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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us Tenebris

확보, 격리,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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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ebris
작품등록일 :
2020.08.18 03:51
최근연재일 :
2021.01.27 06:00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9,552
추천수 :
346
글자수 :
356,098

작성
20.11.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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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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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0. 늙은이-7

DUMMY

SCP-106이 사람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잡아먹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적어도 106의 차원에 멀쩡한 상태로 들어온 먹잇감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106이 얻는 먹이의 대부분은 재단에서 미끼로 제공한 D계급 인원이었고, 여기서 말하는 ‘미끼’란, 시설 내부를 배회하는 106을 격리실 내부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을 말하는 것이다.


SCP 재단에서 대놓고 ‘미끼’라는 명칭을 사용할 정도로 취급이 안 좋다는 것은 곧 반인륜적인 행위 중에서도 가장 악질이라는 소리였다.


물론 106 격리 매뉴얼에도 적혀있었으니, 조슈아 요원 역시 그에 대해 알고 있었다.


-대퇴골을 부러뜨려 미끼가 내는 비명소리를 시설 내에 방송한다고.


처음 봤을 때에는 무슨 미친 짓인가 싶었지만, 역으로 말하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106을 포획할 수단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미끼가 내는 비명소리를 듣고, 106은 덫 안에 스스로 출현한다.


그리고 미끼는 구출되지 않고 그대로 106의 먹잇감으로 소모된다.


참고로, 때에 따라선 다수의 미끼를 한 번에 사용하는 것이 허락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점이 크게 와닿는 것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조슈아 요원은 미끼로 사용될 수 있는 D계급이었다는 것이다.


당장 와트니 박사의 뻘짓으로 SCP-682가 탈출했을 당시만 해도 D계급이었고, 그때 기억으로는 꽤 많은 수의 D계급들이 불려갔었다.


당시엔 106이 격리실 밖으로 빠져나가는데 실패하여 D계급들이 미끼로 쓰이는 일은 없었지만, 조금만 일이 틀어졌더라도 온 몸의 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담은 비명이 시설 내에 방송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비명의 주체가 자신이었을 수 있다.


-D계급으로 끌려오지 않은 게 다행인가. 아니,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우습군.

우선 이곳을 살아서 나가는 것이 목표다.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감옥들 사이를 돌아다니자, 감옥 안에 남아있는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뼛조각 몇 개와 다량의 혈흔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감옥을 배회하고 있는 106의 모습이 창살 너머로 보였다.


-!!


먼저 발견한 조슈아 요원이 자세를 낮추고 놈의 동태를 살폈다.


전에 있던 사거리에서 마주쳤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시선조차 주고 있지 않았지만, 언제 돌변하여 자신에게 달려들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106의 동선을 관찰하고 있자니,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감옥 중 하나가 비어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옥이라는 장소가 본래 누군가를 가둬놓는 용도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조슈아 요원이 놀란 것은 감옥에 있는 사람의 얼굴이 눈에 익다는 점 때문이었다.


-프란시스 요원?


도시 외곽 주거지구 A구역을 담당하다 사라진 프란시스 요원이 감옥 안에 갇혀있었다.


-역시 이곳에 잡혀있었군.


요원들은 어떤 SCP와 마주치더라도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물품을 항상 휴대하고 다닌다.


보통 작은 칼이나, 건조된 비상식량, 수통, 로프 등의 생존용품들이고, 알토 클레프 요원 같은 준비성이 철저한 베테랑 요원 같은 경우에는 플라스틱 폭탄 같은 것들을 상시 휴대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프란시스 요원 같은 경우는 평범한 군용 대검을 소지하고 있었는지, 대검으로 창살을 자르기 위해 땀을 흘리며 쇠를 긁고 있었다.


물론, 군용 대검이 날카롭긴 하지만 쇠창살을 자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106이 다가가기 전에 창살을 자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도와줘야 하는데.


조슈아 요원이 자신의 소지품을 뒤적이다, 작은 나무같은 것을 자를 때 쓰는 줄톱을 발견했다.


프란시스 요원에게 전달할 수만 있다면 쇠창살을 자르는 데에는 군용 대검보다 훨씬 쓸만할 것 같았다.


자세를 낮춘 조슈아가 프란시스 요원이 갇혀있는 철창을 향해 조심스레 다가갔다.


106은 다행히 아직 조슈아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지만, 목적지가 같으므로 언젠가는 분명히 알아챌 것이었다.


-어차피 들킬 거라면.


조슈아 요원이 권총을 꺼내, 장탄수를 확인했다.


여분의 탄창을 들고 오지 않아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차피 총알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놈이니 큰 의미는 없었다.


그리고, 그대로 총구를 자신의 다리를 향해 겨눴다.


-딱 한 발. 뼈만 피하면 돼.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눈을 질끈 감은 뒤,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탄약이 다리를 스치며 깊은 상처를 냈다.


“끄으······아아아아아악!!!”


-놈은 희생자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를 즐긴다.


탄환이 스쳐지나간 곳에서 피가 흘렀지만, 다행히 큰 핏줄이나 뼈를 다치진 않았다.


물론 비명은 진심에 가까운 연기였다.


-조슈아 요원?!


나이프로 열심히 쇠창살을 그어대던 프란시스 요원이 긋기를 멈추고 총소리가 난 쪽을 쳐다보자, 다리를 감싼 채 비명을 지르고 있는 조슈아 요원이 보였다.


“대체 여기서 뭘······!”


입으로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조슈아 요원의 시선은 다른 곳을 정확히 향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 끝을 쫓아가자,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에 줄톱이 놓여있었다.


-연기로군.


조슈아 요원이 정말로 다리를 쐈을 리 없다.


피냄새와 비명으로 놈을 유혹하기 위한 연기다.


그렇게 판단한 프란시스 요원이 재빨리 줄톱을 집어, 쇠창살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나이프보다 소리가 큰 탓에 등골이 서늘했지만, 자신을 향해 다가오던 106은 어느새 조슈아 요원을 향해 방향을 바꾼 뒤였다.


-고맙소, 조슈아 요원!


이를 악문 채 팔근육이 찢어져라 톱질을 해내자, 불과 몇 초 만에 창살의 밑부분이 잘렸다.


-빨리, 빨리, 빨리!!

죽을힘을 다해 톱질하여 창살의 윗부분까지 제거하자, 땡그랑 소리와 함께 철창의 일부가 바닥에 떨어졌다.


감옥에서 빠져나온 프란시스 요원을 확인하자, 106의 주의를 끌고 있던 조슈아 요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달렸다.


“무사합니까?”


“덕분에!”


“그럼 달려요!!”


두 요원이 어지럽게 놓인 감옥 사이를 목적지도 모르고 달렸다.


창살들 사이를 통과하며 106이 쫓아오는 것이 보였지만, 따라잡기엔 속도가 너무 느렸다.


구조가 마치 미로같이 꼬여있어 이곳이 방금 지나온 길인지, 아니면 새로운 길인지도 알기 힘든데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까지 더해져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자, 사거리의 끝에 있던 것과 같은 어두운 구멍이 보였다.


밖으로 빠져나가는 길이다.


“저기로 달려요!!”


어느새 자신들의 바로 뒤에 106이 손아귀를 뻗어오고 있었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달려 뚫린 문 안으로 들어가자, 마치 터널을 빠져나온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익숙한 풍경이 나타났다.


처음에 있었던 사거리였다.


“······더이상 쫓아오지 않는군.”


자신들이 방금 빠져나온 통로는 닫혀있었고, 눈앞에 세갈래 길이 나타났다.


“민간인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모두 잡아먹혔소. 나만 운 좋게 살아남았지.”


여기서 말하는 운이란 조슈아 요원을 말하는 것이리라.


“구해준 것은 깊이 감사하지만 너무 무모한 행동 아니오? 자칫 탄환이 빗나갔으면 도망치지 못했을 수도 있는데.”


“달리 방법이 있었습니까?”


“······뭐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지만, 아무튼 지금은 여길 나가는 것을 목표로 움직여야 할 때요.”


두 요원이 세갈래길의 앞에 섰다.


정확히는 사거리의 교차로부분에 해당했지만, 어차피 지나온 길은 막혔으니 남은 길은 세 개.


“아마 이 셋 중 하나가 밖으로 통하는 문일 거요.”


이쪽은 둘이고, 길은 셋.


방법은 두 가지다.


1. 서로 도와가며 한곳씩 들어가 본다.


안전하다면 가장 안전한 방법이지만 SCP의 차원 내에서 안전이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게다가 방의 넓이나 구조에 따라 수색해야 하는 시간도 늘어나니, 106이 쫓아오는 지금은 그렇게 좋은 방법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2. 각자 다른 길로 향한다.


만약 이 셋 중 하나가 진짜 출구라면 거의 무조건 한 명은 살 수 있는 방법이다.


만약 운이 따라주지 않아 둘 다 길이 아닌 곳으로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방금 얻은 정보에 따르면 들어갔다 나온 문은 막혀버리니, 남은 한 개의 문이 출구가 되므로 확실하게 출구를 찾을 수 있다.


단, 이 경우 각 요원의 생존률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것이 문제이지만, 시간을 크게 아낄 수 있고 106의 추적을 뿌리치기에 용이하다.


게다가 외부에서도 106의 재격리를 시도하기 위한 작전이 진행되고 있을 테니, 한시가 급하게 이 악몽같은 곳을 나가야 한다.


“문을 하나씩 맡아 수색하도록 하지.”


다행히, 프란시스 요원의 생각도 조슈아 요원의 생각과 같았다.


“어떤 문이 진짜 출구일지 알 수 없으니 수색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하오. 우린 그런 훈련을 받은 사람이니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말하며 프란시스 요원이 망설임 없이 교차로 가운데로 걸어갔다.


“먼저 선택하시오. 난 후회하지 않으리다.”


“왼쪽으로 가겠습니다.”


“그럼 난 오른쪽으로 가겠소. 만약 둘 다 출구가 아닐 경우 이곳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 같으니, 이곳으로 돌아온다면 정면의 문으로 들어가시오.”


프란시스 요원이 정면의 문 근처에 나이프로 들어가지 않았음을 표시했다. 한쪽에만 표시를 해놨으니 나중에 다시 돌아오더라도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건투를 비오.”


프란시스 요원이 오른쪽 문 안으로 들어가고, 사거리에 남은 조슈아 요원이 왼쪽 문 앞에 섰다.


-후우.


심호흡을 한 뒤, 그 역시 문 안으로 들어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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