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시간

0. 프롤로그

#1

어느 산 속에 위치한 연구소.

누가 봐도 깔끔하고 웅장한 외관에

국가적인 연구를 하고 있을 것처럼 보였다.

연구소 주변에는 산책로와 함께 이중으로 된 철책이

높다랗게 둘러져 있었다.

그 안에선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과 분홍색 가운을 입은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연구원이 아이들에게 나무를 가리키며 어떤 손짓을 하는 모습.

다같이 땅을 파며 노는 모습.

여유롭고 한가로운 분위기의 연구소였다.

유명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보다

이 곳 연구소에서 보내면

영재가 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의 연구소였다.

연구소 안에서는 많은 연구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2명에서 4명 정도의 연구원이 한 팀을 이루어 연구 중이었고, 각 팀마다 어린이가 한두 명씩은 꼭 있었다.

흰 가운만 아니었다면 평범하고 행복한 어느 가족과 같아 보였다.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였다.

행복해 보이는 것 외에 다른 공통점도 있었다.

몇몇 아이들이 모두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막대기 같아 보이기도 했으며 작은 공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2

연구소 메인로비.

연구원 두 명이 걸어 나왔다.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인상의 남자 연구원과 여성스러우면서도 다소 날카로운 고양이 같은 느낌의 여자 연구원.

한 팀으로 보였지만 다른 팀들과는 다르게 어린이는 같이 있지 않았다.

대신 그들의 패찰이 보였다.

“최진혁 연구원”과 “조지수 연구원”

그들은 서류뭉치를 들고서 차에 올라탔다.

“지수씨. 운전은 내가 할 테니까 네비게이션에 주소 좀 찍어주고 그 아이들 전부 모아뒀는지 연락해보시죠.”

진혁은 남성미 넘치는 목소리로 지수에게 부탁 아닌 명령을 했다.

“네. 근데.. 이 아이들 오늘 하루 안에 다 만나볼 수 있을까요?”

지수는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으로 대답하며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었다.

“거기 보면 내가 표시해둔 애들이 있습니다. 걔들만 추려서 검사해보죠.”

진혁은 시동을 걸고서 지수가찍어준 네비게이션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지수는 체크된 부분을 확인하며 나지막이 말했다. 서류에는 보육원 이름과 주소, 아직 이름이 없는 아기들의 보육원 입소 날짜와 생일이 얼핏 보였다.

“하긴, 한두 살 밖에 안된 애기들이랑 회의실 잡고 얘기할 것도 아니니까 괜찮겠네요.”

두 연구원은 연구소를 떠났다.

#3

야외에서 연구원들과 함께 있던 아이들 중 그 모습을 보고 한 여자아이가 옆에 있던 연구원에게 물었다.

“엄마, 우리는 언제 밖에 나가봐요? 저런 차는 언제 타봐요?”

그러자 '엄마'라고 불린 연구원이 나무에 붙어있는 벌레를 눈짓하며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조건을 내걸었다.

납득이 안되는 말과 함께 미소도 곁들여서.

“수진이가 저 벌레를 쉽게 잡을 수 있게 되면 나중에 같이 나가보자.”

수진이는 신나서 알겠다며 ‘엄마’ 연구원이 말한 벌레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보통 어린아이의 손이라면 고사리 같은 손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수진이의 손은 달랐다. 자그마한 상처들이 보였다. 긁히고 베이고 까진 작디 작고 거무튀튀한 손.

그 손엔 성인 주먹 만한 돌이 들려져 있었다. 마침 눈 앞에 이 나무의 꼭대기가 궁금해서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 풍뎅이를 발견한 수진이는 마치 보물찾기에서 보물을 찾은 것 마냥 좋아하며 벌레에게 다가갔다.

‘퍽’

[하무린]

작가님 잘 보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