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회귀한 흑기사는 안락하게 살고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키캣
작품등록일 :
2021.07.26 12:21
최근연재일 :
2021.08.07 08:58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1,190
추천수 :
89
글자수 :
72,880

작성
21.08.06 09:25
조회
36
추천
2
글자
12쪽

#11 너도 이제 동료네?

DUMMY

에피린과 레빗이 함께 에이윈을 찾아간 그 날 밤.


"에피린은 이제 수녀가 되긴 글렀다."

"뭐라고요? 갑자기 찾아와서 무슨 뚱딴지같은 소립니까!"


쿠구궁. 흥분한 요한센이 마나가 실린 고함을 내뱉자 응접실이 요동쳤다. 에이윈의 갑작스런 발언 때문이었다.


요한센은 자신의 딸 에피린이 수녀로서 유일신교에 몸담길 얼마나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근데 그런 딸이 자신의 꿈을 부정해야 한다고 하니 화가 나버린 것이다. 요한센은 씩씩대며 에이윈을 노려보았다. 대체 메이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설마......


"진정해 요한센. 누구 애를 뱄다거나 한 건 아니니까. 다 설명할테니 분을 식히거라."


그가 흥분을 가라앉힌 건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였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아비된 제 입장에선 오해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나는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다."


요한센은 옛날부터 이 껄렁껄렁하고 자유분방한 엘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바이올렛 부인의 오랜 친구라고 가끔 놀러오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꼭 사고를 한두개씩 치고는 돌아갔다. 그러니 오죽할까.


게다가 요한센이 자라면서 읽은 역사서나 영웅들의 서사시에선 엘프를 단아하고 고귀한 종족으로 많이 묘사했다.


그러나 이 눈앞의 엘프는 그런 표현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부인의 친우가 아니었다면. 요한센은 진작 테이블에 올려놓은 저 다리를 발로 차버렸으리라.


"레빗과 에피린에게 있었던 일이야 서로 아는 얘기니까 생략하고. 레빗이 마나를 전달할 때 문제가 있었다."

"그게 아까 말씀의 원인입니까?"

"그렇지. 마나를 불어넣어서 억지로 신성력을 끄집어내는 것까진 좋았는데... 아직 어린놈이라 출력이 부족하니까, 무의식중에 마나를 코어째로 집어 넣어버린게지."


그 말을 들은 요한센은 두통이 왔는지 관자놀이를 짚었다. 요즘 잠잠하다 싶더니, 또 레빗이었다. 비록 지난일에서 파생된 문제긴 하지만.


"세상에 그런게 가능한 겁니까? 마나 코어를 넘기는 게 가능하다는 얘긴 처음 들어보는군요."

"그렇다마다. 600년을 산 나도 처음 보는데 오죽하겠나? 아무튼 거기까지는 뭐 아무래도 좋아. 마나 때문에 신성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진거 빼곤, 별 문제가 없어야 '정상'이거든."

"그게 정상이라 함은... 문제가 생겼단 말씀입니까?"

"이 마나 코어라는게 같은 수련법을 써도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 않나?"


에이윈의 물음에 요한센이 끄덕거렸다.


맞는 얘기였다. 실제로 코어의 형태나 크기, 그 안에서 돌아가는 마나의 흐름은 개개인마다 천차만별.


그리고 그 코어는 세상에 떠도는 마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


거기까지 의식의 흐름이 도달했을 때. 요한센은 에이윈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드디어 깨달았다.


"설마... 에피린의 마나가 레빗과 같은..."

"호오. 아직도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구나. 자비처 가의 보검은 녹슬지 않았군. 오히려 좋아해야 할 일일 수도 있다. 덕분에 성국에서는 에피린을 모셔가려고 아주 난리일테니. "


그렇게 에이윈이 말을 마치자마자, 요한센이 테이블을 쾅소리가 나게 내리쳤다.


덕분에 테이블이 반으로 쪼개져서 에이윈의 발꿈치도 바닥에 툭하고 떨어진건 덤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지? 요한센."


에이윈이 이를 내보이며 으르렁거렸다. 갈 곳을 찾지못한 요한센의 분노가 지금 그녀를 향하고 있던 것이다.


요한센은 내심 에피린이 도시의 신전에 남길 바라고 있었다. 그 역시 유일신의 신자이지만, 성국과 교단이 어떤 집단인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근데 자신의 딸이 그런 뱀의 소굴로 끌려가게 생겼다. 그것도 자신이 자비를 베풀어 들여온 양자 때문에?


"설마 지금 레빗을 들이지 말았어야 했다던가, 그런 후회를 하는건 아니겠지?"


에이윈은 날카로운 표정으로 여전히 으르렁거리며 말을 이었다.


"애초에 네 딸래미가 레빗을 적대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아이를 데려올거면 가족부터 확실하게 설득했어야지, 요한센. 옛날부터 느꼈지만, 네놈은 가끔 너무 물렁하고 대강대강 넘어갈 때가 있어."


빠득. 요한센이 이를 갈았다. 에이윈의 말에 틀린 점은 하나도 없었다.


"네놈이 온정을 베푼게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레빗은 네게 진정으로 고마워하고 있어. 이것저것 가르치면서 들은 얘기지만, 그 아이는 이 도시에서 평생 있을 생각인 듯 하더군. 재능은 내가 여태 보아온 인간들 사이에서 손에 꼽는 수준이다. 앞으로 너와 도시에 큰 도움이 되겠지."

"저는 그 아이를 이용하려 데려온 게 아닙니다. 그저..."

"말하지 않아도 안다. 중요한건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그게 네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거야."


에이윈은 거기까지 말을 하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싶지만 지금 내 기분이 썩 좋지가 않군. 아직까지 혈기가 왕성한건 좋다만, 기사로서 적과 아군을 제대로 식별할 정도의 차가움은 늘 유지해야지 않겠나? 애송이."


물론 요한센은 어디가서도 애송이라는 말을 들을만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600살 먹은 전직 스트라이더 에이윈에겐 한없이 어린 아이처럼 보였다.


그런 요한센을 돌아보며 에이윈은 쯧,하고 혀를 차곤 방을 빠져나갔다.


방에 홀로 남은 요한센은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는 듯 여전히 혼란스런 표정이었다.



* * *



레빗은 이제 자신의 몸이 사실은 불행을 불러온다는 역귀로 만들어진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하고 있었다.


에이윈은 네 잘못이 아니다, 라고 말해주었지만... 아무래도 환생하고나서 일어난 모든 일들은 자기 때문이 맞았다.


"인생 뭐같네 진짜."


그렇게 한숨을 쉬며 나직이 투덜거렸을 때. 황금색 무언가가 퍽하고 머리에 떨어졌다. 골렘 슬리피였다.


"아야. 넌 또 왜그러는데? 가뜩이나 심란해 죽겠구만."

"삐삐삐삐삐삐삐!"


뭔가 한마디 해주려고 그러는거 같은데, 정작 레빗 자신이 알아듣질 못하니 전혀 소용이 없었다.


"알았다. 그런 말 안할게. 됐냐?"

"삐이-."


그제서야 슬리피는 안심한 듯 레빗의 검은 머리에 내려앉았다. 몸을 날개로 둥글게 말아서 꼭 둥지처럼 보였다.


"내 머리는 니 침대가 아닌데."

"삐삐."


그렇게 투닥거리며 뒷뜰을 걷던 레빗. 그의 시선에 언뜻 근심어린 표정으로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에피린이었다.


"거기서 왜 청승떨고 있냐?"

"좋아해야 할 지, 슬퍼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에피린은 자신이 레빗의 황금색 마나를 물려받았다는 말을 듣고 심란한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황금색 마나란 유일신에게 선택받은 용사 지그문트만이 사용하던 마나였으니까.


유일신을 섬기는 예비 수녀인 에피린의 입장에선 오히려 신과 더욱 가까워졌다며 좋아할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나고 자란 도시인 칼로스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요한센의 바람과 마찬가지로, 장성하고 나선 칼로스 시의 신전에서 수녀직을 맡을 생각이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낸들 아냐."


레빗이 옆에서 틱틱거리자 에피린이 째려보며 입을 열었다.


"너 나랑 있을때만 묘하게 다르다? 혹시 나 좋아하니?"

"뭐라고?"


레빗은 에피린의 뜬금없는 시비에 얼빵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러자 에피린이 피식하며 말을 이었다.


"뭐 사춘기 남자애들이 여자애 좋아하면 나쁘게 구는 그런거 있대잖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넌 내가 널 좋아했음 좋겠냐?"

"으! 절대로 싫거든!"


사실은 그리 싫지만은 않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지는거 같아서 에피린은 괜히 심술을 부렸다. 레빗도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나도 그래."


뜨끔. 에피린은 자신의 속마음의 입 밖으로 새어나간 줄 알았지만, 이내 아니었단 걸 깨닫고 다시금 싱숭생숭해졌다.


'내가 왜이러지 정말...'


레빗은 에피린이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고 조용해지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에피린이 저런 걱정을 하는 것도 사실 자기 때문이니까.


'그냥 그때 제이슨한테 가만히 처맞을 걸. 어쭙잖게 반항은 왜 해가지고...'


레빗이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요한센과 바이올렛 부인의 인내심이 어디까지 버틸 지 모르는 일. 이제 레빗은 하루빨리 칼로스 시를 벗어나 디우스 공자를 찾아가고 싶은 심경이었다.


'바이올렛 부인이 루이를 많이 좋아하니까... 루이만 여기 놔두는걸로 하고, 나는 어떻게든 돌렌 백작가에 종자로 들어가게끔 부탁하면 되려나? 아직 때가 아니긴 한데...'


"너는 뭘 그렇게 고민하니?"


무척 가까운 목소리에 레빗이 깜짝 놀라서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에피린의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표정이 안좋은데... 혹시 아직도 아픈거니?"


에피린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마에 손을 대려 했지만, 레빗은 그 손을 옆으로 밀며 말했다.


"아니. 열은 다 내렸어. 그냥 도시를 좀 떠날까 해서-"

"그건 안돼!!!"


말을 듣던 에피린이 소리를 빽 질렀다.


"아이, 깜짝이야.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


사실 에피린도 자신이 왜 흥분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인 요한센을 닮아 곧잘 흥분하는 성격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소리를 지를 일이던가?


'내가 미쳤어 정말! 왜 그런거야...'


결국 부끄러움에 몸둘바를 모르던 에피린은 자리에서 달아나고 말았다. 레빗은 뛰어가는 에피린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쟨 아까부터 지혼자 뭐하는 거람."



* * *



며칠 뒤. 에이윈은 수많은 이들의 근심을 뒤로한 채, 제이슨과 레빗을 도시 바깥으로 끌고 나왔다.


그렇게 걷기를 두어 시간. 마침내 일행은 도시 주변의 숲 깊숙한 곳에 도착했다. 레빗 형제가 자주 땔감을 주우러가던 그 숲에서도 위험한 구간이었다.


"수련을 했으니 성과를 봐야지? 요즘 이 숲에서 괴물이 출몰한다더군. 니들은 오늘부터 이 숲에서 3일간 숙식하며 놈들을 잡는다. 단 하나라도 잡는다면 특별한 선물을 주지."

"예? 스승님. 식량은 하루치만 가져오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에이윈의 노력으로 단기간에 깍듯해진 제이슨이었다. 그러나 엘프는 그의 항변을 묵살한 채 손을 흔들며 떠났다.


"언제나 지켜보고 있을테니까, 죽기 직전까진 이 위험선 바깥으로 나올 생각은 하지도 마라."


그녀 말대로 일행의 근처엔 마법의 눈이 둥둥 떠 있었다. 생물의 눈알을 그대로 본 떠 만든 듯 기괴한 모습이었다.


"제길. 너무 갑작스러운거 아냐? 아직 2주밖에 안지났는데 뭔 시험을 하고 지ㄹ-"

"다 듣고 계실텐데 깡도 좋다 넌."

"흡. 아 맞다."


제이슨은 레빗의 말에 욕을 하려다 말고 입을 틀어막았다. 레빗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홰홰 젓더니 숲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야, 레빗. 정말로 들어가려고?"

"괴물들은 여기까지 안나와."

"너야 마나 유저니까 자신 있겠지만, 나는 아니거든? 선물이고 자시고."

"맘대로 해. 난 갈테니까."


레빗은 자신의 철검, 에이윈 소드를 언제라도 뽑을 수 있도록 손에 쥐었다. 환생하고나선 사실상 첫 실전. 어쩐지 조금이라도 빨리 검을 뽑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 했다.


'지난 생의 흔적인가...'


이상하게도 싸움만 가까이 하면 피가 끓어올랐다. 레빗은 그런 자신의 본성을 억누르며 발을 떼었다.


"어...어? 야! 같이가!"


물론 제이슨도 함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흑기사는 안락하게 살고싶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12 제이슨과 늑대인간은 레빗이 밉다 +1 21.08.07 16 2 11쪽
» #11 너도 이제 동료네? +1 21.08.06 37 2 12쪽
11 #10 예비 수녀의 고민거리 +1 21.08.05 41 2 12쪽
10 #9 출생의 비밀 +1 21.08.03 62 3 14쪽
9 #8 전설의 용사와 새로운 친구 +1 21.08.02 64 5 12쪽
8 #7 소녀의 마음 +1 21.07.31 73 4 13쪽
7 #6 고백과 새로운 갈등 +1 21.07.30 90 7 13쪽
6 #5 위기 모면 +2 21.07.29 95 6 12쪽
5 #4 유일신의 용사? +4 21.07.28 107 7 12쪽
4 #3 반짝이는 황금색 +1 21.07.28 110 8 11쪽
3 #2 레빗과 기사 요한센 21.07.27 137 14 13쪽
2 #1 돌아오긴 했는데 21.07.26 161 13 15쪽
1 #P 지난 이야기 +1 21.07.26 197 1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