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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경 님의 서재입니다.

SSS급 Lv.MAX 이세계패키지투어가이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이호경
작품등록일 :
2020.09.25 18:39
최근연재일 :
2020.11.05 23:27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928
추천수 :
66
글자수 :
161,178

작성
20.10.08 23:30
조회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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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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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화

DUMMY

SSS급 Lv.MAX 이세계패키지투어가이드




13

아파트 한 채만한 거석더미가 정호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지면에 부딪히는 충격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크기.

어찌해서 피했다고 쳐도 그 파편들이 그 일대를 초토화 시킬 정도의 크기.


정호는 욕설을 내뱉었다.

저건 죽어도 못 막아!

저건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못 막아!


거석 더미가 지면에 충돌할 때까지 4초.


거석더미가 피라미드의 주둥이를 가리며, 공동이 순식간에 지옥처럼 캄캄해졌다.

정호에게 그 순간은 마치 죽음을 처음 맞이한 순간처럼 느껴졌다.


충돌할 때까지 3초.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정호는 다시 한 번 욕설을 거칠 게 내뱉으며, 퍼트렸던 마기를 다급하게 억눌렀다.

그러자 갑자기 마기의 공급이 끊긴 사역마들은 기운을 흩날리며 사라져 갔고.


사역마들이 들어올리던 거석들은 다시 고객들이 있는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충돌까지 2초.


바쿰이 정호를 향해 소리쳤다. 가이드님! 가이드님!!!


정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기를 억누르고 다시 집어 넣어야만, 순간이동이 가능했다.

차근차근 정리를 하며 기운을 다시 자신에게로 쌓아올려야 했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기에, 마구잡이로 몸 속에 집어 넣어야만 했다.

그 마구잡이식 방법이 몸에 무리가 왔는지, 정호의 몸속에서 욕지기처럼 마기가 끓어 올라와.


터져나온 기침에서 피가 섞여 나왔다.

그 기침 때문에 잠시 마기가 흐트러졌고.

그리고 그 순간.


1초.


만약 내가 가려고 하는 곳이 지금 위치값이 변해있다면?


순간 정호의 머릿속을 두려움이 헤집었다.

하지만 이미 그의 손가락이 튕겨졌다.


딱!




***




그리고 정호팀 모두는.


투어버스 앞에 서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다급하게 어디론가 연락을 하던 기사가, 다행이라는 듯이 두 손을 들고 맞았다.

정호는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고객들은 순간이동에 어리둥절 했고, 바쿰이 고객들을 살펴보자. 다친 사람은 없는 듯 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였다.


그때 바쿰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정호였다.


[잠시 몸 좀 추스를테니 고객님들 좀 케어해줘.]


일단 바쿰은 한명 한명을 붙잡고 다치신 곳은 없는지. 놀라지는 않으셨는지 확인부터 했다.


운동장 만큼이나 넓은 공동에서 퍼져서 자유시간을 즐기고 있었으니, 상황을 온전히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기도 했고.


쾅하는 소리와 함께, 공동의 벽들이 쉴새 없이 움직였고.


그 모습에 놀라다가(오히려 그 모습에 두려움보다는 신비함과 경외함을 느꼈다는 고객도 있었다), 갑자기 공동이 깜깜해졌고.

곧바로 이 버스 앞으로 순간이동 된 것으로.


고객들은 착각했다.


몇몇 고객들이 거석이 떨어지는 것을 직접 보았으나.

일단은 잘 해결되었으니 다행이라고 오히려 바쿰을 위로하기도 했다.

자신들이 우겨서 들어가자고 한 것이 잘못이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으며.


일단은 다친 사람이 없으니 된 거 아니냐며.

굉장히 위험한 발언을 하는 노인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얼떨떨한 모습이었는데.


그때 그 어정쩡한 분위기를 사라지게 한 풍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대피라미드 꼭대기.


그곳에서 거대한 꽃이 피어나는 순간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저승과도 같은 흑색 모래바다 한가운데.

마치 창세부터 지금까지 세상을 영원히 바라보던 신목처럼, 그 흑색 모래 바다에서 홀로 솟아. 하늘 끝에 닿을 듯한 웅장한 위용으로 자리잡고 있는 흑석의 산.


그리고 그 위에 거대하게 솟아오른 흰색의 꽃봉오리.

바위로 이루어진 그 꽃봉오리가 지금 서서히 피어나며 그 흰 속살을 내비쳤고, 그 수줍은 자연의 결과물은. 어두운 세상에 유일하게 남겨진 순결처럼 보였다.


그 순결은 눈부실 정도로 하얗게 빛나며.

보는 이로 하여금 경이를 느끼게 했다.


그 순간 쿠푸왕의 대피라미드가 구슬프게 울었다.

그 소리는 심해의 고래소리처럼 길고 아련했으며, 아름답고 슬프게 들려서. 왠지 모르게, 마음 한 켠을 무겁게 만들었다.

울음소리가 흑색 사막 끝까지 퍼져나가.

모든 모래 알갱이 하나하나에, 모든 잎새 하나하나에 스며들었다.


모든 이들이 그 자연의 경이 앞에.

말을 잊었다.




***




[긴급 속보입니다.

케메트계에서 진귀한 피라미드꽃이 개화했습니다. 이 개화는 3만년에 한번 피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 개화에 학계는 물론, 전계가 흥분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이명진 기자입니다.

당시 한국인 관광객이 찍은 개화영상입니다.

케메트계에 있는 가장 큰 피라미드인 쿠푸왕의 대피라미드에서, 아릅답고 거대한 흰꽃이 꼭대기에 피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시각으로 오늘 오전 11시. 모종의 이유로 쿠푸왕의 대피라미드는 평소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더니, 개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꽃잎 하나가 1km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지만, 순식간에 자라난 꽃봉우리가 개화하는 데에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피라미드 연구에 몸담고 있는 케메트국의 바칼라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이 현상은 매우 진귀한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피라미드는 3만년에 한번 꽃을 필까 말까한 진귀한 식물입니다. 이러한 개화 또한 학계에서 실제로 관측한 경우는 없었고, 연구를 통해 예상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실제로 관측된 것은 매우 놀라운 것입니다.”

다만 바칼라 교수는 피라미드꽃이 예정보다 더 일찍, 즉 3만년이 되지 않았는데도 개화한 것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케메트국은 모든 학계의 인물들을 총동원해서 원인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며. 전계의 모든 학계가 이 경이로운 자연현상에 주목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꽃이 언제 질지도 몰라, 현재 케메트국으로 가는 모든 여행상품들은 이 경이로운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몰려든 관광객들로, 이미 매진된 상황입니다.

이상으로 이명진 기자였습니다.]


정호는 눈앞에 뜬 뉴스창을 내렸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자신의 호텔방을 둘러봤다.

아직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쿠푸왕의 대피라미드 사건 직후.


고객들의 요청으로 오후 일정이 취소되었다.

오후일정은 페르아 국립박물관 관람이었는데, 고객들은 피곤하다는 이유로 일정을 취소하고 이른시각에 호텔로 돌아왔다.


하지만 피곤한 것 치고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레스토랑이나 펍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자신들이 봤던 피라미드꽃 개화에 대해서 신나게 저마다의 감상들을 나눴다.


그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었다.


모든 뉴스에서 이 사건을 메인뉴스로 내세웠고, 고객이 찍은 개화영상이 뉴스에 나왔다.

전계 언론들은 정호네 투어팀을 3만년에 한번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린 팀이라, 입에 침이 마르도록 부러워했다.


고객들은 그런 뉴스를 찾아보며 흐뭇해 했고, 그 순간을 즐겼다.

페르아 국립박물관을 가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이라 생각되기도 했고.


피라미드 속을 걷는 것이 고됐는지, 좀 쉬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았다.


정호와 바쿰은 고객들의 분위기를 파악하려고, 레스토랑 예약과 주문을 도와주며 눈치를 살폈고.

펍에서 안주랑 맥주를 한 잔씩 돌리기도 하면서.


고객들의 심중을 알아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고객들은 순결한 하얀꽃에 대해, 그 신비했던 경험에 대한 추억을, 계속해서 자기들끼리 나눌 뿐이었다.

그들의 머릿속엔 이미 거석더미 같은 건 사라졌다.


“아무튼 잘 된 거지. 진짜 아슬아슬했어.”


정호는 마른기침을 하며 혼잣말을 했다.


그렇다.


정호는 아직도 마지막 순간이동을 할 때를 생각하면 아찔했다.

급박한 나머지 피라미드 입구로 순간이동을 했다면?

아마도 위치값이 정확하질 않아, 자신과 고객들은 옮겨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생각하기도 싫었다.


“그나저나 투어는 이제 어떡하냐.

이런 적은 진짜 난생 처음인데. 아까 긴급업무보고를 보내놨는데, 희안하게 김지영 팀장한테 연락이 없네.”


그리고 그 순간.


김지영 팀장으로부터 통화가 걸려왔다.

정호는 그 기가막힌 타이밍에 놀라 침대에서 번쩍 일어났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아니 마녀도 제말하면 온다더니라고 해야하나.

정호는 질색하며 통화를 받았다.


“예, 김정호입니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그러자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목소리로 가이드일은 한 거지.


“예, 안녕하세요, 김지영 팀장입니다.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시죠? 괜찮으신가요?”


“예, 걱정해주신 덕분에 무사합니다.”


“아 그러시군요. 다행입니다.

피라미드꽃 개화 소식 때문에, 지금 홈페이지가 마비가 될 정도로 고객들이 몰렸어요.

몇분간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구요. 그래서 그거 처리하느랴 업무보고에 답변이 늦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차원통신으로 이렇게 통화하네요.”


“아, 예 그러시군요.

이번 일이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게 정말 다행이네요.”


“예, 맞습니다.

신수 건으로 케메트국 관공서에 들리신다고 하셨는데, 다녀는 오셨나요?”


“아직 아닙니다.

저녁 먹고 출발하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 그렇게 멀지 않거든요.”


“보내주신 현장녹화를 막 다 봤는데.

일단 신수 건과 피라미드 건이야 잘 해결되어서 다행이지만, 정론적으로 보았을 때.

두 건 모두 본사의 업무수칙에 매우 위배 되는 행동이었습니다.

제가 김정호씨의 능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까딱 잘못하다간 고객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어요.

더불어서 피라미드 또한 고객들의 동의와 요구가 있었다고 하지만, 관광공사 직원이 말릴 정도면야 일정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게 더 올바른 선택입니다.

신수 건만으로도 김정호씨는 시말서로도 모자른 징계처분을 받았을 겁니다.

우리는 모험을 가는 게 아닙니다.

고객들에게 관광상품을 팔러 가는 거예요.”


그래, 회사 생활이라는 게 이런 거지.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고.

그렇게 생각하며 정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놈의 지네만 없었어도 조용히 넘어갔을 텐데.


“예, 죄송합니다.”


“아무튼 신수 건만으로도 아마 한동안 투어배정은 받지 못했을 텐데.

이번 피라미드꽃 개화로 상품매진이 잇따르자, 상무님께선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시기로 하셨습니다.

그리고 현재 가이드님 팀으로 전계의 이목이 쏠려 있습니다. 3만년의 행운을 누리는 팀이라면서요.

그래서 저희 파랑풍선여행사 본사는 이 점을 마케팅 홍보에 부각시키자고 결정했습니다.”


“...홍보요?”


“예.

그래서 이번 가이드님 팀의 모든 경비를 저희 회사에서 제공할 겁니다.”


“네? 모든 경비를요?”


정호는 갑자기 골치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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