.


내 재능은 타인이 만든 마법 무기에나 적용되지 직접 사용하는 쪽은 아니니까.

마법사 테크를 현실에서 직접 탄다면, 그 수많은 마법을 다 외우고 다뤄야 한다.


더군다나 한 대 툭 치면 죽는 종잇장 몸으로 살면서 말이지.

그것은 사양이다.


빨간 머리 마법사를 봐.

포스 실드가 있어도 팔이 박살 났잖아.


“그래, 이건 술식에 있어 천부적인 재능이네. 자네의 마력 회로가 마법에 적합하다는 게야!”

“그만.”


고티에의 뒤에서 루시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입구가 열립니다.”


그가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그러자.


화아악!


섬광이 번뜩이며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저게 던전의 입구인가.

아니, 출구라고 불러야 하나?


“자네 나가면 반드시 나를 찾아오게.”


고티에가 던전의 포탈을 통과하며 내게 신신당부했다.

응, 안 찾아가.

마법사 안 해.


그렇게 루시안의 파티.

그리고 그가 포박한 사냥꾼들이 모두 나가자 이제 우리의 차례였다.


“성함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모험가 중 하나가 포탈을 통과하기 전 내 이름을 물었다.


“하다르입니다.”

“반드시 기억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딱히 기대는 하지 않는다.

뒤돌면 잊는 게 사람이잖아?

애초에 너희를 위해 나선 것도 아니거든.


그들이 떠나기 무섭게 나 역시 포탈로 다가갔다.

설마 통과하지 못 한다거나 그런 불상사는 없겠지?


괜히 토마가 했던 말이 떠오르는군.

하지만 나는 마족이 아니니까.


뼛속까지 인간이라고.


천천히 손을 뻗어 포탈과 접촉했다.

빛이기 때문일까?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좋아, 거부하지 않는 것 같군.


나는 곧장 포탈에 몸을 맡겼다.


순간 번쩍임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그것이 전부였다.


눈 부심이 없어지자 새로운 풍경이 나를 맞이했다.


아, 이 상쾌한 공기.

지상이구나.

던전에서 드디어 벗어났다.


하지만 상쾌한 것은 공기 뿐, 시야는 전혀 그렇지 못 했다.

던전 주위를 거대한 벽으로 감싸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 벽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병사들도 있고 말이지.


시선이 참 기분 나쁘네.


“저기······.”


신선한 공기를 맘껏 들이키고 있자, 뒤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어두운 갈색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리고 어딘가 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였다.


안전 구역에서 깨어날 때 곁에 있던 애네.


“하다르님. 정말 감사해요.”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얘도 입구 쪽에 있던 모험가였나보다.

난 루시안 파티인줄 알았는데.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어요.”

“아, 네, 뭐.”


아까 앞서간 놈들이랑 같은 케이스인가 보군.

딱히 신경 쓸 필요 없단다.

나도 상관 없거든.

그 부지한 목숨 알아서 잘 쓰도록 해.


“그럼 전 가볼 곳이 있어서 이만.”

“하, 하다르님! 자, 잠시만······!”


어차피 나중가면 다 잊을 거면서 뭘 그렇게 질척거려.

나는 바쁘다고.

시간이 없어 시간이.


[ 남은 시간 : 26169시간 53분 ]


3년 안에 캐릭을 키우고 다가오는 무언가를 막아야 한다.


보통 그걸 막으면 집으로 돌려보내 주더라고.

나도 후딱 끝내고 돌아야가야지.


이런 중세 시대는 현대인이 살기 썩 좋지 못하거든.


이 동네의 길은 익숙하다.

게임으로 수백번도 더 오갔으니 말이다.


던전은 타우러스 영지 내에 있는 여러 도시와 마을.

알데바란 던전은 그 중, 주도(主都) 알데바란 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던전 이름이랑 왜 도시 이름이 같냐고?

그야 도시 자체가 그 던전 때문에 만들어진 거거든.


사실 여기만 이래.

이게 초대 타우러스가 귀찮다고 이렇게 지은 거라서 말이야.


역시나 거대하군.


도시를 감싸고 있는 거대한 벽, 그리고 입구에 있는 거대한 문.

모든 것이 거대하다.


재질은 던전 주위를 감싸고 있는 벽이랑 같은 것 같네.


도시로 들어선 나는 곧장 모험가 길드를 찾았다.

당장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정보가 우선이다.


길드 내부로 들어서자 모험가들이 수다를 떨며 게시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음, 저기가 분명 서브 퀘스트들이 달리는 곳이었지?

이곳에선 의뢰라고 하려나.


보통 모험가들은 저것을 통해 도시에 있는 문제, 도시 바깥이나 다른 도시의 문제를 해결했다.

대부분은 무력을 쓰는 일이고 말이지.

그 이유는 몬스터가 모두 던전에만 얌전히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미싱 피스]의 세계관.

그것은 과거 대 전쟁 이후, 모든 마족을 던전에 처박는 것으로 시작한다.


인족 그리고 마족의 전쟁, 인마 전쟁.

그 전쟁으로 인해 대륙은 초토화가 됐고, 단 하나의 왕국만이 살아남았다.

그것이 바로 최초의 영웅이 있던 곳이자, 이제는 열두 영웅이 존재하는 스테라 왕국.


그것은 수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스테라 왕국은 여전한 유일한 왕국.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전쟁으로 인한 대륙의 황폐화.

그리고 마족이 내린 저주.


그것으로 인해 왕국 외의 땅은 모조리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었고, 몬스터가 들끓었다.

마치 던전처럼 말이다.


그래서 보통 왕국 바깥으론 나갈 수 없었지.

각종 디버프에 몬스터가 몰려오니까.


왕국 내부에선 던전을 통해 몬스터가 올라온다.

바깥에선 접근할 수 없는, 황폐화 된 땅에서 몬스터가 주기적으로 몰려온다.


그렇기에 탄생한 직업, 모험가.

이름은 그럴싸하지만 황폐화 된 땅에 내던지는 실험쥐.

혹은 놀고 먹는 귀족을 대신해 왕국을 지키는 용병이었다.


“이거 던전 쪽 의뢰는 거의 다 털렸구만. 안 그래 형씨?”


등에 검을 맨 꽁지 머리의 남자가 곁에 다가왔다.

그는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보통 이런 세계에서 저런 웃음을 보이는 놈은 사악한 놈이던데.


“워, 그렇게 의심할 필요 없어. 나도 형씨가 구해준 사람 중 하나거든.”


던전 입구에 있던 놈인가?

워낙 수가 많아서 얼굴을 전부 외우진 못했다.

애초에 그런 노력도 하지 않았고.


“던전에서 나가자마자 급하게 뛰어가길래 어딜 가나해서 따라와 봤지. 아, 나는 토마라고 해. 던전에선 고마웠어.”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여 답해줬다.


“그래서 뭘 찾는 거야? 찾는 의뢰라도 있어?”

“그건 왜 묻죠?”

“하하, 조금 도와줄까 해서 그렇지. 내가 이렇게 보여도 정보가 좀 뛰어나거든.”


하긴 붙임성이 좋은 걸 보니 정보는 잘 캐오겠군.


“딱히 찾는 의뢰는 없습니다.”


그냥 요새 도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려고 본 거거든.

아무래도 이곳에 살던 사람이 아니라서 잘 몰라서 말이야.


남은 의뢰는 대체로 던전에서 재료를 캐달라는 의뢰로군.

상급으로다가 말이야.

의뢰자는 마탑인가.


오, 마침 미노타우로스의 뿔을 요구하는 게 있잖아?

이거 개꿀이군.

재료를 바로 팔 수 있다니.


그 외엔 토벌 의뢰인가.

생각보다 많이 남아있는 도시 바깥에 있는 몬스터의 토벌 의뢰.

무료로 던전이 개방되어 모험가들이 던전으로 몰렸기 때문이었다.


딱히 게임일 때랑 크게 다를 건 없군.

아직 큰 사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있는 서브 퀘스트도 잔잔한 것들뿐.


나는 대충 의뢰를 싹 훑은 후, 미노타우로스의 뿔 의뢰를 뜯어냈다.


“미노타우로스의 뿔? 그걸 잡았어?”

“······영웅께서 선물로 주셨습니다.”

“세상에··· 영웅과의 연까지 있다니. 형씨 이러다 다음 영웅이 되는 거 아니야? 음, 내가 보기엔 괜찮을 거 같아. 자신을 내던져 모두를 구하는 그 희생정신에 적색 모험가를 해치우는 무력!”


토마가 주먹을 꽉 쥐며 감동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사람이 나를 구해주다니. 이거 감동인데?”

“그런가요.”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잘 노는군.

그것보다 너 날 도와준다고 했었니?


“혹시 근처에 좋은 여관 아십니까?”


나 피곤해.

쉴 곳이 필요해.


게임에서는 없던 시스템.

하지만 현실이 된 지금은 필요한 시스템.

그것은 바로 의식주 중, 식과 주다.


“알고 있긴 한데······. 형씨, 외부인이구나? 하긴 이번 던전 무료 개방으로 외부인이 많이 몰려들긴 했지. 그런데 자리가 있을지 모르겠네. 방 미리 안 잡아놨어?”


그가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원래 다른 지역에서 활동할 때는 방부터 잡는 게 기본이잖아.”


그런 거였나.

그럼 나도 잡은 방이 있나?

아, 내가 아니라 예전의 얘가.

근데 찾을 수가 있나.


“혹시 방을 잡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응? 왜? 혹시 파티원이 따로 잡아둔 거야?”

“······네.”


대충 그런 거로 치자.


콰앙!


그때였다.


누군가 모험가 길드의 문을 거칠게 박차며 내부로 들어섰다.


“타우러스 어디 있어!”


깜짝아, 절 찾으시는 건가요?

제가 차세대 타우러스(불법 취득)이긴 한데.


“토마 테투스 타우러스, 이 빌어먹을 새끼 어디 있냐고!”


아, 전대 타우러스님을 찾으시는구나.

그 분은 던전 밑에 싸늘하게 식어계셔요.


아니, 그리고 영웅이 돌아왔으면 자기 성으로 갔겠지 왜 여기서 찾는 거야?

영웅은 모험가가 아니라 귀족이라고.


“지, 진정하세요.”


그를 말리기 위해 직원과 모험가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쉽사리 제압이 되지 않는 그.


“다··· 꺼져-!!”


그가 스킬, [포효]를 사용하며 모험가들을 모조리 떨쳐냈다.


“토마 테투스 타우러스를 데려와!”


그의 목소리가 모험가 길드 전체를 휩쓸며 충격파를 토해냈다.


아우, 시끄러워.

길드는 고성방가 범 하나를 못 잡냐.


콰아앙!


어디선가 날아온 푸른 섬광이 남자를 후려쳤다.

어, 저거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네놈은 뭐지?”


아, 네거구나.

어쩐지 익숙하더라.


루시안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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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게임 속 영웅을 죽였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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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주도 알데바란 (2) NEW 13시간 전 8 0 12쪽
16 주도 알데바란 (1) 24.09.17 14 0 12쪽
» 던전 탈출 (4) 24.09.16 20 1 11쪽
14 던전 탈출 (3) 24.09.15 20 1 12쪽
13 던전 탈출 (2) 24.09.14 23 1 12쪽
12 던전 탈출 (1) 24.09.13 27 2 12쪽
11 죽거나 죽이거나 (2) 24.09.12 31 2 12쪽
10 죽거나 죽이거나 (1) 24.09.11 33 2 12쪽
9 영웅 (3) 24.09.10 41 2 11쪽
8 영웅 (2) 24.09.09 45 3 12쪽
7 영웅 (1) 24.09.08 52 3 12쪽
6 아무도 모른다 (3) 24.09.07 54 3 12쪽
5 아무도 모른다 (2) 24.09.06 54 3 12쪽
4 아무도 모른다 (1) 24.09.05 65 3 12쪽
3 데스 게임 (3) 24.09.04 82 4 12쪽
2 데스 게임 (2) 24.09.03 98 4 12쪽
1 데스 게임 (1) 24.09.02 137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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