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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o 님의 서재입니다.

누리와 함께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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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o
작품등록일 :
2024.01.13 16:54
최근연재일 :
2024.01.14 14:15
연재수 :
1 회
조회수 :
47
추천수 :
3
글자수 :
5,766

작성
24.01.14 14:15
조회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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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1. 신나는 술래잡기

DUMMY

겨울을 지나 꽃이 피는 계절이 왔다.

4월 중순의 선선한 바람을 맞은 벚꽃잎이 사람들의 어깨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그들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했고, 나 또한 만개해서 휘날리는 벚꽃잎을 바라보며 공원을 달리고 있었다.


헥헥!


저기 신이 나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누런색의 진돗개.

통칭 인절미, 누리와 함께 말이다.

누리는 숨이 차면서도 뛰는 것을 멈추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휘날리는 벚꽃이 신기한 듯 연신 폴짝거리고 있었다.


"누리야, 좀만 쉬자. 형 힘들다···."


혈기 왕성한 녀석의 체력을 견디지 못한 나는 그대로 잔디밭에 드러누운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숨을 크게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자, 비타민을 머금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자 어느새 누리가 다가와서 내 뺨을 핥았다.


"간지러워."


난 누리를 꼭 껴안은 채 공터를 바라보았다.

향긋한 꽃 냄새를 맡는 아이가 보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중년 남성은 흐뭇하게 웃고 있었고 이윽고 아이를 번쩍 들어 목마를 태웠다.

아이는 까르르 웃으며 꺾은 꽃을 흔들어 보였다.


난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괜스레 마음 한편이 시려왔다.

난 부러움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불편한 감정을 머금고는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 목을 축였다.


끼잉..


그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누리는 그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날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길게 늘어진 목줄을 물고 와서 내 손에 얹힌다.

아무래도 한 바퀴 더 뛰자는 신호인 것 같았다.


"그래, 가자 가."


난 피식 웃으며 무릎을 꿇은 채 신발 끈을 고쳐 맸다.

벌써 신이 난 누리를 보자 다시금 내 기분도 좋아졌다.

그래, 난 누리가 있잖아.

그렇게 생각하며 첫발을 내디뎠을 때, 삐익-! 소리와 함께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긴급 재난 문자>


[행정안전부]

- 현재 서울 일부 도심에서 소요사태 발생.

소요 상태 진정시까지 안전한 실내에서 대피 요망.


[서울대교]

- 15:00 서울 대교 양방향 전면 통제 실시.

우회 도로를 이용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행정안전부]

- 현재 서울 대부분 도심에서 대규모 소요사태 발생.

소요 상태 진정시까지 안전한 실내에서 대피 요망.


[경찰청]

- 대규모 소요사태로 인한 기동 중대 동원 하여 소요 사태 진압 중.


핸드폰을 열자 재난 경보 문자가 가득했다.

아무래도 서울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한국 공원을 달리는 나에겐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느껴졌다.

때문에 난 대수롭지 않게 목줄을 손에 걸고 누리와 함께 다시 뛰기 시작했다.


삐익!


"이런, 씨..."


또 한번 울리는 재난경보음에 난 짜증을 내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긴급 재난 문자>


[행정안전부]

- 현재 전국 대부분 도심에서 대규모 소요사태 발생.

모든 시민들께서는 안전한 실내로 대피 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경찰청]

- 대규모 소요사태로 인한 기동 중대 동원 하여 소요 사태 진압 중.

모든 중심 도로 전면 통제 실시.


[시흥시]

- 도심 곳곳에서 묻지마 살인 범죄 급증.

인적이 드문 곳 출입 자제 및 외출 자제 요망


두 번째로 열어본 재난 문자에서 난 묘한 느낌을 받았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그 불쾌한 느낌은 아킬레스건을 타고 흘러 목덜미를 덮쳤고, 내 몸은 부르르 떨렸다.

서울에서 벌어진 시위가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첫 번째 문자가 온 지 몇 초도 안 지났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다니, 애초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멍!


누리가 짖는 바람에 보고 있던 핸드폰을 내렸다.

내가 목줄을 잡아당겼음에도 누리는 짖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평소에는 일절 짖지 않는 녀석이라 당황한 나는 급하게 주변을 의식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관심도 없다는 듯 멈춰서서 중심상가 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 두쿵 두쿵 두쿵!


하늘에서 들리는 강렬한 소리가 내 귓가를 강하게 때렸다.

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자 검은 헬기가 하늘을 가로지르며 중심상가 쪽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누리랑 산책하면서 헬기만 벌써 세 번은 본 것 같았다.

처음에는 모의 훈련이나 하나 싶었지만 지금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나를 엄습해 왔다.


멍! 멍!


누리가 계속 짖는다.

저 멀리 상가 끝에서 사람들이 이쪽을 향해 정신없이 뛰어오고 있었다.

난 고개를 쭉 내민 채 눈을 크게 떴다.


그러자 선명하게 보이는 시야 속에서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도망치는 사람들 중간중간, 옷에 새빨간 피가 흥건하게 묻은 자들이 뒤섞여있었다.

그 사이로 새까만 녀석들이 도망치는 사람들을 하나둘 덮치고 있었다.

난 본능적으로 누리의 목끈을 잡아당겼다.


"누리야 가자."


대체 무슨 일이지?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주변을 연신 둘러보았다.

도로는 통제 때문인지 차량이 바글바글 했고, 심각한 교통 체증으로 인해 차량은 서로 클락션을 울리기 바빴다.

사이렌은 어디선가 미친 듯이 울려 퍼지고 있었으며 오토바이를 탄 경찰은 시민들을 향해 역주행하고 있었다.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개만 살짝 돌려 뒤를 보았다.


"경찰입니다! 전부···. 컥!"


일순간이었다.

미친 듯이 달려오던 녀석은 오토바이를 탄 경찰관을 그대로 덮쳐버렸다.

뒤이어 놈은 사정없이 경찰관을 물어뜯으며 온 몸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살···. 살려···. 줘···!"


경찰관은 발버둥을 치다 경련을 일으켰고, 입안에서 피가 푹 뿜어지더니 이내 고개를 꺾었다.

그의 얼굴은 썩어 문드러지듯 서서히 검게 물들었다.

그러자 놈은 경찰관을 더 이상 먹이로 생각하지 않았는지 또 다른 사냥감을 향해 달려갔다.

몇초가 지나자 죽은 경찰관은 발작을 일으키며 몸을 비틀더니 관절을 기이하게 꺾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친···."


무의식적으로 욕과 함께 침이 흘러나왔다.

그 사실을 인지하기 무섭게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는 무리에 섞였다.

도시는 한순간에 아비규환이 되어버렸다.

차량은 너나 할 것 없이 서로를 들이박았고, 건물 사이 사이에서는 검은 연기와 함께 화마가 치솟았다.

연분홍을 띄고 있던 벚꽃잎은 시뻘겋게 물들어 바닥을 수놓았으며, 도시는 온통 고통에 휩싸인 비명만이 가득했다.


***


공원에서 십여 분 거리에 위치한 집까지 쉬지 않고 뛰어왔다.

차오르는 숨은 목젖을 치고 들어와 헛구역질을 유발했다.

이마에서 흐른 땀은 볼을 타고 흘러 바닥을 적셨다.

난 숨을 고르며 거리를 훑어보았다.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다.

곳곳에 즐비한 빌라들의 문이 전부 닫혀있다.

평소였다면 귀찮다고 열어놓은 출입문마저도 굳세게 닫혀있었다.

그런데 내가 거주하는 빌라 출입문만큼은 어째서인지 박살 나 있었다.


2층으로 설계된 빌라였는데 일 층은 친구 민석이가, 이 층은 내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민석이네 집 현관문이 열려있었다.

난 수십번의 고민 끝에 민석이 집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민석아?"


문고리는 반쯤 부러져 있었고, 신발장은 죄다 흐트러져있었다.

좋지 않은 예감이 벌써 머릿속을 뒤죽박죽 흔들어 놓기 시작했다.

거실에 들어서자, 철분 냄새가 코끝을 깊게 찔렀다.

난 인상을 찡그리며 코를 틀어 막은 채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침대 옆에선 무엇인가 들썩이고 있었고, 그 사이로 시뻘건 피가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난 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럽게 침대 옆으로 걸어갔다.

허름한 옷차림에 얼굴은 검게 물들었고 입가에 핏자국이 선명한 놈이 보였다.

놈은 무언가를 게걸스럽게 뜯어먹고 있었는데 그것은 파란색 파자마를 입고 있는 한 남성이었다.


"흐끅..!"


시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민석이었다.

난 너무 놀란 나머지 뒷걸음질 치다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녀석은 기이한 소리를 내며 씹는 것을 멈추었다.


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바라보았다.

녀석의 날카로운 이빨에는 민석의 살점이 드문드문 붙어 있었고, 그르렁거리는 소리는 짐승에 가까웠다.


온몸이 벌벌 떨렸다.

놈의 눈동자는 피로 가득 채운 듯 시뻘거며 썩은 살덩어리는 부패해서 검게 변색되어 있었다.

이윽고 놈은 괴성을 지르며 나를 노려본 채 몸을 비정상적으로 꺾어대었다.


그아아아!


놈은 날 사냥감으로 판단한 모양이었다.

바닥을 적신 흥건한 피에 자세가 흐트러진 놈은 손톱으로 바닥을 연신 긁으며 자세를 고쳐 잡았고 곧바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콰직!


놈의 덮침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팔을 들어 올렸고 놈은 내 오른쪽 팔뚝을 세차게 물었다.

그러자 엄청난 압력과 함께 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너무 아파서 악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놈이 물은 팔뚝 사이로 피가 뿜어져 나온다.

흐르는 피의 절반은 놈의 입안으로, 절반은 내 상의를 적셨다.

놈은 신선한 피 맛을 느꼈는지 더욱 흥분하였고, 순식간에 내 위에 올라탔다.


"으아아아! 민석아!"


미친 듯이 민석이를 불러본다.

하지만 민석이의 두 눈동자는 마치 미동을 잃은 동태눈깔 같았다.


놈은 나를 더 억세게 물어뜯는다.

팔뚝에선 분수처럼 솟구치는 피가 내 얼굴을 뒤덮는다.

난 꺽꺽 거리며 놈에게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악!"


놈이 고개를 틀자 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외마디 비명과 함께 아까보다 배가되는 통증이 팔 전체를 휩쓸고 지나갔다.

팔뚝을 보니 살점이 뜯겨 나갔고 놈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날 노려보았다.


이젠 정말 끝이다.

죽고 말 것이다, 놈한테 무참히 잡아먹힐 것이다.

난 사시나무 떨듯이 놈을 쳐다보며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컹!


뒤쪽에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누리가 내 앞으로 달려오더니 녀석을 덮쳤다.

그 덕에 놈이 넘어지면서 자세가 흐트러졌고, 누리는 그 틈에 내 옷깃을 물며 빨리 이곳에서 나가야 한다고 했다.

난 뜯긴 팔뚝을 움켜 잡은 채 집 밖으로 다급하게 나갔다.


덜컥!


안방 방문을 닫고 문고리를 악착같이 움켜쥐었다.

녀석이 방 안에서 문을 내려치자 쾅쾅 거리는 소리가 연신 내 귓가를 괴롭혔다.

난 제발 저 놈이 문을 열 수 없기를 바라며 문고리를 꽉 잡아 당겼다.

한참이 지났을까, 쿵쾅대는 소리는 줄어들었고 조용해졌다.


난 턱 끌을 덜덜 떨며 현관을 나가자 도심 전체에서 뛰어다니는 놈들이 보였다.

그러다 한 놈이 나를 발견했는지 이쪽으로 뛰어왔고 난 미친 듯이 계단을 올라간 뒤 우리 집 현관문을 열었다.


"누리야, 빨리!"


놈을 향해 맹렬하게 짖고 있는 누리를 안으로 밀어 넣으며 문을 잠갔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그대로 주저 앉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반쯤 떨어져 나가 너덜너덜 해진 팔뚝을 바라보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너무 아팠다. 미친듯이 아팠다.


누리는 내 흐르는 눈물을 혓바닥으로 핥으며 위로해 주었다.

그런 누리를 보며 난 말 없이 녀석의 털을 쓰다듬다 이내 껴안았다.

그러자 눈가에 맺힌 눈물 사이로 썩어가는 팔뚝이 보였다.


'팔···. 팔이 변하고 있어!'


뜯어진 살점 위로 썩어 문드러지고 있는 오른팔이 보였다.

공원에서 검게 변하던 경찰관이 떠올랐다.

놈에게 물린 뒤 급격하게 피부의 색이 변하고, 기괴하게 몸을 꺾던 그 모습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난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죽고 싶지 않았다.

덜컥 겁이 난 나는 무언가 홀린 듯 주변을 뒤졌고, 서랍장 안에서 검은색 케이블 타이 한 뭉치를 발견했다.

그것을 죄다 꺼낸 뒤, 오른쪽 팔뚝 겨드랑이 안쪽에 케이블 타이를 묶었다.

거친 호흡을 몇 번 내쉰 뒤 이를 악물고 잡아당겼다.


찌익!


케이블 타이가 묶이는 소리가 들리면서 팔이 압박되는 것이 느껴진다.

난 썩어가는 팔을 보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하지만 효과가 없는지 피부는 계속해서 변색되고 있었고 케이블타이로 묶어놓은 겨드랑이까지 피부색이 변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제발 제발 제발!'


속으로 연신 되뇌며 케이블타이를 더 악착같이 잡아당겼다.

살갗이 벗겨졌고 진물이 흘러나왔다.

짓이긴 입술에서는 피가흐르는지 쇠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만큼 죽을힘을 다해 당겼고 살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다.


한참이 지났다.

눈을 떴을 땐 썩어가는 팔은 묶어 놓은 곳에서 멈춰져 있었다.

난 조심스럽게 케이블 타이를 풀었고 몇 분 동안 말없이 지켜보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더 이상의 피부 변색은 없었고 오른쪽 팔에서는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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