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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블스나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는 졸업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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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블스나
작품등록일 :
2021.05.13 00:00
최근연재일 :
2021.06.16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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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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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9,497

작성
21.05.17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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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마석

DUMMY

달리아와의 접촉은 최저한으로 줄여뒀다.

그 대신, 레이블에게 한 번 빌려줬던 귀걸이 한쪽이 지금은 달리아에게 있다.

나는 귀를 안 뚫어놔서 끼지 않고 있지만.

선물이라도 주는 줄 알고, 달리아는 받자마자 왼쪽 귀에 끼고 예쁜지부터 물어봤다.


아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라, 지금 내가 통신으로 들은 이름이다.


“마리아 트로니터스?”

[네.]


잠깐만··· 벌써 만났다고?

시스와 마리아는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니까, 달리아를 붙여놨을 때 얼마든지 마리아와 마주치게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는 했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빨리 만났잖아.

그림스케일 메모리아에서도 두 사람이 만나는 건 한참 뒤라고.

너무 유용한 말을 두면, 놀려두고 싶지 않은 마음에 무심코 다른 사항을 간과하고 만다.


마리아 트로니터스. 왕국계 마도학과 2학년.

달리아와 비슷한 이름, 비슷한 생김새.

뻔한 이야기지만, 두 사람은 숨겨진 자매다.

이 연년생 자매는 어릴 적 제국 관광을 왔다가 동생이 유괴되면서 한 번 헤어졌다.

이후 마리아는 달리아를 찾을 힘을 기르기 위해 그림스케일에.

달리아는 유트라세테 남작이라는 가문의 후계자로 그림스케일에 오게 된다.

그림스케일 메모리아에서 두 사람이 각각 그림스케일에 오는 계기다.


원래 나는 두 사람을 만나게 할 생각이 없었는데.

내가 없는 동안 본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달리아를 보내버린 탓에, 이렇게 됐다.

운명적인 재회라는 게 말로는 아름답지만, 반드시 옳다고만은 할 수 없다.


뭐, 만난 것만이라면 상관없다.

문제는 달리아가 내게 부탁해온 게 따로 있다는 점이지.


“걔 학생기록부가 읽고 싶다고?”

[네. 안 될까요?]

“너 치고는 당돌한 부탁인데.”


그만큼 신경 쓰인다는 건 알겠지만.


“안 된다는 것도 알면서 하는 말이지?”

[네.]

“잘 알고 있잖아.”

[··· 네.]


보여주는 것만은 어렵지 않지만, 보여줬다가 머리도 좋은 애가 무슨 상상을 할지.

감당하기도 힘든 일은 사전에 막아버리는 게 낫다.

갑자기 나타나서 ‘내가 네 동생이다.’ 하는 것도 웃기는 이야기잖아.

시스를 만나면서, 마리아와는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했는데.


“뭐 아무튼, 연금부의 정보 수집은 쭉 이대로 해주면 되겠어.”

[이대로 계속 악담을 퍼뜨리나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그쪽은 이제 적당히 해도 좋아.”

[··· 알겠습니다.]


지금 와서 시스와 멀어지는 건 말이 안 된다.

애초에 그걸 목적으로 한 거였으니까.

마리아는 목적 외였지만, 달리아가 친해져서 나쁠 건 없다.

오히려 이렇게 붙어서 3인조처럼 다녀주면 좋겠는데.

그건 달리아의 재량이다.


알아서 하겠지.

적어도 내가 본가에서 지켜본 달리아를 생각하면 그랬다.


달리아와의 통신을 끝내고, 나는 밤늦게 숙소를 나섰다.


그림스케일 고위학교의 기숙사는 교사별, 학생별로 나뉘어 있다.

교사의 방은 무척 깔끔하고, 귀족 교사들이 만족할만한 크기로 만들어져 있다.

물론 이보다 큰 방에서 생활했던 귀족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나는 방에서 잠만 자는 사람이라 침대만 있으면 되지만.


학생의 방 배정은 랜덤으로 2인 1실.

상성이 좋은 룸메이트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

시스와 마리아는 운이 좋은 편으로.


달리아의 룸메이트는 누구랬더라. 에어리얼이랬나?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마도학 B반의 입학생이었지.

가십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다.

이쪽도 아마, 달리아와 상성이 나쁘지는 않겠지.


어쨌든 양쪽 다, 학교 내에서 고용한 사용인들에게 관리되고 있다.

귀족 사회가 당연한 그림스케일인 만큼, 이런 부분에서 타협은 없다.


숙소를 나선 나는 교사 숙소에서 오를동으로 통하는 길로 들어섰다.

길을 걸으면서 머릿속으로는 상황을 정리한다.


주인공은 리드 프로이스. 무투학과 1학년 C반. 초반부의 연계 퀘스트 진행 중.

오늘 연금학부에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레이블 선생에게 확인해봤을 때,

이 연계 퀘스트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퀘스트를 내려주는 당사자인 레이블이 그렇게 판단했으니, 문제는 없을 터다.

어떻게 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 없을까 했었는데, 그럴 수고는 덜었다.


낮에 루드거에게 설계도를 건네줬을 때, 그는 한차례 고민했다.

그러더니 대뜸 하는 말이 ‘만들어주는 건 어렵지 않다, 그치만 당장 재료가 모자란다.’였다.

말을 마친 루드거는 내 표정을 보고 왜 그런지 물었다.

내가 퍽 우스운 표정을 짓고 있었나 보지.


아니, 그치만 그렇잖아.

게임에서나 보던 대사를 실제로 들으면 기분이 묘해질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재료가 모자란다면 내가 구해오면 된다.

설계도를 직접 쓸 때부터 어차피 재료가 모자랄 줄 알고 있었으니까.

루드거는 금속에 대한 조예는 깊지만 정작 연금술사로서는 잘해야 2류.

그때그때 손에 들어오는 재료, 특히 금속을 흥미 본위로 써대니 재료가 남아있을 리가 없다.


연금학부 건물, 오를동이 보이기 시작하면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왼쪽에 길은 없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숲이 있을 뿐이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숲에 어째서 들어가느냐면.

그림스케일 메모리아에서 던전에 해당하는 마물의 둥지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숲에 들어가, 손끝으로 마법진을 그린다.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하얀 빛이 손에서 떠올라 내 주변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그림스케일 메모리아의 첫 전투는 상당히 늦게 시작한다.

프롤로그 때는 입학식과 반 배정만 이어지고,

입학 첫날의 수업은 입으로 설명할 뿐인 해설에 가깝다.

진짜 튜토리얼은 그보다 더 뒤에 있다.


따라서 게임 내 시간으로는 입학한 후 1주일 이내.

주인공이 첫 전투는 입학식 날 어떤 선택지를 골랐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입학식 날, 라스동에서 레이블과 만났던 리드의 첫 전투 상대는 동굴의 마물들이다.

그림스케일 고위학교에는 리드가 발견한 것과 같은 마물의 둥지가 곳곳에 있다.

발견되는 족족 교사들이 정리하도록 하고 있지만, 당연히 한계가 있다.


그림스케일은 애초에 마물의 둥지가 만들어지기 쉬운 환경에 학교를 지어놓은 곳이고,

마물은 기본적으로 자연 발생.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탓이다.

마력을 장기간 섭취해 탄생하는 마물이 있는가 하면,

우연히 마력이 한곳에 모이면서 그 자리가 마물의 둥지가 되기도 하고,

인위적으로 사람을 꼬드기기 위해 만들어진 마물의 둥지도 있다.

그림스케일은 마물을 사냥해 얻을 수 있는 마석에 집중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마석은 마도학이나 연금학 연구에서 핵심 재료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마석은 자수정처럼 생겼다.

보랏빛 색채를 가진, 빛나지 않는 보석이다.

실제로 마석을 보석으로 쓰는 귀족도 사교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그 하나하나에는 트로피에 가까운 의미가 있다.

마물 사냥은 귀족에게 당연한 의무에 속하니까.

다만 마석의 무분별한 이용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역사 속 이야기의 비소나 수은처럼, 마석은 그 자체만으로 독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루드거에게 필요한 재료가 마석뿐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손에 넣기 까다로운 재료만 늘어놨다는 걸 나 역시 자각하고 있으니까.

덕분에 한동안은 밤마다 재료를 찾아서 던전을 돌아다닐 예정이 잡혔다.

던전을 돌면서 중간중간 필요한 것도 챙길 요량이다.

예를 들면, 주인공이 모아두기만 하고 정작 쓸 일은 없을 아티팩트라던가.


솔직히 말하면 그림스케일 메모리아의 스토리가 어떻게 되는지는 관심 없다.


하지만 기껏 돌아온 그림스케일이다.

보는 눈이 쓸데없이 많은 본가와는 달리, 여기서는 아무도 나를 제지하지 않는다.

나는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쭉 이어가면 그만이다.

원래는 마탑에서 그렇게 일할 생각이었지만, 수많은 투자금과 마찬가지로 떠나간 배다.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을 아무 생각 없이 방치할 수도 없다.

주인공의 잘못된 선택지 하나로 주인공 한 명이 사라지는 것만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그림스케일 고위학교라는 이 천혜의 요새가 사라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림스케일 메모리아의 나비효과는 대체로 모두 그런 식이다.

이 나비효과의 중심에는, 그 베르드라는 금속을 양산하는 조직이 관계되어 있다.

모든 일의 흑막까지는 아니더라도, 그것도 나다! 하는 수준의 조직이니까.


그 여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가 직접 주인공을 이끄는 방법은, 말이 안 된다.

그림스케일 메모리아의 주인공은 타협하지 않는다.

그는 영웅시를 동경하고, 기사도에 매료되어 있으며, 불의를 참지 못하고 몸이 먼저 움직인다.

주인공이 동경하는 이미지에 가장 부합하는 교사는, 말할 것도 없이 레이블이다.

지금은 잠시 그림스케일에서 날개를 쉬고 있을 뿐인 편력 기사.

학창 시절부터 조용하고 휩쓸리지 않았으며, 휘두르는 검에는 망설임이 없고, 교사로서도 가르침을 소홀히 하는 일 없는 교사의 귀감.

나 같은 소인배와는 인성부터 다르다.


시스에게 끔찍한 시선을 받는 일이나, 마리아와 달리아 외에도 걱정되는 건 더 있다.


사실 상담이 필요하면 도서실에 오라고는 했지만, 주인공이 오긴 올까?

달리아한테 그렇게 내 악담을 퍼뜨리라고 해놨는데. 소문 듣고 안 오는 건 아닐까?

주인공이 오지 않으면 선택지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한마디씩 거들기도 힘들어진다.

급하게 달리아를 시켜 이렇게 악담을 흩뿌리기 전에는 그래도 준비 다 해놨다고 생각했는데.

그 바바리안 자식이 쓸데없이 나타나는 바람에 내 계획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지금 루드거에게 부탁해 만드는 물건도, 원래라면 이렇게 일찍 준비할 예정이 없었단 말이다.


다음에는 이번처럼 도망치지 않도록 끝장을 봐야만 한다.

흑막에 가까운 그 조직만 해도 귀찮은데, 그 조직의 스파이가 이미 침투해 있다니.

방 안에 거슬리는 모기 한 마리가 날아다니는데 안 보여서 죽이지 못하는 기분이다.

음.

생각할수록 그 자식, 다음에는 반드시 죽여놔야겠네.



-



다음 날 아침.

여느 때처럼 교무실에 출석한 나는 출석부를 챙겨놓고 수업 일정을 살피며, 오늘은 언제쯤 퇴근 각을 잡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입을 가리고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으니 어쩐지 낯선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라운트 선생님, 오늘 시간 괜찮으십니까?”


고개를 돌리니, 바이슨이었다.

요 며칠 더러워서 피한다는 마인드로 내게 눈길도 주지 않더니, 역시 급한 쪽이 우물을 판다고. 그 찌들어 보이는 눈빛과 눈 아래 검은 부분이 입 대신 설명하고 있었다.

한 뭉치의 서류를 손에 들고서 웃고 있는 꼬라지가, 지금 일을 맡길 생각인데 괜찮지? 하고 말을 안 해도 이미 표현하고 있다.


“네, 뭐. 맡기실 일이라도?”

“라운트 선생님이 꽤 여유가 있다고 들어서. 과제 작성을 도움받아도 괜찮을까요?”

“주시죠.”


바이슨은 안도하는 기색으로 서류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교무실을 떠났다.

나는 바이슨이 떠나는 걸 보고, 그가 올려놓은 서류 더미와 오늘 수업 일정을 다시 훑었다.

못할 것도 없었다. 여전히 칼퇴근 각은 살아있다.

그러면서도 이보다 더 높아질 마도학과 학생들의 과제는 또 어떨까.

서류는 바이슨이 이미 만들어놓은 과제와 미완성된 과제 아이디어 같은 게 섞여 있다.

이 과제의 난이도와 학창 시절 내가 한 과제를 비교해보면···.


음, 별거 아니겠다.


바이슨이 넘겨준 과제 더미를 허리에 끼고 출석부와 함께 교무실을 빠져나왔다.


어떤 과제를 만들어볼까.

개인적으로는 학창 시절, 이런 과제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던 게 몇 개 있었다.

다만 내 과목인 마법 이론으로는 그럴싸한 과제를 내려고 해봤자 결국 이론에 대한 레포트를 적거나 직접 만든 마법진을 제출하는 정도가 최대한이라서,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그런 와중에 바이슨이 이렇게 내게 과제를 부탁해온 거다.

바이슨의 과목은 내 과목과는 전혀 다르다. 과목의 이름은 ‘토 속성 기초’.

토 속성은 단순히 땅에 관여하는 마법만이 아니다.

그건 속성 마법이 좀 더 적성에 맞는 마법사들의 방식이고.

육체 강화나 체력 증진, 상처를 빠르게 회복하는 등, 단련에 유용한 마법도 많이 있다.

안타까운 건 일이 늘었다는 점이다. 과제 준비 기간에 할 게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그리하여 수업이 별로 없는 오늘 근무 시간은 과제 작성에 몰두할까 싶던 참이었지만.

도서실에는 나보다 먼저 온 선객이 있었다.


“지금 상담 가능하신가요, 라운트 선생님?”

“어··· 그래.”


주인공이 왔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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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시험 전야 +1 21.06.01 429 22 12쪽
19 가문 21.05.30 461 31 13쪽
18 바이슨 +1 21.05.29 441 24 12쪽
17 네서릴 +2 21.05.27 453 29 12쪽
16 시공간 +1 21.05.27 476 30 13쪽
15 개인 수업 +1 21.05.25 507 28 15쪽
14 식당 21.05.24 539 30 19쪽
13 수업 시간 +2 21.05.23 587 28 16쪽
12 루디블랙 +2 21.05.22 618 35 19쪽
11 크리스 21.05.21 638 36 18쪽
10 지크프리트 +2 21.05.21 644 36 13쪽
9 습격 +1 21.05.19 658 37 13쪽
8 아티팩트 +2 21.05.18 673 36 12쪽
» 마석 +2 21.05.17 764 3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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