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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속 드래곤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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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더엠
작품등록일 :
2024.09.1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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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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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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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화

DUMMY

알렌의 각오가 느껴졌다.

근처에 다가왔지만 눈에 비치는 알렌의 모습은 시간의 흐름속에서 반대로 느리게만 느껴질 뿐.


지금은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일반적인 검이 오러를 씌운 검을 이길 수 있을까.


이안의 검과 알렌의 오러가 서로 마주친다. 푸른 오러가 놀랍게도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검에 순식간에 뚫려 버리고 있다.


오러조차 막지 못하는 파괴력. 결국 강한 힘이 모든 것을 제압한다.


쾅!


검과 검이 마주했을 뿐인데 고막이 터질듯한 소리가 났다. 또다시 한쪽 구석으로 회전하며 날아가는 알렌의 검.


검을 놓친다는 것은 검사의 수치. 그걸 두 번이나 겪은 알렌은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다시 검을 가져다 주기 전까지 알렌은 그 자리에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서 있었다.


"···믿을 수 없는 힘입니다. 오러를 검에 씌웠는데 이전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이안은 머리를 긁적였다. 일부러 강하게 휘두른 것이 아니다. 오히려 힘을 빼면 뺏지.


그보다 오러를 검에 씌운다는 것은 기사로 최소한의 조건.

놀랍게도 이제 막 성년이 되어 보이는 알렌이 기사로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


"또 한 번 대련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이번에 검술을 쓰겠습니다."


다행이다. 축 처져 있길래 대련을 그만두려나 싶었는데.

눈을 보니 오히려 강한 호승심으로 불타고 있다.


재밌는데. 이안은 다시 자리로 돌아가며 입꼬리가 호선을 그린다.


검술은 도대체 무엇일까. 천천히 호흡을 조절하며 다가오는 알렌을 바라보았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매우 세심하게 움직인다. 눈을 보니 매우 몰입한 상태.


알렌에 검에서 퍼지는 푸른 오러가 검 주위를 감싸며 작은 와류를 만들어낸다. 한마디로 작은 소용돌이가 생성되는 것.


"제법 그럴싸하군."


점차 크기를 키워간다. 그러자 알렌의 모습이 살짝 가려진다. 아까보다 더 강한 기운이 밀어닥친다.


이번 역시 다를 것 없이 이안은 쇄도해 들어오는 알렌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힘을 조금 더 강하게.


휘두르는 검에서 거친 바람이 불어닥친다. 그에 휩쓸려서 알렌의 검에 담긴 소용돌이가 폭풍에 휩쓸리는 나뭇가지마냥 흔들렸다.


알렌은 입술을 질끈 씹었다.

밀리는 와중에 끝까지 검을 찔러 넣으려고 했으나 이미 소용돌이는 이안이 휘푸른 검풍에 사라지고 또 다시 검이 날아가 버렸다.


그래도 검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너무 부족하다.


"졌습니다."


뭔가 침울한 목소리가 알렌에게 흘러나온다.


"아니. 다시 대련을 해보지. 이번에는 내가 방어 위주로 상대해 주지."


자존심이 약간 상한 듯 보이나 이안의 말에 수긍한 듯 고개를 깊게 숙였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제법 예의가 된 놈이다.



***



카앙!


검이 서로 맞부딪치며 불똥이 튄다.


공격은 하지 않고 방어 위주로 막아냈다. 제법 날카로운 공격들이 이어진다.


사각을 노리고 움직임이나 검을 흘리는 기술, 작은 발동작 하나에도 이유가 존재했다.


방어하다 보니 확실히 정교함이 엿보인다. 같은 수준의 강자라고 생각한다면 꽤 상대하기 복잡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이안은 모든 검로를 파악하고 틀어막았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검의 움직임을 지켜볼 수 있기에 가능한 행동.


확실히 제대로 된 기사로 배운 흔적이 났다. 검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아니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순간이라도 눈을 떼면 약점을 노려오는 날카로운 검날. 알렌은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순간 눈앞에서 사라지는 듯한 검의 움직임에 조금 놀랐다.

하지만 곧장 오러에 의해 발생한 현상이라는 것을 알고 사각지대로 사라진 검이 나타나는 모습을 여유롭게 바라보며 검을 쳐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연공법을 받은 만큼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

점점 매서워지는 알렌의 검을 보며 느낄 수 있었다.


이 자식 천재과 쪽인가. 무슨 만화도 아니고 실시간으로 싸우면서 강해지는 놈이 존재한다니.


이안의 검을 어떻게든 뚫어보려고 해답을 찾아 나서려고 노력하다 보니 알렌은 자신도 모르게 실력이 늘어나고 있었다.


"허억 허억..."


결국 휘두르다 알렌은 지쳤다. 오러를 모조리 쏟아붓자 그 자리에 쓰러져서 일어나지를 못한다.


대련하다 보니 나름 제법 체득할 만한 검술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난 이만 가지. 다음에 또 오겠다."


알렌은 인사할 힘도 없이 누운 채로 폐부에 들어오는 공기에 마른기침하며 거친 숨을 내뱉기 바쁘다


"촌장님 다음에도 빌리겠습니다."


촌장이 한쪽 편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에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뒷마당에 검이 휘둘러지는 소리가 나는데 안 들릴 수가 없다.


그 소리에 촌장이 불편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촌장은 보고 들은 것이 많았다. 그래서 이안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야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대신 마물이 나타나면 꼭 우리 마을 좀 도와주게."

"굳이 말 안 해도 도와드릴 겁니다. 그럼, 거실에 걸린 도끼를 주시는 겁니까?"


촌장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크흠. 그건 좀 생각해 보겠네."


마물에서 지켜준다 해도 저러네.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탐나는 물건은 딱하나 촌장님이 가진 도끼.


그런데 검술을 배우고 있는데 도끼를 휘둘러도 상관없는 것일까.


모르겠다. 애초에 도끼와 검의 쓰임새가 다른데, 가능하려나.

어떻게든 되겠지.


촌장의 집을 나가자 나타나는 족제비.


"아이고, 갔던 일은 잘되셨습니까. 헤헤."


이 자식. 꽤 질기다. 얼마간이나 촌장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냐.


손까지 비벼가며 아주 난리가 났다. 어릴 때 키우던 시골집 똥강아지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래 일은 잘 끝났다."

"옙. 그럼 가시는 겁니까?"

"그래야겠지."


또 크론은 다시 고개를 숙이며 배웅했다. 계속 저러니 뭐라도 하나 챙겨주고 싶긴 했다.


마을 밖을 나서면서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오늘 마물의 숲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결심했으니.


정확하게 외곽 위주로만 들어갈 생각이다. 어지간한 적이라면 용용이 앞에서 아무것도 못 할 것이다.


하남자에서 상남자로 변신. 생각이 달라졌으니 곧장 행동에 나서야지.


약지에 달린 반지를 힐끗 보았다. 세상의 종말? 알게 뭐냐.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 언제가 될 줄 알고.


하지만 준비하는 자에게 복이 있으니.

드가자.


거침없이 발길을 숲을 향해 걸어갔다. 솜털 하나까지 느껴질 정도로 감각이 활성화되어 있다.


언제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 너무 긴장하는 것도 좋지 않았으나 목숨이 걸린 일.


하지만 그것도 한두 시간이지. 이제 어둠이 찾아오려고 하자 김이 샜다.


마물의 숲은 드넓다는 것만 다시 깨닫게 될 뿐이다. 기괴한 형상으로 꺾인 나무들만이 지겹도록 보였다.


그러다가 드디어 기감에 포착되는 마물이 나타났다.


오히려 마물을 발견하니 반가웠다. 곧장 그곳으로 발걸음을 놀렸다.


빠르지만 최대한 조용하게 놈에게 다가간다.


'한 마리가 아니었잖아?'


어느새 눈앞에는 거대한 거미 모양을 한 마물과 개미의 모습을 한 마물이 서로 뒤엉켜 싸우고 있다.


"용용아 처리해라!"


개미가 고개를 흠칫 젖히더니 노려본다. 갑자기 터져 나오는 강렬한 어둠의 마나.


"끼에에에엑ㅡ!"


개미가 내는 고주파가 이안의 고막을 터트릴 듯 퍼져나왔다.


놈의 마나가 담긴 힘. 하지만 곧장 용용이의 손에 잡혀 개미는 초록색 진물을 흘리며 곧장 터져나갔다.


거미를 닮은 마물이 그 모습을 질겁해 곧장 도망치려 했으나 어둠의 마나에 침식되어서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퍼억!


그대로 용용이의 손바닥이 내리꽂히자, 놈은 가루가 되어버렸다.


들어오는 압도적인 희열감. 짜릿한 기분에 도취될 것만 같다.

그래도 마석은 챙겨야지. 다행스럽게도 마석은 온전하게 자리잡고 있다.


용용이가 두개를 다 챙겨들고 들어갔다.


이러다가 너무 세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될 정도. 어느새 아공간의 크기도 조금은 더 커졌겠지.


"귀가 얼얼하네."


이상한 소리를 지르는 개미라. 용용이가 없었다면 쉽게 도전할 만한 녀석이 아니다.

고주파 속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당해버렸겠지.


이내 이안은 깊은 숲속 안까지 갔다는 자의 가죽 가방이 떠올렸다. 도대체 왜 깊숙한 숲까지 들어갔던 것일까.


외곽만 돌아도 이렇게 강력한 마물들이 있는데. 그가 그만큼 강자였을지도 모른다.


가방 안에 뭐라도 있을지 어린이날 선물을 받듯이 괜히 기대되었다.


애초에 마물의 숲으로 들어간 것 자체가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것.


살아남았다는 것은 강하다는 것.

안타깝게도 그는 결국 죽고 말았지만.

그래도 깊은 곳까지 들어간 당신의 용기는 인정입니다.

그를 추모하며 일단 더 어두워지기 전에 집까지 돌아갔다.


"왔나?"


눈치를 보는 카론. 그를 한 번 보고는 주위를 휙 둘러봤다.

이게 무슨.


엄청난 대공사를 고블린들이 하고 있다. 이 자식들 피라미드라도 건설할 생각인가.


"이제 우리도 땅 위에서 생활 좀 해보려고 한다. 물론 지하로 향하는 비상 통로는 곳곳에 파고 있다. 고블."


이안의 눈썹이 작게 꿈틀거렸다.


"그럴 거면 내 집에서 좀 멀리 떨어져서 짓던가 꼭 이렇게 가까이서 지어야 했냐?"

"그, 그런가. 짓다가 보니 이렇게 됐다. 미안하다. 고블."


속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 아름다웠던 풍경을 장식했던 나무를 잘라내고 꽃이 핀 곳에 집을 짓는다고 다 뽑아버렸다.


이런 무도한 놈들을 봤나. 치밀어 오르는 화를 간신히 참아냈다.

살금살금 눈치를 보며 카론은 말했다.


"이 주변은 다시 치울까? 고블."

"아니다. 됐다. 지금 치운다고 사라진 나무랑 꽃이 돌아오는 건 아니니까."


이내 통나무집으로 들어간 이안은 아공간에서 가죽가방을 꺼냈다.


안에는 책과 각종 알 수 없는 물품들도 보였다.


"오호 괜찮은데."


일단 책을 꺼냈다. 뭐가 있나 보았더니 그냥 일기장이었다.

그래도 마물의 숲에서 일지라면 읽어 볼 가치가 있을 것 같아서 천천히 읽었다.


[첫날. 마물의 숲 안으로 들어가는 검은 손가락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들이 무슨 일을 벌이는지 알아야 한다....]


[둘째 날. 그들조차도 마물의 숲 안에서 감당하기 힘들었는지 마법사의 시체와 마물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저렇게 희생해 가면서 마물의 숲 안에서 검은 손가락은 도대체 무엇을 찾는 것일까....]


[...저들에게 뒤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들켰다. 이제 뒤따라가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위험하지만 다른 길로 가서 저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봐야 한다..]


[...여긴 지옥이다. 결국 검은 손가락이 무슨 일을 벌이려고 했지만 결국 놈들도 강력한 마물에게 찢어발겨 죽고 말았다. 그래도 우연히 죽어가는 마법사에게 약물을 주입해서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걸 알 수 있었다. 듣고도 믿기 힘들었다. 놀랍게도 마물의 숲 깊은 안쪽으로 가면 고대의 악마가 봉인되어 있다고 한다. 놀람과 동시에 걱정이 든다, 일단 이것을 알려야 한다. 만약 내가 죽고 누군가가 발견하면 테이블에 반드시 전달해 주기를...]


그걸로 일기는 끝이 났다. 악마라 진부한 클리셰잖아. 문제는 자신의 집 앞에 그런 망측한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


봉인이야 풀지 못하게 막으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자가 사라진 지 몇 년은 지났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지금껏 마물을 뚫고 봉인을 푸는 데 실패했다는 소리가 아닌가.


걱정 안 해도 되겠다는 안일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일이면 다시 한번 또 들어가야지.


만약 놈들의 흔적이 보이기라도 하면. 말할 것 없이 용용이로 쓸어버려야겠다.

세상의 멸망은 못 막아도 내 집 주변은 지켜야지.


계속 일기를 읽어나가니 검은 손가락이라고 하는 이들은 흑마법사들로 이루어진 집단 같았다.


세상의 종말을 앞당긴다는 세력 중 하나겠지. 그리고 테이블은 종말을 막기 위한 조직.


이름 참 간편해서 좋네. 이안이 심상 세계에서 만난 자들이 부르는 조직일 확률이 높았다.


생각해 보니 다음 모임 날짜를 물어봐야 했는데, 도대체 언제인지 모르겠다.

매일 하는 건 아닐 테고. 이정도 정보라면 그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


괜히 장난기가 섞인 미소가 지어진다. 이 정보라면 꽤 놀라지 않을까.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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