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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속 드래곤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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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더엠
작품등록일 :
2024.09.1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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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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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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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화

DUMMY

만족한 이안은 집으로 돌아왔다. 카론은 불안한 얼굴로 5서클에 오르면 만들어 보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다음은 얼음을 만드는 도구로 하자. 그게 좋겠다.”


목욕한 뒤에 얼린 맥주잔에 얼음이 띄워진 맥주를 가득 부어서 마시면 천국이 따로 없을 것이다.


'마법이 최고야. 구해주기를 잘했군.'


카론이 마물에게 당하기라도 큰일인데, 이쪽으로 거처를 옮기게 해야겠다. 소중한 마법 도구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제야 아공간을 열어서 고블린 준 재물들을 꺼내놓았다. 각종 금과 광석 그리고 보석 등이 작은 봉우리를 만들었다.


나중에 필요할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별 쓸모없는 것들. 괜히 촌장에게 팔았다가 소문이 나서 골드러쉬처럼 이곳으로 사람들이 몰려올지 몰랐다.


아무리 마물의 숲이 근처에 있더라도 인간의 탐욕은 그 두려움조차 이겨버릴 것이다.


“보석은 안 되고, 금도 안되고, 괜히 팔아서 문제 될 것만 있네. 이건 뭐지?”


고블린 녀석들, 반짝이는 것이라면 다 수집한 듯했다. 그곳 사이로 검은색 반지 하나가 눈에 보였다.


“누가 잃어버렸나? 그럴 리는 없겠지.”


누 가 마물의 숲에서 반지를 잃어버리겠는가. 애초에 들어갈 생각하는 것도 제정신이 아니다. 어떤 사연이든 높은 확률로 죽고 나서 남은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약지에 끼우니 반지가 잘 들어갔다. 그냥 평범한 은색 반지인 것 같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어느새 반지를 끼고 있다는 것도 잊고 다른 물품들을 뒤적거렸다.


“이건 쓸만하려나.”


낡은 검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녹슬기는 했으나 조금 다듬으면 꽤 상등급의 검이 될만큼 상태가 좋아보인다.


레트로 마을의 대장장이 홀슨에게 간다면 알아서 해주겠지. 비록 지금은 농사 도구를 만드는 대장장이지만 한때는 귀족 밑에서 기사의 검을 만들 정도로 유명했다고 하니.


믿거나. 말거나.


마을에서는 자기가 예전에 못 나갔다는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사연 없는 자 없었고 다들 자기가 억울하게 누명 써서 잡혀 왔다고 했다.


그런 자들은 소수의 부류다. 대부분은 세금을 못 내서 개척촌으로 온 농민들이 대다수였다.


오늘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비누로 목욕도 하고, 마물을 죽이고 얻은 충족감이 온몸 가득 차올라 꿀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마을로 가볼까. 안 그래도 알렌에게 검술을 배워보기로 했으니, 바로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낡은 검을 선물로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가는 길에 짐승 한 마리 잡아서 깔까.


어느새 코드가 뽑힌 티비처럼 의식이 어둠 속 저편 멀리 날아가 버렸다.


약지에 착용한 은색 반지를 빼놓는 것을 깜박한 채로.



* * *



이게 무슨 일이지.

분명 잠을 자기 위해 눈을 감았지만 눈을 뜨자 전혀 다른 공간이 보였다.


모든 것이 어둠으로 휩쌓여 있지만 탁자 끝에 위치한 한자리의 의자는 따뜻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


상석을 제외하고 총 8개의 자리 중 오른쪽 끝자리.


왜 이런일이 일어났을가.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추론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놈의 반지.


깜박하고 뺴지 않고 잔 반지가 손가락에 지금도 끼워져 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고블린에게 따져 보았자 돌아올 대답은 반짝 거리는 것을 주워왔을 뿐이라는 소리만 듣겠지.


자신조차 애초에 반지에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하지 않았던가. 지금 고블린 탓을 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그나저나 현실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것일까. 손가락에 끼인 반지를 보다가 이내 눈에 보인 신체에 입고 있는 옷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갑자기 들어오는 엄청난 충격.


말도 안된다. 지금 착용하고 있는 복장을 기억하지 못 할리가 없다. 이건 이세계로 오기전에 게임속에서 입었던 신화 등급의 아이템들. 하나하나를 얻으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지금 모니터 속 아이템이 실제 모습을 갖추고 있다 해도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거기다 손이 얼굴로 가자 가면을 쓰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이걸 뒤늦게 알아차리다니.


야누스의 가면이라는 해골문양의 신화급 아이템.


세상에.

꿈인지 모를 세상 속에서 자신의 캐릭터로 변해있다니 그것도 단순히 꿈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생생하다.


'도대체 뭐하는 곳이지?'


일단 조심스럽게 탁자에 오른쪽 끝자리에 위치한 빛나는 의자에 갔다. 여기에 앉으라는 것인가.


누군가의 소행인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따르자.

앉음과 동시에 또 다른 공간으로 점멸하며 이동해버렸다.


가면을 써서 다행이었다. 탁자는 그대로 였지만 6명의 사람들에게 깜짝 놀라 입을 벌린 모습을 보여줄 뻔 했다.


기다란 탁자에 이안을 포함한 6명이 앉아있고 가운데 위치한 상석에 1명이 자리 잡고 있다. 총 7명. 빈 자리는 3자리.


총 11명이 모이는 곳인가.


이안은 침묵했다. 아무것도 모를 때 보통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기 마련.


군대에서 눈칫밥 먹으면서 열심히 배운 패시브 스킬.


막상 가만히 침묵을 유지하고 있으니, 저편에서 당혹스러움이 느껴진다.

뭐하는 자들인지는 몰랐다. 그저 뿌연 안개로 처리된 것같은 모습. 하지만 대략적인 형태는 분별이 간다.


아마 지금 이안의 모습은 해골 문양으로 된 가면은 확실히 알아볼 것이다.


힘들게 얻은 신화급 아이템인데 저들에게는 이상한 변태로 취급되지 않을지 우려되었다.


가장 상석에 앉은 여성이 입을 열었다.

아름답고 고운 목소리가 나긋하게 들려온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 자리는 수 년째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뭐라고 말해야하지? 본 드래곤과 다른세계로 와서 북부에서 평화롭게 지내는 사람입니다.


이건 아니고.


무엇보다 신분을 밝히고 싶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신분이랄게 있었나.


이들의 정체를 모르니 함부로 말을 선뜻 꺼내기가 두려웠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내가 너희에게 말할 의무가 있나?"


거만하면서 내려다 보는 말투.

게임 속의 캐릭터의 컨셉에 빙의가 된 것 같다. 말과 태도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이 싸늘해졌다.

이보다 최악은 없다.


그들이 노려보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여유를 잃지 않고 말했다.


"서로 궁금한 것을 하나씩 주고 받지 어때?"


어색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말을 꺼냈다. 셍긱헤면 좋은 판단인 듯 했다.


여기로 왜 온 것인지. 저들이 누구인지 궁금한게 많았으니까.


머뭇거리다가 상석에 앉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저희가 먼저 하겠습니다."

"좋다."

"당신은...헬시온 소속입니까?"

"아니."


헬시온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다. 저들이 심각하게 첫번쨰로 물어보는 것을 보자 그 단체와 매우 적대적인 것 같다.


싱석에 앉은 그녀는 앞으로 젖혀진 몸이 뒤로 자연스럽게 의자로 기댔다.


저건 안심했다는 태도. 그런데 어떻게 알아챈 거지? 곧바로 이안은 질문을 했다.


"내 말을 무슨수로 진실이라고 믿는 거지?"


그 말에 또 그녀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대답이 늦어지자 이안은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시간이 가고 있다는 의미다.


"난 너희에게 대답을 했다. 내 질문에 대답을 안하고 약속을 어길 것인가?"


한 순간 일어나는 압도적인 기세. 공간 전체를 흔들리게 만드는 엄청 난 힘.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게임속에서 네크로맨서로 랭킹 1위를 찍은 그는 이런 존재였다. 이 공간에서 게임 속 캐릭터의 힘이 발현되는 것이고.


엄청난 힘에 다들 얼어붙고 당혹스러운 얼굴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어떻게 이 공간에서 이런 힘을..."

"당신은 누구입니까?"

"시간이 흘렀다 해도 심상세계를 만든 분의 힘을 흔들어 놓다니."


곳곳에서 놀람이 묻어나온 목소리다. 일단 알아낸 것은 헬시온이라는 조직과 적대적이고 여기는 누군가가 만든 심상 세계라고 불리는 곳이라는 것.


이내 상석에 앉은 그녀가 입을 열었다.


"질문에 대답을 하겠어요. 저는 진실과 거짓을 볼 수 있어요."

"그런게 가능하다니 신기하군. 자신의 능력을 반드시라고 할만큼 신뢰하는가?"


그녀는 정신을 차린 듯 냉철하게 대화를 이어나간다.


"죄송하지만 이번에는 제 차례에요."

"그렇군. 말해라."

"당신은 반지를 누구에게 받은 것이죠?"


모두의 시선이 이안에게 집중되었다. 이안은 약지의 은색 반지를 바라보았다.


괜히 장난스러운 미소가 지어지려고 한다. 이것도 게임 속 캐릭터의 성격 탓일까.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고블린이 줬다."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양쪽 자리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상석에게 앉은 여자는 짧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사실이에요."


시끄럽게 떠들던 이들이 말을 멈추었다. 그러나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를 풀풀 풍기고 있다.


"이래도 네가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힘을 믿고 있는 건가?"

"네. 이 능력은 절대로 잘못되지 않았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이루말할 수 없는 확신이 담겨있다.


"그래? 그러면 또 질문해라."

"당신은 방주에 속한 사람인가요?"


이번에는 또 다른 조직 이름이 나왔다. 무슨 조직을 계속 물어보는 거야.


"아니. 난 어느곳에도 속하지 않는다. 나를 속박할 곳은 아무곳도 없다."


오만방자한 말. 광오한 말이었지만 모두 침묵을 지켰다. 이안이 뿜어내는 기세를 보고 입을 열자는 없었다.


"진실이에요."


그 말에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렇게 강한자가 어떤 조직의 적이라면 두렵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안은 탁자를 다시 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겼다. 어떤 질문을 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


"너의 능력은 누구에게서 받은 것이지?"

"이건 원래 알려줘야 하는 이야기니 질문으로 치지 않을게요. 이 공간에서 제가 거짓말을 할 수 없도록 되어있어요. 그것이 관리자로 받은 임무죠. 대신 진실과 거짓을 판별할 수 있어요."


어디까지 진실을 섞어서 말해도 되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소중한 시간을 날릴 수 없지.


"그럼 다시 질문하지. 이곳에 모인 자들의 목적은?"


제일 궁금했던 질문.


"...당신같은 사람이라면 알고 있겠죠. 세계의 종말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것을"


세계의 종말. 이게 무슨 소리지. 뜬금없이 턱에 강한 주먹을 맞은 기분이다.


당신같은 사람이라니. 저러니 종말이 뭔지 몰아보지 못하겠잖아.


"각 조직들은 각자의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나아가고 있어요. 저희는 각 세력을 살펴보고 그들이 위험한 행동으로 종말을 촉진 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힘을 모인 자들입니다."

"아주 대단한 정의의 사도 납셨군."


비꼬는 목소리. 그들을 보며 우습다는 목소리가 울러퍼졌다.


절대로 이건 이안의 의사가 반영된 말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왜 멋대로 원하는 말과 다르게 나가는 거야.


다들 노려보는 시선에도 이안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이안 주위로 피워오르는기세에 압도당해서 시선을 내리 깔 지경.


입술을 잠시 깨문 상석의 여인이 입을 열었다.


"반지가 아무나 선택하지 않았을 터인데. 도대체 당신은 뭐죠?"


'그건 나도 알고 싶은 사실이다.'


이안은 더 이상 답없이 팔짱을 끼고 앉아있다. 더 이야기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태도.


"좋아요. 시간이 많이 흘렀어요. 마지막에 이상한 분이 들어오시긴 했지만 회의는 여기까지 하죠. 다음에도 오실거면 정확한 태도를 견지하고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진심이니까요."


상석에 앉은 그녀의 목소리에 날이 서있다고 느끼는 것은 착각이 아닐 것이다.


"다른분들은 그들에 대한 동향과 다른 세력들에 대해 더 정보를 구해보는 것이 좋겠어요.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그 말을 끝으로 공간에서 빠져 나오는 느낌을 느꼈다. 롤러코스터에서 내려가며 중력을 거슬러 가는 기분.


번쩍 눈을 떴다. 아직도 깊은 어둠이 찾아와 있다.


별자리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전혀 시간이 흐르지 않거나 미약한 시간이 흘렀을 뿐.


약지에 있는 반지를 쳐다보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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