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구로르의 서재

기적의 헌터 사무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구로르
작품등록일 :
2021.05.12 12:04
최근연재일 :
2021.06.17 08:35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6,299
추천수 :
219
글자수 :
138,169

작성
21.05.14 08:18
조회
318
추천
8
글자
11쪽

5화 [최수아]

DUMMY

“그게 삼촌이 아니고 외삼촌이요.”


“네?”


“그게 외삼촌이 아니고 소장님이요.”


그래 성이 다르니까 당연히 삼촌은 아니고 외삼촌이겠지. 소장의 이름은 강대환이니 말이다.


“아, 소장님이 외삼촌이라는 거죠?”


나도 모르게 말하면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건 비밀인데,”


이 여자에게는 비밀을 말하면 안 되겠군.


“굳이 비밀로 할 필요 있나요?”


“그래도.......”


최수아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저도 못들은 걸로 할게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최수아가 안심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 * *


오후 2시가 넘었는데 소장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삼, 아니 소장님은 언제 오시는 거예요.”


나는 삼촌이라고 할 뻔하다가 재빨리 말을 바꿨다.


“소장님, 오늘 아마 안 오실 거에요.”


“무슨 일 있으세요?”


“무슨 일이야 있겠어요. 얼굴 새빨개져서 오늘 아침에서야 집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아침에 엄마하고 한바탕했어요.”


아 삼촌하고 같이 사나 보네.


그런데 갑자기 최수아의 눈빛이 반짝거리더니,


“그, 소장님도 없으니까 제가 대신 의뢰를 드릴게요.”


`의뢰라고? 최수아도 나름 매니저 역할을 하는 건가?`


최수아는 특유의 천진난만한 표정을 하며 책상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왔다.


그 것은 여러 가지 색상의 실과 숫자가 적인 원반이었다.


“짜잔, 이거 보세요. 엄청나게 예쁘죠?”


“그 동그란 건 뭔가요?”


“이건 지그에요. 이걸로 기적팔찌를 만드는 거예요.”


기적 팔찌... 기적 팔찌라면 본 적이 있긴 하다. 올해 초에 지방에 내려갔을 때 여동생이 소원을 이루어주는 팔찌라면서 차고 다녔던 것을 봤던 적이 있다.


`그럼 그렇지, 최수아가 게이트 의뢰를 가지고 왔을 리가 없지.`


“사무소 이름이 아예 기적의 헌터 사무소가 낫겠네요, 오순도순 기적을 기원하는 팔찌를 만드는.......”


“그 이름도 좋겠네요. 헤헤.”


이어 최수아는 기적 팔찌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쏟아내기 시작했다. 네 가지 색상의 실을 종류별로 두 개씩 준비한 후에 실을 볼펜이 묶은 후 지그에 일정한 각도로 블라블라


“네, 일단 해볼게요.”


내가 의뢰를 승낙하자 최수아는 박수를 치며 말했다.


“오키! 좋아요. 그리고 중요한 건 만들 때 꼭 가장 행복한 일을 상상하면서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기적 팔찌가 되는 거예요.”


“자 그럼 시작하죠.”


그래도 명색이 헌터 사무소인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지만, 열정에 불타오르는 최수아의 모습을 보며,


실을 골라 가지런히 핀 후 끝 부분을 볼펜에 묶어 지그에 연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행복한 일을 상상해보라고 했지, 가장 행복한 일이라.


밖에는 흰 눈이 수북이 쌓인 언덕에 드문드문 작은 집들이 보이고, 그 뒤 넓고 깨끗한 호텔 방 침대가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살며시 다가가 커튼을 살짝 걷어보니 기다란 다리 위에는 얇은 흰색 레이스가 보인다.


좀 더 커튼을 걷자 볼록한 그 무엇과 함께 단발에 크고 동그란 눈동자의 여성이 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아니 이건 최수아잖아?!


“무슨 상상을 하셨어요?”


“아 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새로운 길드를 조직하여 대영 길드를 뛰어넘는 최고의 길드로 키워 아무도 돌파하지 못한 S급 게이트를 수십 차례 돌파하는 등 엄청난 이슈를 만들어 내어 수많은 방송국과 언론사에서 파견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별거 아닙니다. 다 예상했던 일이니까요 하며 피식 웃어주는 상상을 해봤네요.”


“와 꿈이 엄청나게 구체적이네요. 부러워요.”


“뭐 그런 셈이죠.”


“유명해지는 게 좋은 것만 있지는 않지만요.”


* * *


나는 이후에는 머릿속으로 애국가를 제창하며 외세의 침략에 맞서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독립선열들의 넋을 기리며 팔찌를 만들어나갔다.


한참 시간이 지나고 책상 위에는 팔찌가 꽤 쌓여 있었다.


“처음인데 상당히 잘하셨네요. 이 정도면 충분히 한 것 같아요.”


최수아는 이렇게 말하며 자신이 만든 팔찌를 가져왔다. 내가 만든 수량의 두 배는 돼 보였다.


‘칭찬받은 입장에 꽤 머쓱하네.’


“그럼 이건 이제 어디에 쓰나요?”


나는 최수아에게 물었다.


“아 친한 언니가 옷이랑 액세서리를 파는 쇼핑몰을 하거든요. 그래서 가끔 사무실에 의뢰가 없을 때 이것저것 만들어서 도와주곤 했어요.”


“사실 가끔이 아니고, 의뢰가 거의 없어서 꾸준히 이렇게 소품이라도 만들면서 조금이라도 벌어야 간신히 운영하거든요.”


천진난만하고 아무 생각이 없는 줄 알았는데 의외의 모습이었다.


활발한 행동 속에 숨겨진 그녀의 마음속 슬픔이 조금은 전달되는 것 같아 측은한 마음도 들었다.


“좀 더 열심히 만들 걸 그랬네요.”


“그럼 대충했다는 거예요!”


최수아가 다시 활기를 찾으며 갑자기 쏘아 붙었다.


“그리고 이거요.”


최수아가 수북이 쌓인 팔찌 중 하나를 나에게 건넸다.


빨강과 파랑, 녹색, 그리고 검은색의 네 가지 색이 섞인 팔찌였다. 흡사 강대환 소장의 무지갯빛 오러가 떠오르기도 하였다.


“이 기적팔찌를 만들 때 가장 행복한 상상을 했던 것 같아요. 열심히 도와준 선물로 드릴게요.”


나는 기적팔찌를 믿지는 않지만, 씩 웃으면서,


“고마워요. 잘 쓸게요.” 하며 팔찌를 받아 손목에 찼다.


* * *


여러 날이 지났다.


게이트에 관한 의뢰는 없었지만 최수아와 틈틈이 기적팔찌에 행운 목걸이까지 만들고, 하루는 옆의 순대국집에서 직원이 펑크를 내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여 순대국집 단기 알바도 하게 되었다.


그날은 웬일인지 김병달도 같이 도와준다고 하여 최수아는 서빙을 맡고, 나는 3년간의 자취 생활의 노하우를 짜내어 주방을 돕고, 김병달은 묵묵히 설거지를 도맡아 했다.


그동안 진호성이 사무실을 두어 차례 찾아왔었다.


남의 사무실을 선글라스를 쓰고 들어와 자기 안방처럼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는 등 행동거지가 별로임에도,


자존심 강한 소장이 진호성에게 말은 후배라고 하면서도 행동은 쩔쩔매는 모습을 볼 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최수아도 진호성이 올 때마다 인상을 찌푸리며 나에게 뒷담화를 해댔지만 그러면서도 저 사람이라도 있어야 의뢰를 따낼 수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진호성이 우리 사무실에 방문했다는 것은 게이트 의뢰가 들어올 여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소장과 김병달은 여전히 서로 대화는커녕 눈도 잘 마주치지 않았다. 물론 김병달은 나와 최수아하고도 아주 단편적인 대화만 나눌 뿐이었다.


‘사무실 분위기도 그렇고 조만간 이 갈등을 좀 풀어야 할 텐데.’


“진성아, 일루 좀 와봐라.”


소장의 목소리였다.


아무래도 의뢰가 들어온 것 같았다.


소장의 직무실로 들어가고 자리에 앉자 소장이 입을 열었다.


“안산 오이도 쪽에 D급 게이트가 발생했다고 한다. 저번처럼 그쪽 지역 길드에 용병으로 합류할 거야.”


“오이도요, 오이도까지 가려면 꽤 걸리겠네요.”


“오이도 가는 데는 시내 운전을 별로 할 일이 없어서 거리에 비해서는 오래 안 걸려, 그런데 가끔 그쪽 고속도로가 막힐 때가 있으니까 미리 도로 상황 좀 확인하고 운전하라고.”


“아, 넵, 알겠습니다. 참 그리고, 소장님. 이번에는 김병달 헌터하고 같이 가고 싶습니다.”


나의 제안에 소장은 한숨을 쉬며,


“네가 잘 몰라서 그런데 그 녀석은 저번에 송도로 가랬더니,”


“그건 저도 들었습니다. 어차피 운전은 제가 할 거니까 상관없습니다, 저번에 다른 길드원들에 혼자만 끼니 적응하기도 어렵고, 변칙적인 상황에 낯선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김병달 헌터가 같이 가면 좀 더 수월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번 의뢰에서 혼자만 용병으로 끼었다고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은 아니었으나 김병달에게서는 오러도 거의 느껴지지 않아 게이트 안에서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으나,


김병달이 최고의 명문 아카데미인 세라를 수료한 것은 무언가 이유가 있었을 터이고, 그보다 김병달에게 사무실에 기여를 할 기회를 주어야 소장과의 갈등의 골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 정 그렇다면 같이 가게.”


나는 김병달에게 가서 소장이 게이트로 같이 가라고 했다며 말했다.


여기서 김병달이 나는 안 가겠다고 해버리면, 다 망치는 것이긴 한데,


“그래. 가자.”


생각보다 흔쾌히 김병달이 제안에 수락했다.


아무래도 며칠 전부터 김병달에게 아침마다 인사를 꾸벅하고, 말을 걸 때마다 선배님, 선배님하며 추임새를 넣은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성격상 주변 관계에 갈등이 남아있는 채로 풀리지 않는 것은 영 찝찝했다.


역시 오늘도 사무실 앞에 주차된 국민차 아반드에 올라타 운전대를 잡고, 오이도로 향했다.


이번 게이트에서는 슬라임들이 나왔다. 끈적끈적한 젤리 같은 이 녀석들은 가까이 붙어서 점액에 몸이 닿는 일만 없다면 코볼트보다도 손쉬운 상대였다.


게이트의 진동에서도 이전에 실습을 나갈 때 느꼈던 진동이었으므로 변종 몬스터가 나오지도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는 특별한 위기 없이 손쉽게 게이트를 클리어할 수 있었다.


나와 김병달은 저녁 이전에 사무실로 복귀하였고, 나는 소장이 있는 앞에서 최수아에게 김병달의 활약상에 대해 크게 떠들어 댔다.


“역시 선배님은 다르시더라고요. 몬스터들이 그냥 우후죽순 나가떨어지더라니까요.”


이렇게 말하면서 소장을 힐끗 보니 소장의 얼굴에도 살짝 웃음기가 보이는 듯했다.


* * *


“저, 진성씨 우리가 만들었던 기적팔찌요. 언니가 운영하는 쇼핑몰에 올라왔는데 한 번 보실래요?”


최수아가 손가락으로 내 옆구리를 살짝 건드리며 말했다.


“네, 한 번 보죠.”


최수아는 스마트폰에서 쇼핑몰 사이트로 접속한 후에 기적 팔찌 카테고리에 들어가 화면을 보여주었다.


“와, 이거 우리가 만든 거 맞아요?”


만들 당시에는 얼핏 소꿉장난 같았던 팔찌들이 사진으로 보니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든 수공예품으로 보였다.


역시 쇼핑몰은 사진빨이 중요했다.


나는 “여기 옷도 판다고 했죠?” 라고 말하며 의류 카테고리를 살펴보았다.


`이 낯익은 모델은?!`


“어, 이 의류 모델 혹시 한재영 아니에요? 한재영을 모델로 다 쓰고 언니분이 쇼핑몰에 투자를 과감하게 하나 봐요?”


최수아가 킥킥 웃으면서 대답했다.


“여기 한재영이 운영하는 쇼핑몰이에요, 제 친한 언니가 한재영이에요.”


“진짜요? 진작 말하지 그랬어요. 근데 한재영하고는 어떻게 알게 된 거에요?”


“재영 언니가 걸그룹 출신이라는 건 아세요?”


CF모델과 배우로 유명한 한재영, 그녀가 걸그룹 출신이라는 것은 웬만한 남자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근데 그 걸그룹 이름이 뭐였더라?`


나는 기억을 더듬다가 생각이 떠올라 외쳤다.


“아, 그 걸그룹 이름이 클라비스 맞죠? 5인조 걸그룹.”


“네, 그렇게 잘 알면서 저를 몰랐어요?”


“네? 그게 무슨.”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기적의 헌터 사무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기타 공지사항 모음 21.05.20 90 0 -
공지 주인공 유진성 일러스트 21.05.12 177 0 -
공지 최수아 일러스트 21.05.12 188 0 -
공지 연재주기를 자유롭게 하려고 합니다. 21.05.12 141 0 -
29 28화 [죽음의 땅] +1 21.06.17 73 2 11쪽
28 27화 [덫] +2 21.06.15 71 3 10쪽
27 26화 [최초의 헌터] +2 21.06.14 81 7 11쪽
26 25화 [미라클] 21.06.11 82 3 9쪽
25 24화 [새로운 시작] 21.06.10 81 3 8쪽
24 23화 [데우스] 21.06.09 93 4 12쪽
23 22화 [카드게임 클럽] 21.06.08 102 2 11쪽
22 21화 [대환의 시선] 21.06.04 131 4 10쪽
21 20화 [마석 탈환 작전 (3)] 21.06.03 129 5 10쪽
20 19화 [마석 탈환 작전 (2)] +1 21.06.02 143 4 11쪽
19 18화 [마석 탈환 작전] 21.06.01 144 4 7쪽
18 17화 [스완] 21.05.31 162 6 13쪽
17 16화 [인벤토리 숍] 21.05.28 195 6 12쪽
16 15화 [사진] 21.05.27 192 6 11쪽
15 14화 [사냥] (수정) 21.05.26 199 6 12쪽
14 13화 [한재영] (수정) 21.05.25 226 6 11쪽
13 12화 [추적(3)] 21.05.24 215 7 7쪽
12 11화 [추적(2)] 21.05.22 216 7 12쪽
11 10화 [추적] 21.05.21 260 8 12쪽
10 9화 [의심] 21.05.19 213 8 11쪽
9 8화 [동두천 게이트] 21.05.18 237 9 12쪽
8 7화 [마석] +1 21.05.17 249 7 12쪽
7 6화 [최수아(2)] 21.05.15 281 6 12쪽
» 5화 [최수아] +3 21.05.14 319 8 11쪽
5 4화 [첫 의뢰(2)] 21.05.13 321 9 13쪽
4 3화 [첫 의뢰] 21.05.12 317 7 11쪽
3 2화 [헌터 사무소] 21.05.12 373 8 12쪽
2 1화 [오러] 21.05.12 542 22 13쪽
1 프롤로그 [기적] +3 21.05.12 594 42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