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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블스나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는 졸업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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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블스나
작품등록일 :
2021.05.13 00:00
최근연재일 :
2021.06.16 02:43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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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0
글자수 :
189,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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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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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시험 전야

DUMMY

“네가 그렇게 말하니 마기우스는 그렇다 치고, 그러면 에인헤랴르는?”

“밀레 말이죠?”

“그래. 나는 이야기만 들어본 터라, 이참에 들어두고 싶었거든.”

“밀레는 착한 아이라구요. 조금 나사가 빠졌지만···.”


객관적으로 말해서 너만 부르는 그 애칭은 어떤가 싶지만.

말하는 당사자가 너무 자연스럽게 이야기해서 듣는 내가 잊어버릴 정도였다.

그랬지. 작중에 크리스는 밀레이어를 그렇게 불렀지.

부르는 방식이야 어쨌든 나사가 빠졌다는 운운은 크리스가 해도 되는 말일까.


밀레이어 에인헤랴르. 무투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에인헤랴르 가문의 자제.

레이블이 최고로 빠른 기사라면 밀레이어는 최고로 단단한 기사다.

리드랑도 생각 외로 잘 맞지 않을까. 밀레이어는 뇌까지 근육이라는 에인헤랴르 가문이고.

원작과 같다면, 기사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밀레이어는 레이블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어쨌든 너랑 잘 맞는다니 그 애도 멀쩡하진 않겠구나.”

“아아뇨, 그 말은 흘려들을 수 없는데요! 전 벌써 경량화의 기본을 뗄 정도의 수재라구요!”

“그래서 계속 가르치고 있잖아. 성취가 분명히 보이기는 하니까.”


이렇게 잘 가르칠 줄 알았더라면 교사가 아니라 개인 과외를 해야 했던 게 아닐까.

물론 가르치기 시작한 지 1주일도 안 되어서 이해할 수 있었다며 웃는 게 정상은 아니다.

독학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경량화긴 하지만, 아무리 나라도 실전에 써먹기까지 1달은 걸렸다.

1달간 가르쳤어도 웬만한 애들이면 손도 못 댈 수준을 이 아이는 며칠 만에 해냈으니.

크리스의 재능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뛰어났다는 의미다.


“그 말은, 성취가 없었으면 안 가르쳤다는 뜻인가요?”

“아니, 그렇게 극단적으로 해석하지 마. 얼마나 가르쳤을 진 몰라도 2주일은 봤겠지.”

“정말 학생 마음을 모르는 선생님이네요. 계속 그런 소릴 하면 감봉이에요.”

“··· 아니, 그건 좀 봐주라.”


여전히 나는 한 푼도 없다.

돈이 없어서 상점가에 발도 못 들이고 나날이 식당만 전전하고 있지 않은가.

다음 달이 와서 돈이 생기기까지는 쭉 이 꼴인데 그 돈조차 줄어버리면 어떡하라고.

돈이 생기면 나름대로 쓰려던 예정도 있다.


“잘 아시겠죠? 그림스케일의 교사라면 성심성의껏 가르칠 것.”

“급여를 금질(金質)로 잡고 할 말이냐고···.”

“라운트 선생님은 성의가 부족하다고 할까?”


자문하는 크리스가 기분 좋게 웃는다.

악동 같이 웃는 그 모습은 잘 봐줘도 그 나이대 영애의 웃음소리로는 들리지 않는다.

누가 예의를 가르친 건지, 아니면 예의를 가르친 결과가 이 꼴인지.


“뭐 그건 그렇고, 밀레 이야기로 돌아가서. 혹시라도 선생님은 밀레한테 가까이 가지 마세요.”

“그건 또 왜?”

“밀레는 순진한 아이라, 선생님 같은 사람이랑 마주치면 오염될 테니까요.”

“순진···? 오염?”


크리스가 나를 어떤 선생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지 점점 보이는 거 같은데.

물론 나는 밀레이어에게 1푼의 관심도 없다.

기껏해야 내일 무투학과 대련 실습에서 그 실력을 볼 수 있는 정도겠지.

눈에 들어오는 실력인가? O 동료로서 그만큼 중요한 전력인가? O···는 아니고 △.

밀레이어는 쓰려면 쓸 수야 있겠지만 굳이 거기까지? 라는 생각이 드는 동료다.


뭣보다 내게 오염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는 건 잘 알겠지만.

밀레이어에게 그 단어가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다.

단어 선정이야 어쨌건, 그만큼 크리스가 밀레이어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뭐··· 착각은 자유니까.


“음··· 역시 넌 좀 더 사람을 잘 알아두는 게 좋겠다.”

“왠지 엄청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인데요!?”

“다 이유가 있으니까 하는 말이야. 새겨들어.”

“그 이유를 설명 안 하면 이해 못 하거든요?”


각 학과의 시초 가문에 멀쩡한 사람을 꼽는 게 더 힘든 일이다.

그림스케일도 멀쩡하지 않은 마당에 더 말할 필요야 있겠냐마는.

파고들어서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그 시스가 오히려 선녀처럼 보일 테니까.


창문가를 보니 그새 밤이 늦었다.

도서실은 수업 시간에 학생이 찾아오지 않는 게 위안인 수준이라,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이 시간에 여기까지 있는 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다. 기숙사까지의 거리도 있고.


그동안 수업을 거부하던 크리스가 최근에 수업을 들어오면서 한 차례 파란이 있었고.

그 뒤늦은 진도를 저녁에 내게 배우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학생마다 반응은 다르지만 일을 맡기기 애매한 교사라는 내 평판에 어울린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D반 학생들이야 크리스와 같은 반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다른 반은 크리스를 모르니까.

덕분에 최근 다른 반 학생들 사이에서 크리스에 대해 관심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배우는 게 진도와는 전혀 다른 부분이지만 그거야 직접 배우지 않으면 모르니까.


“시간 좀 봐라. 이야기하다가 어두워졌잖아··· 왜 빨리 들어가자는 이야길 안 한 거야.”

“그야, 저 내일 수업 없고. 오늘 정도는 좀 오래 들어도 되잖아요?”

“나는 있다고. 일.”

“그래서 기대하고 있다니까요, 결투.”


싱글벙글 웃는다. 때려주고 싶다.

무투학과 과제에 해당하는 대련 시험은 모든 학생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펼쳐진다.

행사를 주관하는 호라이즌 홀 옆에 만들어진, 콜로세움을 연상시키는 대련장에서.

기본적으로는 결투 장소로도 쓰이는데, 아직 누가 누구랑 결투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이상한 일이지, 내가 한창 다닐 때는 입학 초기부터 심심하면 결투 이야기였는데.

덕분에 이번 기 첫 결투는 나와 레이블일 예정이다. 대련이 모두 끝나면 한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할 테니까.”

“네-에. 선생님도, 내일 도망치지 말고 꼭 나오세요.”

“도망칠 일도 도망칠 곳도 없어···.”


애초에, 도망치면 돈을 못 받잖아. 어디로 도망치라는 건지.


크리스가 도서실을 나서는 걸 보면서, 나는 서류를 정리했다.

떠들다 보니 너무 늦어졌다. 오늘 중으로 들릴 곳이 있었는데.


사실 레이블과 결투하는 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결투할 상황이 올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고, 싸운다고 해서 반드시 진다는 생각도 안 하지만.

내일은 무투학 학생들의 실력을 알기 위한 무투학과 대련 시험 날이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메인 시나리오가 크게 진행되는 ‘대련 시험 습격 날’이기도 하니까.

조직이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고, 주인공은 소꿉친구와 협력해 악을 쓰러뜨린다.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지금은 레이블의 연계 퀘스트를 완수했으니 아마 레이블도 합류.

사건이 터지면서 대련 시험은 뒤로 밀리지만.


결투는 어떻게 될까?


이 사실을 확신할 수 없어 응어리진 마음을 두고, 나는 도서실을 나서서 계단을 올랐다.

1층에는 도서실, 2층과 3층에는 식당.

그림동은 층마다, 학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시설이 하나씩 있다.

2층과 3층의 식당은 가능하면 모든 학생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합쳐진 형태고.

4층은 체력단련실이 있다.

상식적으로 무투학과 건물인 에인동에 있어야 하겠지만.

굳이 그림동에 있는 건, 몸을 쓰는 게 무투학과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겠지.

켈디 같이 이상한 이레귤러가 있는 걸 생각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도 아니다.

4층에 이르러 체력단련실 문을 열면, 그 학생이 있다.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닌가?”

“흥! 선생님이야말로, 이 시간에, 여기까지, 또 왔어?”


님은 붙여주지만, 말끝이 반말인 게 성격을 말해주고 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운동하는 사이사이 뚝뚝 끊으며 말하는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기르는 것조차 귀찮다는 것처럼 짧게 자른 붉은 머리는 남자다움의 상징이다.

마지막으로 위아래로 움직이는 탄탄한 등판이 뭐든지 해보라는 것처럼 등으로 말하고 있었다.


무투학과에는 주인공의 동료가 되는 인물이 여럿 있지만, 역시 괴짜가 많다.

그 가운데 효율로 따져 최속의 기사는 레이블, 최우의 기사는 밀레이어. 최고의 기사는 미알.

눈앞에 있는 붉은 남자는, 그중에서도 당당히 최강의 기사로 불릴만하다.

가장 뛰어나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가장 힘이 강하니까.


“시간이 늦었는데, 혹시나 있을까 싶어서 들여다본 거다. 내일은 대련 날이잖아?”

“그런, 어중이떠중이들한테, 이, 갈리아님이, 질 것 같아?”

“자신감만은 벌써 서임 끝난 기사보다 낫구나.”

“그리고, 내일은, 당신이, 이야기, 했으니까!”


등을 쭉 펴면서, 소년이 일어났다.

키는 나랑 비슷하거나 약간 더 클까?

약관 15, 16 정도의 나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키였다.


내가 저 나이 때는 지금보다 훨씬 작았었는데···.


갈리아 루드카스. 무투학과 2학년.

에인헤랴르가 왕국 측에서 이름 높은 기사 가문이라면, 제국에는 루드카스가 있다.

타는 것처럼 붉은 머리에 불타는 붉은 눈. 그 눈에는 망설임이 없다.

이만한 자존심에, 그 실력. 성격도 불처럼 뜨겁고 각오는 이미 그 나이대보다 훌륭하다.

이 녀석한테 사람을 죽이는 일 같은 건 일도 아니지.


덕분에 성격대로 황태자도 아닌 크롬웰을 도울 이유가 없다며 파벌 싸움에도 불참하고,

상황에 따라 주인공에게 협력하긴 하지만 당연히 리드와 성격이 맞을 리도 없고,

그런 거야 어쨌든 최소한 내일 있을 사건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믿음직하겠지.


그래서 며칠 동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건이 진행되면 혼자는 귀찮으니까.


“뭐 오늘도 왔다는 건, 저번부터 말하던 내일 있을 일 때문이겠지?”

“그래. 도와줄 거냐?”

“뭐 좋아! 대련이야 어차피 질 것도 없지만, 그거밖에 없으면 심심하니까.”


갈리아는 수건으로 땀을 닦으면서 마지막으로 몸을 풀었다.

너무 쉽게 승낙을 받아버려서 얼떨떨하다. 이렇게 쉬웠나?


“그렇게 무작정 승낙부터 해도 돼?”

“상관없잖아! 어차피 쳐들어오는 놈들은 쓸어버리면 그만이고. 이참에 선생님한테 빚도 좀 달아놓는 거지.”

“그러냐. 뭐 도와준다면 나야 상관없지.”


이게 갈리아의 좋은 점이다. 사사건건 따지지 않고 이득이다 싶으면 돕는다.

전투광 기질도 있어서, 그게 싸우는 일이고 이득이라면 거절당할 일은 없다.

사실상 그림스케일의 용병 같은 느낌이다. 물론 그만한 대가는 치러야겠지만.


“그런데 선생님이야말로, 내일 결투는 괜찮겠어?”

“너까지 그 이야길 한다고?”

“그 레이블 선생님이잖아? 아무리 나라도 그 사람한테는 조금 자신이 없는데!”

“뭐, 대책은 세워놨다.”

“그-래? 만약 정말로 한다고 하면 기대하겠다고. 당신도 수석이라고 하니 볼만하겠지.”


결투야 안 하면 편한 일이지만.

확신할 수 없는 일에는 기대하지 않는 게 철칙이다. 대책은 대책대로 세워놓더라도.

다른 때는 신경도 안 썼겠지만, 아마 분명히. 지지야 않을 거라고는 생각한다.

아니, 지더라도 너무 대책 없이 지는 모습만 안 보여준다면 되려나.

어차피 내 평판이야 아무래도 좋지만, 이왕 하는 거니까 꼴사납게 지는 모습은 피하고 싶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 저번에 보여줬던 그 칼 말이야, 혹시 남은 거 있어?”


베르드제 검을, 저번에 보여줬었다.

갈리아는 일반적인 칼보다 두 손으로 쓰는 대검을 선호하니까, 내 건 어차피 안 어울리지만.

마침 아무도 안 쓸 것처럼 쓸데없이 모양새가 커다란 게 있었지.

지금은 루드거한테 있지만, 아마 이야기하면 돌려받을 수 있다.

조사를 겸해서 빌려줬으니까.


“나한테는 없는데.”

“엥? 나한테는? 무슨 뜻이야?”

“당장 내가 가진 건 없다는 뜻이지. 뭐 내일이 지나면, 준비해줄 수는 있어.”

“정말이야!?”

“그래. 내일 날 도와주면, 그 보수로 넘겨주지.”

“오, 좋아. 의욕이 생기는데?”


이야기하면서 이렇게까지 텐션이 쑥쑥 오르는 갈리아는 또 처음 봤다.

아무리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지만, 역시 갈리아도 좋은 무기를 선호한다는 뜻이다.

어차피 용병 같은 녀석이다. 이렇게 써먹을 수 있으면 이득이지.


갈리아와 헤어지기까지, 내일 있을 일에 대한 대략적인 계획을 짰다.


“2학년인 너니까, 아마 대련은 일찍 할 테고. 대련 후에 보자. 끝나는 걸 보고 내가 찾아갈게.”

“알겠어! 내일 보자구, 선생님!”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또 늦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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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대련 시험 +1 21.06.02 406 28 13쪽
» 시험 전야 +1 21.06.01 429 22 12쪽
19 가문 21.05.30 461 31 13쪽
18 바이슨 +1 21.05.29 441 24 12쪽
17 네서릴 +2 21.05.27 453 29 12쪽
16 시공간 +1 21.05.27 476 30 13쪽
15 개인 수업 +1 21.05.25 506 28 15쪽
14 식당 21.05.24 539 30 19쪽
13 수업 시간 +2 21.05.23 587 28 16쪽
12 루디블랙 +2 21.05.22 618 35 19쪽
11 크리스 21.05.21 638 3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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