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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숲이랑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공방의 천재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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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숲이랑
작품등록일 :
2022.10.26 13:11
최근연재일 :
2022.12.04 16:4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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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0,227

작성
22.11.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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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보조 코어 (4)

DUMMY

<수륜탄환>의 맹렬한 파공음이 점차 이안에게서 멀어졌다.


압축한 물 계열 마법에 회전을 더하여 파괴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킨 일격.


수증기로 시야가 차단된 상황 속에서 이안은 오직 마력 탐지만으로 놈의 행동을 파악하였다.


정령이 휙- 하며 내저은 손길에 완전히 분해된 마법은 놈에게 닿지 못하였다.


“후..”


저놈이다.


지금껏 맡아온 프라지아 향의 근원지가 불의 정령일 터였다.


두 마리의 정령, 하나의 향.


저놈의 코어가 발산하는 향기가 다른 정령의 향기를 완전히 덮을 만큼 강하단 의미다.


이안은 불의 정령이 다다른 경지가 자신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음을 직감했다.


‘얼마나 남았지.’


전투가 시작되고 이제 막 2분쯤 지났을 거다. 어쩌면, 그보다 짧을 수도 있다.


저놈을 상대로 사이펜이 오기까지 버틸 수 있을까.


화염구 하나를 완전히 막아내는 데에 소모한 스톡이 세 개였다. 남은 스톡은 총 아홉 개.


단순하게 앞으로 세 번의 공격을 더 막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어렵겠어.’


더욱 짙게 내려앉는 프라지아 향이 살갗을 타고 느껴졌다.


결국 이안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었다.


버텨내야 했다.


어떻게든.


**


화르르륵-


수증기를 뚫고 화염구가 쏟아진다.


나는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도약하였다. 피할 수 있는 공격은 피해야 한다.


최대한 스톡을 아끼고 아껴서 정말 필요한 시기에 꺼내는 게 현명할 터였다.


다행인 점은 ‘이안’이 기사학부였다는 사실이다. 몸을 쓰는 전투에 익숙한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다시금 <수륜탄환> 쏘아냄과 동시에 손을 뻗어 놈에게 던졌던 검을 회수하였다.


“신기하네.”


<수륜탄환>을 대수롭지 않게 쳐낸 그의 낮은 중저음이 귓가에 울렸다.


“미로를 뚫고 여기에 들어온 사람은 지금껏 없었는데.”


일순간 주변의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하였다. 사방에 깔린 수증기를 완전히 소멸시키자 나를 내려다보는 불의 정령과 시선이 마주쳤다.


무서우리만치 차가운 눈동자에 내 모습이 맺혔다.


정령술사가 천천히 시선을 돌려 로브를 뒤집어쓴 채 쓰러진 사람들을 응시했다.


“..하아.”


깊은 한숨을 토해내는 그의 모습에 검을 쥔 손위로 핏줄이 불거졌다.


짧은 대화의 틈 속에서 두 개의 스톡을 새롭게 추가하고는 전투태세를 잡았다.


놈의 형체가 시야에서 벗어난 건 바로 그때.


콰득-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정령의 주먹이 복부를 강타하였다. 다리가 땅에서 떨어지더니 그대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커헉!”


아주 잠깐이지만, 숨이 멎은 기분이다. 울컥- 쏟아지는 검붉은 핏물이 땅을 적신다.


망할. 근접전이라고?


못 피할 정도는 아니다. 설마 근접전을 할 것이라곤 예상치 못하여 당한 거지.


갈비뼈 한두 개 부러진 걸로 놈의 공격법 중 하나를 파악했으니 다행이라 여겨야 했다.


그리고 나 또한 가만히 당하고 있던 것만은 아니다.


<방전>


콰지직!


정령의 아래에서 새파란 전격이 굉음을 내며 퍼져나갔다.


놈이 뒤로 도약하여 <방전>의 시전 범위에서 벗어나자 곧장 여섯 번째 스톡을 해제하였다.


<대강풍(大強風)>


수직으로 떨어지는 거센 바람이 놈을 휩쓸었다. 바람결에 휩쓸려 땅바닥에 처박힌 정령이 작은 신음을 토해냈다.


공격권을 잡았을 때, 더 몰아붙여야 했다.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올지 모르는 일이니까.


오러로 뒤덮은 검을 크게 휘둘러 반원을 그렸다.


아직 공간을 떠도는 <대강풍>의 바람을 타고 더욱 빠른 속도로 질주한 검기가 놈의 가슴팍에 명중한 순간.


쿠드드드드득-


내가 시전한 <대강풍>을 화염 계열 마법이 잠식하였다. 불길을 머금을 바람이 경로를 바꿔 나에게로 되돌아왔다.


물 계열 스톡 네 개를 해제하며 간신히 놈의 공격을 빗겨냈지만, 어깨를 스친 탓에 옷자락이 새까맣게 불타올랐다.


아찔한 통증에 이를 악물었다. 감각을 잃은 오른팔 대신 왼팔로 검을 들었다.


화르르륵-


어느샌가 천장을 가득 채운 푸른 불길이 장대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하나라도 맞으면 죽음이란 생각이 들 만큼 강렬한 ‘염화’.


막을 수 있나?


물 계열 스톡을 네 개쯤 해제하면 어떻게든 막아내긴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스톡이 너무 빨리 소모된다.


나는 단 하나의 스톡만을 해제하였다.


<중력역전>


범위는 나를 중심으로 10미터. 마법의 구현 범위에 들어가는 모든 것들이 떠올랐다.


내리꽂히던 염화의 화살이 <중력역전>의 여파로 허공에서 정지하는 순간, 놈이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대강풍>


정령이 시전한 염화의 화살을 그대로 되돌려주었다.


푸른 불꽃이 정령을 향하여 쇄도한다. 여기에 지금 막 구현을 마친 마법 하나를 더 추가하였다.


<뇌옥(雷獄)>


파직-


거대한 구의 형상을 한 감옥이 놈을 휘감았다. 내리치는 전격과 쇄도하는 염화가 정령을 강타한다.


“..하, 귀찮은 놈이네.”


쩌엉!


고도로 압축한 마력이 퍼져나간다.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지는 염화의 화살.

균열이 생긴 <뇌옥>이 유리처럼 쪼개져 형체를 잃었다.


“신입 경비대장인가? 나이는 어려 보이는데.”


턱선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는 핏물을 닦아낸 그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살기가 맺힌 눈동자가 나를 직시하였다.


정령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작은 파편이 튀며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염화를 담은 정권이 내 얼굴을 노린 채 내달렸다.


쾅-


검으로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반발력을 이기지 못한 몸이 또다시 뒤편으로 나가떨어진다.


후두둑- 떨어지는 핏물에 정신이 잠시 몽롱해졌다.


“하아..”


가까스로 흐릿해진 사고를 바로잡으며 시선을 들어 올렸다.


“쿨럭!”


피가 시야를 가린다. 얼마나 심하게 다친 건지 모르겠다만, 하나는 명확하다.


패색이 짙어졌다는 것.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이상한 점이 있긴 하다. 저놈의 마법은 분명 나보다 몇 수는 앞서 있지 않나.


그럼에도 굳이 근접전을 섞어서 나를 공격하였다.


내가 놈이었다면, 불필요한 근접전을 배제하고 염화의 화살만을 쏘아내 빠르게 승기를 잡았을 텐데.


나를 농락하는 건가.


전투 중에 상대를 농락한다고?


어림없는 소리다. 서로를 처음 보는 실정에 상대의 경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가지고 노는 것만큼 멍청한 짓이 또 없다.


어지간한 머저리가 아닌 이상에야 그럴 리가 있나.


분명 저놈이 근접전을 섞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리라.


순간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들의 아래에 깔린 거대한 술식이 시야에 들어왔다.


인첸트 계열.


즉, 부동 마력을 사용한 술식이다.


머리가 번뜩인다. 불의 정령은 필시 마력의 대부분을 저 술식을 그리는 데에 사용했을 터였다.


그렇기에 비교적 마력 소모가 덜한 근접 전투를 섞었겠지.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또 한 번의 마법 전투가 끝나면 놈은 거리를 좁혀 근접전으로 전환할 거다.


이어질 공방만 버틸 수 있다면 분명 기회가 내 쪽으로 온다.


남은 스톡은 다섯 개.


거친 숨을 내뱉으며 놈을 응시하였다.


쩌적-


일그러진 땅바닥 사이로 시퍼런 염화가 균열의 틈을 비집고 모습을 드러낸다.


불기둥이 치솟는다. 몸을 던져 가까스로 피해냈지만.


무겁다. 몸이 너무나도 무겁다. 마치 어깨 위에 철근을 짊어지고 싸우는 기분이다.


한계에 다다른 것이었다.


치솟는 불기둥을 스톡 네 개를 소모하며 파훼하였다.


남은 스톡 한 개.


푸욱-


날카로운 불화살이 허벅지에 명중하였다.


다시금 바닥의 균열에서 치솟는 불기둥. 나는 검을 역수로 쥐고 땅에 꽂았다.


거대한 화마에 삼켜지기 전, 마력을 응축시킴과 동시에 그대로 발산하여 불기둥을 소멸시켰다.


그리고 이내 놈이 거리를 좁혔다.


허벅지를 꿰뚫은 불화살에 기동성을 잃었다. 어깨를 스친 화마에 오른팔은 감각도 없다.


정령의 일격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다. 마력을 한껏 압축한 정권이 얼굴로 떨어진다.


지금이었다.


마지막 스톡을 해제하고는 검을 버린 왼손에 철제 상자를 들었다.


정권과 맞닿은 스톡 마법이 충격을 완화했지만, 온전히 막아낼 순 없었다.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와중에 나는 내가 있던 자리에 철제 상자를 던졌다.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희미한 정신을 집중했다.


염동력으로 철제 상장의 윗단을 돌리자 철컥- 하며 맞물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조 코어의 윗단을 돌리면 보관 중이던 마력이 소유자에게로 돌아가는데, 여기서 소유자는 본래 마력의 주인을 뜻하지 않는다.


마력은 ‘보조 코어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대상’에게로 전해진다.


타인의 마력은 독이다. 과도한 주입은 사망에 이를 만큼. 저 보조 코어엔 내 ‘하루치’의 마력이 담겨있다.


“크흡!!”


정령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이는 하나의 강제력.


보조 코어가 발산하는 마력이 자신의 육신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내고 있을 터였다.


이젠 시간 싸움이었다.


저놈이 내 마력을 완전히 몰아내는 게 빠르거나, 사이펜이 도착하는 게 빠르거나.


나는 후자가 빠르길 기도하며 벽에 몸을 기대었다.


천근과도 같은 눈꺼풀이 닫힌다. 다시금 눈을 떠도 비슷한 장면이 눈앞에 그려진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이제 정령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거다.


망할 사이펜. 더럽게 느리네.


정령의 손끝에 서린 불꽃이 나에게로 향하였다. 죽음이 한 걸음 앞까지 다가온 순간, 한기가 내려앉았다.


정령의 불꽃을 꺼뜨리며 생성되는 <빙결의 장막>이 나를 중심으로 방어선을 구축하였다.


터벅-


고대하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나는 반쯤 감긴 눈으로 입구를 바라보았다.


정갈한 제복. 가슴팍에 새겨진 로스텐의 문양. 얼굴에 가득한 흉터.


로센 교수의 눈동자에 서슬 푸른 살기가 맴돌았다.


그의 뒤를 따라 들어온 사이펜의 대검에 거대한 오러가 번뜩였다.


**


‘5구역이라..’


이틀 전, 에페리아를 출발한 로센은 데르케인에 도착함과 동시에 이안의 저택을 방문하였다.


5구역으로 향했다는 동거인의 말에 발길을 재촉한 그는 근방에서 마주한 사이펜과 거대한 미로처럼 얽힌 술식을 깨뜨리고 안으로 진입하였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다 죽어가는 이안의 모습.


“쉬어라.”


몇 겹에 걸쳐 생성한 장막 속에서 이안이 기절한 것을 확인하자 로센은 마력을 끌어올렸다.


“빠르게 끝내도록 하지.”


이안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최대한 빠르게 정령을 처리하고 사제에게 데리고 가야 했다.


로센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나자 사이펜은 익숙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정령이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허공에 생성된 빙결의 칼날이 쇄도하여 놈의 움직임을 봉쇄하였다.


염화로도 녹지 않는 칼날에 정령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콰드드득!


그때, 사이펜의 검이 내리꽂혔다. 공간을 가르는 듯, 가공할 위력의 검기가 정령의 몸을 꿰뚫고 지나갔다.


“죽이면 안 돼.”


로센은 냉철한 판단을 내렸다.


당장이라도 정령의 목을 날리고 싶었지만, 놈에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았다.


사이펜의 검기에 휘말린 정령의 입에서 새빨간 핏물이 후드득- 쏟아진다.


톡-


천장에서 새하얀 눈꽃이 정령의 위로 떨어졌다.


눈꽃은 이내 폭설이 되어 도망가려 발버둥을 치는 정령의 육체를 완전히 포박하였다.


그대로 몸이 굳은 정령에게서 로센은 시선을 돌렸다.


“경비대를 이곳으로 불렀네. 이제 곧 도착하겠지.”


사이펜이 이안에게 다가가 응급처치를 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차라리 같이 다니는 편이 이안에겐 안전했을 터였다.


이런 수준의 정령이 데르케인 내부에 있으리라곤 예상치 못한 게 문제였다.


“생명에 지장은 없을 거네. 사제에게 치료를 받으면, 흉터도 남지 않을 거고..”

“다행인 일이군.”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로센이 돌연 말문을 열었다.


“그래서.”


둘의 시선이 교차하였다.


“자네는 10년 동안 이런 곳에 있었나. 얼굴도 바꾸고. 팔도 자르고. 죽은 것처럼 조용히.”


정령이 새긴 술식을 관찰하던 사이펜은 얼마 지나지 않나 도착한 경비대를 확인하곤 걸음을 옮겼다.


“따라오게. 여기서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라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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