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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正龍)
작품등록일 :
2024.09.10 17:13
최근연재일 :
2024.09.13 20:26
연재수 :
6 회
조회수 :
477
추천수 :
20
글자수 :
33,978

작성
24.09.12 18:19
조회
61
추천
1
글자
11쪽

리셋의 시작.

DUMMY


‘돌아왔다.’


희열이 온몸을 전율시켰다. 그때 방문이 열렸다.


“일어났니?”


수혁의 엄마 김하나였다.


“엄마···.”



다시는 못 본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었다.

수혁은 얼른 손으로 눈을 비비는 척 눈물을 지웠다. 엄마가 괜한 마음을 쓰실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밥 먹고 학교 가야지. 어서 씻으렴.”


“네.”


곧장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하고 머리를 감으며 같은 말을 속으로 반복해서 되뇌었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죽기를 잘했지.’

누가 수혁의 생각을 알아차렸다면 미쳤다고 정신병자 취급했을 것이다.

엄마가 차려준 든든한 밥을 먹고 책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한쪽에 걸려 있는 달력을 보았다.


3월 2일.


중학교 입학식 날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트럭이 치여 죽은 날이기도 하다.


‘조심해야지.’


그렇게 생각한 수혁은 김하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엄마 얼굴에 뭐 묻었니?”


싱글싱글 웃음 짓고 있는 아들이 자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자, 그녀가 얼굴을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아니요. 엄마 얼굴이 너무 예뻐서요.”

“얘는.”


얼굴에 자상한 미소를 머금은 그녀가 수혁의 교복을 이리저리 만지며 단정하게 정리해 주었다.


“우리 아들, 정말 혼자 가도 되겠어?”

“그럼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녀가 기특하다는 듯이 수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슨 일 있으면 엄마한테 꼭 전화하고?”

“네.”

“그래, 늦겠다.”


수혁은 김하나의 배웅을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

아파트 현관을 빠져나와 위를 올려다보니 엄마가 3층에서 잘 다녀오라고 손짓하고 계셨다.

수혁도 손을 번쩍 들어 흔들었다. 그리고 이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학교에 가기 전 모든 상황이 다 똑같았다. 버스를 기다리며 젖은 머리를 손으로 털고 있는 여고생의 모습도 전의 상황과 다를 게 없었다.


‘이제 곧 버스가 오겠지.’


수혁의 예상대로 알림음과 함께 버스가 서행하며 멈추어 섰다. 안은 역시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수혁이 이런저런 생각하는 사이 버스는 학교 정문의 맞은편에 도착했고, 수혁은 학교로 들어가 전과 같은 입학식 절차를 밟았다.


교장의 연설,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다.


수혁은 교실로 들어가자마자 조금 앞자리에 앉았다. 어차피 자리를 정해 주지 않았기에 지금은 아무데나 앉아도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똑같은 환경, 똑같은 상황.


수혁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뒤로 돌렸다.

역시 강건우는 맨 뒷자리에 앉아 다리를 달달 떨고 있다.

수혁은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찾았다. 웬만하면 끝까지 참고 싶었지만 1교시부터 참아 터질 것만 같았다.


화장실은 담배 연기로 자욱했다.

담배를 입에 문 3학년 학생들이 새내기들을 보며 귀엽다는 듯이 피식피식 웃었다.


바로 이 때문에 수혁이 화장실을 가기 꺼려한 것이다. 혹시나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시비가 붙을지 몰랐으니까.

시비를 붙어도 되고 싸울 수도 있지만, 부모님껜 착아 아들로만 남고 싶었다.

급하게 용무를 마치고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아니, 그때였다. 문에서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에 어떤 이와 어깨를 부딪쳤다.



“야, 눈 똑바로 뜨고 안 다녀? 뒈지고 싶냐?”


익숙한 목소리에 큰 키.

강건우였다.

또 너냐?

녀석은 벌써 수혁의 얼굴을 익혔는지 반말을 자연스레 뱉었다.


“미안.”


수혁이 바로 굽히고 들어가자 녀석의 입에 만족한 미소가 걸렸다.


“다음부터 조심해라.”

“어, 미안.”


그렇게 말하고 스쳐 지나가는 수혁의 뒷모습을 강건우는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며 쳐다봤다.

얼굴이 여자처럼 곱상하고, 바로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면 심부름을 시키기에 딱 좋은 스타일이다.


종례 시간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담임은 칠판에 준비물을 적었고 몇 마디를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수혁도 집에 가기 위해 필기도구를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앞문으로 빠져나가려는데 자신을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수혁.”


‘젠장.’


강건우였다.

담임이 출석부를 부를 때 자신의 이름을 기억한 것일까.


“어?”


어느새 강건우는 수혁의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친구 둘을 뒤에 대동한 채로 말이다.


“나 만 원만 빌려 주라. 내일 줄게.”


마치 절친한 사이처럼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한다.


“나 돈 없는데.”

“그럼 5천 원만이라도 빌려 줘. 내일 진짜 줄게.”

“진짜 없어.”


부모님이 주신 피 같은 돈이었다.

이딴 녀석에게 빌려 줄 의향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물론, 빌려 준다고 하더라도 회수는 어려울 것이다.


“너 만약에 뒤져서 나오면?”


전형적인 생양아치의 말투다. 돈을 빌리는데도 저렇게 당당하다.


몇 번을 이런 식으로 돈을 빼앗아 봤는지 녀석의 행동에 부자연스러움이란 전혀 없었다.


“문제집 사야 돼.”

“야, 수업도 시작 안 했는데 벌써 문제집을 사냐? 내일 사면 안 되냐? 바로 내일 준다니까?”


“미안.”


수혁은 거절의 의사를 흘린 채 앞문으로 향했다. 뒤에서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졸라 치사한 새끼.”


학교를 빠져나온 수혁은 게이트가 열린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길을 돌아, 다른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짧지 않았고, 수혁은 줄 꼬리 끝으로 붙었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했고 학생들이 오르기 시작했다. 수혁은 마지막으로 올라탔다.


만원 버스였다.


덕택에 수혁은 버스 기사가 운전하는 좌석 옆에 찰싹 붙어 있어야 했다.


버스 안은 거의 입학식을 마친 새내기들로 들어차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충분히 알 수가 있었다.


PC 게임 이야기, 학원 이야기······. 여러 가지 목소리들이 버스 안을 가득 메웠다.


그렇게 버스는 달리고 달렸다.

다섯 정거장을 지나쳤지만 도통 사람이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이 안의 사람들이 내쉬는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는 기분이었다.


그때였다.


“꺄악!”


버스가 한쪽으로 기우뚱거렸다.

핸들이 한쪽으로 갑자기 꺾였기 때문이다.

깜짝 놀란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고, 사람들은 옆으로 쏠렸다.

운전기사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심장을 움켜쥐고 있었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일단 차 세우세요!”


수혁의 다급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버스는 기세를 더해 악셀을 깊게 밟았다.


“아저씨!”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의식을 잃은 버스 기사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져 버렸다.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자신이 흑마력이 아닌 치유 마법을 부릴 수 있었다면···, 망상을 할 여유도 없었다.

이대로 달려 어디에 부딪치기라도 한다면 사람들에 의해 압사당할 수도 있었다.


‘내가 어떻게 다시 돌아왔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죽을 순 없었다.


수혁은 망설이지 않고 버스 기사가 들어 있는 문을 열어젖혔다. 운전을 할 줄은 몰랐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차를 세워야만 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고 늦은 후였다.


차선을 이탈하고 인도로 들어선 버스는 커다란 건물 코앞까지 다다라 있었으니까.

위험을 감지한 수혁은 흑마력을 최대한 일으켰다.

본래 가지고 있던 흑마력의 십 분의 일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체내에 단단히 굳은 흑마력을 다 녹여내지 못한 탓이었다.


쾅!


수혁의 몸이 버스의 앞 창문을 뚫고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 * *



“젠장! 빌어먹을! 제기랄!”


한 사내가 쉴 새 없이 욕을 내뱉으며 검붉은 로브를 밟아 대고 있었다.


다름 아닌 정수혁이었다.


사고를 당해 눈을 감았다 떠 보니 리치를 처음 만났던 장소다.


“나한테 왜 이래! 내가 뭘 잘못했다고! 도대체 왜! 왜! 왜애애애!”


수혁의 신경질적인 발길질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움직임을 딱 멈추었다.


“그래, 다시 죽으면 된다. 그러면 될 거야.”


혼잣말을 중얼거린 수혁은 거칠 것 없이 달리고 달렸다. 그리고 전에 몸을 던졌던 절벽을 찾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몸을 던졌다.


“수혁아, 빨리 일어나서 밥 먹고 입학식 가야지?”


‘돌아왔다.’


김하나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뜬 수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집이다.

전과 같이 씻고 밥을 먹었다. 그리고 입학식을 가기 위해 버스를 오르며 굳세게 다짐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죽지 않는다.


그래, 오늘은 전철을 이용해 보자. 아니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집까지 걸어가 보자. 차 조심하면서.


세상은 위험한 것들로 천지다. 특히 차가 가장 위험하다.

트럭에 치여 죽었고 버스가 건물을 들이받아 죽었다.

차 조심하라는 엄마의 말씀은 하나 틀린 것이 없었다.

학교에 도착한 수혁은 강당에서 입학식을 치르고 교실로 향했다.


1, 2, 3교시가 금방 지나갔다. 교실에서 나가려는데 역시 강건우가 다가왔다.


“돈 좀 꿔줘라.”

“문제집 사야 돼.”


전과 같이 말하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학교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전철역으로 향했다.

일회용 표를 끊고 전철에 몸을 실었다.

사방에 시선을 던졌다.

과연 안전한 교통수단인가?

혹시나 잘 달리던 전철의 문짝이 떨어져 나간다거나, 어떤 미친놈이 휘발유를 뿌리며 불을 지르지 않을까?


주위를 경계하며 사람 하나하나를 관찰했다. 절대 방심은 금물이다.

다행히 목적지까지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 차만 조심하면 되겠어.’


전철역에서 나온 수혁은 주위를 꼼꼼하게 확인하며 걸었다.

횡단보도의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양옆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 건넜다.


‘공부도 좋다지만, 흑마력을 녹이는데 집중해야겠어.’


그렇게 집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2시 20분.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빠는 일을 나가시고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온전하게 집에 돌아온 기쁨을 만끽한 수혁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책가방을 내려놓고 교복을 벗어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거실로 나가기 위해 움직이려는데 요란한 소음이 들렸다.


쿠쿠쿠쿠!


작았던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져 왔다.


“무슨 소리야?”


책상이 위치해 한 벽 뒤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다.

소리의 근원을 찾기 위해 벽으로 다가간 수혁은 눈이 찢어지게 커졌다.


벽이 무너지며 자신을 덮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콰르르릉!


[뉴스 속보입니다. 구조대의 헬기가 추락해 아파트로 떨어졌습니다. 안타깝게도 사망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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