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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o 님의 서재입니다.

하급 기사의 영혼 찾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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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o
작품등록일 :
2024.03.21 21:17
최근연재일 :
2024.03.21 21:19
연재수 :
1 회
조회수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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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5,283

작성
24.03.2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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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

DUMMY

금요일 밤의 화려한 시내 번화가.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거리는 웃음소리와 경쾌한 캐럴로 시끌벅적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새하얀 함박눈 또한 사람들의 어깨에 살포시 내려앉아 행복을 더 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고층 빌딩 옥상에 서 있는 내 기분은 그리 달갑지 못했다.

유일하게 이날을 싫어하는 자가 아닐까?


"시끄럽네."


난 차가운 펜스에 기댄 채 요란스럽기 짝이 없는 번화가를 바라봤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입가에 쓴 웃음이 지어졌다.


"떨어져도 하필 이딴 곳으로 떨어지다니 참···."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지겨운 이곳을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신속하게 그녀의 영혼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내가 이곳에 온 이유이자 제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렇다면 서둘러야 한다.

난 고개를 절로 지으며 밝게 빛나는 달을 바라보았다.

뒤이어 크게 심호흡하며 눈을 감았다.


"후···."


마음을 비운다.

달빛의 정기가 서서히 스며드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 시간은 물 흐르듯 흘러가고 온 신경은 청각에 집중된다.


빠앙! 까르르! 쨍그랑!


기다렸다는 듯 수많은 소음이 내 귓가에 스며들었다.

도로변에서 울리는 자동차 경적,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대화, 그리고 술집에서 병이 깨지는 소리까지.

하지만 역시는 역시였다. 무수한 소음 중 내가 기대하는 기운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난 고개를 떨구며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몇 달째인지 모르겠다.

셀레네의 영혼을 찾기 위해 인간계 대부분을 떠돌아다녔지만, 영혼은커녕 이딴 쓸데없는 소음만 들릴 뿐, 그 작은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다.


"설마 녀석들이 먼저 가로챈 건 아니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과 초조함이 커졌다.

이대로 빈손으로 돌아간다면 소멸당하는 것은 기정사실일 테니.

그렇게 이번에도 실팬가 하며 눈을 뜨려는 찰나.


-살려 주세요!


한 소녀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귓가에 들려왔다.

더불어 지금껏 인간에게서는 느낄 수 없던 강한 기운을 느꼈다.


'설마, 달의 기운?'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어쩌면 두 번 다신 오지 않을 마지막 기회.

난 이를 악문 채로 기운을 찾기 위해 온 힘을 쏟아냈다.


-제발 도와주세요. 제발···.


또 한 번 귓가에 들려오는 처절한 목소리, 그리고 난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서 달의 기운이 강하게 요동치고 있다는 것을.

달의 여신 셀레네의 영혼을 머금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드디어 찾았네."


난 피식 웃으면서 달을 영혼이 느껴지는 곳을 몸을 향했다.


***


"여기는 어디지?"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얀 형광등이 복도 전체를 비춰주고 있었다.

주변 곳곳에는 각종 크리스마스 물품이 진열 되어있었고 사람들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달의 기운이 느껴진 곳, 그중 가장 근접한 범위로 이동했는데 아무래도 대형마트로 온 것 같았다.


하필 와도 이딴 곳이라니.

시끄럽지 않기를 바랐는데 굉장히 거슬리는 곳으로 와버렸다.

상관없다. 어차피 영혼만 찾으면 이 지긋지긋한 곳도 이제 곧 안녕이다.

우선 주변을 훑어보면서 영혼이 느껴지는···.


스르륵!


순간 엄청난 살기가 나를 스쳐 지나갔다.

뒤이어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역한 냄새가 코끝 깊숙이 찔렀다.

이 냄새는 설마?


이 역겨운 냄새의 주인공은 틀림없이 그놈들일 것이다.

두려움에 기생하며 공포를 먹고 사는 흉악스러운 존재들.

바로 마물이다.


"놈들이 어째서 여기에?'


불쾌함보단 의문감이 먼저 들었다.

대체로 녀석들은 음침해서 이런 밝은 곳 따위는 선호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이렇게 대놓고 살기를 뿜어낼 정도로 놈들은 대담하지 않다.

살기는 즉,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최대한 신중을 기하기 마련일 터.

그것을 마물이라고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지.

놈들이 살기를 뿜어낼 만큼 중요한 일이 있을 거란 법.

난 허리춤에서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검집을 바라보며 확신했다.


그 소녀의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난 곧장 살기가 느껴지는 곳을 노려보았다.


슈욱-!


매장 끝, 비상문을 노려보자 검은 형체가 급격하게 몸을 숨기었다.

내가 살기를 들어내자, 놈 역시 내 존재를 눈치채고 급하게 모습을 감춘 모양이었다.

하지만 소용없다. 내가 이미 녀석의 살기를 느꼈으니 따라가면 그만이다.

난 놈의 기운을 따라 몸을 이동했다.


***


터벅, 터벅.


"뭐지?"


좁은 복도를 울리는 선명한 내 발소리에 귀를 흠칫했다.

본연이라면 내 소리는 인간계에서 들릴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선명하게 들려온다는 것은 짐작건대 단 하나.

바로 내가 타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는 것.

그것도 제일 더럽고 추악스러운 마물의 영역에 말이다.


"살려 주세요!"


아니나 다를까.

복도의 끝 어스름한 그늘 속에서 누군가 비명을 지르며 뛰어오고 있었다.

역광의 빛에 눈이 부셔서 앞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이내 들려오는 목소리가 귀에 익음을 느꼈다.

다름 아닌 빌딩에서 들었던 소녀의 목소리였다.


'놈을 쫒는 판단이 맞았군.'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하던가?

마물 덕분에 찾을 수고를 던 셈이 되었다.

기쁨에 몸서리치다 못해 웃음이 절로 나올 뻔했다.

이렇게 고귀한 물건이 내 앞에 몸소 나타나 주셨으니 말이다.

고국으로 돌아가 영웅이 될 내 모습을 상상하니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갔다.


"정신 차리자."


그래, 성급함은 곧 자멸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올라갔던 입꼬리를 내렸다.

호흡을 가다듬고 복도 끝으로 걸어가자, 이쪽으로 뛰어오는 소녀와 마주할 수 있었다.


"도와 주...!"


거친 숨을 내몰던 소녀는 내 얼굴을 보곤 그대로 경악했다.

한 줄기 희망이라도 기대한 것일까?

마치 자신을 구해줄 사람이라도 온 줄 알았던 그녀의 얼굴은 다시 울상으로 바뀌어버렸다.

하기야 인간이라면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겠지.

달을 상징하는 청색 무사복과 허리춤에 걸친 월검을 실제로 본 적이 없을 테니까.


"음..."


겁에 질려 움찔거리는 소녀를 유심히 보았다.

얼굴은 고사하고 크고 작은 상처들로 옷가지 대부분이 선혈로 범벅인 탓에 불쌍하기 짝이 없었다.

하필 새하얀 피부와 헝클어진 반묶음의 장단색 머리칼이 조명에 비쳐 더욱 진해 보였다.


-크아아!


옆에서 들려오는 괴성에 귓가가 찌릿했다.

분명 마물일 것이 안 봐도 뻔하다.

마치 왜 나를 무시하냐는 듯한 괴성.


난 깊게 한숨을 내쉰 뒤 고개를 들었다.

예상대로 인간의 형상을 한 마물 녀석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더럽게도 생겼군."


전신이 불에 타버린 듯 새까맣다.

진물과 피로 뒤범벅된 육체와 붉은 눈알까지 완벽했다.

참으로 역하게도 생겼구나.

보고만 있어도 피가 쏠려 목을 베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느껴졌다.


"하면 되지 뭘."


난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춤에 있는 월검을 세차게 빼내 들었다.

뒤이어 검을 한 바퀴 돌린 뒤 녀석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곤 놈을 노려본 채 바닥에 주저앉은 소녀를 향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눈 감아."


인간으로서 보지 말았으면 하는 장면이 있다.

특히 이런 어린 소녀라면 더욱이.

난 그 말의 끝으로 놈의 모가지를 향해 월검을 세차게 휘둘렀다.


촤악!


마물의 목이 힘없이 잘려 나감과 동시에 소녀의 비명이 들렸다.

저렇게 괴성을 지를 정도면 안 봐도 뻔했다.

내 말을 듣지 않았겠지.

난 고개만 반쯤 돌려 소녀를 쳐다보았다.


"으악···!"


굴러떨어진 마물의 대가리를 본 그녀는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난 그 모습을 지켜보다 다시금 마물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자 목이 잘려 나간 채 서서히 재가 되어가는 녀석이 보였다.


"하다 하다 잡종들까지 설치는 군."


칼등에 붙어있는 잿가루를 후 불며 얼굴을 찡그렸다.

물론 죄의식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소멸하는 것만이 유일한 구원을 받는 녀석들이었으니까.


"살려주세요···."


울먹이는 소녀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살려주세요···. 제발···."


소녀의 눈물은 닦아내기 무섭게 계속해서 쏟아졌다.

또 호흡은 거칠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난 사시나무처럼 격하게 떨어대는 소녀의 팔뚝을 보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


쥐고 있던 월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소녀가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죽일 생각이 없다는 것을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준 건데 방법이 잘 못 된 건가?


"이름이 뭐지?"

"···."


내 물음에도 소녀는 침만 꿀꺽 삼킨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날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충격이 컸던 모양이었다.

흠, 이러면 좀 곤란한데.


다다다다!


갑자기 복도 전체에서 미친 듯한 굉음이 울린다.

허물어지던 마물의 기운이 단숨에 주변을 가득 채웠다.

어림잡아 수십 아니 수백? 아니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기운이었다.


-달의 영혼이다!

-저걸 집어삼켜야 해!


벽 사이사이에 검은 공간이 열리면서 마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생각해 보니 이곳은 마물의 영역.

애초에 저딴 조무래기 한 마리만 있을 리 만무했다.

영혼에 정신을 팔린 탓에 그 부분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소멸당하고 싶어 발버둥을 치는군."


하지만 결국 마물은 마물일 뿐.

혀끝을 차며 월검을 재차 뽑아냈다.

마물의 공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놈들을 베어내기 위해 재빠르게 뛰어갔다.


"아악!"


놈의 목을 베어내려는 찰나, 뒤쪽에서 들리는 소녀의 비명에 멈칫했다.

고개를 돌리자, 소녀가 있는 곳에서도 마물의 공간이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뻗어 나오는 추악한 손이 소녀의 어깨를 붙잡고 끌어당기고 있었다.


-크아!


혼자라면 이딴 잡종들은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계 소녀가 같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난 소녀를 잡아당기고 있는 마물의 손을 향해 검을 세차게 올려 쳤다.


촤악!


-크악!


마물은 깔끔하게 잘려 나간 자기 팔뚝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표정은 곧 분노로 변했고 놈은 날 노려보려 했다.

하지만 난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슥!


그대로 검을 사선으로 올려 쳐 목을 베어내었다.


-잡아 잡아!

-계집의 영혼을 먹어야 해!


기괴한 모습을 한 녀석들이 서로를 밀치며 마물의 공간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 광경은 마치 갈라진 바위 틈에서 기어 나오는 악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자연스레 눈살이 찌푸려졌다.


시간이 없다.

곧바로 바닥에 주저앉은 소녀와 눈높이를 맞춘 채 입을 열었다.


"이번엔 진짜 눈 감아."


내 물음에 그녀는 잔뜩 긴장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두 눈을 꼭 감아 보였다.

심지어는 그냥 감은 정도가 아니라 눈꺼풀에 동공이 짓눌릴 정도로 질끈 감아 보였다.


난 조심스럽게 소녀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그래, 이대로 이곳을 벗어난다.

마물의 영역만 아니라면, 또 달이 보이는 곳 어디라면 놈들은 날 쫒지 못할 것이다.


-도망친다!

-눈깔을 뽑아버려!


수백의 마물들이 앞다투어 이쪽을 향해 달려든다.

난 그것을 바라보다 서둘러 소녀의 이마에 손을 얹은 뒤 눈을 감았다.


잡생각은 버린다.

최대한 기운을 끌어모은다.

이 인간 소녀와 함께 공간을 벗어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달의 기운이라도 좋다.

어떻게든 끌어모은다!


"으···!"


생각만큼 쉽지 않다.

내 힘을 끌어모아 놈들의 기운을 짓누르려 해도 계속해서 밀려나고 있었다.

더불어 마물의 영역인 탓에 달의 기운은 점점 상쇄되고 있었다.

안 되겠다. 작전을 변경해야만 한다.

눈을 뜨자 마물의 날카로운 손톱이 내 동공을 향하고 있었다.


"검을 뽑을 걸 그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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