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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순덕님의 서재입니다.

문지기 김 순 덕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순득이
작품등록일 :
2023.05.31 20:13
최근연재일 :
2024.04.16 21:47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374
추천수 :
2
글자수 :
93,230

작성
23.07.04 23:07
조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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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소녀와 소년

DUMMY

소녀는 오늘도 집에 혼자였다.


가끔 집에 오는 엄마와 아빠는 서로 마주치지 않으려 번갈아 왔다.


서로 사랑하지 않는 부모에게서 태어났기에 소녀는 사랑 받지 못했다. 창밖을 향해 팔을 뻗어보지만 아래로 내려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자신이 마치 '라푼젤' 같다고 느꼈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책을 보다가 차가워진 음식을 홀로 삼키는 게 다였다.


소녀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세상에 없는 존재였다.


“야!”


툭! 하고 창을 두드리는 작은 소란이 멍하니 딴 세상에 있던 소녀를 깨웠다.


“야!”


소녀의 눈이 아래를 향하자 어린 남자아이가 히죽 웃었다.


“너 뭐해?”


알아듣지 못한 듯 반응이 없는 소녀에게 남자아이가 씩씩하게 물었다.


“갇혔어?”


소녀가 읽는 동화책 속에는 왕자님이 꼭 나온다. 새엄마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도 위험에 처했을 때도 왕자님이 구해 주었다.


“왕자님?”


남자 아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돌아이야?”


“아...”


소녀는 입을 다물었다. 지금까지 소녀가 알게 된 것은 자기 의견을 말하면 꼭 문제가 생긴다는 거였다.

.

.

.

“엄마, 엄마는 왜 나랑 같이 살지 않아요?”


소녀가 물었었다. 베란다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엄마가 씁쓸한 표정으로 돌아봤다. 소녀는 기대했었다. “앞으로 엄마랑 같이 살까?” “우리 딸, 엄마 보고 싶었구나.”


너무 큰 기대였나 보다. 들고 있던 담배를 발로 비벼 끄고 창밖으로 던져버린 후 입술을 달싹이며 작게 말했다.


“지겨워!”


억울했다. 처음으로 용기 내어 말했는데..... 하지만 소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더 말을 하는 순간 엄마가 사라져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가방을 든 엄마는 말없이 일어나 검은 구두를 신었다. 한 번쯤은 돌아볼 만한데 엄마의 뒷모습은 그냥 그렇게 밖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빠 밖으로 나가고 싶어요.”


소녀의 작은 소리가 아빠의 귀에 들어가지 못한 듯했다. 일주일 치 먹을거리라고 해봐야 빵과 물이 다였지만 아빠는 한참동안 찬장과 냉장고에 음식을 넣으며 돌아보지 않았다.


소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한 시절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소녀는 철저하게 혼자였고, 외로웠다.


“나올래?”


남자 아이가 소녀를 불렀다. 장난기 어린 얼굴은 순수해 보였고, 짙은 눈썹은 든든하게 다가왔다. 친절한 왕자님은 아니었지만 아이는 소녀에게 희망이었다.


살아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였던 소녀는 그대로 남자아이에게 다가갔다.


남자아이는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살고 있었다. 소녀의 작은 방에 비하면 넓고 따뜻했지만 그에게도 부모는 없었다.


소녀는 자연스럽게 소년의 집에 머물면서 할머니를 돌봤다. 할머니는 부유했고, 소년을 미워했다. 자신의 불행이 남자 아이 때문이라 생각했다.


소녀는 여전히 조용했다. 할머니의 독살스러운 말을 들으면서 슬프거나 화나지 않았다. 그저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말을 걸어준다는 게 눈물 나게 반가웠다.


남자아이는 여전히 친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늘 소녀와 함께 있었다.


“너네 부모님은 너 안 찾냐?”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그는 이미 소녀의 집에 다른 누군가가 들어왔고, 아무도 그녀를 찾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 어쩌면 나가기를 기다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녀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칫! 답답해!”


남자가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렸다.


“있다 나와라!”


다시금 얼굴이 쑥하고 들어오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소녀의 볼이 발그레 해지며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

.

.


“왁!”


놀란 소녀가 앞으로 넘어지며 미안하다고 했다.


소년은 그런 소녀를 보며 속이 상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아이인데 늘 누군가에게 맞고 사는 사람처럼 주눅 들어 있었다. 사랑 받지 못한 것은 똑같은데 자신은 삐뚤어지고 소녀는 힘없이 고꾸라져 있었다. 어쩜 이렇게 형편없는 사람들끼리 만났는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소녀는 소년이 이끄는 대로 따라왔다. 10대 남자아이들이 그렇듯이 소년도 소녀를 볼 때 다른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지켜주고 싶었다. 그럴 때면 괜히 화를 내기도 하고 밖으로 나갔다고 들어오기도 했다.


할머니는 소녀에게 욕을 하기는 했지만 가끔 용돈도 쥐어주고 은근히 예뻐하는 게 보였다.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다 가도 속으로 웃음이 나는 것은 아마도 소년의 마음에 소녀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바보같이”


소녀의 미안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욱하고 뭔가 올라왔다. 뭐가 그리 미안한지. 좀 그만 미안해도 될텐데 속이 상했다. 그런 소녀에게 다정한 말을 못 건네는 자기 자신도 미웠다.


소녀는 소년의 비틀어진 입술을 볼 때면 다가가 안아주고 싶었다. 뭐가 그리 화가 나는지 등을 토닥여 주며 위로해 주고 싶었다. 서로가 아픔이 있는 사람이니 둘이 의지하면 좋을 것 같았지만 막상 소년 앞에 서면 주눅이 들어 말을 하지 못했다.


소년은 가끔 소녀가 좋아하는 간식거리를 내밀기도 하고, 할머니에게 못된 말을 듣고 있으면 손을 잡아 끌어내 주기도 했다.


그럴 때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소녀가 읽는 소설 속에서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면 서로를 만지고 싶고 안고 싶다고 하는데 소년은 소녀에게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속상했다.


거울을 보며 내가 예쁘지 않은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소년이 자신을 아껴준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자라 여자의 모습이 되면 소년도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을 거란 희망도 가졌다.


.

.

.

“이 여자 애인이다!”


소녀의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지금 소년이 소녀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분명히 들었다.


“이 새끼가?”


소녀를 둘러쌌던 남자들이 소년을 향했다.


소년이 싸움을 잘하는지 소녀는 알지 못했다. 남자답게 받아치는 모습이 싸움을 못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남자들은 건장했고, 수가 많았다.


“어디서 내 여자를 건드려?”


소년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소녀의 가슴에 한자 한자 박혔다.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처럼 온 몸이 몽실몽실해졌다.


‘퍽!’


소년의 명치를 때린 주먹에서 커다란 소리가 나며 뒤로 나가 떨어졌다. 소녀의 생각과는 달리 소년은 싸움을 전혀 잘 하지 못했다.


“아아아아아아악!”


소녀의 입에서 나온 비명에 남자들이 돌아봤다. 가녀린 여자에게 나올 수 있는 소리라기에 너무나 앙칼지고 무섭게 들렸다. 소녀 눈이 빨갛게 변하며 덤벼들자 본능적으로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미친년 아냐?”


“으아아아악! 으아아아악!”


소녀가 다시 도발하자 덩치 큰 남자들이 슬금슬금 뒷걸음 치더니 냅다 도망가버렸다.


“괜찮아?”


소년을 일으켜 세우는 소녀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괜찮아. 발을 헛디딘 거야. 에이!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것들인데.”


“맞아. 한주먹거리도 안되는 것들이.”


소녀의 말에 소년이 핏!하며 웃었다. 방금 전 괴상한 소리를 지르던 소녀의 모습이 생각나 다시 웃음이 터졌다.


“너! 진짜 대단하더라.”


소녀가 따라 웃었다. 너무 예쁘게 웃어 저도 모르게 소년의 입술이 소녀에게 닿았다. 하얀 얼굴이 붉게 변하며 소녀의 눈이 조금씩 감겼다.


골목길로 들어서는 소년과 소녀는 손을 맞잡고 있었다.


할머니 시중을 드는 소녀가 신경이 쓰이는지 소년의 걸음이 방문 앞을 맴돌았다.


“이것들이 암만해도 수상한데...”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이 둘을 번갈아 훑었다.


“뭐가?”


소년이 기분 나쁜 얼굴을 보이며 밖으로 휙 나가버리자 소녀가 조용히 일어나 뒤따라갔다.


“분명히 눈이 맞은 거야.”


중얼대는 할머니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딱 맘에 들었었는데...”


입맛을 다시는 할머니의 얼굴에 살벌한 미소가 감돌았다.


...


“내가 재수가 없는 놈이래.”


“누가 그래?”


“할머니가. 주변을 외롭게 만드는 나쁜 운을 타고나서 엄마도 아빠도 다 안 계신 거라고. 뭐, 살이 꼈다나?”


“그런 게 어딨어? 그럼, 나도 그런 거야? 잘됐네. 안 좋은 운끼리 만났으니 뭐 둘이 합치면 플러스 되는 거 아냐?”


소년이 신기한 눈으로 소녀를 봤다.


“너는 학교도 안 다니는 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책에서 봤어. 난 책이 좋거든.”


“신기한 아이네. 근데, 너 원래 이렇게 말을 잘했어?”


소년의 은근한 눈이 소녀와 만났다.


“그런가?”


소녀의 얼굴이 발그레 해졌다.


“지금이 더 좋아.”


소년의 말에 소녀의 입술이 달싹이더니 다리에 고개를 묻어버렸다.


“귀엽다.”


소년은 놀리는데 재미를 붙였는지 점점 소녀의 얼굴을 더 붉게 만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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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터널 24.04.16 4 0 11쪽
21 소녀의 잘못된 선택 23.09.19 8 0 9쪽
» 소녀와 소년 23.07.04 8 0 9쪽
19 문지기 방망이! 23.06.28 9 0 9쪽
18 불사가 아니야? 23.06.16 11 0 10쪽
17 누구냐 넌? 23.06.16 9 0 9쪽
16 망할 년 23.06.15 11 0 9쪽
15 응징 23.06.14 13 0 10쪽
14 디~게 나쁜데 머리 좋은 놈 23.06.13 15 0 9쪽
13 혼자 열리는 엘리베이터 23.06.12 14 0 9쪽
12 마녀 23.06.09 18 0 9쪽
11 마루 아래 검은 손 23.06.08 16 0 10쪽
10 학교에 간 드랍 인 23.06.07 14 0 9쪽
9 여린 마음의 능력자 23.06.06 16 0 9쪽
8 잘생긴 놈 23.06.05 13 0 9쪽
7 무당의 저주 23.06.02 14 0 9쪽
6 기 센 두 여자 23.06.02 14 0 9쪽
5 초희 한약방 23.06.01 18 0 10쪽
4 죽기 싫어! 23.06.01 18 0 10쪽
3 드랍아이 23.06.01 17 0 10쪽
2 문지기의 손녀 23.05.31 26 0 9쪽
1 문지기 김순덕 +2 23.05.31 8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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