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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고대신에게 선택받은 성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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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유자
작품등록일 :
2022.10.29 18:19
최근연재일 :
2023.04.22 0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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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11.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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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선택받다 -2-

DUMMY

죽었던 빅터는 기사단 서품식때로 돌아왔다.

서품식은 굉장히 중요한 의식.

견습 성기사가 정식 성기사가 되기위한 통과 의례다.

이곳 아엘리아 대륙에는 아홉 신성이 있다.

세 명의 선신, 악신, 그리고 중립 신.

그 신의 선택을 확인하는 신성한 의식이다.

“그럼 호명된 사람들은 검을 뽑아라!”

서품식의 진행은 단순하다.

무대에 올라가 돌에 꽂힌 검을 뽑는다.

그러면 그를 선택한 신의 신성이 나타난다.

“알로!”

빡빡머리 견습 기사가 무대위로 올라갔다.

그가 돌 제단의 검을 뽑는 순간.

천장을 뚫고 금빛 빛기둥이 내려왔다.

“너는 이 순간부터 금빛 태양의 성기사다.”

알로는 경례한 뒤, 칼을 도로 꽂고 내려갔다.

“다음! 머레이!”

또 한명의 소년이 올라갔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이다.

누가 금빛에 휩싸일 때, 누군가는 푸른 달빛에 휩싸인다.

칼에서 덩굴이 자라고, 머리에 월계관이 씌인다든가.

두 손에서 수은이 흐르기도 한다.

한줄기 바람의 축복을 받은 기사도 있고,

어둑한 까마귀 깃털이 휘날릴 때도 있다.

드물게 악신의 선택을 받는 기사도 있다고 한다.

제대로된 성기사라면 그럴 일은 없지만.

“다음! 빅터!”

그는 성큼성큼 무대 위로 올라갔다.

‘또 금빛 태양이겠지?’

역사는 반복된다고 그랬던가.

빅터는 별 고민없이 바로 칼을 뽑아들었다.

그 순간, 모두의 얼굴에 경악이 스쳤다.

“비, 빅터! 대체 지금 무슨···!”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칼을 돌아봤다.

그가 뽑아든 칼에서 어둠이 배어나왔다.

그 어둠은 마물처럼 느릿느릿 꿈틀거렸다.

아니. 마물 그 자체였다.

누구보다 많은 마물을 죽여온 빅터는 바로 알아챘다.

‘어, 어째서?!’


콰당!


순식간에 기사단원들이 뛰어와 빅터를 제압했다.

갑옷 입은 남자 셋이 위에서 그를 짓눌렀다.

“서품식은 중지한다!”

사회를 보던 볼프가 선언했다.

“견습 기사들은 질서를 지켜 퇴장하도록!”

라미엘이 바삐 어디론가 가는 사이.

볼프는 얼빠진 견습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



빅터는 취조실에 감금당했다.

성기사단 내부에서 가장 공들여 만든 시설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물론 감옥이다.

“빅터 루멘. 맞지?”

취조 담당자는 빅터의 사형, 볼프였다.

볼프는 굉장히 유능한 성기사였는데,

특히 내부의 문제를 처리하는 전문이었다.

“네. 볼프 형.”

“혹시 사악한 세 신을 섬긴적 있니?”

“없습니다.”

“하긴. 그건 세 악신의 성흔이 아니니까.”

악신들의 성흔은 빅터도 알고 있었다.

바닥의 피 웅덩이. 갑자기 불어난 벌레구름.

그리고 시체처럼 새하얗게 질린 얼굴.

“평소 행실은···깨끗하네.”

볼프는 빅터의 생활기록부를 열람했다.

“수상한 정황이 전혀 없어. 대체 어떻게···.”

“볼프 형.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진거죠?”

“그래. 너도 당황했겠지.”

그는 한숨을 푹 쉬었다.

“빅터. 마물이 뭔지 알지?”

“존재가 허락되지 않은, 저주받은 괴물.”

허락받지 못했기 때문에, 마물들은 다만 검은 연기 비슷한 형체로만 존재한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빅터.”

볼프는 한참이나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네 성흔. 마물이랑 똑같았어.”

내가 마물들의 신에게 선택받았다고?

설마, 내가 과거로 돌아온게···

그 마물들의 신 때문인가?

“전 맹세코···!”

“알아 빅터. 네가 무슨 짓을 했을리는 없어.”

볼프는 침착함을 유지했다.

“모든 마물의 왕. 낡은 어둠의 추종자도 있어.”

빅터도 그들의 존재는 알았다.

그들을 직접 죽여봤으니까.

“하지만 그 누구도 성흔을 보인적은 없어. 마물로 변했으면 모를까. 마물로 변하지 않고 성흔을 보인건 네가 처음이야.”

빅터는 볼프의 말을 곱씹었다.

“그럼 전 이제 어떻게 되는거죠?”

“일단 상부에서 회의를 했는데. 금빛 성채는 널 감당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볼프의 말뜻을 바로 이해했다.

파문하겠다는 뜻이다.

“여긴 마물에게 적대적인 사람이 많아. 사고가 터질지 몰라.”

“그들을 위해, 절 파문하는 겁니까.”

“널 독립시켜서 길드에 보내기로 했다.”

“길드?”

“그래. 프레지아 길드. 대륙 최대, 최강의 길드.”

프레지아 길드는 익히 알고 있다.

지난 생의 동료 둘이 거기 출신이니까.

대마법사 니나 와이즈. 사냥꾼 레벤 펠러.

“너도 거긴 들어봐서 알지?”

“네. 대충 압니다.”

대륙에는 4개의 왕국이 있는데,

프레지아 길드는 사실상 5번째 왕국이라 불릴 정도.

그만큼 길드원도 많고, 세력권도 넓게 퍼져있다.

“너는 실력이 좋으니까 빅터. 거기서도 활약할수 있을거야.”

“그럼 파문이나, 투옥, 처형은 없어요?”

“그래! 워낙 유례없는 일이라서, 다들 함부로 움직이기 곤란해. 널 해치는게 도화선이 되어 무슨 재앙이 터질지 모르니까.”

볼프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상대는 그 마물들의 신.

무슨 흉계를 품었을지 아무도 모른다.

“자. 여기. 우리가 쓴 네 추천서.”

볼프는 바로 추천서를 내밀었다.

금빛 성채의 인장이 찍힌 봉투.

“그럼 출발은 언제하죠?”

“바로 내일 아침. 그때까지 준비를 마쳐둘게.”

빅터는 추천서를 받아들었다.

“고마워요 볼프 형.”

“고맙기는 뭘. 그럼 빅터. 이따가 또 보자.”

볼프는 일어서서 취조실 문을 열었다.

“가 봐.”



**



기숙사로 돌아온 빅터는 추천서를 만지작거렸다.

‘니나와 레벤도 프레지아 소속이었지.’

그럼 두 사람을 만날 수도 있을까?

옛 동료들 생각을 하니 기분이 오묘했다.

지금 만난다고 바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그는 무구를 손질했다.

“여기 배신자가 있잖아?”

빅터는 뒤돌아봤다.

세 명의 어린 성기사가 서 있었다.

둘은 오늘 서품식을 끝낸 알로와 머레이.

나머지 하나는 모르는 얼굴이었다.

“난 금빛 성채를 배신한적 없다.”

“그럼 니가 보여준 그건 뭔데?”

세 성기사들은 서로 키득거렸다.

“나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배신자를 찾았으면 처단하는게 기사의 성무지.”


스릉. 스릉. 철컥.


세 성기사가 각각 무기를 꺼내들었다.

한손검. 레이피어. 메이스.

“기숙사에서 싸우면 벌점인데.”

“싸움이라니.”


부우웅!


스팟!


알로가 칼을 크게 휘둘렀다.

빅터의 뺨에 빨간 줄이 생겼다.

“기사의 성무지.”

“쯧.”

빅터는 손질하던 칼을 들고 일어섰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신이여!”

알로가 칼을 위로 치켜들었다.

“금빛 태양이시여! 힘을 빌려주소서!”


화아앗—!


노르스름한 빛 기둥이 알로를 감쌌다.

“신이여! 청원합니다!”

머레이도 칼을 치켜들었다.

푸르스름한 달빛이 그를 감쌌다.

“넌 청원하지 않나?”

“그래! 나는 아직 신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마지막 기사는 빅터에게 레이피어를 겨눴다.

“네놈 때문에 서무식이 끝나는 바람에!”

세 기사가 무기를 들고 빅터를 포위했다.

‘귀찮아.’

금욕과 절제, 희생을 미덕으로 삼는 성기사들.

하지만 그들도 인간이다.

편을 갈라 싸우거나 친목을 다지고 싶어한다.

남들보다 우위에 서고 싶고, 자랑도 하고 싶다.

평소에는 그런 욕망을 잘 숨기지만,

기사단 서품식때. 신의 선택을 받았을 때.

해마다 긴장이 풀린 기사가 사고를 치곤 했다.

‘어차피 나는 떠날 몸. 잠깐 손봐줄까.’

빅터는 맨손으로 일어섰다.

“먼저 공격해라.”

“뭐?”

“난 상관없으니까, 먼저 공격하라 했다.”

세 성기사들이 서로 눈치를 주고받았다.

아하. 그렇게 된 일이군.

적당히 숫자로 밀어붙여 날 협박하고,

무기력한 나를 밟으며 욕보일 생각이었나.

사고방식 자체가 물러텨졌다.

막 성인이 된 어린애들이나 할 발상.

“너희들이 공격하지 않겠다면.”


덥썩!


빅터가 알로의 손목을 잡았다.

“내가 간다.”

“···고, 공격!”

알로가 칼을 휘두르려했다.

하지만 팔이 꿈쩍도 안했다.

빅터의 억센 손이 알로의 손목을 짓뭉개자,

그가 비명을 지르며 칼을 떨궈버렸다.

“알로!!!”

옆에서 머레이가 철퇴를 휘둘렀다.

빅터는 메이스의 자루 부분을 손으로 턱 잡았다.

“뭐, 뭐···?”

그는 그대로 메이스를 빼앗았다.

머레이가 당황해서 머뭇대는 사이.

빅터는 메이스를 거꾸로 잡고 후려쳤다.


퍽!


“악!”


퍽! 퍽! 퍽!


손잡이로 머레이를 매타작 하는 사이.

알로가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도무지 기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공격.

“칼이나 도로 주워들어.”

“어? 아, 아하!”

알로는 바보같이 기어 칼에 손을 뻗었다.

빅터가 한발짝 앞서 발로 칼을 쳐냈다.


챙그그르르—


칼이 저 구석으로 날아가버렸다.

“내 칼!”


뻑!


빅터는 알로의 궁둥이를 걷어찼다.

“아악!”


퍽! 퍽!


그리고 매타작의 목표를 알로로 바꾸었다.

두들겨맞던 머레이는 비틀거리며 달아났다.


“악! 아, 아파! 그만해! 잘못했어!”

“배신자를 처단하겠다더니?”

“미안! 내가, 아악! 잘못했다니까!”

“배신자와 결탁할 셈이야?”

“그게 아니라···그러니까···.”

알로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딴것도 기사라고.”


탱그랑.


빅터는 메이스를 바닥에 던졌다.

“우, 움직이지 마···.”

아. 이놈도 있었지.

이름도 모르는 기사가 레이피어를 겨눴다.

빅터는 손으로 레이피어 날을 붙잡았다.

“···!”

놈은 레이피어를 뒤로 잡아당겼다.

하지만 옴짝달싹 하지 않았다.

“정말 대단한 기사들 납셨군.”

빅터는 왼손을 기사의 이마에 갖다댔다.

그대로 딱밤을 한방 갈겼다.


빠악!


기사가 뒤로 넘어져 털썩 쓰러졌다.

그새 알로는 혼자 달아났다.

“동료를 버리기까지. 기사단 앞날이 환하네.”

빅터는 도로 갑옷을 손질했다.

‘금빛 성채에는 희망이 없어.’

전생에 품어온 의심이 확신이 되는 순간.

빅터의 마음은 올곧게 굳었다.

‘프레지아 길드에서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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