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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sj 님의 서재입니다.

뱀파이어 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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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sj
작품등록일 :
2018.04.09 10:34
최근연재일 :
2018.06.16 12:27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5,569
추천수 :
255
글자수 :
100,923

작성
18.05.09 23:25
조회
713
추천
7
글자
8쪽

[18화] 월광도제

DUMMY

사천이 풍종호를 따라 도착한 곳은 한정원 뒤편에 위치한 후원.


울창한 숲과 폭포 아래로 영롱하게 맑은 호수. 그 호수 아래로 반짝이는 조약돌까지.


청룡파에서도 가장 절경이 빼어난 한정원 후원을 배경으로 담예린은 사천을 기다리며 서 있었다.


그때.


‘정말 살아 있었구나.’


사천은 자신을 기다리는 담예린을 발견하고는 더 분주하게 발을 움직였다.


한 걸음, 두 걸음.


점점 그녀와 가까워지자 그의 발걸음은 조금씩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눈앞에 보이는 담예린의 뒷모습에도 믿기지 않은 것이다.


그녀가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것이.


그렇게 한참 사천이 그녀의 뒷모습에 넋을 놓고 있을 때.


호수 끝에 서서 폭포를 응시하던 담예린은 인기척을 느끼고 천천히 몸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내 두 눈을 마주친 담예린과 사천.


죽었다고 생각했던 그녀가 살아있다는 반가움 때문인가?


왠지 모르게 그녀의 시선에 사천의 심장은 미칠 듯이 쿵쾅거렸다.


죽다 살아난 이후, 자주 그녀에게 심장이 이상한 반응을 했으니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폭포를 배경으로 서있는 그녀가 마치 다른 존재처럼 느껴졌다는 것.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산의 시원한 정기를 끌어모아 만든 신령스러운 존재처럼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사천에게 있어 햇살을 등지고 걸어오는 그녀는 그야말로 눈을 뗄 수 없는 한 폭의 명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화 그 자체였다.


“사천!”


담예린이 사천을 반갑게 불렀다.


“담예린······”


사천은 그녀의 이름을 속삭이듯 읊조렸다.


“정말 살아 있었구나. 다행이다.”


담예린이 사천을 보며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


하지만 사천은 무슨 일인지 그저 그녀의 미소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고······


휘잉.


소슬한 바람에 그녀의 치맛자락이 흔들렸다.


그 바람 사이로 그녀의 달콤한 냄새가 사천을 향해 또 퍼져나갔다.


‘또다. 미칠 것 같은 이 달콤한 냄새.’


그 정신을 몽롱하게 하는 달콤함 때문이었을까?


“담예린.”


“응.”


“다음부터는 내 앞에서 그런 미련한 짓 하지 마라.”


사천이 그녀를 향해 정색하며 말했다.


“미련한 짓?”


“그래 미련한 짓. 돼지야.”


“뭐?! 돼지?”


담예린이 당황스러운 그의 반응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미련한 돼지. 너는 그렇게 뛰어든다고 전부 해결될 줄 알았던 것이냐? 생각이 없는 거야? 그들이 노리는 건 너의 목숨이었다. 내가 막는 동안 도망을 갔으면 적들은 갈라져 너를 추적했을 테고, 내가 살 확률이 더 높아졌겠지.”


잠깐 숨을 고른 사천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네가 그렇게 허무하게 몸을 날려 적들의 손에 넘어가는 바람에 오히려 내 목숨은 더 위험에 처했었다. 설마 바보같이 그들이 너를 죽이고 난 후, 나를 그냥 두고 갈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냐?”


사천은 화가 났다.


지난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의 무력감이.


과거 최고의 자리에 오른 후,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그런 감정······


그 때문인 건지 아니면 그녀에게 나는 달콤한 향기 때문인 건지.


어디 다친 곳 없냐며 물어보고 싶었던 사천의 입에서 다른 말들이 튀어나왔다.


담예린의 얼굴은 순간 붉게 달아올랐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한 거야?”


그녀는 자신 때문에 또 자신의 곁에 있는 누군가가 죽는 것을 볼 수 없었다.


그 죄책감을 겪는 것은 한 번만으로도 족했으니까.


자신이 깨어났을 때조차 그의 안위가 가장 먼저 걱정됐고, 사천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 어느 때보다 기뻤다.


한데 눈앞에 있는 사천은 정색을 하며 내게 화를 내고 있었다.


뭐 나 때문에 자기의 목숨이 더 위험해졌다고?’


그것이 진심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담예린은 그의 반응에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어. 듣기 싫으면 다음에는 그런 미련한 짓은 생각지도 마.”


그때였다.


“건방지구나.”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풍종호가 입을 열었다.


풍종호는 예의를 굉장히 중요시하는 사내였다.


그런 그가 사천의 건방진 말투에도 우선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어젯밤 그 큰일을 겪었으니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담예린을 대하는 태도에 더는 가만히 지켜보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누구지?’


담예린이 사천의 옆에 있는 풍종호에게 시선을 돌렸다.


말끔한 이마를 드러낸 흐트러짐 없이 단정된 짧은 머리와 짙은 이목구비, 꼭 빼입은 도포에서도 느껴지는 떡 벌어진 어깨와 장신의 키.


처음에는 반가운 사천의 얼굴에 미처 인식하지 못했지만, 그에게서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중후한 기품이 느껴졌다.


이내 담예린의 시선이 풍종호의 등 뒤에 있는 청월도(靑月刀)의 손잡이로 향했다.


‘달을 품은 용 모양의 손잡이. 청월도?’


담예린은 풍종호 문주를 본 적은 없지만, 워낙 명성이 자자하였기에 그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의 별호는 월광도제(月光刀帝).


이름 그대로 육척이 넘는 거대한 대도를 휘두를 때마다 달처럼 푸르스름한 빛이 번쩍거린다 해서 붙은 별호였다.


그리고 그의 별호에 맞추어 무림인들은 그의 도를 푸를청에 달월 자를 붙여 청월도라 불렀다.


“혹시 풍종호 문주님이 아니신가요?”


담예린이 풍종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하다. 내가 청룡파의 문주 풍종호이다.”

“죄송합니다.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인사가 늦었습니다. 천진문파 담중헌의 막내딸 담예린이라고 합니다. 도움에는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얼굴은 처음 보니 그럴 수도 있지.”


말을 건넨 풍종호가 사천을 다시 바라봤다.


“네가 모시는 분은 검황님의 후손이다. 존칭 없이 부르는 것도 모자라 주인을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무례하구나.”


‘보통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의 문주였던 거야?’


사천은 아무 말 없이 풍종호를 불편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허··· 이제는 내가 누군지 알면서도 내 말에 답도 하지 않는 것이냐?!”


풍종호의 호통에 담예린은 순간 지난 밤 사천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

‘혈통? 적통? 그저 자신들이 가진 걸 놓고 싶지 않은 그들의 핑계일 뿐이야.’


‘아무것도 없이 태어난 것도 억울한데. 평생을 그저 운 좋게 태어난 사람을 위해서 살라고? 웃기지 말라 그래. 혈통 적통으로 나를 밟으려 든다면 부숴버리면 돼. 그게 나 사천이 살아왔던 방식이니까.’

]


‘큰일이다.’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담예린이었다.


여기서 그가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대했던 것처럼 풍종호 문주에게 행동한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었다.


풍종호 문주님은 혈뢰 문주님과는 다르게 혈통과 예의를 굉장히 중요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말이 없는 것이냐? 방금 깨어났기에 적당히 말로 타이르려 했더니. 안 되겠구나.”


사태가 심각해짐을 느낀 담예린은 풍종호의 앞을 가로막고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풍문주님. 산속에서 오래 지내서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아이입니다. 제가 잘 타이르도록 하겠습니다.”


풍종호가 담예린을 내려다봤다.


사천은 뭔가 말을 더 꺼내려다 말고 멈춰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젠장. 이제는 그녀에게 보호까지 받는 건가.’


사천은 화가 났지만, 더 나서지는 못했다.


지금은 풍종호라는 거대한 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젠장!’


사천은 그저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뒤로 돌아서 자리를 피했다.


풍종호는 그런 그의 뒷모습과 담예린을 번갈아 바라봤다.


‘재밌는 조합이군. 검황의 후손과 산속의 소년이라.’


“오늘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지. 하지만!”


풍종호가 엄중한 표정을 지었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야. 방금 같은 상황을 다른 사람이 보게 된다면 검황의 후손으로서의 자질을 의심받게 될 것이니. 이곳에 있는 동안에는 위치에 맞게 처신을 잘하도록.”


“예. 명심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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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누굴 데려간다는 거야? +3 18.06.16 672 10 7쪽
25 [24화] 누굴 데려간다는 거야? +2 18.06.09 554 7 8쪽
24 [23화] 누굴 데려간다는 거야? +1 18.06.02 580 8 14쪽
23 [22화] 의심 +1 18.05.26 615 7 9쪽
22 [21화] 대련 +2 18.05.18 633 11 7쪽
21 [20화] 대련 +1 18.05.17 689 10 10쪽
20 [19화]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1 18.05.12 713 9 9쪽
» [18화] 월광도제 +2 18.05.09 714 7 8쪽
18 [17화] 청룡파 +1 18.05.05 686 8 8쪽
17 [16화] 청룡파 +2 18.05.03 740 6 7쪽
16 [15화] 사천의 폭주 +2 18.04.27 739 7 8쪽
15 [14화] 사천의 폭주 +1 18.04.23 790 10 7쪽
14 [13화] 누구 맘대로 죽을 목숨이래 +2 18.04.22 787 10 7쪽
13 [12화] 검황의 후손 +4 18.04.21 821 10 14쪽
12 [11화] 추격 +3 18.04.18 920 9 10쪽
11 [10화] 사천의 파문. +2 18.04.17 996 6 10쪽
10 [9화] 뱀파이어의 능력 +4 18.04.15 983 7 9쪽
9 [8화] 호랑이는 아닌가 봐요? +2 18.04.14 987 8 13쪽
8 [7화] 좋겠네, 이런 녀석이 좋아해 줘서. +2 18.04.14 1,047 10 7쪽
7 [6화] 쥐어패달라고 +4 18.04.11 1,081 9 7쪽
6 [5화] 여기 있었네. 검마. +2 18.04.10 1,245 8 8쪽
5 [4화] 흑룡문파 +3 18.04.09 1,311 10 8쪽
4 [3화] 칠 인의 영웅 +2 18.04.09 1,572 14 13쪽
3 [2화] 첫 만남 +2 18.04.09 1,733 18 9쪽
2 [1화] 부활(復活)의 장 +6 18.04.09 1,903 16 6쪽
1 [프롤로그] +5 18.04.09 2,003 2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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