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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명가 막내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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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랑해전
작품등록일 :
2021.05.14 13:24
최근연재일 :
2021.05.2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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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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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드 가의 막내 (1)

DUMMY

소환명가 막내아들 001화



루벤드 가의 막내 (1)



덜컹, 덜컹.


마차가 덜컹대며 흙바닥을 달릴 때마다 리네스는 어지럼증을 느꼈다.


구름이 무성히 많은 하늘 아래에 햇볕은 리네스를 향해 곧이곧대로 내리쬐며, 드넓게 펴진 들판에는 풀을 뜯어먹는 가축들이 있다.


나무토막을 모아둔 건너편에는 토막공사를 하는 작업자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한창이었다.


그 중심을 달리는 마차, 그 안엔 황제마저도 감히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없다는 소문이 퍼진 가문의 자재.


루벤드 가의 막내, 리네스 루벤드가 앉아있었다.


이 소영지에 마차를 탄 채 달릴 때마다 느끼는 어지럼증은 도저히 익숙해질래야 익숙해질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리네스는 이 월요일 아침마다 아버지와 함께하는 영지 탐험에 꽤 만족하는 편이었다.


상념에 젖은 리네스가 마차의 가림막을 열어재끼고 바깥의 풍경을 구경했다.


‘이 길도 곧 바뀌겠네······.’


그 이유는 뻔했다. 지금 이 길거리의 공사가 한창이었으니까.


참 추억이 많은 곳이었는데.


그때, 리네스의 아버지인 루벤드가 입을 열었다.


“리네스.”


리네스가 상념을 깨는 목소리에 놀라 답했다.


“네?”


루벤드는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리는 마차 안에서도 눈살 한 번을 찌푸리지 않고는 턱을 괸채 약지에 걸린 해골 금반지를 내보이며 말을 이었다.


“한 가문의 수장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무언지 아느냐?”


가문의 수장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라. 뻔한 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의 실패와 좌절을 품어줄 수 있는 따뜻한 포용력···?”


리네스가 제 가슴을 펼쳐가며 ‘포용력’이라는 것을 몸소 흉내내었다.


“많은 적과 싸워 가문을 지켜낼 수 있는 무력?”


검을 쥐는 것 같이 손으로 모양을 만들어 싸우는 모습을 흉내내기도 했다.


“근접했지만, 틀렸어.”


역시나.


뻔할 뻔자다.


루벤드는 언제나 평범함에 벗어났다. 이건 그가 강해지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근접하기라도 했으니,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럼 뭔가요?”


루벤드는 금색의 긴 줄이 달린 돋보기 안경을 위로 한 번 올렸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


“어느 때나 차가운 머리.”


······네?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리네스가 눈을 깜빡였다.


차가운 머리라니.


리네스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루벤드가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머쓱하다는 듯 엄격함에도 장난기가 숨어있는 목소리를 내었다.


“나 원 참, 이런 것도 몰라서. 냉정하게. 냉정하게 행동하란 말이다.”


틈만 나면 안경을 올리는 것은 그의 10년도 더 된 버릇이었다. 루벤드는 이번에도 안경을 한 번 올리고 말을 이었다.


“잘라내야 할 싹은 잘라내고, 거두어야 할 싹은 거두라는 이야기다.”

“오오······.”


리네스는 형식적인 반응을 내보였다. 루벤드는 굳이 내색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안경을 올렸다.


“가끔은 진지한 아버지의 모습을 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단둘이 있을 때는 굳이 품위를 지키지 않아도 되지 않은가.”


루벤드가 목을 축였다.


“이런 식이다. 차가운 머리라는 것은 어떤 것이든 될 수 있어.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며 장난을 칠 수도 있겠지.”


멋있게 자라난 그의 까끌까끌한 검은 턱수염을 몇 번 쓰다듬더니, 입을 굳게 닫았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때 그가 자주 하는 행동이었다.


그때였다.


“가주님!”


다급한 목소리가 마찻길에 울려퍼진다.


‘무슨 일이지?’


리네스가 몸을 일으켜세웠다.


“흑마법진이군.”

“예, 가주님. 산책을 방해해서 송구하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여기치 못하여······!”


쉿.


리네스가 검지를 펼쳐 헤렌의 입을 막았다.


루벤드의 ‘차가운 머리’는 이번엔 소환술사의 모습을 띄었다. 그것도 아주 강한.


“이, 이것이.”


루벤드 가주의 ‘태고의 소환술’.


“물러서거라, 리네스.”


위험하다.


뭔지 모르겠지만, 이곳에 있다간 어떤 사건이든 휘말릴 것이 뻔했다.


리네스는 아버지도 그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닥에 그려진 보랏빛 마법진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아, 아버지. 제발.’


마법진이 더욱 더 거세게 요동쳤다. 뜨겁고 축축한 바람이 리네스를 덮치자, 그는 바닥에 엎드린 채 상황이 종료되기만을 기다렸다.


눈을 감은 루벤드가 주문을 작게 읊조리고는 스태프를 바닥에 한 번 내리찍었다. 그러자 푸른 결정들이 허공을 휘저었다.


허공을 휘젓는 결정들의 수는 계속해서 불어났다. 그러는 와중에도 새카만 마법진에서 무언가가 올라오며 사방의 수풀들이 흔들렸다.


‘······피해야 하는데!’


수풀들이 늪처럼 변한 바닥으로 쑥 꺼진다. 그건 리네스의 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늪으로 변해버린 땅에서 무언가가 솟아났다. 살점 하나도 붙지 않은 뼈마디. 마치 사람의 손처럼 생긴 뼈였다.


그것은 마치 무언가를 찾는 듯이 주변을 몇 바퀴 돌다가 리네스의 근처에 도착했다.


‘지금!’


최대한의 반동을 이용해 늪에서 뛰어오른 리네스는 근처 나무 하나를 부여잡고 허공에 매달렸다.


그리곤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 손에 쥐고 자신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여러 가지의 손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따다닥. 딱. 딱. 딱. 딱.


계속해서 리네스를 공격하던 손이 바닥을 짚었다. 늪으로 변한 땅에서는 팔꿈치가 드러났고, 머리, 몸통, 다리까지 차례대로 늪 밖에 나와 모습을 보였다.


‘스켈레톤이다···.’


언데드(Undead).


살아있지만 죽은 자들. 맹목적으로 살아있는 인간의 피를 탐하는 자들. 삶이 곧 죽음인 자들.


따닥딱! 딱딱!


스켈레톤 병사가 이빨을 부딪히며 다리를 움직인다. 리네스는 그 광경을 보고도 전혀 겁에 질린 모습이 아니였다.


‘언데드는 익숙해. 이 세상에 네크로맨서가 얼마나 많은데.’


이미 몇 번이고 봤던 놈들이야.


겁먹을 필요 없어.


쫄지마, 리네스.


아버지의 소환술이 전부 시전될 때까지만 버티는 거야.


따닥! 딱! 딱딱!


스켈레톤의 이가 빠른 속도로 갈린다.


그게 눈에 보였다.


그래서 너무 무섭다.


제발······.


‘아버지!’


그때였다.


펄럭! 펄럭!


“리네스! 올라타!”


루벤드가 붉은 와이번을 탄채 리네스의 눈앞에 나타났다.


쩌적, 쩌저적.


안도한 리네스는 부여잡고 있던 나뭇가지가 스켈레톤이 던진 뼈에 의해 끊어지기 시작한 것도 모르고 그만 긴장의 끈을 놓아버렸다.


쩌억!


“리네스!”


루벤드의 손이 리네스의 팔을 굳세게 잡았다.


마법진에서 새카만 보랏빛의 빛무리가 빠른 속도로 솟아나기 시작했다. 곧 그것은 연기의 형태로 루벤드의 뒤에서 다시 형체를 되찾았다.


툭. 툭.


“오랜만이야, 루브.”

“······너도 참, 악취미가 있군.”


새카만 머리칼을 가진 여인이 루벤드의 어깨를 툭 쳤다.


사라락.


루벤드가 시전 중이던 소환술을 풀고는, 고개를 돌려 리네스를 바라봤다.


그 시선을 여인도 따라갔다.


“아, 페레디안. 일을 너무 벌렸잖아.”

“후훗, 미안. 잠깐 겁만 준다는 게 그만······. 어머! 오줌을 지렸구나?”


둘은 마치 이미 말을 맞췄다는 것처럼, 장난기 있는 목소리로 리네스를 일으켜세웠다.


응?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아니, 저 정도의 흑마법이 ‘겁만 준다는 게 그만’의 수준이라고?


······어라.


잠깐.


페레디안?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페레디안.


페레디안이라.


기억을 곱씹어본다.


페레디안.


페레디안 안타르투스.


리네스의 머릿속에서 퍼즐조각이 서서히 맞춰지기 시작했다.


뭐······?


그럼 저 소녀가 자그마치 400년을 살았다는 그 소문의 페레디안이란 말이야?


“페레디안 안타르투ㅅ······!”


- 퓽!


페레디안의 손가락이 튕기자마자 리네스의 모습이 강아지로 변했다.


“월! 월!”

“그래, 이 자재가 재능이 탁월하다고 했나?”


페레디안이 리네스에게는 한 줌의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루벤드를 바라봤다.


강아지의 모습을 한 리네스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페레디안을 올려다봤다.


루벤드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내심 이래도 되나 싶어하는 눈치였다.


리네스는 혓바닥을 길게 뻗어놓고 헥헥대기 시작했다.


- 퓽!


“푸하!”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리네스는 헥헥대며 페레디아를 원망 서린 눈빛으로 쳐다봤다.


“후우··· 겨우 살았네···.”


이러기 있냐구요, 진짜······.


“리네스, 리네스 루벤드라고 했지.”

“아, 소개하지. 이쪽은 페레디안 안타르투스. 유명한 흑마법사지.”

“알고있습니다.”


그렇게 리네스와 페레디안, 루벤드는 서로 몇 마디 소개를 나눈 뒤 본론에 들어갔다.


“리네스. 너를 카덴에 데려갈 거야.”


카덴.


페레디안이 설립한 아카데미.


“카, 카덴이요?”


······카덴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아카데미에다, 재능이 엄청난 자재들만 입학이 허가되기까지 하니 저런 반응이 나올 법도 했다.


게다가 자그마치 400년 가까이 살아온 페레디안 아카데미장의 스카웃이라니······!


이거 완전 좋은 기회잖아!


“응, 리네스. 카덴으로 널 초대할 거다.”


스륵.


페레디안이 붉은 실링이 붙은 편지지를 건냈다.


[카덴 입학통지서]


“······.”


떠억.


리네스의 입이 큰 폭으로 벌어졌다.


“와, 와······.”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았다. 감격스러운 눈빛엔 눈망울이 맺혔다.


문득, 어릴적 리네스의 어머니가 해주신 말이 떠올랐다.


‘리네스, 남자는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에게 평생을 바친단다.’

‘네? 그럼 여자는요?’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평생을 바치지.’

‘그럼 저도 인정해주는 사람을 향해 평생을 바칠 수 있는 거에요?’

‘그럴 수도 있겠지.’

.

.

.


알았다. 한 번의 인정을 위해 평생을 바치는 이유······.


온몸에 전율이 울려퍼지고, 마치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하늘의 별따기 마저도.


마치 강아지가 간식에 놀아나며 조련당하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였다.


리네스가 상기된 얼굴과 목소리로 외쳤다.


“네. 갈게요. 갈게요! 아니, 가야죠! 무조건!”


피식.


루벤드의 입가에 자그마한 미소가 피었다. 그건 페레디안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일주일이다. 일주일 뒤에 카덴의 새 학기가 시작해.”


일주일.


그 안에 카덴의 입학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얘기였다.


‘할 수 있을까’가 아니다.


‘해야만 한다’였다.


리네스는 곧 과거를 회상했다.


지난 17년간의 온갖 수모.


‘야, 리네스. 너 따윗게 감히 가주를 넘봐?’


사생아.


‘이 새끼가, 봐주니까!’


호로자식.


‘돈 받고 낳은 새끼 주제에.’


창녀의 자식이라는 꼬리표.


‘리네스, 열심히하렴.’


마지막 순간까지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어머니의 숙원,


사생아인 자신보다 높은 형들을 제치고, ‘루벤드 가주’가 되는기 위해.


‘소환술은 너무 공포스럽습니다, 루벤드 가주를 처형하는 것이 옳은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몰락한 가문의 가주.


‘옳소. 소환술사들 중에는 네크로맨서도 있다지요?’


네크로맨서를 믿으며 추종하는 종교의 설립자.


‘망자를 부리는 자라니, 꺼림직하군요! 저 역시, 처형이 옳은 처사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별 일이 아니였음에도 처형이라는 처사를 끝까지 밀어붙였던 악랄한 자.


‘제 자손들만을 남겨주십시오.’


모두를 위해 처형대에 목을 걸었던 할아버지의 숙원,


루벤드의 복수를 위해.


그리고 또 한없이 이기적인 나의 배를 불리 하기 위해.



꼭 카덴에 가서 내 자질을 인정받을 테다.


작가의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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