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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us Tenebris

확보, 격리,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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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ebris
작품등록일 :
2020.08.18 03:51
최근연재일 :
2021.01.27 06:00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9,237
추천수 :
346
글자수 :
356,098

작성
21.01.2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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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76. 어린 마녀-3

DUMMY

지금도 잠만 들면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평소보다 일찍 집에 오는 길.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딸아이와 아내를 위해 간식거리를 사들고 늘 지나던 오르막길을 올라갈 때쯤, 무언가를 품에 안은 채 집에서 빠른 걸음으로 뛰어나오는 사람이 보였다.


강도라 생각하여 쫓아갔지만, 이내 집 안에 있을 아내 생각에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내는 큰 외상은 없어 보였지만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일어나지 않았고, 딸아이도 보이지 않았다.


-금품을 노린 게 아닌가? 그렇다면.


강도가 아닌, 납치범.


조금 전의 그 남자가 범인이라는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경찰에 신고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조슈아는 그 길로 납치범을 쫓아갔다.




“확실히 재웠겠지?”


“아. 그래. 약빨 좋더군. 이런 건 어디서 구한 거야? 우리도 이런 거 좀 가지고 있으면 일이 한결 수월해질 텐데.”


“낸들 알겠냐. 우린 일만 해주면 되는 거지.”


부둣가 창고.


조슈아의 딸을 납치한 범인들이 담배를 피우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 놈들은 대체 뭐길래 저런 꼬맹이를 납치하라고 시킨 거야?”


“몰라. 변태들이겠지.”


“요즘 변태들은 돈도 많구만.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약물에, 비싼 정장에, 경호원까지 데리고 다녀?”


“······평범한 변태들은 아닌 것 같더군.”


그들에게 소녀의 납치를 의뢰한 사람은 척 보기에도 이런 일을 할 사람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어디 요인을 경호하는 경호원. 혹은 비밀 단체의 요원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자신들같은 쓰레기들을 찾아와서 하는 말이 겨우 어린애 납치라니.


도통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보상을 보니 의문 같은 사소한 문제는 깡그리 잊어버린 채 곧바로 행동에 나서게 되었다.


평범한 가정집이라 크게 어렵지도 않았고, 애 아빠도 나가 있는 상태였고, 그들이 전해준 약물을 사용하니 흔적도 남지 않았다.


“뒤처리는 깔끔한 거야?”


“잠깐 누가 쫓아오는 것 같긴 했는데, 금방 따돌렸지. 뭐. 또 쫓아오면 자기가 뭐 어쩔 건데?”


담배를 피우던 사내가 뒷주머니의 총을 매만졌다.


그의 말대로, 어떻게 이곳을 알아내봐야 쪽수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어지간히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여길 혼자 어떻게 오겠어?”


상당히 부주의한 발언을 내뱉으며 사내가 담배에 다시 불을 붙였다.


잠시 후, 창고로 검은 색 차량 몇 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저기 온다.”


맨 앞 차량에서 검은 양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사람들이 검은 가방을 들고 내렸다.


“물건은?”


“돈부터.”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지폐가 가득한 돈가방을 내밀었다.


순간 흥분할 뻔 했지만, 여기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데려와.”


잠시 후, 창고에 있던 사람들이 작은 나무상자를 가져와, 그들 앞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숨구멍이 뚫려 있는 뚜껑을 열자, 서너 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 하나가 곤히 자고있었다.


소녀의 생김새를 확인한 남자가 어딘가로 무전을 보내고, 다른 사람들이 상자의 뚜껑을 덮어 차에 실었다.


-SCP-239를 회수했다.


이들을 지켜보던 사내가 피우던 담배를 발로 밟았다.


“그럼 거래는 끝난 걸로 알지. 잘들 돌아가쇼.”


“잠깐. 그 전에.”


SCP 재단 소속 기동특무부대가 창고를 포위했다.


갑자기 등장한 무장한 군인들에 창고 안에 있던 사람들이 당황해 총을 겨눴지만, 기동특무부대 앞에서 일반 깡패들이 힘을 쓸 수 있을 리 없었다.


“제압해.”


기동특무부대 대원들이 창고 안에 있던 사람들을 모조리 제압해 바닥에 눕혔다.


“뭐야 이것들은?! 이런 내용은 없었잖아!!”


“기억을 지울 뿐이다. 잠시 가만히 있어.”


재단 요원들이 제압된 사람들의 목에 정체 모를 액체가 담긴 주사기를 꽂았다.


잠시 후, 주사가 끝나자 기절한 사람들을 내버려둔 채 기동특무부대와 요원들이 철수했다.


“일단 끝났군. 철수해라.”


항구에 정박해있던 배에 차들이 하나씩 올라가고, 곧 뱃고동 소리와 함께 선박이 항구를 떠났다.




“으윽······머리야. 대체 왜 쓰러져 있던 거지?”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한순간 모두 필름이 끊겼던 것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지만,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뭔가 의뢰를 받았던 것 같기도 한 기억이 나는데, 무슨 의뢰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도 테이블 위에 놓인 돈가방을 보니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럼 일단 배분부터······.”


콰앙!!!

잠시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


돈이 허공에 흩날리며 떨어지는 광경과 동시에, 창고 안으로 돌진해온 차에 맞아 날아간 자신의 동료가 보였다.


“어?”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을 파악할 새도 없이, 차에서 내린 남자가 총을 꺼내, 이쪽을 향해 겨누었다.


“잠까······!”


타앙!!

총성과 함께 조슈아의 얼굴에 피가 튀었다.


그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설명해. 알토.”


클레프 요원에게 총을 겨눈 조슈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클레프 요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썩을. 하필이면 이 때.


클레프 요원이 SCP-239의 머리에서 천천히 총을 떼고 손을 들었다.


“넌 여기에 있으면 안 돼. 조슈아.”


타앙!!


총알이 클레프 요원의 얼굴 바로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닥치고 설명부터 해. 내 딸이 왜 여기에 있고, 너는 왜 애 머리에 총구를 대고 있었는지.”


-이거 곤란하게 됐군.


손을 든 채로 시선을 피하던 클레프 요원이 벽쪽으로 천천히 물러났다.


권총을 양손으로 쥔 조슈아가 거리를 유지하며 천천히 다가갔다.


“설명하라고!!!”


“네 딸은 마녀야. 조슈아.”


클레프 요원이 결국 입을 열었다.


“신입 요원 교육에서 받은 SCP 목록에서도 봤겠지. SCP-239. 생각대로 현실을 조작하는 소녀.”


물론 사진은 나와있지 않았고, 신입 요원이 볼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조슈아 역시 SCP-239가 자신의 딸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재단에서 제3자를 통해 회수했지. 난 관여하지 않았으니 오해하지 말라고.”


SCP 재단의 목적은 세상의 섭리를 흐트러뜨리는 변칙성을 가진 존재들을 찾아내, 격리하는 것.


조슈아의 딸이 그 리스트에 포함되었다면 재단 측에서 움직이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화가 사그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설명은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너는 왜 내 딸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었던 건데.”


클레프 요원이 다시 말을 멈췄다.


당연히 설명이 곤란하겠지만, 반드시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대답 여하에 따라서.


총을 쥔 조슈아의 손이 떨렸다.


그때, 갑자기 시설의 전력이 차단되어 전등이 꺼졌다.


비상전력이 가동되기까지 3초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클레프 요원이 그 틈을 놓칠 리 없었다.


타앙!!


어둠 속에서 총을 꺼낸 클레프 요원이 조슈아를 향해 발사했다.


이에 조슈아가 반응하기 전, 조슈아가 들고 있던 권총이 피격당해 부서졌다.


“!!”


그리고, 연막탄을 터뜨린 클레프 요원이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클레프를 놓친 것은 둘째 치고, 일단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경보 등급 적색. 경보 등급 적색.]


시끄러운 경고음이 시설 내에 울려퍼졌다.


[외부로부터의 적 침투. SCP-173, SCP-096 외 다수 격리 실패 발생.]


17연구기지에 격리되어있던 최정상급 위험도의 SCP들이 일제히 풀려났다.


그리고.


[오랜만이다. 개새끼들아.]


한동안 잊고 있었던 SCP가 돌아왔다.


-썩을, 하필이면 지금.


이어, 총성과 함께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SCP-079가 시설의 시스템을 점거했을 테니, 다른 기동특무부대가 올 때까지 버텨야 했다.


-버틴다고?


장비를 확인하던 조슈아가 갑자기 자리에 멈춰 섰다.


-이 놈들을 위해서?


조슈아가 잠시 잠든 딸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 날. 잃어버렸을 때보다 훨씬 더 컸지만 그걸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이 깊은 지하에서 하늘 한 번 보지 못하고 자라왔을 아이를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생각을 현실로 이루는 능력이라고.


클레프의 말이 사실이라면 충분히 위협적인 변칙성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재단이 저지른 짓을 용서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총성과 비명소리의 빈도가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보아, 상황이 점차 격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서둘러야겠군.


조슈아가 소녀를 안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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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79. 어린 마녀-5 +1 21.01.27 107 2 9쪽
79 78. 어린 마녀-5 21.01.26 82 1 9쪽
78 77. 어린 마녀-4 21.01.25 73 3 9쪽
» 76. 어린 마녀-3 21.01.21 96 1 9쪽
76 75. 어린 마녀-2 +1 21.01.20 109 1 10쪽
75 74. 어린 마녀-1 21.01.19 97 1 10쪽
74 73. 타우미엘-4 21.01.15 65 2 11쪽
73 72. 타우미엘-3 +2 21.01.14 92 2 10쪽
72 71. 타우미엘-2 +2 21.01.13 90 2 10쪽
71 70. 타우미엘-1 21.01.12 80 2 9쪽
70 69. 혼돈의 반란-5 21.01.11 108 1 9쪽
69 68. 혼돈의 반란-4 +1 21.01.08 76 2 10쪽
68 67. 혼돈의 반란-3 21.01.07 71 1 11쪽
67 66. 혼돈의 반란-2 21.01.06 77 1 9쪽
66 65. 혼돈의 반란-1 +2 21.01.05 84 2 10쪽
65 64. 경매-6 +1 21.01.04 74 2 10쪽
64 63. 경매-5 20.12.31 87 1 10쪽
63 62. 경매-4 20.12.30 78 2 9쪽
62 61. 경매-3 20.12.29 85 2 10쪽
61 60. 경매-2 20.12.28 103 1 9쪽
60 59. 경매-1 +1 20.12.25 83 2 9쪽
59 58. 죽일 수 없는 파충류-5 20.12.24 103 2 9쪽
58 57. 죽일 수 없는 파충류-4 20.12.23 81 1 9쪽
57 56. 죽일 수 없는 파충류-3 20.12.22 83 2 10쪽
56 55. 죽일 수 없는 파충류-2 20.12.21 106 2 10쪽
55 54. 죽일 수 없는 파충류-1 +2 20.11.25 112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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