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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련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80년대 무협 전성기를 회고하며

 

80년대 무협 전성기를 회고하며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별 관심도 없고 기억하시는 분도 많지 않겠지만

80년대 국산 무협의 황금시절에

저처럼 중고등시절 대본소에서

무협지를 빌려 날밤을 새었던 분들도 많았을 겁니다.

 

지금은 신무협이라고 하여 과거 그 당시와 많이 달라졌지만

제 생각에는 분명히 예전의 그 구무협을 그리워하며

다시 읽고 싶어 하는 독자층도 있을 것 같은데

저만의 생각일까요.

 

물론 지금 보면 구무협은 천편일률적인 전개에

다소 식상한 내용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말입니다.

 

저의 기록지를 보니

제가 처음 본 무협지는 비호였다고 되어 있습니다.

단순 아류작이고 별반 재미는 없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다만 당시의 저로서는 처음 접하는 신세계여서

무협에 급격히 빠져들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 이후 수많은 무협을 접하게 되었지요.

그중 기억나는 것을 살펴보면,

국운곡, 비봉도, 선풍마제... 팔만사천검법... 이런 것들입니다.

저자가 누군지는 가물가물하구요.

 

그러다가 새로운 전환점이 발생합니다.

바로 절대무존이었죠. 사마달 저자였던 것으로 기억하며

바로 그 다음 출간된 만겁무황전과 함께

공전의 히트를 치죠.

제 기억에는 이 두 무협이 80년대 황금기를 이끈 선두주자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뒤를 이어 검궁인의 신륜혈비 등이 있었습니다.

남들은 이 작품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하지만

저 자신은 당시 무협의 최고봉이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신륜혈비에 푹 빠졌었지요.

그리고 금강의 금검경혼을 비롯한 경혼 시리즈 세 작품이 이어집니다.

금검경혼,

뇌정경혼,

천마경혼이었던가.

 

80년대 무협의 최고 인기작은

아마 사마달 검궁인 공저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웅풍독패존, 등천비마록, 절대종사... 이 순서로 출간되었지 않았었나 합니다.

모두 그 재미만 따진다면 가히 무협 사상 최강 작품들이었지요.

사마달 검궁인 공저 작품이 위세를 발휘할 때

새로운 작가가 나타납니다.

 

바로 야설록이었지요.

야설록의 첫 세 작품은 가히 놀라웠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강호야우백팔뇌

강호묵검혈풍영

강호벽송월인색.

강호 시리즈 이 세 작품은 기존 천편일률적인 무협 구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무협을 선보였다고 할까요.

특히 첫 작품인 강호야우백팔뇌는 당시 제 기억으로는

무협을 문학 작품의 반열에 올려놓았다고 생각될 만큼 대단했었습니다.

이중에서 가장 저의 눈을 끈 것은 바로 세 번째 작품인 강호벽송월인색이었고

이 작품은 다소 심하다 싶을 정도의 허무주의랄까...

기존 무협의 틀을 깨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강호벽송월인색은 훗날 무적천하라는 이름에 와룡강 저로

다시 한 번 대본소에 나타났고,

(당시 그 당황스러움과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지요.)

제가 평가하기로는 훗날 야설록의 표향옥상(향객)이라는 단행본으로

출간된 무협의 원형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만큼 강호벽송월인색과 표향옥상은 그 분위기와 주인공의 관계 등에

유사점이 매우 높습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사마달 검궁인 공저 시리즈는

80년대 무협을 이끌어갑니다.

천지인왕패천겁, 천붕기협전에 이어

이후로 그야말로 최고의 인기를 누린 초장편 십전서생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뒤를 이어 등장한 히트작이

대소림사, 천마성입니다.

이 두 작품은 당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훗날 다시 단행본으로 출간 되었습니다.

아마 이때가 두 공저자의 최고 황금기가 아니었나 싶고,

이 시기가 바로 한국무협의 최고 전성기였습니다.

 

같은 시기 금강 작품 역시 인기를 끌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절대지존이었습니다.

그리고 뒤를 이은 영웅천하, 그리고 특히 풍운천하는 대단한 작품이었지요.

 

사마달 검궁인 공저 작품은

정사제황부, 천외기환전으로 이어졌지만 이 시기부터

상상력의 고갈 때문인지 다소 그 질이 떨어짐이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동시에 인기도 점차 수그러 들었구요.

 

국내 무협의 획을 그은 사마달 검궁인 공저작을 출간 순으로 다시 나열해보면,

웅풍독패존,

등천비마록,

절대종사,

천지인왕패천겁,

천붕기협전,

십전서생,

대소림사,

천마성,

정사제황부,

천외기환전

이었을 겁니다.

 

이 무렵 야설록의 경우 첫 세 작품 이후 몇 작품이 추가로 발표됩니다.

바로

강호표향옥수겁,

강호옥검화월야,

일검혈 일검한,

녹수무정혈,

녹수장산곡

등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터집니다.

이 시기에 사마달과 야설록의 위작 논란이 밖으로 드러나면서

독자들을 완전히 맛이 가게 만듭니다.

 

대본소에서 작가의 이름을 보고 믿고 보았던 그 작품들이

실제로는 그 작가 작품이 아니라 단지 이름만 빌려주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많은 독자들을 실망시키고

무협에서 떠나가게 만듭니다.

독자들이야 사실 그 내부 사정을 알지 못합니다.

다만 거기에서 얻은 배신감이 가장 큰 문제였지요.

 

당시 무협 생산 체제로는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고 해도

이것이야 말로 결국 한국 무협을 몰락시킨

가장 중요한 사건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사마달이 있었지요. (사마달 위작 논란)

 

사마달, 신운 등의 이름은 독자들을 혼란시키기 충분했고

결국 무협은 그런 식의 싸구려다 라는 인식을 심게 만듭니다.

 

사마달 검궁인 공저 작품이 파탄나고

뒤를 이어 사마달 일주향 공저 작품이 나타납니다.

갑작스런 공저자 변경은 독자들을 혼란시키기 충분했지요.

이 새로운 공저는 여의서생에서 시작됩니다.

이 첫 작품은 그나마 기존 사마달 검궁인 공저 작품의 명성을 이어갔지만

점점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 이후 두 공저자 작품인

십대천왕,

천마서생,

월락검극천미명 등은

재미가 있긴 했지만 길이만 엄청 늘여 놓았을 뿐

이미 독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점차 쇠락해가는 무협 시장을 붙잡으려고 발버둥친 정도로만 인식됩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구무협은 번역된 중국 무협에 밀려 결국 시장에서 도태되지요.

그 후 무협은 90년대에 들어 신무협으로 이어졌을 겁니다.

 

지금까지 나열한 내용 중

일부 누락된 것도 있고,

위작 논란 와중에 실제 그 작가의 작품이 아닌 것도 있긴 하지만

당시 독자들이 느끼던 여러 생각들을 거의 대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지금은 다시 읽어도 과거의 그 기분과 느낌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과거 그 황금시대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은

저 혼자만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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