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u***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속 흡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burst
작품등록일 :
2021.05.18 00:33
최근연재일 :
2021.05.25 23:52
연재수 :
6 회
조회수 :
711
추천수 :
49
글자수 :
33,980

작성
21.05.18 00:49
조회
186
추천
12
글자
12쪽

종말의 서막 (1)

DUMMY

불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회의실 안.

유일하게 빛을 내는 빔 프로젝트를 켜고 열심히 설명하는 사람들.


“이번 3분기 실적은 작년보다 무려 23%나 증가했습니다.”

“다음은 신입사원 공채 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들이 보고하는 대상은 놀랍게도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였다.


명실상부한 한국 제일의 제약 회사.

만월 제약의 대표이사 차현우.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그들의 브리핑을 받은 그는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고생들 하셨습니다. 다음 회의에서 뵙죠.”


감정의 고저조차 느껴지지 않는 딱딱한 말투. 하지만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은 그러려니 했다.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오죽하면 직원들 사이에서 소시오패스가 아니냐는 소문이 돌 정도일까.


그런 차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

회의실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쾅-!


“크···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야. 윤 실장!”


문을 박차고 들어온 20대의 여자.

대표인 차현우와 쌍벽으로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여자. 그런 그녀가 혼비백산해 회의실로 들어오자 이사들도 당황했다.


“뉴스! 뉴스 좀 켜보세요!”


그녀의 말에 리모컨을 조작해 뉴스를 켜는 사람들.


「속보입니다! 현재 전국에서 알 수 없는 질병이 발생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공포에 질린 듯한 표정.

보는 사람마저 불안하게 만들었다.


「질병에 노출되면 공격성이 극단적으로 높아지며 식인을 하기도 합니다! 시청자 여러분께서는 외부와 접촉하지 마시고 정부의 지침을 기다려주십시오!」


아나운서의 말이 끝나자 티비는 4분할로 나뉘어 중계화면을 송출했다.


「크아아악!」

「살려줘!」

「나···날 두고 가지 마!」


서울, 인천, 수원, 원주, 천안, 부산.

쉴새 없이 바뀌는 중계 카메라.

하지만 보이는 화면은 거의 비슷했다.


비척거리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공격해 물어뜯는 비현실적이고도 잔인한 모습들.


“미친놈들! 이런 걸 방송에 내보내?”

“이거 진짜야?”


아직 사태 파악을 못하고 있는 이사들.

방송국을 향해 욕을 퍼붓고 있었다.


“다른 제약회사에서 퍼트렸을 가능성은?”


무미건조하지만 힘이 실린 목소리.

차현우의 말에 이사들은 각자 핸드폰을 꺼내 여기저기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확실한 건 국내 업체는 아닙니다.”

“미국 쪽은 아니랍니다!”

“일본도 모르는 일이랍니다.”

“중국은 오히려 저희가 벌인게 아니냐고···.”


저마다 해외 각국에 있는 지인 혹은 산업스파이들에게 연락을 돌렸지만.

소득은 없었다.


그때 천장에 설치된 스피커가 울렸다.

울려 퍼지는 사내방송.


「보안팀에서 알려드립니다. 현재 사내에 외부인이 침입했습니다. 흩어지지 마시고 경찰이 올 때까지···」


쾅-! 쾅-! 쾅-!


보안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이크를 타고 울려 퍼지는 소리.


「너 뭐야? 뭐 하는 새끼야? 이 새끼가 사람이 말을 하면···. 컥! 크허어컥! 삐이익-!」


보안팀원의 비명을 끝으로 방송이 끝났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보안팀도 당한 거 아니야? 경찰! 경찰 불러!”

“씨발 아까부터 하고 있었는데 연결이 안 돼!”


이사들이 공황 상태에 빠져 난장판을 피우는 사이 차현우는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지금 사태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듯.

평온해 보이는 그 모습에 윤 실장이 쳐다보는 순간.


그의 눈이 떠졌다.


“헉-!”


눈동자의 색이 변했다. 마치 피처럼 붉은색으로.



***



현우는 뉴스를 보자마자 알았다.

저것들이 좀비라는걸.


실제로 부두술사 놈들이 좀비를 일으키는 걸 봤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만들 수 있는 좀비의 수는 한정적이었다.


이렇게 세상을 뒤흔들어놓을 정도의 힘이라면 진작에 세상을 지배했겠지.


일단 직접 봐야겠어.

현우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디···가세요?”


흔히 말하는 똥머리를 묶고 동그란 안경을 쓴 그녀. 비서실장 윤지혜가 물었다.


“보안실.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위험합니다. 대표님.”


이런 상황에 침착하게 현우를 말리는 그녀.

괜히 30살도 안 돼 비서실장이라는 자리를 꿰찰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괜찮아. 윤 실장은 여기 이사님들이랑 있어.”

“아뇨! 저도 가겠습니다.”

“위험해.”

“그래도 갑니다.”

“좋을 대로.”


이렇게 멍청한 여자였던가?

무슨일이 생길줄 알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현우의 시선.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힐을 벗어 던지는 그녀였다.


나름의 준비를 마치고 둘은 회의실을 나섰다.

문을 열고 나가자 곧바로 엘리베이터가 나타났다.


회의실은 21층. 보안실은 1층.

20층이나 뛰어 내려갈 생각은 없는 현우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1···2···5···8···12


빠르게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막간의 틈에 현우가 물었다.


“왜 따라온 거지?”

“대표님이 가시니까요. 보안팀에 서 팀장도 걱정되고요.”

“아. 둘이 친했지?”


항상 침착한 그녀도 떨리긴 하나보다.

두 손을 마주잡고 꼼지락거리는 걸 보니.


짧은 대화가 끝나는 순간 엘리베이터는 벌써 19층에 도착했다.


19···20···21

띵-!


[문이 열렸습니다.]


“그와아아악-!”

“꺄악-!”


문이 열림과 동시에 이빨을 들이대며 달려드는 괴인!


하얀색이었을 셔츠는 피로 물들어 붉게 변했고 오른쪽 눈엔 볼펜이 꽂혀있었다.

그런데도 고통을 느끼기는커녕 윤 실장에게 달려들었다.


“비켜!”


현우는 놀라 주저앉은 윤 실장의 목덜미를 잡고 뒤로 끌었다.


콰당-!


먹이를 코앞에서 놓친 좀비가 현우를 바라보았다.


“죄··· 죄송해요. 대표님.”

“여기 가만히 있어.”


현우는 목을 갑갑하게 조이던 타이를 느슨히 풀었다. 좀비는 기다려줄 생각이 없는지 현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키아아악!”


기괴한 모습을 한 인외의 존재.

일반인이었다면 공포에 질려 달아났겠지만.


‘나도 인간이 아니거든’


현우는 태연하게 로우킥을 날렸다.


콰직-!


무릎이 꺾이지 말아야 할 방향으로 꺾이며 좀비가 휘청거렸다.


“죽은 지 얼마 안 돼서 뼈가 튼튼하네.”


무섭긴커녕 신기하다는 어투.


“그웍-!”


투지를 잃지 않은 좀비가 다시 달려들 모션을 취하자 연달아 로우킥을 날렸다.


콰직-! 콱-! 털썩.


기세와는 달리 허무하게 쓰러지는 좀비.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이빨을 들이댔다.


“윤 실장.”

“네···네?”

“눈 감아.”


윤지혜가 눈을 감기 무섭게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콰드득-!


그녀가 눈을 뜨자마자 본 광경은 참혹했다.


머리가 박살 나 줄줄 흘러나오는 뇌수와 피.

그로 인해 더러워진 현우의 구두였다.


“윤 실장은 회의실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

“아···알겠습니다.”

“가서 문 잠그고 있어. 지금은 밑이 더 위험한 거 같으니까.”

“네!”


호기롭게 힐까지 벗어 던지고 따라 나왔건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저런 말도 안 되는 괴물이라니.’


현우는 무섭지도 않은지 거침없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런 그에게 윤지혜가 외쳤다.


“저기! 대표님!”

“더 할 말 있나?”

“조심하세요!”


그녀의 걱정어린 말을 들은 현우가 피식 웃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세상에··· 대표님이 웃었어.”


만월 제약에 입사한 지 5년.


비서로 취직해 근무를 하는 동안 현우가 웃은 걸 단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모두가 소시오패스라며 조심하라고 할 정도.


그런 현우가 웃었다.


무참하게 괴인을 죽여서일지.

아니면 자신의 걱정 어린 말을 들어서인지.


윤지혜는 안 좋은 생각을 떨쳐내려고 고개를 흔들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



엘리베이터를 탄 현우는 버튼을 누르지 않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각성까지 남은 좀비 1/3」


눈앞에 떠오른 글자 때문이었다.


“하···. 어떤 새끼지?”


분노라는 감정을 느낀 지가 언젠지 기억도 못할 정도로 평화로운 삶이었다.


제약회사를 차려 혈액을 수급한 뒤로는 인간과 싸울 일도 없었다. 권태롭긴 했지만 나름 편안했다.


그 삶을 파괴한 좀비들의 출현.

그것도 모자라 감히 300년을 산 자신의 의식에 침투한 정체 모를 놈들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의심이 가는 놈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인간세계에 스며들어 정체를 숨기고 사는 괴물들은 다양했으니까.


“유럽의 마녀들인가? 아니면 부두술사?”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태는 그들이 가진 능력 밖이었다.


“부딪혀보면 알겠지.”


단호하게 잡념을 걷어낸 현우가 버튼을 눌러 1층으로 향했다.


18···13···7···3···1


띵-!

[문이 열렸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현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항상 깨끗하게 청소되어있던 로비가 피로 뒤덮여 있었고 밖에는 좀비들이 배회하고 있었다.


“너무 빠른데.”


그가 아는 좀비의 감염속도는 이 정도로 빠르지 않았다. 죽었다고 해도 최소한 30분은 지나야 일어났으니까.


비정상적인 확산 속도.

서둘러 보안실로 향했다.


보안팀엔 내부는 물론 외부까지 볼 수 있는 CCTV가 있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면 볼 필요가 있었다.


보안실에 가까워질수록 거친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보안실안을 배회하고 있는 좀비 두 마리.

그중 하나는 보안팀의 복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봐선 사내방송을 하던 사람인 듯했다.


“문을 열 지능은 없나 보네.”


느릿느릿하게 유리를 향해 머리를 찧던 좀비 두 마리가 현우를 발견하고 괴성을 질렀다.


“캬아아악!”


괴성을 질러대는 두 마리의 좀비.

현우가 목을 좌우로 꺾고 보안실로 들어갔다.


“캭!”


기다렸다는 듯 달려드는 좀비들.

침착하게 달려드는 좀비들의 목을 붙잡았다.


턱-!


“커헉!”


좀비 따위에게 물려 감염될 몸은 아니었지만 모든 걸 조심해야 했다.


목을 붙잡은 이상 물릴 염려는 없고.

마땅한 무기를 찾지 못한 현우는 그대로 좀비들을 붙잡고 내달렸다.


“흐압!”


텅-! 터덩-!


좀비들이 끌려가며 접이식 철제 의자들이 거칠게 튕겨 나갔다.


콘크리트 벽이 나타나자 속도를 더 높였다.

이윽고 벽앞에 도달하자 두 좀비를 벽에 꽂아 넣었다.


콰앙-! 뚜둑!


현우의 괴력에 달리는 힘까지 더해지자 목이 부러진 좀비들. 뒤통수가 살짝 깨지긴 했지만, 아직도 으르렁거렸다.


“징글징글 맞군.”


무력화된 좀비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CCTV를 보러 가려고 몸을 돌리다 문득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가 기억이 났다.


“어떻게 되나 보자.”


나뒹굴던 철제 의자를 들고 온 현우.

좀비들의 머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쾅-! 쾅!


두 마리의 좀비를 처치하자 다시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각성까지 남은 좀비 3/3」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각성하시겠습니까? Y/N 」


“게임이냐?”


300년이라는 길고 긴 시간.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위해 웬만한건 다 해봤다.


그중에 게임은 20년 전부터 꽤 즐기던 편.

친구도 가족도 없는 그에게 게임은 꽤 쏠쏠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수단이었으니.


교차하며 반짝거리는 버튼들.

현우는 손을 뻗어 Y에 갖다 댔다.


「각성이 완료되었습니다.」


다 됐다고? 달라진 게 없는데?


뭔가 이 사태의 실마리라도 잡을까 기대했는데.

힘이 빠졌다.


그때였다.

다시 한번 눈앞을 가득 메우는 글자들의 향연.


━━━━━━━━━━━━━━━━━

이름 : 차현우

나이 : 337세

레벨 : 1

힘 : C (S) 민첩 : C (SS)

체력 : D (S) 마력 : D (A)

클래스 : 순혈의 뱀파이어 (★★★★★)

등록 스킬 : 「감염 면역」, 「흡혈」

보유 코인 : 3 Coin

━━━━━━━━━━━━━━━━━


“허···.”


상태창이 생겨버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 속 흡혈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 풀어서 봉인해제 (2) +2 21.05.25 96 6 13쪽
5 풀어서 봉인해제 (1) 21.05.24 83 7 12쪽
4 종말에 적응하는 방법 (2) +2 21.05.21 101 7 14쪽
3 종말에 적응하는 방법 (1) +1 21.05.20 120 9 13쪽
2 종말의 서막 (2) +1 21.05.19 125 8 12쪽
» 종말의 서막 (1) +3 21.05.18 187 1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