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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SPY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 교수의 은밀한 이중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IMSPY
작품등록일 :
2022.04.06 21:17
최근연재일 :
2022.04.06 21:21
연재수 :
2 회
조회수 :
89
추천수 :
0
글자수 :
7,296

작성
22.04.06 21:20
조회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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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5쪽

프롤로그.

DUMMY

"우린 지금부터 은행을 턴다."


"....예?"


그저 웃기려고 한 철 지난 농담인 줄 알았다.


만우절은 한 달 전에 끝난 지 오래였으니까.


그런데... 이 남자,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다.


심지어 저 오른손에 쥐고 있는 검은 복면은, 이미 여러 번 사용했는지 때까지 탄 흔적도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집 나가려던 어이를 겨우 붙잡고, 나는 침착하게 물었다.


"카일 교수님 진심이세요?"


말이 안 된다.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슈트 차림의 남자는 비록 기간제이긴 하지만 나름 아카데미의 교수직을 맡은 사람이다.


아무리 교수들이 괴팍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부류이긴 해도.


은행을 털자는 게 진심일 리가 없다.


-라고 생각했다. 친절하게 내 손에 검은 복면을 쥐여주기까지는.


"진심이냐고...? 난 항상 진지하다고. 앞으로 책임져야 할 입이 늘었으니, 돈을 미리 챙겨두려는 것뿐이야. 그리고 이건 자네 거야. 사이즈가 작거나 크면 말하도록."


초점 잃은 눈으로 검은 천 쪼가리를 바라보는 나를 뒤로한 채, 카일은 복면을 뒤집어썼다.


그리고 삐죽 튀어나온 검은 머리카락을 정돈하곤 말했다.


"가자."


"잠깐만요!!!!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다급히 달려들어 말려봤지만, 카일은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뭐가 문제지? 은행을 털면 돈이 많아진다. 돈이 많으면 실험실이 풍족해진다. 실험실이 풍족해지면 워든 군의 월급도 많아진다. 모두가 WIN-WIN인 상황이 아닌가?"


"당신은 교수라고요!!! 그것도 동부 연합령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옥스포트 아카데미의!!!"


"어차피 기간제야. 여차하면 짤리면 그만이란 말씀.... 이른바 무책임한 쾌락이랄까?"


'일리가... 있어?'


솔직히... 아주 솔직히. 순간 혹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역시나 그럴듯한 개소리였다.


나는 붉은 머리카락을 한껏 헝클어트리며 절규했다.


"그게 당신 입에서 나오면 안 되죠!!! 차라리 학교에다가 예산 신청을 넣던가!!"


"워든, 자네는 참 생각이란 게 없군."


".... 생각이 없는 건 교수님인 것 같은데요....? 아 정정하겠습니다,. 지금 보니까 뒤도 없으신 것 같네요."


"허허. 뚫린 입이라고 아주 32분의 1박자로 신명 나게 씨부려데는구나. 주변을 봐보렴. 뭐가 보이지?"


"이름 모를 풀떼기가 든 병.... 알코올램프 위에 끓고 있는 수상한 액체.... 그리고 용도를 알 수 없는 수상한 가루...?"


"내 전공이 뭐라고?"


"약초학······. 이죠?"


"네가 장학사라면 온종일 산에서 풀때기 캔 걸로 죽이나 끌이고 있는 실험실에 예산을 넣어 주고 싶을까?"


"..........."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카일 교수의 전공은 '약초학'.


엘도라도 대륙 서쪽에 자리 잡은 '황혼의 제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학문.


하지만 동부 연합령에서는 매우 생소한 분야다.


애초에 워든조차도 카일 교수를 만나기 전까지는, 아카데미에 약초학 교수가 있는지도 몰랐다.


딱히 맡은 강의도 없었으니까....


그런 학문을 담당하는 교수가, 장학사의 눈에 곱게 보일 리도 없을 테니... 예산 지원이 잘 이루어질 리도 없을 터.



왜 갑자기 존나 정상적인 논리를 펼쳐서 설득당하게 만드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말은 틀린 것 하나 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하물며 이곳에 발을 들인 순간, 마약 제조를 하는 줄로만 알았.... 에이 설마 아니겠지..?


지금 복면을 쓴 카일 교수와 실험실을 다시 보니까 영락없는 범죄자 소굴이다.


머릿속에 떠오른 잡생각을 떨치기 위해, 나는 고개를 힘차게 내저었다.


"아무튼!!! 절대 안 돼요. 실험실에서 일하라는 권유는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한 뒤 결정할 테니까. 오늘은 이만 가 볼래요."


"....아니."


-쾅! 갑자기 뒤에 활짝 열려 있던 문이 닫혔다.


바람 때문은 아니었다.


이곳 아카데미는 유독물질이나 마법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강의실마다 공간분리 결계가 걸려 있다.


그 말인즉 슨, 공기의 흐름이 막혀 있다는 것이고.


바람 역시 불지 않는다는 말씀.


그리고 이 사실을 바꿔말한다면....


"거절은.... 거절한다. 넌 재능이 있어."


사악한 미소를 한 채로 다가오는 이 남자가 문을 닫았을 확률이, 99.99%라는 것.


"이익······. 히이이익!!!!!! 저리 가!! 저리 가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아르바이트로만 끝내기는 아쉬워... 역시 넌, 대학원생이 되어 줘야겠다...."


"밖에 아무도 없나요?!!! 여기 사람 있어요!!!!!!!"


-쾅쾅!!!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뒤로 달려가 문을 두드렸다.


-덜컹덜컹...


하지만 현재 시각은 밤 11시.


사람이 있을 수 없는 시간.


"포기하면 편해..."


어디선가 들려오는 망령들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나는 흐느끼듯 외쳤다.


"사람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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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화. 함정 22.04.06 30 0 11쪽
» 프롤로그. 22.04.06 60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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