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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흑기사는 안락하게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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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캣
작품등록일 :
2021.07.26 12:21
최근연재일 :
2021.08.07 08:58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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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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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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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제이슨과 늑대인간은 레빗이 밉다

DUMMY

깊은 밤. 칼로스 도시 주변 숲의 최심부.


"허억, 허억......"


제이슨은 턱가로 흘러내리는 땀을 손등으로 훔치며 숨을 돌렸다. 그러나 뛰는 심장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았다. 몸은 기진맥진해 죽겠는데, 정신만은 오히려 또렷하다.


'제기랄! 보고 있겠다면서! 여차하면 도와주겠다는 뜻 아니었어?'


제이슨은 에이윈을 원망했다. 하지만 그런 그라도 차마 공중에 뜬 마법의 눈을 향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거나 하진 않았다.


여기서 소리를 쳤다간, 레빗에게로 향하던 괴물들마저 이쪽으로 몰릴 위험이 있기 때문.


제이슨은 최대한 움직이는 소리를 죽인 채 나무 등걸에 몸을 숨겼다. 기대어 앉은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놈은 괜찮겠지?'


일행이 습격당한건 해가 지고도 한참 뒤였다. 딱 레빗이 첫 불침번을 서고 제이슨은 간이 천막에서 잠들었을 무렵에 덮친 것이었다.


다행히 레빗이 먼저 눈치채서 망정이지. 자신이었다면 레빗을 깨우지도 못한 채 끽소리도 못내고 죽었을지 모른다.


'보통 늑대도 아니고, 라이칸스로프라니. 스승이 미친건가?'


그녀가 모르고 보냈을 리가 없다. 늑대인간들 정도면 아마 둘이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걸까?


말도 안되는 소리. 라이칸스로프는 제각각 3성 기사 수준의 신체 능력을 지니고 있다. 설마 그녀 자신이 너무 강해서 감을 잘못잡은건 아닐까. 제이슨으로선 에이윈의 속내를 짐작하는게 불가능했다.


'빌어먹을.'


레빗은 라이칸스로프 들에게 둘러싸여 싸우는건 좋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제이슨을 먼저 달아나게 했다.


다행히 제이슨을 따라가는 놈들은 없었지만, 겁에 잔뜩 질린 그는 그러거나 말거나 그저 쉴새없이 뛰었다.


제이슨은 안도감이 들자마자 레빗을 버렸다는 죄책감에 빠졌다. 하지만 결국 약자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레빗이 살아남길 바라는 기도 뿐이었다.



* * *



'충분히 멀어졌겠지?'


계속 내달리던 레빗이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라이칸스로프들은 레빗이 지친 줄 알고 비릿하게 웃으며 재빠르게 둘러쌌다.


"어쭈. 웃어? 그러니까 내가 꼭 지친 사냥감 같잖아."


레빗도 마주보며 웃어줬다. 사실 레빗은 아주 기분이 좋았다. 비록 에이윈과의 수련기간은 짧았지만, 이전 생의 감을 얼마정도 되찾는데는 성공했다.


마침 걸리적거리는 짐덩이도 멀리 보냈고. 이제는 자신의 힘을 시험해 볼 때다. 레빗의 몸에서 황금색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크르르...?"


라이칸스로프들이 거친 소리를 내며 주춤거렸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해도 그저 먹잇감처럼 느껴졌는데, 지금 느껴지는 이 위압감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물론 레빗은 라이칸스로프들이 그걸 이해하기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


에이윈 소드를 뽑아들었지만 검기는 두르지 않는다. 마나 사용은 신체 강화 정도에만 제한하면서, 직접 놈들의 살을 가르고 싶었다.


하앗! 잛은 기합과 함께 레빗이 달려들었다. 가장 앞에 있던 라이칸스로프가 일검에 오른팔을 베였다.


"크륵!"

"칫."


레빗의 육체가 아직도 어리고 설익은 만큼, 검이 생각하는 대로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여주지 않았다. 덕분에 라이칸스로프가 피할 틈이 생겼다.


"크르르륵!"


팔을 잘리자마자 놈의 동료들이 레빗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는 레빗이 기다리고 있던 기회였다.


'지금!'


[초승달 베기]


레빗의 검이 그를 중심으로 원을 그렸다. 검을 따라 검광이 한차례 번쩍이고, 그에게 달려들던 라이칸스로프 세 마리의 팔에서 피분수가 쏟아져나왔다. 놈들의 피륙이 생각보다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오."


초승달 베기는 그가 전생에 가장 즐겨 쓰던 기술. 몸의 회전력을 이용해 힘을 싣고, 순간적으로 한쪽 손을 떼서 검극을 늘려 달려드는 적들의 허를 가르는 기술이었다.


흑기사들이 양산되기 전에는 항상 혼자서 임무를 수행했기에 여럿에게 둘러싸이는 일이 빈번했다. 레빗은 자연스레 다수를 상대하는 기술을 많이 익혀야만 했다.


"팔이 길쭉해서 좋겠다?"

"크르륵."


물론 방금 전의 초승달 베기로 완전히 무력화 된 놈은 없었다. 놈들이 뻗어오는 팔이 쓸데없이 길어서, 목을 치려다간 되려 심장을 내줄 수도 있기 때문.


결국 외팔이가 된 놈들만 다섯.


"니들도 그렇게 살기 힘들거 아냐. 그치? 그냥 여기서 얌전히 죽는게 낫지 않을까?"


라이칸스로프들은 레빗의 말을 모두 이해할 순 없었지만, 그의 표정과 어조에서 모멸감을 느꼈다. 숲에 들어온 인간의 새끼들은 언제나 나약했다. 가끔 아주 강력한 인간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어른이었다.


그런데 그 인간의 새끼란 놈이, 역으로 자신들이 그들을 보던 눈을 하고선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크워어어--!!"


라이칸스로프들이 분노했다. 놈들의 눈에서 시뻘건 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광화. 오늘 밤은 마침, 만월에 가까운 달이 떠 있었다.


"크르르륵-"


놈들이 벌린 입에서 침을 줄줄 흘리며 서서히 거리를 좁혔다. 일촉즉발의 상황. 하지만 레빗은 그들이 전부 다가올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


"스읍, 후우."


레빗은 심호흡을 하며 기억을 되짚었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생의 거의 모든 기술을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


[아수라 참격], [그늘 베기], [월광 찌르기], [사신의 일격] 등등...


순간 떠오른 기술명들에 기분이 아찔해졌다. 아무리 흑기사가 되고나서 정신이 좀 이상해졌다지만, 네이밍 센스가 참으로 처참했다.


앞으로는 기술명을 붙이지 말아야겠다 다짐한 레빗. 그는 에이윈 소드를 휘둘러 털자 묻어있던 피와 기름이 흩뿌려졌다.


"오래오래 버텨줘라 자식들아."



* * *



레빗이 제이슨을 찾아내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나 유저의 길에 발을 겨우 갖다댄 수준인 제이슨은 기감을 숨기는 법을 아직 몰랐다.


"숨긴 잘 숨었네."

"어, 레빗...? 레빗! 괜찮냐? 어디 다치진 않았..."


냐고 물으려다 멈춘 제이슨이었다. 레빗은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피투성이였지만,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커녕 옷도 어디 한 군데 찢겨나간 곳이 없었다.


"......괜찮은 거 같네."

"물론이지. 날 뭘로 보는거야?"


레빗이 씩 웃으며 손을 건넸다.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나서 엉덩이를 털던 제이슨이 물었다.


"그럼 이제 시험은 끝난건가. 돌아가도 되는거겠지?"


그의 물음에 레빗은 물끄러미 제이슨의 얼굴을 쳐다만 보았다.


"뭐, 뭔데! 어쨌든 잡았으니까 시험은 통과한거잖아!"

"내가 잡았지. 네가 잡은 건 아니잖아?"


레빗의 말에 제이슨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야! 네가 도망치라며! 나는 그게 전략인줄 알고..."

"전략? 헹. 도망치란다고 그렇게 바로 줄행랑을 치냐? 아무리 양자라지만 형제까지 버려가면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사람되려면 아직 멀었네, 우리 제이슨."


크윽. 레빗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제이슨은 침음성을 흘리며 분한 감정을 짓씹었다.


"내일. 내일까지만 좀 도와줘. 나 혼자 어떻게든 잡아볼테니까."

"흐음. 그럼 도와주는 대신, 나한테 뭘 줄건데?"


레빗이 물었지만 제이슨은 그저 표정으로 물음표를 띄울 뿐이었다. 자신에게 레빗이 원할만한 뭐가 있던가?


"뭐 원하는 거라도 있나?"

"앞으로 날 형이라 불러."

"뭐라고?"


제이슨은 순간 울컥했다. 안그래도 인명부에 동갑으로 올려져서 쌍둥이나 다름없는 상황.


그리고 보통 어린 나이의 쌍둥이들에게 있어, 형과 아우 자리는 꽤나 민감한 사안이었다.


그런데 레빗은 이걸 거의 날로 먹겠다는 거나 다름 없었다.


"됐다. 제길. 안그래도 뜬금없이 시험이랍시고 끌려와서 기분 나빴는데. 돌아갈거야."

"에이윈이 크게 실망할거다."

"......"


레빗이 에이윈의 의중을 다 알고서 한 얘긴 아니었지만, 어느정도 맞는 말이었다.


실제로 에이윈은 제이슨이 뭘 하길 기대하고 레빗과 함께 내버려둔 게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약함을 자각하고, 더욱 자신을 몰아넣게 만들고 싶었을 뿐.


에이윈이 보았을 때, 제이슨은 몰아붙일 수록 더 잘하는 녀석이었다.


"에이 씨! 너 형 해라, 해!"


제이슨은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다시 주저앉아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에이윈은 천만금을 갖다 주더라도 함부로 모실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스승이다.


지금은 은퇴했다고 하나, 세계의 최강자라는 수호자들의 바로 밑에서 활동한 스트라이더. 은퇴하자마자 제국에서 황자의 스승으로 모시려 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일화는 유명했다.


그리고 일개 기사 지망생일 뿐인 제이슨이 에이윈 같은 대단한 엘프를 스승으로 모실 수 있던 건. 오로지 그녀의 친우인 바이올렛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천운.


그것 하나 덕분이었다.


"그래. 우리 똑똑하게 좀 살자고. 내가 형인 쪽이 여러모로 너에게도 편할 걸?"


사실 누가 보더라도 레빗 쪽이 재능도 많고, 더욱 형 같은 느낌이었다.


제이슨은 억울했지만 별 수 없었다. 그대로 돌아간다면 에이윈은 더이상 가르치려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 두려움이 그의 발을 막은 셈.


"너무 그러지 말고. 마침 안에 라이칸 말고 네가 상대할만한 놈들이 보이던데. 같이 가줄테니까 좀 쉬었다가 동 트면 잡으러가자."


하필 처음부터 라이칸스로프를 만나 자신감이 뚝 떨어져 있던 상황. 레빗이 도와주겠다고 하자 제이슨은 감동해서 거의 울 듯한 표정이 되어 끄덕거렸다.


"응."

"네, 형. 해야지."

"......"

"어쭈, 대답 똑바로 안하냐?"

"...........네, 형....."


방금 제이슨에게 생긴 모든 감동과 경외심이, 다시금 그의 안에서 사라져버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이른 새벽.


나무 사이를 걷는 레빗은 아주 기분이 좋았다. 단순히 제이슨에게 형 소리를 듣게 돼서는 아니었다.


'아직 녹슬지 않았어.'


지난 밤. 레빗은 라이칸스로프들을 상대로 전생의 기술들을 원없이 펼쳐보았다. 수련 중에는 펼칠 수 없는, 진정한 살검. 검이 피륙을 가르는 느낌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아차차. 즐기면 안되지.'


레빗은 자신의 전생에서의 모습을 지우려 애쓰는 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의 레빗은 너무 잔인한 심성을 가졌기 때문.


걸리적거리는 게 있으면 뭐든 문답무용으로 베고, 차서 부숴버렸다. 날때부터 그랬다기 보단, 끊임없는 인체 실험과 약의 부작용으로 변화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전생의 피를 좋아하는 성격은. 앞으로 그가 누려야 할 안온한 일상을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레빗..."

"레빗?"


뒤에서 자꾸 제이슨이 불렀지만 레빗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앞으로 '형'이라는 단어가 입에 붙을 때까지 철저히 길들일 요량이었다.


레빗은 그저 휘휘 휘파람을 불며 숲길을 거닐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보니 마침 전방에 키긱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괴물의 웃음소리였다.


"쉿."


제이슨의 입을 다물게하고 조용히 몸을 숨겨서 다가간 레빗. 소리가 난 그 곳에는 세 마리의 고블린들이 있었다.


'저거면 되겠군.'


레빗은 손가락으로 고블린들을 가리켰다.


'가라, 제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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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제이슨과 늑대인간은 레빗이 밉다 +1 21.08.07 17 2 11쪽
12 #11 너도 이제 동료네? +1 21.08.06 37 2 12쪽
11 #10 예비 수녀의 고민거리 +1 21.08.05 41 2 12쪽
10 #9 출생의 비밀 +1 21.08.03 62 3 14쪽
9 #8 전설의 용사와 새로운 친구 +1 21.08.02 64 5 12쪽
8 #7 소녀의 마음 +1 21.07.31 74 4 13쪽
7 #6 고백과 새로운 갈등 +1 21.07.30 90 7 13쪽
6 #5 위기 모면 +2 21.07.29 95 6 12쪽
5 #4 유일신의 용사? +4 21.07.28 107 7 12쪽
4 #3 반짝이는 황금색 +1 21.07.28 110 8 11쪽
3 #2 레빗과 기사 요한센 21.07.27 140 14 13쪽
2 #1 돌아오긴 했는데 21.07.26 161 13 15쪽
1 #P 지난 이야기 +1 21.07.26 198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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