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짭짤한김 님의 서재입니다.

갱스 오브 코리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짭짤한김
작품등록일 :
2019.10.20 03:46
최근연재일 :
2019.10.20 03:49
연재수 :
1 회
조회수 :
90
추천수 :
0
글자수 :
4,528

작성
19.10.20 03:49
조회
90
추천
0
글자
10쪽

자극

DUMMY

자주 있는 일이지만 사이렌 소리에 잠을 깨는 것은 매번 신경질 나는 일이다.

“씨~발. 잠 좀 자자고.”

굳이 시계를 보지 않아도 창밖으로 비치는 햇빛 때문에 아침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해준은 곧바로 일어나지 않고 침대에 누운 채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빌어먹을 햇살과 사이렌 소리. 둘 다 막을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사이렌 소리는 이불을 뒤집어쓴 해준의 고막까지 뚫고 들어왔다. 참지 못한 해준은 오른팔로 침대를 강하게 내리쳤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침대가 무너져 내려앉았다.

“하···씨”

짜증 섞인 한숨을 쉬며 해준은 반쯤 뜬 눈으로 침대를 두 동강 내버린 자신의 오른팔을 보았다. 생기라곤 하나도 없는 차가운 회색. 철로 된 자신의 의수가 보였다. 이미 1년도 넘게 달고 지낸 놈이지만 볼 때마다 친숙함보단 이질감이 먼저 들었다. 어쨌든 이런 팔로 아침마다 몇 번이고 침대를 내려쳤으니 침대가 버티지 못하고 쪼개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해준은 나중에 인터넷으로 침대를 주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쏟아지는 잠이 우선이기에 해준은 망가진 침대에서 이불만 건져올려 바닥에 다시 깔았다. 이러는 사이 어느새 밖에서 들려오던 사이렌 소리가 멈춰 있었다. 해준은 비몽사몽 한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지금이 잠들 수 있는 유일한 기회란 걸 알았다. 곧바로 깔아둔 이불 위에 눕자 금방 잠이 들었다. 아침부터 짜증 나는 일 투성이였지만, 결국 모든 스트레스의 특효약은 잠이다. 자고 일어나면 모든 일이 아무렇지 않았던 일로 바뀐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래주길 바라며.



적당히 자고 일어난 해준이 인터넷으로 침대를 알아보는 중에 아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해준이가?”

“어~ 준수 오랜만이네.”

“잘 지냈나?”

“나야 뭐··· 별일 없지. 니는? 안바쁘나? 경찰 되고 나서 많이 바빠보이더만.”

“나야 뭐 괜찮다. 근데 해준이 니 밥 먹었나?”

“아직 안 먹었는데?”

“그럼 나 지금 서장님이랑 같이 있는데 일로 와 줄 수 있나?”

갑자기 튀어나온 처음 듣는 인물에 해준은 확인차 물어봤다.

“서장님?”

“응. 사실 서장님이 불러와 달라 했거든.”

해준은 잠시 고민을 하다 곧바로 답했다.

“···알겠다. 어디로 가면 되는데?”

“천태만상 알제? 거기로 오면 된다.”

“지금 바로 가면 되나?”

해준이 가겠다고 확답을 하자 준수는 잠시 뜸을 들이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해준이.”

“응?”

“오기 싫으면 안 와도 된다. 내가 어떻게 잘 얘기해 볼게.”

준수의 말에 해준은 기분 나쁘지 않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니 짬밥에 무슨. 30분 내로 도착한다고 얘기해 드려라.”

통화를 마친 해준은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서장이 자신을 부르는 이유쯤이야 쉽사리 짐작 가능했다. 하지만 왜? 이제 와서? 부르는 이유만큼이나 부르지 않을 이유도 충분했다. 어차피 만나서 얘기해보기 전까진 서장의 속내를 알 수는 없었다. 옷을 다 갈아입은 해준은 나가기 전 익숙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네. 접니다.”



얼마 후 식당에 도착한 해준은 점원의 안내를 받아 룸 타입 방에 들어갔다. 원형으로 된 테이블에는 여러 가지 중국요리들이 올려져 있었고, 준수와 서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서장은 인자한 듯 보이면서도 강인한 눈빛이 쓰고 있는 안경을 뚫고 나올 듯한 인상이었다. 아마 저 사람이 서장이겠지. 해준은 서류를 보고 있는 서장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며 자리에 앉았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 낫구만 박해준이.”

“아닙니다.”

“아! 자네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끼리 먼저 한 숟갈 했다네.”

서장은 눈짓으로 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 해준은 방 안에 걸려 있는 시계를 보았지만 아직 약속시간 보다 5분 전이었다.

“괜찮습니다.”

“어머님 일은 안타깝게 생각하네. 요즘 같은 세상에 자주 있는 일이라지만 사람이 죽는 건 언제나 안타까운 일이야.”

“······.”

한순간 침묵이 온 방을 가득 메웠다.

“이거 내가 괜한 말을 꺼냈나? 이 순경은 식사가 끝났으면 먼저 복귀하도록 하게.”

“네.”

준수는 일어나며 해준에게 미안하다는 시선을 보내왔다. 굳이 미안해할 필요 없는데. 해준은 미소를 지어 보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나온 어머니 이야기에 좀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준수가 떠나자 서장은 다시금 테이블 위에 있는 서류를 보며 훑어 넘기기 시작했다.

“음식 다 식겠구만. 얼른 먹게.”

“네···.”

대답은 했지만 음식에 전혀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 해준과는 별개로 서장은 담백하게 서류를 보며 물어왔다.

“오른팔은 이제 좀 적응이 되었나?”

해준은 긴 소매로 가리고 있는 자신의 의수에 왼손을 얹으며 말했다.

“네··· 뭐.”

“서른 살에 무직. 아르바이트를 전에 했다고는 하나 그만한 돈을 모으기는 힘들었을 테고. 어디 대출 이력도 안 보이고. 어디서 났나 그 의수?”

서류를 보던 서장의 두 눈은 어느새 해준을 또렷이 보고 있었다. 젊은이에게조차 지지 않을 안광이 해준을 쪼아댔다.

“다 아시면서 부른 거 아닙니까?”

“자네 입으로 직접 말해야 하거든.”

서장은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 위에 녹음기를 올려놓았다.

“일 년 전 구원진리교 총기 난사 사건. 구원진리교 교회 건물 내부에서 일어난 집단 살인 사건이었지. 기록에는 약물에 취한 신자들끼리 총기 난사가 원인이었다고 적혀있지. 하지만 구원진리교는 약물에 대해선 관대하지만 총기류에는 엄격하거든.”

“······.”

“아직은 대답하지 않는 건가. 좋아 그럼. 구원진리교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기 일주일 전 자네 어머니의 장례식이 있었지. 사망원인은 약물 중독에 의한 자살. 하긴 뭐 요즘 같은 시대에 약물 중독이야 흔해 빠진 일이지만.”

서장은 원형 테이블을 돌려 자기 앞에 있던 서류들을 해준의 앞에 오도록 했다.

“최근에 입수한 구원진리교 명단일세. 거기 자네가 아주 잘 아는 이름 하나 보이지 않나?”

서장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를 약물 중독에 빠트려 죽음으로 몰고 간 사이비 교단. 복수를 원하지만 힘이 없는 아들. 신형 무기를 비밀리에 테스트하고 싶은 조직. 이 셋이 만나 일어난 일이 구원진리교 사건의 실상이지. 알고 보면 참 딱한 이야기야 자네한텐.”

해준은 서장이 늘어놓는 얘기 앞에서 그저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었다. 그걸 지쳐보던 서장은 조용히 품에서 담배를 꺼내 한 개비 물고 피웠다.

“하지만 법이란 게 왜 있겠나? 사람들이 다 자기 좆대로만 산다면 세상이 개판이 되기 때문이지. 특히 대마초가 합법화되고 총기 소지가 합법화된 지금의 대한민국에선 법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네.”

서장은 말하면서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해준에게 겨눴다. 해준도 바지 주머니 속 스위치를 굳게 쥐었다.

“그리고···.”

탕 하는 총소리가 방안 전체를 울렸다. 귀에서 이명이 살짝 돌았을 뿐 해준의 몸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해준에게 향해있던 총구는 녹음기가 있던 곳으로 향해 있었고 거기엔 박살 난 녹음기의 잔해가 보였다. 서장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웃어 보이며 말했다.

“요즘 같은 시대는 내가 곧 법이지.”

서장은 테이블을 다시 돌려 서류들을 자기 앞에 오도록 한 다음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서류들은 금방 재가 되어 사라졌다.

“딱딱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내 밑에서 일해보지 않겠나?”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만 자네는 구원진리교 사건 전후로 조직 하운드와 연관되었겠지. 자네의 의수도 하운드에서 지원해 준 것일 테고.”

“저보고 하운드를 배신하라 이겁니까?”

“배신? 하하하하하. 자네가 언제 한 번이라도 하운드에 충성한 적은 있나? 그저 복수를 위해 하운드를 이용한 것 아니었나?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라고, 조직에 몸담고 있다 보니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서장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하운드도 이미 커다란 마약 밀매 조직으로 성장했네. 자네 어머니를 죽게 만든 마약을 국내 곳곳에 뿌리고 있지.”

“주된 활동은 무기 거래겠지만 마약 밀매도 이젠 구원진리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지. 그런 조직에 자네가 충성한다고? 요즘 젊은 친구들은 농담도 잘하는 구만.”

“원하는 게 뭡니까.”

서장은 핸드폰 하나를 해준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연락은 불시에, 임무는 그때그때 상황별로 지시할 테니까 잊어버리지 말게. 이 순경 친구니 똘똘하게 잘 해내리라 믿네”

얘기를 끝마친 서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다 문 앞에서 문득 해준을 돌아봤다.

“아, 참. 서우희 의사였던가? 자네의 사촌이지? 우리 식구들이 일부러 다치면서까지 보러 갈 정도의 미인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그만하시죠.”

“노파심에서 한 말이네.”

서장은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며 이번에야말로 떠났다. 서장이 식당 밖으로 완전히 나갔다고 생각되었을 때, 해준은 참아왔던 분노를 터트렸다. 의수로 내려친 테이블은 반으로 갈라지다 못해 아주 조각이 났다. 아까 서장이 총을 쐈을 때도 직원 하나 오지 않았다. 그 말인즉 여기 있는 모든 것은 서장의 통제 아래였다고 추측할 수 있다. 테이블이라도 하나 내리치지 않았다면 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테이블 값은 서장에게 이번 일에 대한 계약금이라고 해두자.

“씨발···.”

오늘도 편하게 잠드는 건 무리라고 해준은 생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갱스 오브 코리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자극 19.10.20 91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