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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부는 명지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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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울이
작품등록일 :
2018.05.16 23:44
최근연재일 :
2018.06.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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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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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서론2 - 암투(暗鬪) 2

DUMMY

임금은 훈국 소동을 전해 듣곤 나서도 숱한 상소에도 불구하고 일언반구 말도 없이 보름이나 시간을 끌었었다. 그러다가 겨우 내린 명이 애초 소동의 단초를 일으킨 마태석 한 명에게만 죄를 주라는 것이었고 그것도 유배가 아닌 파직으로 그쳤다.

당연히 많은 자들이 왕명에 불복하며 이의를 제기했고 성균관 유생들은 물론이요, 관료와 언관들의 상소가 줄을 이었다. 임금이 묵묵부답으로 대응해봤지만 시간이 지나도 상소는 줄지 않았고 일반 민심마저 동요하여 한성부 전체가 뒤숭숭해지면서 마냥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렸다.

더구나 측근이라고 여겼던 몇 안 되는 신료들까지 그런 여론에 맞서기 꺼려하며 임금 편을 들지 않고 침묵하였기에 계속되는 상소와 그에 호응하는 신료들의 반발에 홀로 맞서야만 했다.

그러다가 결국 형판 홍기섭의 간언을 받아들여 주동자를 다섯으로 확대하고 그들을 유배시키는 것으로 다시 명하면서 훈국 문제에 있어서 조금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임과 동시에 김로의 대청 재개 주장을 받아들여 전격적으로 세자에게 국정운영을 맡기는 방식으로 세자를 방패막이 삼아 뒤로 숨어 버렸다.

임금은 이것으로 이번 사태를 결말짓기 원했다. 평소 같았으면 어떻게든 버텨냈을 것이지만 지금은 아니란 판단 때문이었다. 또한, 천지신명의 보살핌으로 세자가 다시 일어났다지만 다시 대청을 맡을 세자에게 과한 부담을 주기가 저어하여 김로가 아뢴 방책을 받아들였던 것이었다.

하지만 정국 흐름은 임금 바람대로 흐르지 않고 훈국 문제가 여전히 조정 최대 관심사로 남아 있는 것은 물론이요 오히려 한성부를 벗어나 전국팔도로까지 번지며 논란은 더 커져갔다.

문제는 이것 뿐 만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주로 안동김문과 그 동류들이 논란을 키웠지만 점차 유생들에게로까지 번졌고 여기에 한성부 일반 백성들 민심까지 가세한 것에서 머물지 않고 전국 팔도로까지 번져 지금은 지방 사족들의 상소까지 답지하기에 이르렀다.


‘요원지화(燎原之火).’


이렇게 한성부에 그치지 않고 전국 팔도로까지 논란이 번지고 반발이 심해지자 안김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던 인사들마저 훈국 논의를 함에 있어서 언행에 신중을 기하며 몸조심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렇게 상황이 변해가자 성난 여론을 달랠 필요성 있다는 공감대가 더욱 확산되었고 이참에 그동안 누적되어온 훈국 문제를 변통시키자는 주장에 하나 둘 동조하는 이들이 늘어갔다.

다만, 이전과 다른 점은 훈국을 물고 늘어지는 쪽 인사들이 점차 그 화살을 훈국을 넘어 정계 개편으로까지 확대되어가려는 기운이 느껴지자 풍양 조문에서도 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오늘도 빈청에서는 훈국을 물고 늘어지려는 인사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 사이에 강한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이번 훈국 사태가 겨우 다섯 죄 준 것으로 그칠 일인게요? 백성들이 크게 놀라 두려워하여 짐 싸들고 성 밖으로 도망친 이가 한둘이 아니고 장사치들마저 몸을 사리고 장에 나오지 않아 쌀이며 포목들은 물론이요 짚신 한 짝 제대로 구경하지 못할 정도여서 물건 값들이 일제히 올라 민심이 요동쳤소. 이런 사단을 일으켰음에도 겨우 군사 다섯 유배 보내는 것으로 그친다면 누가 있어 국법을 두려워하겠소?”


이희갑이가 조인영이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조인영이도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의 성격상 피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그가 화난 표정을 유지하고는 되묻는다.


“그래서 어쩌자는 겝니까? 생각이 있으시면 들려주시지요.”

“책임질 자는 책임을 지우고 벌 받아야 할 자는 죄를 주어야지.”

“책임질 자라니··· 지금 누굴 이르는 겝니까?”


이희갑이 말에 조인영이가 벌컥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희갑이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책임질 자’라는 말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책임질 자라니··· 그것은 분명 훈국대장인 형 조만영을 가리키고 있음이었다.

형은 조선팔도 군사력 중에 가장 강력한 무력집단인 훈국대장에다 호조와 함께 양대 재정관청으로 자리하고 있는 선혜청까지 겸임하고 있음으로 해서 풍양조문의 중심이다. 이런 형세에서 형이 떨어져나간다면 풍양조문은 그야말로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될 터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주먹을 불끈 쥐고 씩씩대는 조인영이 모습이 꼬리에 불붙은 황소마냥 그러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희갑이가 작정했는지 이제 숫제 이죽거리는 말투로 입은 놀린다.


“그거야 죄인들을 추국해보면 드러날 일 아니겠소?”

“쾅! 뭐요!”


조인영이가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앉아 있던 의자를 ‘퍽’하고 차버렸다. 그리고는 주먹에 힘줄이 돋아난 채 곧장 이희갑이게로 향했다. 하지만 두어 발자국도 떼기 전에 누군가 그의 어깨를 잡아 당겼다. 조인영이가 얼굴을 붉히며 어떤 인사가 훼방하는가 하고 고개를 빠르게 휙 돌렸다. 그런데 의외의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형 조만영이었다.

형이 고개를 가로 젓고 있었다. 조인영이가 뭐라 한 마디 하려다가 형의 얼굴을 보더니 불만 섞인 얼굴로 아무 말 없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조만영이가 동생이 자리에 않는 모습을 보고나서야 덤덤하게 이희갑이를 한 번 쳐다보다가 이내 머리를 돌렸다. 그곳에는 영의정인 이상황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조만영이가 영상 이상황이를 향해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평천대감의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 큰 사단을 일으켰는데 벌 받은 자가 고작 관품도 없는 삼수병(三手兵) 다섯 이라니 누가 보더라도 고개를 끄덕이기 힘든 것이 사실이외다. 물론, 이미 상께서 명을 내리셨고 단죄를 하셨다고는 하나 앞으로 그런 불상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지요. 해서, 이번 기회로 훈국 군영의 기강을 강하게 바로 잡고 이에 따르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 경중에 따라 벌을 주거나 내친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또한 자세히 살펴보아 잘못된 관습이나 관례들이 있다면 그것들도 이차에 바로잡는다면 이후로는 이번 같은 소동이 자리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영상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그, 그게···”


영의정 이상황이가 느닷없는 조만영이의 물음에 얼른 답변하지 못하고 꾸물거렸다. 그것은 조만영이의 물음에 비수가 숨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훈국은 훈국대장이 조만영인 까닭에 풍양조문 손아귀에 들어있다. 하지만 훈국을 형성하고 있는 많은 무관들 중에 상당수는 안동김문 계열이다.

따라서 기강을 바로잡는다는 명제아래 변통한다면 훈국대장인 조만영이의 의중대로 될 것이고 거기서 내쳐지는 자는 김문계열 사람들일 테고 그 자리에 채워질 자들이 누구일 것인지는 말이 필요 없을 터다. 조만영이의 갑작스런 도발에 이상황이가 얼른 대꾸를 못하다가 이내 ‘허허’ 하고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그 웃음소리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미간의 주름이 더욱 깊게 패인 얼굴로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겠지요. 허나 윗물이 계속 흐려서야 어찌 아랫물만으로 물이 맑아지기를 바라겠소. 그건 어불성설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훈국대장!”


수십 해를 조정에서 살아남은 노객답게 이상황이가 유연하게 되받아쳤다. 조만영이가 그런 이상황이에게 말대꾸 하지 않고 웃음기를 띄운 얼굴로 응시했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조인영이는 형 조만영의 여러 직함 중에서 훈련대장을 거론하는 것에 화를 참지 못하고 또다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이번에도 훼방 놓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던 권돈인이었다.


“그만들 하시지요. 지금 훈국 상황이 한 두 사람 징치하여 바로 잡힐 것이라 보시오이까? 그리 간단한 것이었다면 이번 같은 소동이 일어나기 전 진즉 해결되었을 것이외다. 허나 그러지 못하고 지금까지 훈국의 교만함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다 까닭이 있어 그러한 것이 아닙니까. 이러한 것을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이번 같은 소동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이오이다. 허니 사람 몇 벌주는 것처럼 국지적인 것에 매달릴게 아니라 그 근원적인 문제를 바로 잡아야 될 것이외다.”

“같은 생각이외다. 훈국의 교만함이 몇 사람 죄 준다고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오.”


관북담당 팔도 구관당상 자격으로 자리하고 있던 이면승이가 권돈이의 말을 지지하고 나섰다. 관직은 좌참찬(左參贊 정2품)이다. 아무튼 그가 비국(備局)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당신들도 같은 생각 아니오?’ 라는 물음 섞인 시선을 보내자 그 눈빛을 받은 사람들 몇은 조용히 머리를 끄덕였고 몇 사람은 가만히 눈을 감으며 부정도 긍정도 아니 했다.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조인영이가 얼른하고 나선다. 하지만 조금 전과 달리 목에서 볼멘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래서 어쩌자는 겝니까?”

“훈국으로 인한 백성들 고통이 너무 크다는 거요. 지금 훈국에 대한 백성들 민심이 어떠한지 잘 알거요. 상번병을 줄여 민심을 달래 필요가 있어요.”


상번병을 줄여야한다니··· 그리되면 훈국의 영향력도 같이 줄어들게 된다. 그 말은 훈국대장인 조만영의 권세도 그 만큼 힘이 떨어지게 됨을 의미한다. 가장 우려하던 것 중에 하나가 이면승 입에서 거론되자 조인영이가 발끈한다.


“훈, 훈국을 줄이다니, 그게 말이 된다고 보시는 겝니까?”


하지만 조인영이 말고는 어느 누구도 이면승이 말을 반박하지 않은 채 조용히 지켜볼 뿐 이었다. 황망한 얼굴로 평소 교류가 있던 자들을 쳐다봤지만 모두가 그의 시선을 회피했다. 조인영이가 당황스러워하다가 순간 눈에 띤 친우(親友) 권돈인이에게 향했다.


“이재(彛齋)도 생각이 같으시오?”


조인영이는 친우인 권돈인이가 얼른하고 이 난감함을 풀어주고 더불어 도움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조인영이의 마음과는 달리 권돈인이는 그럴 생각이 없는지 묵묵부답이다. 더구나 한 박자 쉬었다가 하는 짓이 한숨을 내 쉬는 것이 아닌가.


“운석(雲石), 민심이 너무 좋질 않아요. 그리고 꼭 군사를 줄이는 일이 아니더라도 훈국을 이대로 둘 수 없음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음이에요. 이에 따른 깊은 논의는 필요할 듯 싶소.”

“이, 이재···”


조인영이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 권돈인이 입에서 흘러 나왔다. 한동안 멍하니 권돈인이를 바라보던 조인영이가 충격을 먹었는지 이후로 한 마디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묵묵히 회의를 지켜볼 뿐이었다. 회의가 파한 뒤에도 한동안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텅 빈 자리를 지키었다.

반각이나 지났을까 마침내 비국에서 나와 퇴청을 하였는데 발걸음이 향한 곳은 집과는 정 반대 방향이었다. 그렇게 향한 발걸음이 멈춘 곳은 적선방에 있는 월성위궁(月城尉宮), 추사 김정희의 집이었다. 하지만 주인은 어디가고 그를 맞이한 건 텅 빈 사랑이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김정희가 사랑채로 찾아온 것은 일각이나 지난 시각이었다. 그런데 주인이 들어왔음에도 조인영이는 그대로 주저앉은 채 목인사로 대신했다. 아무리 상것들이라도 주인이 들어오면 벌떡 일어나 인사를 표하는 것이 예법일진데 조인영이는 그러지 아니했다.

하지만 김정희는 물론이고 조인영이도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그만큼 두 사람 사이는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을 정도로 막역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도리어 주인인 김정희가 아버지한테 불려갔었다고 미안해한다.


“아버님이 급히 찾으시어 결례를 했습니다.”


김정희 부친은 김노경, 세자 신임을 받고 있는 호조판서이자 비변사 당상이니 오늘 비국에서 있었던 일에 대하여 아들과 논의했을 것이었다.


“오늘 비국에서 있었던 일을 들으셨소?”

“예, 훈국변통 이야기가 거론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서론을 늘어놓은 필요가 없어졌다. 조인영이가 얼굴 근육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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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론2 - 암투(暗鬪) 2 +3 18.05.19 2,187 45 12쪽
6 서론2 - 암투(暗鬪) 1 +9 18.05.18 2,407 48 12쪽
5 서론1 - 훈국소동(訓局騷動) 5 +6 18.05.18 2,475 52 11쪽
4 서론1 - 훈국소동(訓局騷動) 4 +9 18.05.17 2,555 50 13쪽
3 서론1 - 훈국소동(訓局騷動) 3 +7 18.05.17 2,902 45 12쪽
2 서론1 - 훈국소동(訓局騷動) 2 +5 18.05.17 3,347 42 12쪽
1 서론1 - 훈국소동(訓局騷動) 1 +4 18.05.16 5,045 4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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