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귀환 전
메서프 콥 토라우호산츠가 개선루 위에 올랐다.
10년 전, 대륙을 일통한 황제는 사키아의 가죽으로 만든 망토를 길게 드리우고 그 위엄을 사방에 뿌린다.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존재.
수십의 기사들이 절도 있는 발 구름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와아 우우우 우와아아
이윽고, 황제는 천천히 거닐면서 개선루 아래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벌판에 운집한 수백 만 명 기사와 병사들, 군중들이 열광적으로 환호를 한다.
황제의 묵직하고도 위엄이 담긴 목소리가 환호성을 뚫고 옆으로 향했다.
“손 좀 들어주지요?”
바깥에는 보이지 않는 개선루의 기둥.
그곳에는 이미 금발 청년이 팔짱을 풀지도 않은 채 기대어 서 있다.
감히 황제의 앞인데도.
“싫어.”
무례하고 느른한 음성이다.
하지만, 그 무엄한 태도에도 황제의 뒤에 있던 39명의 붉은 곰 근위 기사들은 눈썹만 꿈틀할 뿐이었다.
아니, 딱 한 명.
한 달 전 붉은 곰에 입대한 신입 기사가 언뜻 울분을 참지 못했는데.
그마저도 호기심이 깃든 청년의 눈길과 마주한 순간, 그만 턱을 치켜들고 눈을 정면으로 향하고야 말았다.
“나보다 다론을 보러 온 사람들입니다.”
“마음에 없는 소리 하지 말고. 그거나 줘.”
황제에게 손을 뻗으며 금발 청년의 몸이 기둥에서 벗어나자, 면적의 1/3이 초원인 대륙답게 시력이 좋은 전사들은 수 km 떨어진 곳에서도 그를 목격하고 감격에 떨었다.
그가 온다는 소문은 바람을 타고, 말의 숨결에 넘실거리면서 광대한 초원에 뻗어 나갔었다.
먼발치에서라도 전설을 볼 수만 있다면.
운이 좋아 그 음성 한 자락이라도 들을 수만 있다면.
정말 신의 행운이 내려앉아 손이나 발에 입을 맞출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전사로 태어난 보람이 하늘을 찌를 수가 있었다.
아버지는 아이를 목마 태워서 그가 보이도록 애를 썼고, 여인은 폴짝폴짝 뛰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살아있는 전설에게는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았다.
창대를 땅에 찍는 소리.
검면으로 방패를 두들기는 소리.
기둥에서 떨어진 다론이 군중들의 시야에 완전히 들어오면서 소리들은 점점 더 커졌다.
“다론, 우리 메이나 어때요?”
“메....이나? 그 코흘리개?”
“하핫핫. 그 아이를 코흘리개라고 부를 수 있는 남자도 다론뿐일 겁니다. 벌써 열아홉 살입니다. 오늘도 온다고 떼를...”
“황제. 내 나이가 몇 살인지는 알고?”
“대륙 최강의 마스터에게 나이가 중요하지는 않지요.”
“바쁜 사람 잡고 흰 소리 자꾸 할 거니?”
“하. 하.”
이날, 황제에게는 대륙 일통을 기념하는 날이었지만, 다론에게는 그저 약속한 물건을 받기로 한 날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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