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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크 님의 서재입니다.

농구천재는 회귀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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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크
작품등록일 :
2024.04.27 08:12
최근연재일 :
2024.05.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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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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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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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7
글자수 :
134,982

작성
24.04.29 22:05
조회
4,285
추천
111
글자
6쪽

낭비된 재능을 위한 특별 보증 서비스

DUMMY

‘확인해보시겠습니까?’


이제는 꿈을 무슨 시리즈물로 꾸는구나.


‘......’


하얀 천이 걷히면서 익숙한, 하지만 한없이 낯선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꿈이니까 눈에 들어오는 건 아닌가. 어쨌든.


‘들으셨겠지만 급성 약물중독입니다.’

‘약물중독...’


기억과 달리 3인칭으로 보이는 장면.

덕분에 내 표정까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당시 내 표정이 어땠는지 나는 모른다. 내 뇌가 알아서 적당히 만들었겠지.

확실히 충격적이긴 했나 보다.

사람 표정 중에 저런 것도 있구나.


‘그... 괜찮으십니까?’


어쩐지 유족들을 수도 없이 만났을 텐데 걱정스레 물어보더라.

근데 저 사람의 표정은 내 상상일 거다.

진짜 정신이 없어서 옆 사람 표정 같은 건 확인할 생각도 못했거든.


그나저나 슬슬 일어날 시간이네.



“... 후우.”


역시나 꿈은 여기까지였다.

이후 나도 정신을 잃고 쓰러져서 항상 이때쯤 깨어났다.


‘한동안은 꿈에 안 나온다 싶더니.’


누나가 먼저 떠난 지 어느덧 3년하고도 8개월.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떠나버린 건지...


지금은 그래도 좀 나아졌지만, 이후 슬럼프가 거의 2년 동안 이어졌다.

일단 친누나의 급사만 해도 충격인데 우린 사이도 정말 좋았고 이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었으니.


꿈의 여파를 어떻게든 빨리 털어내려 빠르게 욕실로 향했다.

이럴 땐 시원하게 세수하고 평소처럼 빡세게 운동하는 게 정답...


Rrrrrr- Rrrrrr-


“후우...”


전화다. 또 전화다. 그리고 또 엄마다.


“여보세요?”

[어, 그래. 아들! 잘 잤지?]

“그럼, 잘 잤지. 엄마는? 좋은 하루 보내셨나?”

[그럼-! 엄마는 요즘 항상 좋지!]


휴대폰 너머로 엄마의 밝은 목소리가 들리지만.

나는 허리에 손을 얹은 채 초점 없는 시선으로 창밖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완전한 무표정으로.


“......”

[......]


서로 억지로라도 밝은 목소리를 내보지만.

평범한 안부인사 이후 대화거리는 빠르게 떨어졌다.


‘둘 다 하고 싶은 말을 못하니까 당연하지.’


원래 엄마와의 아침 통화는 누나의 몫이었다.

그것도 누나 쪽에서 거는 전화였고 엄마는 일주일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귀찮아하는 쪽.


누나가 그렇게 떠난 뒤, 엄마와의 통화는 내 몫이 됐다.

그리고 한 2년은 온갖 어두운 주제들과 잔소리가 쏟아졌지.


누나의 통화를 귀찮아 한 죄책감, 약물 중독으로 딸을 잃은 한국 엄마의 충격.

엄마에게 미국은 사탄들의 나라가 되었고 아침 인사를 빙자한 감시가 시작되었다.


나보다 훨씬 힘들 걸 알기에 무조건 받아주던 나였지만, 그렇다고 멀쩡할 리 만무.

결국, 2년 전쯤 참지 못하고 터졌다. 쌓인 스트레스틀 모두 쏟아내며 서로에게 상처를 줬고.


[그럼 이제 끊을게. 좋은 하루 보내, 아들!]

“응. 엄마도 좋은 하루 보내. 푹 쉬고, 끼니 거르지 말고.”


이젠 눈치보고 말을 고르느라 짧은 통화에도 어색함이 흐르는 사이가 되었다.

엄마는 감시하고 싶고, 난 숨이 막히고.

말해봤자 안 통하고 싸움만 나니까 말은 더 못하고.


‘참... 화목하고 행복한 가족이었는데.’


가족의 사망.

그것도 떠날 때가 한참 남은 가족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모든 걸 바꿔놓는다.


누나가 그렇게 떠난 지 3년 반하고도 조금 더.

지금 우리가 그랬다.


‘그러니까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야해. 무슨 일이 있어도.’


사실 이제는 슬슬 체념하고 받아들인, 아니, 포기한 상태였다.

어차피 나는 NBA 선수고 당연히 미국에 있었으니까.

은퇴 후에도 미국에서 부유하게 살아갈 수 있고 찾아보면 일거리도 많을 테니 굳이 귀국할 이유는 없었다.


엄마도 사람인데 매일 아침의 감시도 언젠가는 그만두겠지.

지금처럼 매일 성실하게 훈련하고 철저하게 몸 관리하면 엄마도 믿어줄 때가 오겠지.

그렇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미뤄두며 시간에 맡긴 상태.


앞서 말했듯 한동안은 꿈에서도 누나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최근 들어 어릴 때부터 마지막 모습까지 누나의 32년 일대기를 시리즈로 봐서 그렇지.



<낭비된 재능을 위한 특별 보증 서비스>

- 서비스 발동 조건

1. NBA가 주관하는 공식 어워드 수상

(Player of the Week, Month 포함)

2. 소속팀 컨퍼런스 순위 5계단 이상 상승

(현 소속팀의 직전 시즌 성적 기준)

3. 공식 기사 및 영상 등장 횟수 TOP 10

(공식사이트, 유튜브, SNS 전부 포함)


: 재능 보증 서비스는 오직 1회만 제공

: 매년 6월 30일 기준 정산

: 누적 두 개 이상 미션 달성 시 성공

: 성공 시 2011년 6월 30일로 회귀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모든 걸 바로잡을 기회가 왔다.


어색하고 무거워진 가족 분위기도, 너무 일찍 끝나버린 누나의 삶도.

심지어는 이래저래 꺾여버린 나의 커리어까지도.


‘누나도 이걸 본 걸까. 응원해주려고 꿈에 다시 찾아오는 거고.’


이전에는 꿈속에서 누나를 만날 때마다 마음이 무겁고 아프고 또 슬펐지만.

물론 지금도 무겁고 아프고 슬프지만 그때처럼은 아니다.


시간이 흐르기도 했고 희망이라는 것도 생겼으니까.

오랜만에 다시 한 번 누나에게 응원 받는다 생각하니 살짝 기분이 좋기까지 하다.


서비스의 말처럼 정말 한 끗, 딱 한 끗이 부족해 재능을 낭비하기만 했던 나의 커리어에.

드디어 밝은 빛이 비추려나 보다.


작가의말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쩌다 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네요.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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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전화위복 - 01 NEW +11 10시간 전 905 68 13쪽
22 두 개의 자아 - 03 +15 24.05.18 1,793 118 16쪽
21 두 개의 자아 - 02 +7 24.05.17 1,962 127 12쪽
20 두 개의 자아 - 01 +11 24.05.16 2,172 128 13쪽
19 잡초도 꽃이 핀다 - 04 +11 24.05.15 2,047 142 14쪽
18 잡초도 꽃이 핀다 - 03 +6 24.05.14 2,032 117 16쪽
17 잡초도 꽃이 핀다 - 02 +6 24.05.13 2,085 125 12쪽
16 잡초도 꽃이 핀다 - 01 +7 24.05.12 2,239 124 14쪽
15 간절하고 처절하게 - 04 +9 24.05.11 2,198 119 13쪽
14 간절하고 처절하게 - 03 +7 24.05.10 2,245 115 12쪽
13 간절하고 처절하게 - 02 +9 24.05.09 2,296 119 17쪽
12 간절하고 처절하게 - 01 +13 24.05.08 2,473 116 19쪽
11 명품과 보급형 - 03 +4 24.05.07 2,492 109 12쪽
10 명품과 보급형 - 02 +3 24.05.06 2,547 109 14쪽
9 명품과 보급형 - 01 +3 24.05.05 2,714 119 13쪽
8 퍼스트 임팩트 - 03 +7 24.05.04 2,765 129 12쪽
7 퍼스트 임팩트 - 02 +4 24.05.03 2,809 124 12쪽
6 퍼스트 임팩트 - 01 +6 24.05.02 2,997 108 13쪽
5 7년 차, 네 번째 팀 - 04 +4 24.05.01 3,036 108 12쪽
4 7년 차, 네 번째 팀 - 03 +4 24.04.30 3,139 101 12쪽
3 7년 차, 네 번째 팀 - 02 +8 24.04.29 3,426 102 13쪽
2 7년 차, 네 번째 팀 - 01 +4 24.04.29 3,834 109 13쪽
» 낭비된 재능을 위한 특별 보증 서비스 +19 24.04.29 4,286 11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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