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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발장 님의 서재입니다.

조리고 천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최발장
작품등록일 :
2020.02.15 20:35
최근연재일 :
2020.04.07 18:15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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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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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583

작성
20.03.2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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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1식 - 돌솥밥 [1]

DUMMY

1.



별일 없었다.


어제는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 휴일이어서 가만히 쥐 죽은 듯 잠만 잤다. 팔팔했던 때와는 달라서 주말에 여가를 챙길 여력이 없었던 탓에 정말 쥐 죽은 듯이 쿨쿨 자기만 했다.


그러니 내 혀가 갑자기 고장 난 것은,


그 이유를 내가 알 수 없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백찬우 씨.”


소독제 대신 오래된 책에서 나는 종이 냄새가 은은히 풍기는 방 안. 가습기가 윙윙대며 돌아간다.


의사는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점심마다 내 가게에 와주시던 단골 손님. 조심스레 가발을 벗어 옆에 두고, 김이 펄펄 나는 탕국을 드시곤 했지.


“제가 한 말 들으셨나요?”

“예.”


의사의 책상에는 환자를 위한 작은 거울이 있었다. 그 얼굴에 내가 비친다.


······저게 어딜 봐서 비보를 들은 얼굴이야.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것 같은 표정이다. 오히려 거울 뒤에 있는 의사의 얼굴이 나보다 훨씬 슬퍼 보였다.


그가 모니터 화면을 가리킨다. 그 안에 흑백으로 찍힌 내 혀가 있다.


“신경감지기능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네.”

“일시적인 현상일지 아닐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징조가 좋지 못해요.”


그 뒤로 의사는 한참 동안 내가 겪고 있는 증상에 관해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대학도 다니다 만 놈이라 그런 걸까?

분명 쉬운 단어만 골라 써주고 있는데, 단어 하나하나는 무슨 뜻인지 알겠는데, 다 합치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먹겠다.


“백찬우 씨.”

“네.”

“어제 정말 아무 일도 없었나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작게 새어 나오는 말이 들렸다.


문득 우리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 잠깐 무언가 고민하는 듯하던 의사가 입을 열었다.


“의사로 살다 보면 하얀 거짓말을 해줘야 할 때가 있어요.”

“네.”

“금방 호전될 거라고, 사실 별거 아닌 병이라고, 조금만 기다리면 될 거다, 라고.”

“네.”

“환자에게는 말입니다. 보호자한테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네.”


사실 지금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멍청한 사람이 아닌데, 이상하게 의사가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보호자가 함께 오셨다면 저는 아마 거짓말을 했을 거예요. 괜찮을 거라고.”

“네.”


이명이라도 온 것처럼 어쩐지 눈앞의 풍경이 현실 같지 않았다.

술을 잔뜩 마시고 바다에 등부터 빠진 그런 느낌. 깜깜한 바다에 맥주병인 것 같은 내 몸이 잠겨 들고 점점 시야가 흐릿해진다.


“어쩌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지도 몰라요. 참 애석하게도 사고라는 건 원래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때에 들이닥치기 마련이니까.”

“네.”


그 말을 끝으로 병원을 빠져나왔다.

병원에서 약을 받으며 요즘은 약국을 갈 필요가 없구나, 좋은 세상이다, 그런 생각을 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야외 흡연소에서 담배를 피운 후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리 내 능력의 비중이 큰 요리를 하는 게 아니니까.


주어진 레시피를 그대로 만드는 프랜차이즈 국밥집 사장일 뿐이니 당장 망한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 내일은 수요일이다.

우리 가게는 화요일이 정기 휴일이니까 얼른 가서 준비해야 한다.



*



수요일 영업이 끝났다.

해가 지고 사방이 어두워지고도 한참 더 지난 시각.


조명이 맛이 갔는지 깜빡댄다.

그 조명 아래에서, 성인 남자 두 명은 들어갈 법한 냄비에 손질한 소뼈를 들이붓고 있는데 누군가 주방 문을 두드렸다.


“없냐? 있으면 좀 나와봐!”


이상하다. 가게 문은 닫았을 텐데.


문을 여니 아는 얼굴이었다. 열 살 때부터 안 이십 년 지기 친구 김동열이다.


“너는 퇴근을 할 줄 모르냐?”


얼굴이 약간 빨간 것이 한잔한 건지.


거드름을 피우고 있지만, 꽤 착한 녀석이다. 내가 길을 잃었을 때마다 도로 데려와 주곤 했던 장본인이다.


그래. 내가 ‘그곳’에서 실패했을 때도, 다시 어림도 없는 도전을 했을 때도.


“한 그릇만 말아주라. 2차 간다더니 구라였어. 나만 버리고 갔지 뭐야.”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는 법이랬다.


“오냐.”


여기는 내 가게고, 로마가 아니니 내 법에 맞으면 그만이다.

불을 켜고 냄비를 올렸다. 당장 육수가 없어 급할 때나 쓰는 거였다.

아침에 해동하고 조금 남은 그런 육수.


물이 끓는 동안 잠시 우리는 말이 없었다.


그 침묵을 깬 건 김동열이었다.


“나 결혼한다.”


오.


“지혜 씨가 해주신다던?”

“엉. 뭔 프러포즈 답 받는 데 삼 년이 걸리냐? 아휴. 막 설레기보다 드디어 하는구나 싶고 그렇다. 아주 홀가분해.”

“신났구만.”

“뭐?”

“좋아서 실실대고 있어. 네 얼굴 좀 봤음 좋겠는데.”


스마트폰을 꺼내서 제 얼굴을 살핀다. 그러다 이내 낄낄대며 웃었다.


아주 환한 얼굴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건 그렇고 저 착하긴 해도 대책 없는 녀석이 결혼이라니.

시간은 참 빠르구나.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다.


“가족끼리 소소하게 열 거야. 친구들도 안 부를 거고. 그냥 아주 작게.”

“아쉽네.”


축의금마저 사양하는 게 김동열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는 분명 꽤 많이 주고 다녔을 텐데. 저 멀대 같은 놈이 헤벌쭉한 모습을 못 보는 것도 좀 아쉽긴 하······


“뭔 개소리야. 넌 와야지.”

“내가 가족이냐? 걍 친구지.”

“그야 당연히 친구지, 인마. 우리가 어? 이십 년, 아니, 것보다 밥 해줘야지.”


밥? 무슨 밥.

결혼식 밥?


“결혼식 하면 뭐냐.”

“당연히 3층 케이크지.”

“하··· 솔직히 그건 90년대에서 끝났지. 결혼식은 갈비탕이야. 엉아는 우리 찬우 갈비탕 아니면 안 먹는다. 무조건 네가 해야 해.”


결혼식은 당연히 뷔페지. 뭔 갈비탕이야.

김동열은 사람 몇이나 부른다고 뷔페냐, 내가 어디 사장님 아들인 줄 아느냐, 그렇다고 급식을 갖다 놓을 수는 없다, 그러니 답은 갈비탕이다, 아주 강의를 했다.


“그러니까 니가 꼭 해줘야 해.”


시답잖은 소리만 하는 김동열의 말을 무시하고 나는 육수를 살폈다.

좀 끓은 다음에 양파를 넣었고, 크게 썬 대파도 넣었다. 소고기 조미료도 한 숟가락. 다진 마늘 대신 마늘가루를 조금 넣었다. 건조한 마늘을 곱게 빻아서 만든 상품이다.

그다음 맛을 본다.

그런데 혀는 그저 뜨겁기만 하다.


아.


“왜 그러냐?”


김동열이 딸꾹질을 하며 묻는다. 돌아보니 그 얼굴이 조금 진지하다.


“암것도 아냐.”

“그래?”

“어.”

“확실하냐.”


확실하냐라.

그럼 확실하지. 그냥 늘 하던 것처럼 하면 그만인데.

매뉴얼대로 만들면 된다. 그 외에는 쓸데없는 객기일 뿐이다.

대답 대신 사태살을 꺼내 썰었다. 듬뿍 넣고 다시 기다렸다.


물이 끓는다.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만들어준 레시피 그대로 끓인 육수다.

적당히 입에 감기는, 적당한 맛.


맛이 없을 리가 있나.


“너도 술 먹었냐?”

“뭔 소리야.”

“내가 취해서 그런가. 온 세상이 빙빙 도는데 니 얼굴도 그렇네.”

“내 얼굴도 빙빙 돌아?”

“시뻘게. 시뻘건 것이 계속 돌아.”


거울이 필요한 건 나였을까.

문득 심장이 쿵쿵 뛴다는 걸 알았다. 가만히 서 있어도 들릴 만큼. 냉장고 소리와 가스불 타는 소리를 뚫고 들릴 만큼 세차게.


“취해서 그래. 술 좀 작작 먹으라니까.”

“니가 사원의 고충을 알아? 사장 놈들은 이래서 안 돼!”

“고생해.”

“멘트에 영혼이 없다. 영혼이!”


김동열이 재차 헛소리하는 사이 국이 다 끓었다. 참 편하다.

좋은 세상이다. 육수를 끓이고, 그걸 얼려서 두고, 적당히 보관하기 좋은 양념을 넣고 한소끔 끓이면 꽤 맛있는 국이 된다.


“아, 맞어. 나 조금 싱겁게 해줘. 아귀찜 먹고 왔는데 입이 아주 소금사막이야. 침이 다 나온다. 평소보다 좀 맑게.”


평소보다 좀 맑게.

그 주문에 맛을 보는 대신 육수를 조금 더했다. 국자를 들다 멈칫한 순간.


땡그랑―!


“야! 왜 그래?”

“어?”


나도 모르는 사이 국자가 바닥을 뒹굴고 있다. 왜 이러지? 손에 힘이 안 들어간다.


그때 다리 또한 힘이 안 들어간다는 걸 알았다. 새삼스러운 느낌이었다. 온몸에서 힘이 쫙 빠져나간 이후의 탈력감.

이러다가는 주저앉지 싶었다.


“야! 야! 찬우야? 왜 그래?”


억지로 심호흡을 하며 버텼다. 발바닥에 힘을 잔뜩 주고 서서 심호흡을 반복했다. 그래서 넘어지지 않고 서 있을 수 있었다.


“피곤해서 그런가 봐.”

“그래?”

“어.”

“···확실하냐?”


확실하냐고 묻는 게 벌써 두 번째다.


모르겠다. 확실한 건지.

나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국을 퍼서 밥과 함께 내주었다.

어째 그 모습을 볼 자신이 없어서 괜히 소뼈가 끓고 있는 냄비만 들여다봤다.

심장이 아까보다 더 세게 쿵쿵 뛴다.


등 뒤에서 국물을 후루룩 마시는 소리가 난다. 캬, 하는 걸걸한 목소리도 함께.


“찬우야.”

“어.”

“맛있다. 역시 국밥은 니가 엄지척이라니까. 기가 막히다.”


대체 왜 그랬을까.


“찬우야.”


왜 그랬던 걸까.


“얌마?”


맛있다는 말 하나에 계속 하염없이 눈물만 줄줄 샜던 건 대체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내 혀가 고장이 난 것도, 친구가 간도 보지 못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도, 그 말에 계속 울기만 했던 이유조차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이제 좀 알 것 같았다.


혀만 고장 난 게 아니었다.


내 몸에서 열이 빠져나가고 들어찬 것들에 녹이 슬었다.


트롬본에 물이 차면 아무리 불어도 꽉 막힌 소리만 난다고 한다. 제아무리 숙련된 연주자가 힘을 주어도 변함이 없다고 한다. 내가 바로 그 물이 꽉 찬 트롬본이었다.


이제야 내게 일어난 문제를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미안해하고 있었다. 내가 확인하지도 못하고 만든 음식을 먹은 친구에게. 오늘 하루 가게를 방문해주신 모든 손님에게.



*



가게 문을 닫는 건 순식간이었다.


폐업 신청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프렌차이즈여도 결국은 내 가게였으니 임대 자리에 기약이 없더라도 문을 닫으니 그대로 끝이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가 됐든 빌어먹기라도 할 수야 있겠지.

이 일은 계속하면 사람이 죽지 않곤 못 배기겠는데, 이 일만 아니면 되는 거겠지.


12월.


점점 더 싸늘해지고 있는 겨울에 나는 가게 문을 닫았다.

마지막으로 셔터를 올린다.


“찬우야.”


김동열이 함께해주었다. 안절부절못하는 게 좀 웃겼다.


“마음 다잡고 새로 시작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 왜 티브이에 많이 나오는 셰프, 그 뭐시기냐. 암튼 후각이 마비됐다고···”

“그건 코고.”


코와 혀는 다르다. 많은 것을 경험한 후에 후각을 잃는 것은 극복할 수 있다.

내가 단골손님에게 진단을 받았던 그 날, 멍청하게 내렸던 결론과는 달리.


“별로 좋아하는 일도 아니었어.”

“하지만 너 예전에는.”

“그때는 정말 좋아하는 요리를 했으니까. 하, 그게 대체 언제 적이냐? 십 년도 더 지났다. 너무 오래 지났어. 이젠 예전 일이야.”


혀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간조차 보지 못한다면 요리사는 존재의의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평생 같은 레시피를 끓일 수도 있겠으나 조금 지친 것 같다.


나는 비로소 실감한 것이다. 언젠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으리란 희망마저 사라졌다는 걸 말이다. 정말로, 빈말이 아니라 평생 똑같은 국만 끓여야 한다는 사실이 그때 비로소 피부로 하여금 생생하게 와 닿았다.


“······그만둘 때가 된 거지.”


셔터가 끝에서 툭 감긴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추위가 가시곤 있다지만 아직 좀 춥다.


“찬우야.”

“어.”

“한잔하러 갈까?”

“됐어. 오늘은 그냥 쉴란다.”

“찬우야.”

“어.”

“괜찮겠냐.”

“···어.”

“확실해?”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답했다.


양치기 소년도 아니고 세 번이나 거짓말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잔하고 싶어지면 연락해. 아닐 때도 괜찮고. 아무튼, 연락해!”


참 친절한 김동열을 뒤로하고 나는 걸었다. 술이라. 술 좋지.


길거리. 구세군에서 자선 행사를 열고 있었다. 만 원 한 장 넣고 마저 걸었다.


“주 안에 평화입니다!”


주 안에 평화라.

주(酒)안에 평화겠지.


동열이놈 따라갈 걸 그랬나.


하지만 오늘은 낮술 하면 정말이지 꽐라가 될 것 같아서, 마시지 않은 게 잘한 일이다.


계속 걸었다.

걷고, 걷고, 또 걸으니 시내가 한산해졌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로 가득했던 동네가 이내 전혀 다른 곳이 되었다.


오늘은 운이 좋네.

정류장에 서자마자 저기 사거리를 지나오는 버스가 보인다.


끼이익―.


간선 버스에 탔다.


-성인입니다.


교통 카드를 찍고 창가 자리에 앉았다. 창문 너머로 여러 풍경이 스쳐 가는데, 어느새 싸라기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보고 있으니 조금 졸렸다.

몸에 열이라도 오른 것인지, 며칠째 잠을 제대로 못 잤으니 노곤한 것도 당연하다.


눈꺼풀이 천금처럼 무겁다······.



······



꿈에서 나는 검게 물든 바다에 빠지는 와중이었다. 폐로 물이 들어올 때마다 눈물이 쏙 날만큼 고통스러웠다. 구정물 같은 걸 마시고 있자니 어지간히 괴로운 것이 아니었다.


살려고 발버둥을 쳤으나 소용없었다.


어느 순간 내 몸은 더욱 무거워지고, 추를 매단 것처럼 잠겨 들었다.


문득 어떤 목소리가 어둠을 뚫고 들려왔다.


[다시 해보고 싶지 않나요?]


다시 해보고 싶지 않냐고?


그 순간에는 주마등이 스쳤다. 내가 실패했던 어떤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


처음 내 요리를 선보였던 날, 그게 왕창 깨졌던 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던 날, 스승님의 기대를 저버렸던 날들이 차례로 지나갔다.


한 번 더 목소리가 들렸다.


[딱 한 번만이라도 기회가 더 있었다면 달라졌을 거예요.]

“······”

[다시 해보지 않을래요?]


부드럽고 아늑한 음성은 분명 나를 설득하고 있었다.


다시 해보고 싶지 않냐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점점 더 내 몸은 빠르게 심해로 잠겨들었다. 고통에 익숙해진 몸은 안에서부터 타들어 가는 와중에도 평온했다. 사실 발버둥 칠 힘도 이제는 없었다.


드디어 끝이구나 싶을 무렵.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가 돌아왔다.


[다시 해보지 않을래요? 하고 싶지 않나요? 할 수 있을 거예요.]


그 목소리가 정말이지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아서 순간 모든 것들이 선명해졌다.


두 번째 주마등이 스쳤다.


또다시 내가 실패했던 순간들이었다. 그것들이 전보다 훨씬 선명해졌다. 그 실패했던 여러 순간의 내 얼굴.


이를 악물고, 다음을 기약하고, 잘 안 될 것 같아도 요리가, 그거 하나가 좋아서 별 고생을 다 하면서도 실실 웃고 있는 내 얼굴.


나는 고개를 끄덕이려 했다. 역시 거짓말을 세 번이나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 안으로 구정물이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뻐끔대는 게 고작이었다.


내 말에 힘 있는 음성의 주인이 작게 웃는 것 같았다.


[그럴 줄 알았어요.]


장난스러운 말과 함께 눈 부신 빛이 스며들었다. 어두운 바다를 가로지르며 밝히는 장렬한 빛이었다. 빛이 내 몸을 감쌀수록 의식은 더욱 희미해졌다. 나는 딱 한 가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였다. 누구지?


분명 어디선가······.


······이후로는 암전이었다.


작가의말

판타지 소설 작가 최발장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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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식 - 돌솥밥 [6] +23 20.03.22 3,329 11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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