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o***** 님의 서재입니다.

나 홀로 역대급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bok2705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5
최근연재일 :
2021.06.18 10:0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9,487
추천수 :
277
글자수 :
179,280

작성
21.06.14 10:00
조회
80
추천
3
글자
12쪽

29화: 뉴월드 개발

DUMMY

29화: 뉴월드 개발


수호는 기억력이 꽤 좋은 편이었다.

남들은 그를 보고 돌머리라 놀렸지만.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저 공부하는 것보다 노는 데 더 집중했을 뿐.


수호의 머리는 별명과 다르게 전혀 나쁘지 않았다.

수호는 당시 놀렸던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싫은 소리를 들은 지 몇십 년이 지났음에도 말이다.

그만큼 수호는 한 번 본이름과 얼굴은 잘 잊지 않았다.


오래전에 스쳐 지나갔던 인연도 머릿속에 잘 남는 마당에.

그깟 일 년도 안 된 기억이 안 떠오를 리가 있을까?

주식회사 ‘뉴월드 개발.’

이는 도플갱어 사태를 겪었던 유일한 생존자로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아니, 잊어서는 안 되는 이름이었다.


‘뉴월드 개발’은 근래 자주 보았던 사기꾼 일당과 격이 다른 집단이었다.

해당 업체는 도플갱어가 출몰했던 작업장의 관리 주체였다.

적어도 거리에 붙은 공고에 따르면 그랬다.

하지만 수호는 공고 뒤에 감춰진 진실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도플갱어 작업장의 진짜 소유주는 따로 있었다.


“천왕교··· 이 사이비 종자들이 또 무슨 장난을 치려고.”


뉴월드 개발 직원들은 단 한 번도 자기네 업체 이름을 언급한 적이 없었다.

그들은 심지어 회사에서 쓸 법한 직함도 쓰지 않았다.

근본이 범죄 조직인 업체라도 보통 부장, 대리 같은 직함으로 남을 속이기 마련인데.

뉴월드 개발 직원들은 수사보, 수사장 같은 희한한 이름을 썼다.

사실 평범한 회사 직원으로 위장해도 미친 범죄 집단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뉴월드 개발, 아니, 천왕교는 위험한 집단이었다.

그것만큼은 확실했다.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도플갱어와 만났다면.

수호도 지금쯤 껍데기만 남아 어딘가에 버려져 있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수호는 서둘러 짐을 챙겼다.

끔찍했던 첫 만남의 인상과 별개로, 수호는 도플갱어를 막을 수 있었다.

그것도 단순히 막을 수만 있던 게 아니었다.

그는 도플갱어처럼 생판 모르는 누군가로 위장할 수 있었다.

천왕교 교인들은 동료로 위장했던 그의 정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었다.


대놓고 쓰기에는 뭔가 꺼림칙한 능력이었지만.

어쨌든 그냥 안 쓰기에는 굉장히 아까운 능력이었다.

어차피 해당 작업장이 정상적인 작업장일 리는 없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현장 고위직을 노리자.

고위직이 가진 권한으로 참사를 막아내는 거다.


수호는 머릿속으로 대략적인 계획을 짠 뒤, 월세방을 떠났다.

월세방은 사실 있으나 없으나 그만이었다.

그간 모았던 활동자금을 암시장 내 사금고에 넣은 시점에서 월세방은 자기 가치를 상실했다.

참을성 없는 주인이 방을 마음대로 빼버린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지갑에 여유가 생긴 이상, 방이야 새로 구하면 그만이었다.


‘가는 길에 집으로 삼기 좋은 곳 있나 한 번 찾아봐야겠다.’


뉴월드 개발이 운영하는 작업장은 수호가 살던 곳과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옛날 같았으면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으로 금방 갈 수 있는 거리였겠지만.

교통수단 대부분이 고철 덩어리가 된 지금은 멀다고 하면 먼 거리였다.

그렇다고 무작정 발품만 부지런히 팔 수 있던 것도 아니었다.


대재난이 휩쓸고 간 서울은 ‘모로 가도 서울이면 된다` 시절의 서울특별시가 아니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만연한 무법천지였다.

길가 아무 곳에 드러누워도 안전했던 시절은 그야말로 옛날 일이었을 뿐.

지금은 길가 아무 곳이나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없었다.


그런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느끼려면 신대그룹이 통제하는 도심에서 살아야 했다.

도심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강해야만 거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아니면 운이 억세게 좋거나.

어쨌든 몸을 온전히 보전하려면 최소한 호신용 무기 하나쯤은 들고 다녀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수호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몸 자체가 무기였으니까.

수호는 정말 쉬고 싶거나 배고플 때를 제외하곤 굳이 쉬지 않았다.

그는 주변에서 시비를 걸든 칼을 들이밀든 신경 쓰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


따지고 보면 그를 건드리는 것 자체가 실수였다.

으슥한 골목에서 튀어나온 무법자들은 파릇파릇한 수호를 맛 좋은 먹잇감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먹잇감이 된 것은 수호가 아닌 무법자들이었다.

무법자들은 대뜸 욕설부터 하며 수호 면전에 칼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상황이 벌어지기 무섭게 비명을 지른 것은 무법자들 본인이었다.


“아악···! 이, 이거 안 놔 이 씨···! 악!”


무법자들은 떼쓰는 아이처럼 고래고래 악을 쓰며 몸부림쳤다.

그들은 수호의 몸 어떤 곳에도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상처를 입은 건 도리어 그들이었다.

수호는 칼을 쥔 무법자의 손목을 세게 비틀었다.

거의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손목이 반대로 돌아가다시피 했다.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파릇파릇한 애송이 하나를 감당 못 한다는 소식에 동료들이 몰려왔다.

동료 조직원들은 저마다 흉기 하나씩을 들고 수호를 위협했다.

그러나 수호는 꼼짝도 하지 않고 칼 든 무법자의 손목을 비틀었다.

동료 조직원들은 날붙이보다 더 무서운 물건을 들고와야 했다.


설마 만병지왕 앞에서도 이러진 않겠지.

총대를 멘 조직원 수호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소리쳤다.


“개새끼야. 그 손 안 놔? 좋게 말할 때 놔라. 대가리에 구멍 뚫리기 싫으면.”

“······”

“이 새끼 봐라? 야. 귀 먹었냐? 총알로 귓구멍 뚫어줄까? 어?”


수호는 총잡이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표정 한 번 바꾸지 않고 무심하게 말했다.


“쏠 테면 쏴 봐.”

“뭐?”

“쏘고 싶으면 쏘라고.”


총잡이는 약간 당황한 것 같았다.

그러나 제 발로 죽음을 자처하는 멍청이를 살려줄 마음은 없었다.


“오래 살기 싫은가 보네.”


탕!


총잡이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는 정확히 수호의 관자놀이를 가리키고 있었다.

총알은 소리보다 빨랐다.

총알은 총구의 화염을 타고 곧장 수호의 관자놀이를 꿰뚫었다.

적어도 이론상으론 그래야 했다.


하지만 총알은 수호의 머리를 뚫지 못했다.

총알은 방탄조끼에 부딪힌 것처럼 무기력하게 찌그러졌다.

총잡이의 얼굴은 화약 냄새가 가시기도 전에 일그러져버렸다.

나머지 조직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방탄 헬멧을 쓰고 있던 것도 아니다.

방탄조끼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던 것도 아니다.

설사 방탄조끼를 걸쳤어도 무사하진 못했을 것이다.

총잡이가 쏜 총알의 구경은 방탄조끼 하나 뚫지 못할 만큼 작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어떤 괴물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세상이었다.

대구경 총알은 필수품이나 다름없었다.


그럼 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인가?

사격 실력이 형편없어서 맞추지 못한 것도 아니다.

바로 옆에서 쐈으니 빗맞으려야 빗맞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총알이 잘못되었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총잡이는 실제로 길에서 마주쳤던 괴물을 총알로 쓰러트린 바 있었다.


물론 천운이 작용한 결과였지만, 어쨌든 살아남았으니 된 거였다.

사람보다 단단한 가죽을 지닌 괴물도 한 방에 보낸 총알인데.

분명 두개골이 부서지고 얼굴 꼴이 못 볼 꼴이 되어야 정상인데.

이놈은 어째서 멀쩡한 거지?

강철끼리 부딪쳤을 때나 날 법한 피격음은 또 뭐고.


상황을 파악하는 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괴물이고 뭐고 전부 소설 속 이야기로 여겨지던 시절에는 그저 당황하기만 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었다.

상식 밖의 일이 당연한 일로 여겨지는 시대.

총잡이는 생존 본능에 따라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빌어먹을! 이 새끼 일반인 아니야! 모두 튀어!”


살다 보면 자존심 다 버리고 꽁무니를 빼야 할 때도 오는 법이다.

지금이 딱 그런 순간이었다.

자존심이고 뭐고 일단 숨이 붙어있어야 뭘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방어 능력을 확실하게 갖춘 능력자는 일반적인 흉기로 해치기 힘들었다.

해당 능력자와 마주치면 일단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이었다.


생존 앞에서 같은 조직원으로서의 신의 따윈 필요 없었다.

조직원들은 사방팔방으로 전력을 다해 도망쳤다.

하지만 몇몇은 끝내 괴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수호는 칼을 들이댄 자의 팔을 완전히 꺾어버린 뒤 조직원들을 재빨리 뒤쫓았다.

그는 거미줄을 활용, 총잡이를 가장 먼저 사로잡고 나머지를 추적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수호는 조직원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뛸 때, 거미줄을 이용해서 날아다녔다.

그는 발이 느렸던 조직원 두세 명을 더 붙잡았다.

붙잡힌 조직원들은 고소공포증을 몸소 체험해야 했다.

그들은 무게 잡는 것도 잊은 채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살면서 이렇게 치욕스럽고 재수 없는 날이 또 있을까?

아마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오늘이 인생 마지막 순간이 될 테니 말이다.

수호 앞에 나란히 선 조직원들은 넋이 나간 얼굴로 허공만 응시했다.

이렇게 죽는구나.


하지만 수호는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

수호는 무법자들이 능력자인지 확인했다.

능력을 보유한 인물은 한 명도 없었다.

사실 놀랄 일도 아니었다.

평범한 몸으로 평범한 일만 해서는 안락한 생활을 누리기 힘들었으니 말이다.


그들은 쉽지만 바르지 않은 길을 선택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조직원들이 보스로 모시는 사람은 달랐다.

조직원들은 보스가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저희 보스, 아니, 그놈은 일반인이 아닙니다··· 근력이 남보다 훨씬 좋고, 덩치도 커요. 그냥 큰 게 아니라 거인처럼 커요. 거의 천장을 뚫는 수준이라고 할까요···”

“그놈도 근육 하나 믿고 사는 타입인가 보네. 너희도 인력 중개 업체 운영하냐?”

“저희는 안, 안 합니다···!”

“왜? 너희 형님 믿고 마음껏 채굴꾼 등쳐먹을 수 있잖아. 뭐, 너희는 아예 대놓고 칼을 꽂으니까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수호는 대표로 고개를 숙인 총잡이에게 다가섰다.

그는 총잡이가 살려 달라는 말을 할 새도 없이 총잡이의 팔을 꺾어버렸다.

총잡이는 칼을 들었던 자와 마찬가지로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자, 잘못 했습니다···! 으헝헝···! 제,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나머지 조직원들은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그러나 고개만 숙인다고 사람을 해치려 한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총대를 멨던 총잡이는 수호와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수도 없었다.


수호는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는 총잡이의 옷을 찢었다.

그는 찢어진 옷으로 만든 헝겊 뭉치로 총잡이의 입을 틀어막은 다음, 나머지 조직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같은 꼴 당하기 싫으면 대답 똑바로 해. 너희 보스는 왜 인력 중개업을 하지 않는 거지?”

“그··· 이쪽 지역은 다른 업체가 이미 판을 다 짜 놔서··· 그래서 안 한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업체? 그게 어딘데? 진짜 인력 중개만 하는 곳이야?”

“그,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규모가 크다는 말만 들었어요··· 여러 곳에 작업장을 마련했다고···”

“거기 이름이 뭔데?”

“뉴월드 개발이요···”


그러면 못 건들만 하지.

잔챙이도 잔챙이지만, 대어도 중요했다.

대어가 치는 사고는 잔챙이가 치는 사고와 차원이 다를 것이다.

잠시 후, 수호가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 홀로 역대급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 21.06.21 33 0 -
33 33화: 깽판 21.06.18 69 4 12쪽
32 32화: 좋은 의도가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법은 아니다 21.06.17 42 3 12쪽
31 31화: 인위적 진화 21.06.16 52 3 12쪽
30 30화: 두 얼굴의 사나이 21.06.15 57 3 12쪽
» 29화: 뉴월드 개발 21.06.14 81 3 12쪽
28 28화: 사기꾼의 나라 21.06.11 88 4 12쪽
27 27화: 어쨌든 대가는 치러야지 21.06.10 103 5 12쪽
26 26화: 정산 21.06.09 99 4 12쪽
25 25화: 계단 위 촌극 21.06.08 110 3 12쪽
24 24화: 의미 없는 발악 21.06.07 107 3 12쪽
23 23화: 사기꾼은 참교육 해야 제맛이지 (2) 21.06.04 130 4 12쪽
22 22화: 사기꾼은 참교육 해야 제맛이지 (1) 21.06.03 130 5 12쪽
21 21화: 사기꾼 사전에 안전지대 제공은 없다 21.06.02 117 4 12쪽
20 20화: 안전지대만 찾아가는 서비스 (2) 21.06.01 139 3 12쪽
19 19화: 안전지대만 찾아가는 서비스 (1) 21.05.31 156 5 12쪽
18 18화: 과업 준비 21.05.29 170 6 12쪽
17 17화: 나의 진짜 무기는 위장입니다. 21.05.28 188 5 13쪽
16 16화: 연기의 귀재 21.05.27 200 6 13쪽
15 15화: 나 홀로 구조작업 21.05.26 208 9 12쪽
14 14화: 도플갱어 (3) 21.05.25 224 9 12쪽
13 13화: 도플갱어 (2) 21.05.24 233 10 12쪽
12 12화: 도플갱어 (1) 21.05.23 257 10 12쪽
11 11화: 나도 모르게 재취업 21.05.22 289 9 12쪽
10 10화: 특이 식성 21.05.21 333 10 11쪽
9 9화: 벌써 3회차 21.05.20 361 10 11쪽
8 8화: 책임자가 됐으면 책임을 져야지 21.05.19 398 9 14쪽
7 7화: 공수 만능이 되어버린 나 +2 21.05.18 466 11 12쪽
6 6화: 황천길 투어는 동료와 함께 +1 21.05.17 543 12 12쪽
5 5화: 도발은 더 못 참지 +2 21.05.16 608 1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