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상휘아빠 님의 서재입니다.

차원이동자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그린망고고
작품등록일 :
2023.11.20 16:33
최근연재일 :
2023.12.26 17:5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6,281
추천수 :
189
글자수 :
202,989

작성
23.12.17 17:50
조회
143
추천
4
글자
13쪽

제27화

DUMMY

27화


맥킨지 등 행정학부 학생들과 헤어지고 유진이 찾아간 곳은 바로 아카데미의 도서관이었다.


오래된 전통에 걸맞게 아카데미 도서관에는 엄청난 수량의 장서가 보관되어 있었지만, 사실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뇌까지 근육으로 가득 찬 기사학부 학생들은 물론이고, 마법학부 학생들도 넘쳐나는 연구 과제와 테스트 준비를 위한 시간도 부족해서 잠을 줄이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한가하게 시험과 상관없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을 드나드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행정학부 학생들도 실무에 도움이 되는 매뉴얼이나 필기 시험에 필요한 서적에나 관심이 많지, 다른 곳에 관심을 두기에는 아카데미 생활이 너무 팍팍했다.


유진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 이유로 재학 중에 도서관을 드나든 기억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차원 이동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들과 새로운 지식들을 받아들였지만, 그 과정에서 풀지 못한 의문들이 너무 많이 생겼다.


그에 대한 어떤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아카데미에 방문한 김에 이렇게 도서관을 찾게 된 것이었다.


‘우선, 차원 이동에 관련된 책이 있는지 찾아봐야겠지.’


이 넓은 도서관에서 원하는 책을 찾는 것도 일이었다.

사서가 있었지만, 어느 정도 대분류 정도만 파악하고 있었지 세부적인 분류는 엄두도 내고 있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긴, 이 큰 도서관에 사서라고는 내일 모레 관 속으로 직행할 듯한 나이로 보이는 늙은이 한 명이 굽은 허리를 두드리며 책을 정리하고 있는데 말 다하지 않았는가.


결국, 쉽게 가는 건 포기하고 여러 서가를 돌아다니며 관심을 끄는 책 제목을 찾아보기로 했다.


마법학 관련 서적들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보이는 서가를 발견했을 때는, 내심 환호했었지만 시험 삼아 한 두권 빼내어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나름 4서클에 올라 정식 마법사로 등록한 유진조차 당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소한 단어들의 나열이나 마치 뜬구름을 잡는 듯한 표현 일색이었다.


아무래도 이 책을 저술한 마법사들은 술 먹고 취한 상태에서 술주정으로 글을 쓴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간을 더 투자해서 책 제목이라도 훑어보았지만, 차원 또는 차원이동 관련한 제목을 가진 책은 당최 찾을 수가 없었다.


‘하긴 이렇게 개방된 아카데미 도서관에 차원이동 같은 고차원적인 주제에 대한 책이 있을 확률은 거의 없겠지. 마탑의 비밀 장서관 같은 곳에나 간다면 혹시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어느새 반쯤 포기하는 마음으로 슬렁슬렁 서가를 이곳저곳 오고가며, 책 제목들을 탐색하던 유진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제목의 책이 어느 순간 눈에 들어왔다.


그 책을 유진이 발견한 것은 완벽한 우연이었다.


유진의 머리부터 가슴까지의 잘 보이는 위치에 꽃혀 있던 것도 아니고, 서가 맨 하단에서 먼지 쌓인 다른 책들 사이에 끼어 있어서 일반적인 경우라면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마침, 신발 끈이 풀린 유진이 한 쪽 무릎을 꿇고 자세를 낮춰 신발끈을 묶고 나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우연찮게 보인 책 제목이 호기심이 많은 유진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그 책의 제목은 ‘정령과 정령석에 대한 이해’였다.




정령은 고대 신화에서나 언급되는 초자연 현상이었다.


소설책에서나 등장하는 정령은 유진도 마법이라는 신비를 다루고 있는 마법사이지만 실존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주제였다.


마치 인간처럼 자아를 지니고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초자연 현상을 일으키는 정령이라는 존재는, 과연 현실에 실존하는가에 대한 논란도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것이 현 시대 상황이었다.


학계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의견은, 과거에는 수많은 정령과 정령사들이 존재했으나 현재는 모종의 알 수 없는 이유로 더 이상 정령이 인간 세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수백 년 전의 고문서에는 정령이나 정령사가 언급된 내용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어느 순간 정령에 대한 언급 자체가 사라졌다고 한다.


“정령이라, 신박한 주제로구나. 심심하진 않겠네.”


이왕 도서관에 들어왔으니 차원이동에 대한 궁금증은 잠시 접어두고, 유진의 호기심이 발동하게 만든 정령에 관한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말 그대로 약간의 호기심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한 장 한 장 읽어갈수록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내용으로 인해 책을 읽는 것을 멈추기가 어려웠다.


한 참 동안 집중해서 책을 읽다 보니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 지도 모를 지경이었지만, 창 밖으로 어둑어둑해진 하늘이 보이는 걸 보니 족히 한나절은 지난 것 같다.


어떻게 할까 잠시 생각을 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여기서 독서를 중단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도서관에서 이 책이라도 다 읽고 나가자.’


생각을 마친 유진이 도서관 사서를 찾아가자 마침 퇴근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금화를 하나 쥐어주며 오늘 밤을 새서라도 읽던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도서관에 있을 것이라 귀뜸해주고 양해를 구했다.


어차피 아카데미 학생 중에 찾는 사람도 거의 없는 도서관이라, 늙은 사서는 예상치 못한 횡재에 흔쾌히 허락하고 도서관 출입문 열쇠를 유진에게 맡기고 퇴근하였다.


어느 덧 밤이 되어 등불을 밝히고 책을 읽던 유진이 무릎을 탁 치며 중얼거렸다.


“아! 이래서 정령이 사라진 것처럼 알려진 것이구나.”


책에 담긴 내용에 따르면, 정령은 정령 소환 마법진을 통해 정령계에서 인간계로 소환된 후, 정령 친화력이 있는 사람과 계약을 통해야만 현세에 자신의 존재를 나타낼 수 있다고 한다.


유진이 보고 있던 책에는 정령 소환 마법진도 자세히 그려져 있었는데, 따라 그리기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내일 시간이 될 때, 마탑에 들러서 마법진을 그릴 때 필요한 마나석 가루를 좀 구입해야겠다.’


그런데, 문제는 정령 소환 마법진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정령석이다.


책에 정령석에 대한 설명 및 자세히 묘사된 그림이 있었는데, 유진의 눈에는 마치 어떤 보석이 함유된 광물의 원석처럼 보였다.


바로 그 정령석이 어느 순간부터 자취를 감추어 더 이상 발견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정령이 사라지게 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모종의 이유로 사라졌다는 정령석만 구할 수 있다면 유진도 정령계약을 시도해 볼 수 있다는 말이었다.


마나친화력이 높은 마법사는 일반적으로 정령친화력도 높다는 것이 정설이다.

정령이나 마법이나 그 근본 중의 근원에는 마나의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진의 생각에는 정령석만 구하면 되는데 지금 머물고 있는 세피아 왕국을 포함한 이 세계에 정령석이 없다면, 혹시 지구에서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유진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정령석에 관해서는 추후에 지구로 이동하면 알아보기로 하고, 마저 책을 읽기 시작하는 유진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령 소환 마법진도 머리속에 단단히 기억해둔 것은 물론이고.


그렇게 집중해서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동이 트고 아침이 밝아 왔다.


책을 읽느라 밤을 꼴딱 새운 유진이 기지개를 펴고 스트레칭을 해준 다음, 마침 출근한 도서관 사서에게 어제 맡아두었던 도서관 출입문 열쇠를 돌려주고 도서관을 나선다.


도서관을 나선 후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마탑에 들러 마법 재료 상점에서 마나석 가루도 넉넉하게 구입하였다.


금괴나 금화를 쓰는 데 다른 사람 눈치 볼 필요 없이 아무런 지장이 없는 이 세계가 어떤 의미에서는 유진을 훨씬 편하게 해 주는 것 같다.


어느 정도 볼 일을 마친 유진이 테일러 교관이 학장과 잡아놓은 약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아카데미로 발걸음을 돌렸다.


학장과 만나서 마탑에 정식 마법사 등록을 한 사실을 알리고, 발급받은 마법사 신분패를 보여주었다.


마법학과 학장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학생이 4서클로 승급한 일이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화기애애한 학장과의 면담 끝에 마지막 학기 학사일정과 관계없이 나중에 졸업식만 참석하면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재차 확인하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유진이 학장에게 선물한 향신료가 우호적인 분위기 형성에 큰 몫을 한 점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로서 유진이 수도인 히페리온에 방문한 목적이었던 마탑에서의 정식 마법사 등록과 아카데미 졸업 문제가 매듭지어졌다.


제임스 상단에 다시 방문한 유진은 볼턴으로 돌아가는 상행과 일정을 맞춰서 저택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저택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는 몬스터나 산적 등을 만나는 일 없이 무난하게 일정이 지나갔다.


저택에 도착한 유진은 수도 방문으로 인해 잠시 미뤄두었던 마법 및 체술 수련에 박차를 가하면서 제임스에게 지시한 세라픽 가루가 준비될 때까지 충실한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는 별다른 지시가 없는 한, 창고에 여유공간이 되는 대로 지속적으로 세라픽 가루를 보충해서 쌓아놓도록 하고, 유진도 향신료를 수시로 채워놓기로 제임스와 이야기가 되었다.


그리고 혹시하는 마음으로 정령석에 대한 정보를 제임스에게 알려주면서, 정령석 발견 등의 소식이 들리면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지구로 돌아온 유진이 서울 시내의 한 거리를 걷고 있었다.

유진이 걷고 있는 거리는 종로 3~4가의 대로변으로 흔히 귀금속 거리라 불리는 곳이다.


유진이 이 거리를 찾은 이유는 혹시 지구의 보석류 중에 정령석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름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알아본 결과, 보석류는 그 종류가 상당히 다양했다.

흔하게 알려진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에머랄드 뿐만 아니라 많은 종류의 보석이 존재한다는 것을 일반일들은 잘 모를 것이다.


며칠 동안, 열심히 인터넷 탐색을 통해 종로3가에 소재한 한 귀금속 상가에 희귀 보석이나 광물을 매매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 방문하러 가는 중이다.


목적지에 도착한 유진이 귀금속 상점을 들여다보니 손님이 없어 한가한 듯 했다.


-짤랑 짤랑!


문을 열고 들어가니 문 위에 달린 풍경으로 보이는 금속조각이 부딪히며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낸다.


수더분한 인상을 한 중년 여성이 들어서는 유진을 보며 인사한다.


“어서 오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안녕하세요. 이 곳에서 희귀한 보석이나 광물들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요.”

“어머, 그러셨구나. 여기 앉으세요. 뭐 마실 것 좀 드릴까?”

“혹시 녹차가 있으시면 한 잔 부탁드릴게요.”


한 쪽에 놓인 소파를 가리키며 묻는 여사장에게 답하는 유진.


“그래 어떤 걸 찾으시는데?”

“액시나이트(Axinite) 가지고 계신 게 있으면 좀 보여주세요.”

“어머, 액시나이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대단하시네요.”


액시나이트는 드물게 산출되는 붕소(B)를 함유하고 있는 규산염 광물이기 때문에 보석상들조차도 이름을 기억하는 이가 많지 않다.


이 돌은 결정구조 내에 여러 가지 원소들이 자리 잡고 있어 화학식은 (Ca, Mn)2(Fe, Mn, Mg)Al2BSi4O15OH으로 아주 길게 써야 한다. 기본적인 결정구조는 규소사면체 두 개가 결합된 기본구조에 나머지 자리에 원자반경이 큰 원소들이 배열되는 조금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는 광물이다.


광물은 반투명한 상태로 산출되며, 결정 내부에 들어 있는 원소들에 의해 갈색, 녹색, 담청색이나 황색 또는 오렌지색을 띠며 산출된다. 이 광물은 1797년 저명한 광물학자 오이(René Just Haüy)가 알프스 지역의 지질조사 여행 중 발견하였다.


유진이 구글링을 통해 조사한 결과, 아카데미 도서관에서 봤던 책에서 묘사된 정령석과 가장 근접하다고 생각한 것이 바로 이 액시나이트였다.


결정구조 내에서 내포되는 철과 마그네슘, 망간의 양에 따라 철질-액시나이트(Ferro-axinite), 마그네슘질-액시나이트(Magnesio-axinite), 망간질-액시나이트(Mangan-axinite)로 불리기도 한다.


철질인 경우는 갈색이나 흑색으로 산출되며, 마그네슘질인 경우에는 청색이나 회색으로, 망간질은 황색 및 오렌지색으로 나타난다. 철질과 마그네슘질이 섞여 있는 것과 같은 조성을 갖는 액시나이트는 틴제나이트(Tinzenite)라고 부르는데 이 돌은 황색을 띠며 산출된다.


“가지고 계신 액시나이트가 있으신가요?”

“호호, 다행히 얼마 전에 어렵게 구한 액시나이트가 있으니 보여 드릴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준비한 녹차를 한 잔 가져다주고, 가게 안에 별도로 마련된 내실로 들어간 여사장이 잠시 후에 자그만 상자를 하나 가지고 돌아온다.


유진의 맞은 편에 앉은 여사장이 상자를 열고 유진에게 상자 속에 담긴 오렌지색을 띈 광물을 보여준다.


‘음···이 느낌은!’


내심 놀라움을 느꼈지만 여사장이 알아차릴 수 없도록 표정관리를 하는 유진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차원이동자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제35화 23.12.26 175 5 13쪽
34 제34화 23.12.25 106 6 13쪽
33 제33화 23.12.24 128 4 13쪽
32 제32화 23.12.23 127 3 13쪽
31 제31화 23.12.22 131 3 14쪽
30 제30화 23.12.21 133 4 13쪽
29 제29화 23.12.19 147 4 14쪽
28 제28화 23.12.18 145 4 13쪽
» 제27화 23.12.17 144 4 13쪽
26 제26화 +1 23.12.16 137 4 14쪽
25 제25화 23.12.15 151 4 12쪽
24 제24화 23.12.14 144 4 13쪽
23 제23화 +2 23.12.12 156 4 13쪽
22 제22화 23.12.11 148 4 13쪽
21 제21화 23.12.10 165 6 13쪽
20 제20화 23.12.09 159 6 13쪽
19 제19화 23.12.08 163 5 13쪽
18 제18화 23.12.07 165 5 12쪽
17 제17화 23.12.06 167 4 12쪽
16 제16화 23.12.05 170 5 13쪽
15 제15화 23.12.04 177 6 13쪽
14 제14화 23.12.03 182 6 13쪽
13 제13화 +1 23.12.02 192 7 13쪽
12 제12화 23.12.01 195 7 13쪽
11 제11화 23.11.30 198 6 13쪽
10 제10화 23.11.29 209 7 12쪽
9 제9화 23.11.28 198 6 13쪽
8 제8화 23.11.27 203 7 13쪽
7 제7화 23.11.26 210 7 12쪽
6 제6화 +1 23.11.25 219 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