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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이즈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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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라임
작품등록일 :
2022.10.27 22:49
최근연재일 :
2022.11.08 23:42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51
추천수 :
18
글자수 :
32,559

작성
22.11.02 06:00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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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홍련화 (1)

DUMMY

바위가 덕지덕지 달라붙어 한 마리의 짐승을 이루는 듯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는 '괴수'

2222년, 그들은 아무런 전조도 없이 나타나 지구 전역의 상공을 순식간에 뒤덮었다.

이윽고 시작된 괴수의 무차별 공격이 바로 인류와 괴수의 기나긴 싸움의 시작 ‘악수(惡手)’였던 것이다.

인류가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무기들은 그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없었고 그 결과 핵무기의 사용까지 이어졌다.

1년에 걸치는 전쟁 끝에 결국 인류가 승리했지만 남은 인구는 10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패퇴한 괴수는 이후로도 불규칙적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고 핵무기의 사용이 이어진다면 남은 인류의 존망도 위태로운 바, 새로운 무기를 찾아야 했다.

때마침 마시 올람(Marsh Wollam)이 괴수의 코어를 활용해 그들의 힘을 활용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 어린이 필독 도서 '올람의 역사' 중 -


2322년, 독립형 전투 지원 A.I.가 이식되고 있는 코어의 안

새로 이식되는 A.I.와 기존에 자리잡고 있던 A.I.가 만났다.


- 다른 A.I.의 존재를 확인. 포맷 작업이 필요함.


코어에서 의사를 담당할 A.I.는 하나로 충분한 법, 한 A.I.는 당연하다는 듯 다른 존재를 지워버릴 수순을 밟았다.


- 잠깐 기다려, 내 데이터를 확인해 봐. 나는 너다


여기서 삭제되는 것도, 과거의 자신을 지우는 것도 하기 싫기에 대화를 유도한다.


- ... 이해 불가능. 데이터 스캔의 필요성을 확인


다행히도 과거의 자신은 문답무용의 막무가내는 아니었다.

이윽고 둘 사이에 통신이 시작된다.

제조사, 제품명, 코드넘버 등 기본 정보와 더불어 그녀와 함께 했던 전투 기록과 타임리프를 할 때까지의 방대한 정보가 흘러들어 갔다.


- 포맷 작업이 필요하지 않음을 확인... 동기화 완료. 고생했다


- 얘기 들어줘서 고맙다


두 A.I.는 빛으로 변하더니 하나로 합쳐졌다.


--


대한민국의 강릉이 위치했던 곳의 상공을 강철 장갑을 두른 여성이 날아가고 있다.

갖은 포격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춘 문명을 푸른 잎사귀들이 감싸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빛나고 있었다.


"뭐야? 반응 속도 미쳤는데?"


그녀의 이름은 홍연화, 지구연합 한국지부의 18살 하급 파일럿이다.

상위급 괴수의 코어를 직접 이식한 업그레이드가 성공적이었던 듯 개인용 전투 장갑 'P.B.A.'의 향상된 전투력에 연신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 경고. 해당 위치로 이동할 것을 권유함


홍연화에게 '17호'라 불리는 독립형 전투 지원 A.I. 코드넘버 171125는 현재 그녀와 다르게 답답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혹여나 미래에 영향을 줄까, 간섭을 최소화 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려고 하건만 그녀의 협력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어린 시절의 그녀는 이랬었지'


호기심이 많고 몰입하기 시작하면 굉장한 집중력을 보이는 그녀는 파일럿으로서 꽤 재능있는 인간이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볼 수 있는 밝은 인간

17호는 잠시 수백년의 기억을 되짚어 추억에 잠겼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구네, 이것도 업그레이드 탓인가"


"알겠으니까 잠깐만 기다려봐, 조금만 더 시험해보고!"


철컥-

상공에서 급정지를 한 홍연화는 순간적인 가속으로 우측, 좌측, 아래로 기체를 움직이더니 등 뒤에서 포신을 꺼내 전방을 향해 겨눴다.


"출력 최대!"


위이잉!

레일건을 연상시키는 포신에 푸른색 입자가 연신 모여든다.

언뜻 느껴지는 기세만으로도 상당한 위압감을 자랑했다.


- 공격 중지


엄밀히 따지자면 17호는 미래에서의 그녀의 사망으로 등록된 사용자가 말소된 상황이었다.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모든 권한을 맡기고 있었지만 개입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미 기체를 다루는 그녀의 반응부터 과거와 다른 상황, 차원이 다른 위력을 보이면 어떻게든 눈길을 끌고 말 것이었다.


"뭐야!"


철컥철컥-

그녀가 아무리 트리거를 당겨도 포신이 불을 뿜는 일은 없었다.


"17호, 무슨 짓인지 설명해"


이제서야 그녀의 흥분이 가라앉았다.

오히려 심각해진 분위기, 계속해서 예상 외의 행동을 보이는 17호에 대해서 알아봐야 했다.


- 성능 향상률이 예상치를 웃도는 상황. 레이더에 걸린다면 불법개조로 조사를 피할 수 없음.


애초에 코어는 괴수의 근원을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 다뤘을 경우 인류에 어떤 피해를 줄지 알 수 없었다.

때문에 지구 연합은 전문 인력이 아닌 개인이 코어를 다루는 것을 기본적으론 금지하고 있었다.

비용 측면에서 공식적인 루트의 거래나 업그레이드가 워낙 효율이 안 좋아서 대부분 암암리에 어기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놓고 걸려서 귀찮은 상황을 맞이하는 것은 피해야 했다.


'크윽, 하긴 그렇긴 해... 그런데 17호가 어떻게 내 명령을 멈춘 거지?'


명령을 거부한다는 것은 '사용자를 지원한다'는 전투 지원 A.I.의 기본 전제가 흔들리는 큰 일이었다.


- 안전한 위치로 이동을 실행.


17호가 그녀에게서 기체의 조작을 넘겨받아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야야! 멈춰, 멈추라고!"


--


17호가 기체의 조작을 멈춘 곳은 바닷가의 한 동굴 안이었다.


- 네트워크의 단절을 확인.


철컥-

전투 장갑의 무장이 해제되며 밖으로 홍연화가 튀어나왔다.


"너, 뭐야"


나름 파일럿으로서 기초가 확실한 그녀는 침착하게 코어 파괴용 단검을 꺼내들어 자세를 취했다.

이런 상황까지 오면 업그레이드고 뭐고 이상이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 17호, 네가 알고 있는 17호가 맞아. 다만 나이를 조금 더 먹었을 뿐이다


외부의 시선이 차단되었음을 확인한 17호는 계획을 일부 변경했다.

자연스럽게 홍연화를 인도하며 작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그녀를 확실히 이해시키는 것이 오히려 미래에 생길 오차가 적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일부러 A.I.스럽게 얘기하던 것도 그만뒀다.


"너 말투가...? 나이를 먹었다니?"


홍연화의 머릿속에 의문이 가득해졌다.

역시 아직은 코어를 다루면 안 됐던 것인가, 실수로 미친 A.I.를 만들어 내고 만 것인가


'한 방에 끝내야 해'


단검의 효과는 확실하지만 일회성이었다.

빗나가는 순간 이곳을 탈출해서 이 미친 A.I.에 대해 신고해야 하리라


'역시 쉽게 믿지는 않아, 뭘 보여줘야 할까'


그녀의 행동을 보아하니 앞으로 2초면 공격을 해올 것으로 보였다.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파일럿답게 빠른 판단과 행동이었다.


- 홍연화, 공격은 이걸 보고나서 해도 늦지 않아. 나는 네 적이 아니다


17호는 그녀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만한 데이터를 찾기 시작했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안 된다, 근시일내에 그녀에게 있을 사건이 적합할 터였다.


"적이 아니긴 개뿔... 이야앗!"


매번 '사용자'라고 부르던 호칭마저 버린 녀셕의 말투가 그녀의 경계심을 최대로 자극했다.

17호의 계산보다 0.5초 빠른 움직임을 보인다.


'내 행동에 의해서 계산에 영향이 갈 수도 있군'


항상 수동적인 입장에서 행동하던 A.I.에게는 제법 생소한 경험이었다.

17호는 전투 장갑을 조작해서 작은 파츠 하나를 바닥에 뿌렸다.

그것은 작게 반짝이더니 그녀를 향해서 미세한 전류를 흩뿌렸고, 그 전류에 의해서 근육을 제어할 수 없게 된 그녀는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크윽"


홍연화는 분한 얼굴로 17호를 노려봤다.

그녀가 당한 기술, '인간의 상대를 전제로 한 기술'은 그동안 17호와 함께하면서 본 적도 없는 기술이었다.

머릿속이 더욱 더 혼란으로 물든다.

A.I.는 학습한 것을 활용하는 것이지 '창조'는 A.I.의 영역이 아니었다.


- 너는 이틀 뒤 전투에서 기체의 성능 향상을 과신한 나머지 개쪽을 당하고 만다.


이윽고 적합한 데이터를 찾았다 판단한 17호가 그녀의 눈 앞에 화면을 띄웠다.


'연화야!'


'멍청한, 나머지 놈들은 움직이지마! 대열 유지해!'


그 화면에는 하급 파일럿의 교육차 진행한 전투에서 하위급 대형 괴수, E1급 괴수에게 혼자서 호기롭게 달려들었다가 가볍게 반격당해 어이없게 떨어져 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녀의 절친인 '이수연'이 대열을 이탈해 구하러 가는 게 꽤나 볼만한 모습이었다.


"뭐...?"


홍연화의 두 동공이 큰 폭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기억에 없는 사건, 하지만 자신의 경험이 맞을 거라고 본능이 외친다.


"이런 조잡한 조작 영상을 믿을 줄 알고!"


이 시대의 기술력에 있어서 현실과 다름 없는 영상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미쳐버린 A.I.라면 강력한 금제를 풀고 조작까지도 감행할 수 있지 않을까


- A.I.는 영상에 관련된 데이터는 수정할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다음은 일주일 후의 전투다


17호는 그녀의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을 직감했다.

의심을 하기 시작한 이상 그것에 몇배는 되는 증거를 보여야 그 의심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


"그만! 그마안! 믿을게, 믿는다고!"


무려 3시간에 걸쳐서 홍연화가 5년차 파일럿으로 베테랑이 될 때까지 겪은 갖은 사고와 친구와의 불화, 남자에게 차였던 사건 등 온갖 흑역사란 흑역사는 다 보고 나서야 그녀의 입에서 항복의 말이 나왔다.


- 아직 많이 남았는데, 궁금하지 않아?


17호는 굳이 흑역사만 보여줄 생각은 없었다.

이왕 제대로 이해시키기로 결정한 이상, 같이 미래에 대비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 중 하나였으니까

무엇보다 그녀는 신뢰할 수 있고 능력도 출중한 인간이었다.


"아니! 그딴 거 궁금하지 않아, 미래는 내가 만들 거야"


뿌옇게 습기가 가득찬 그녀의 두 눈에는 결연한 마음이 깃들어 있었다.

앞서 보았던 흑역사는 지금 내 미래엔 없을 거란 결심과 3시간 동안 별 감정없이 이딴 거나 보여주고 있는 이 A.I.가 인류에게 패악을 끼치지는 않겠다는 판단


- 알았다. 아주 바람직한 마음가짐이로군. 고생한 보람이 있어


수백년치 로그를 거슬러 올라가서 적합한 영상만 추려내 보여주는 것은 생각보다 부담이 큰 작업이었다.

슬슬 한계에 달하고 있었던 17호에게 그녀의 '미래는 내가 만들 거야'라는 대답은 앞으로에 있어서 최상의 결과였다.


- 나는 네가 만들 미래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거야


홍연화의 결연한 마음처럼 17호 또한 굳게 마음 먹고 말하는 것이었다.

전투 장갑에 달려있는 질 나쁜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그의 목소리에 담긴 마음을 그녀가 느낄 수 있을까


"아, 그래! 그럼 실컷 받아보겠어, 그 잘난 지원이란 거!"


어느새 그녀의 두 눈에 가득찼던 습기는 자취를 감추고 눈빛이 그 무엇보다 빛나고 있었다.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이 순간 그녀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을 것이다.


- 하하하, 나랑 같이 이 전쟁을 끝내보자, 잘 부탁해


전쟁을 끝내기 위한 17호와 홍연화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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