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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SPY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민주주의 배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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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SPY
작품등록일 :
2021.08.08 16:04
최근연재일 :
2021.08.08 16:07
연재수 :
2 회
조회수 :
78
추천수 :
0
글자수 :
9,710

작성
21.08.08 16:06
조회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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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0화-똑똑 민주주의가 왔어요

DUMMY

"배달이요!!!"


성대한 외침과 함께 문이 박살 났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대화 소리로 가득했던 방이었지만,


이젠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당연했다.


그 어떤 배달원이 일 처리를 이런 식으로 하겠는가.


심지어, 방안으로 걸어들어온 배달원의 양손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우린 음식을 시킨 적이 없네만?"


성당에서 볼법한, 사제복을 입은 노인이 말했다.


그는 애써 인자한 목소리로, 배달원을 타일렀다.


한창 중요한 의식이 진행 중이었고, 이를 망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마음 같아선 죽여버리곤 싶지만.`


혹시라도 모를 변수는, 최대한 없는 게 좋다.


"여기가 맞는데···."


"얼른 돌아가게, 여긴 아무나 올 수 있는 데가 아니니까."


"아 여기가 맞는데??"


슬슬 인내심에 한계가 찾아온다.


배달원의 헬멧에 노인의 일그러진 얼굴이 비춰졌다.


참아야 한다.


노인은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목구멍까지 올라온 욕을 억눌렀다.


그리고 배달원에게 물었다.


저리 간절하게 말하는데, 뭘 가져왔는지 들어주는 게 예의겠지.


"그래. 뭘 배달하러 왔나?"


"데모크라시."


"뭐라고?"


"민주주의요."


생전 처음 듣는 단어에 노인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음식 이름이 맞기는 하는가?


"그게 뭔가?"


"어···. 이게 민주고요."


배달원은 미소를 띠며 왼손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이게 주의에요."


그대로 노인의 안면에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었다.


""교주님!!!""


"이게 무슨 행패입니까!!"


행패라니.


웃기지도 않는 소리 말라지.


배달원, 레이븐은 헬멧을 벗으며 말했다.


"특무 집행부, 시리얼 넘버 9. 배달통, 스탠바이."


//허가한다.//


휴대하고 있던 마정석으로 짧은 통신을 주고받은 레이븐,


그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허락도 떨어졌겠다.


이젠 마음껏 날뛸 예정만 남았다.


모든 윤리의식을 벗어던진 레이븐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목을 풀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흔들 때마다, 검은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그였음에도,


방 안에 있는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흡사 `악귀`와 다름없었다.


"여···. 연방 요원이었나···!"


"정답. 민주주의를 배달해드리러, 몸소 행차했지. 불만 있는 사람?"


"".....""


손을 드는 사람도, 말을 꺼내는 이도 없었다.


다들 입을 굳게 다문 채, 레이븐을 바라보기만 할 뿐.


"변호사···. 변호사를 데려와!!!"


사제복을 입은 채로 쓰러져 있던 노인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나는 연합령의 시민이다!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을 이유가 전혀 없는 몸이란 말이야!"


레이븐의 표정은 점점 썩어들어갔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이놈의 범죄자들은 불리할 때만 변호사를 찾는단 말이지.


즉결심판권만 있었다면, 벌써 5번은 죽이고도 남았다.


하지만 절차는 절차.


레이븐은 연방 요원으로써 절차를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변호사라. 그래, 당연히 불러드려야지."


"ㅇ ㅙ···. 왜 내게 다가오는 건가?"


물론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절차였다.


"인사해, 전 변호사라고."


품 안에서 꺼내 든 것은 검은색 무언가.


세간에서는 `전기충격기`라고 부르는 물건이었다.


"가아아아앍"


인간의 목소리가 맞나 싶은 비명이었다.


비명이라기보다는 거품을 물면서 나오는 효과음 같기도 했다.


바닥에 널브러진 노인은 이따금 움찔거리기도 했지만,


곧 얌전해졌다.


"잠시 소동이 있었어요. 여러분들은 협조해 주실 거죠?"


분위기 전환을 위해 레이븐이 밝게 웃으며 말했지만, 이미 주변 분위기는 개판 5분 전이었다.


당연하게도 대답은 없었다.


"저희한테 왜 이러시는 건가요..."


"왜 그러긴요. 죄를 지었으니까 벌을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레이븐의 말에, 몇몇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서로를 껴안고 위로하는 이들도 있었다.


역겹다.


그들의 위선이.


같은 공간 안에서 숨 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레이븐은 성큼성큼 걸어, 반대편 문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문을 열려는 순간.


"죽여."


어느새 정신을 차린 노인이 내린 지시에, 모두가 레이븐을 향해 달려들었다.


칼, 도끼, 창.


각양각색의 날붙이들이 레이븐에게 쇄도했다.


베이고, 찍히고, 찔렸다.


곧 실내에는 피 냄새로 가득했다.


"끝인가?"


레이븐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통이라는 범주를 넘어선, 죽음의 영역에 이르는 상처들이었지만,


그는 미동조차 없었다.


//올바른 선택이었길 바라지//


살기가 삽시간에 방을 가득 채운다.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로, 짙고 강렬한 죽음의 향기가.


모든 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심지어 레이븐은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져 있었다.


`이대로 있다간 죽는다`


동물적 감각이 외쳐댔다.


조금이라도 살고 싶다면, 도망가라고.


하지만 왜 움직일 수가 없는 거지.


"죽음을 두려워하는 작자들이 왜, 다른 이들의 절규를 듣고도 무시했을까나?"


"우린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맞아, 교주가 다 시킨 거야. 우리도 별다른 방도가 없었어!"


같잖긴.


어쩔 수 없었다.


시키는 대로 따랐을 뿐이다.


모범답안 마냥, 똑같은 대답들 뿐이다.


이들은.


이런 말을 한다고 손에 묻은 피를 씻어낼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건가.


참으로 어리석긴.


레이븐은 허공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저쪽이 공격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집행//


-캉!!!


그는 검 보랏빛 검을 크게 한번 휘둘렀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간결한 참격.


교범에서나 볼법한 구닥다리 검술이지만,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벌레를 죽이는데, 화려한 도구를 사용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레이븐은 검집을 닫으며 말했다.


"들어가도 될까."


문 너머로 대답은 없었다.


무리는 아니겠지.


두려우니 당연해.


레이븐은 인내심을 갖고 문 앞에서 대기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방안에서 자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딱 봐도 앳된 소녀의 목소리다.


"들어갈게?"


그래도 한 번 더 물었다.


문이 열리자 한 소녀가 보였다.


그녀는 온몸을 묶인 채로, 발가벗겨져 있었다.


의식을 진행하던 와중이었나.


레이븐의 생각을 증명하듯, 바닥에는 마법 진들로 가득했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그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겠지.


레이븐은 소녀에게 손을 뻗었다.


"안 돼요!!"


소녀의 경고와 함께 발동한 마법진이 폭발했다.


-쾅!!


손목뼈가 드러날 정도로 심각한 상처를 입었지만,


레이븐은 눈가를 살짝 찡그릴 뿐이었다


"괜찮아요?"


소녀의 물음에 레이븐은 인자한 미소로 화답했다.


차갑다.


은색으로 빛나던 그녀의 머리카락은, 마치 눈으로 만들어진 실을 만진 것 같았다.


"뭔···?"


말도 안 된다.


그저 머리를 쓰다듬은 것 뿐인데.


물에 얼룩을 지우듯이, 상처가 사라진다는 게 가능한 일이었던가?


최고급 하이포션도, 최상위 클래스의 치료사도,


이 정도 속도는 불가능하다.


레이븐은 소녀의 몸을 코트로 가린 다음, 그녀를 들춰 안았다.


`이 힘은 위험해. 절대 알려져서는 안 된다.`


소녀를 위해서라도, 이 힘은 비밀로 감춰야 한다고,


레이븐은 판단했다.


"이름을 말해줄 수 있을까?"


"알렉산드리아. 친구들은 저를 알렉이라고도 불러요."


---


이날은 둘의 첫 만남이자, 레이븐이 요원 생활을 그만둔 날이었다.


작가의말

안뇽하세용 1화빌런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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