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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인삼 님의 서재입니다.

너라는 꽃이 필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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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광대인삼
작품등록일 :
2023.03.02 13:31
최근연재일 :
2023.05.01 06:00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3,010
추천수 :
130
글자수 :
567,075

작성
23.03.02 14:00
조회
141
추천
2
글자
10쪽

제 2화. 봄. 동네 사람들. 여기 구경났어요

DUMMY

동네 사람들. 저희 집에 구경 났어요. 세계적인 한류 스타가 저희 가게에서 치킨을 먹고 있어요. 벌써 3마리째예요.


“이틀을 굶었더니 이런 음식이라도 넘어가는군.”

“빈 속에 기름진 거 먹으면 탈나는데?”

“몹슬 사람 같으니. 내가 이럴 때 맛난 걸 배부르게 먹지. 평소엔 요리사들이 아주 감질나게 줘서 불만이었어.”


이보세요. 민하린씨. 병원에서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겠는데. 무슨 드라마 역할에 완전 빠지신 거 같아요. 평소 발연기라고 욕 먹는거 아시죠?


“이렇게 닭 다리만 먹어 본게 얼마인지. 자네 아주 음식을 잘 만드는군.”

“지금까지 12만 8천원이요. 콜라는 서비스입니다.”

“째째한 사람 같으니. 내가 입고 있는 옷에 걸린 보석 하나만 팔아도 해결 될 문제야. 맥주 한병 더 주겠나?”

“민하린씨. 돈 없으시죠?”


왜 사례를 들리셨을까? 밖에 번개가 쳤어. 덕분에 그 표정. 아주 잘 보여. 웃음으로 때우려는 너의 모습.


“난 민하린이 아니야. 대한제국의 황태녀. 율도화.”율도화일세. 떼 먹는다는 의심은 거두게.”

“야. 있는 것들이 더하다더니. 난 이번 달 월세 낼 돈도 없거든요? 더구나 곧 어머니 제삿날이야. 그렇게 떼 먹은 인간들이 하나 둘인줄 알아?”


내 말에 이 여자. 율도화... 아니지. 민하린은 먹던 치킨을 내려 놓는다. 표정이 갑자기 슬퍼지네. 어이구. 꼴에 연기가 느셨어.


“미안하네. 내가 그 생각을 못 했군.”

“뭐... 제 사정을 말 한 적 없으니까요. 그게 뭐 그쪽 잘못도 아니고. 돈 없으시다니까. 매니저 번호 알려주세요. 그 분하고 얘기를...”

“거 몇 번을 말하게 하나? 못난 사람 같으니. 이제야 내 몸에 힘이 들어가는군. 세계와 세계의 길을 건너는 게 쉬웠는 줄 아는가?”


어디보자. 언젠가 손님들 중에 기자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얘가 갑자기 쓰러졌다니까 기억이 온전치 않은가 봐. 일단 소속사에 전화하자.

한 30만원은 뜯어 먹지. 아니야. 50만원? 100만원?


“한마리 더 주게. 이 무절임도.”

“맛있죠? 무절임도 제가 직접 만든거예요. 밖에선 팔지도 않아.”


그나저나 너랑 나 동갑이잖아. 아무리 손님이라도 그렇지. 계속 반말에 못난 사람 드립? 야. 내가 만만하냐?

꼭 닭 튀겨 팔면 인생 패배자들이 마지막으로 도달하는 경로라고 생각하던데. 난 그래도 철학을 가지고 살거든.


“자네는 여기서 열심히 사는군.”

“그럼 열심히 살아야죠. 땅 파봐라. 10원짜리 하나 나오나?”

“지하에 있는 궁중 비밀 창고에는 여기 가치로 5경원의 재산이 보관 중이네. 잘만 파면 금덩이 하나는 건질수도?”


민하린씨. 여기 내 가게 거든요?


“나가. 닭 값은 나중에 소속사에 전화해서 받을거니까 모른다고 하지마. 지금 기자한테 전화 하려다 참는 거야.”

“날 지금 이 날씨에 내보내겠단 말인가?”

“택시라도 불러 들려요?”

“오늘은 피곤해서 안 되겠네. 이해해 주게. 이틀간 자지도 못 했어. 더구나 비도 오고 있지 않는가? 황태녀로써 내 몸은 하나로 끝날 것이 아니라. 만인 지상을 보살필 몸이다.”


돈 안 낼려고 아주 용을 쓴다. 사람이란게 원래 간사해. 먹을 때 다르고 비울 때 달라. 저 외상 장부 봐라. 갚은게 반도 안된다.


“황태녀 소리 좀 그만해요. 그건 또 무슨 드라마인데? 대한 제국? 퓨전 사극이냐?”

“현대사에 있어. 위대한 국가 대한 제국. 세계 서열 2위. 난 제국의 정당한 계승자야. 자네가 폄하할 그런게 아니야.”


내가 너무 놀아 줬다. 그냥 신고하면 되지. 왜? 너가 돈도 안 내고 가만히 있으면 내가 손도 못 쓰고 쩔쩔 맬 줄 알아? 꼭 여기서 뻐기는 것들이 경찰서 가면 고개부터 숙여.

황태녀님아. 너도 거기 가서 고개를 빳빳하게 드는지 보자.


“약속한 돈은 지급하지. 그래. 어차피 넌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니까. 째째한 사람 같으니.”


민하린이 내 앞에 뭔가를 내려 놨다. 그건 반지였다.


“자네와 나의 약혼 반지였네. 이걸 주겠네. 어차피 내 몸에 걸친 것들 중에 제일 싼게 이거니까.”


난 그 반지를 잡았다. 영롱한 빛의 보석이 매혹적이다. 와. 이거 저기 금은방에 팔면. 돈 꽤나 받겠는데? 그런데 약혼 반지라... 아. 몰라. 놀아 주는 것도 여기까지.


“이런거 안 받아요. 누굴 바보로 아나?”

“닭과 무는? 주문 했잖는가?”

“그만큼 드셔놓고 또 먹어요? 무는 오늘 담그고 자야 해요. 그래야 나중에 먹을만 해거든요.”

“그럼 자넨 자네의 일을 해. 난 나의 일을 할 테니까. 닭 한 마리 더 주게.”


옆에 쌓인 뼈 좀 봐라. 무슨 먹방 찍냐? 우와. 저것 봐. 맥주 1000cc를 원샷하고 있어. CF에서 나왔던 게 진짜였어.


“튀긴 닭이 이리도 맛있을 줄이야. 먼 기억 속 그 맛이 여기 있었네.”

“그 동네는 치킨 가게가 없나 봐요?”

“왜 없겠나? 다만 구워 먹지. 튀긴건 천한 방식이라서. 하지만 이건 정말 맛있군. 돌아가면 꼭 다시 먹어 보고 싶은 맛인걸?”

“튀겨 먹는게 천해? 맛도 모르게 살았네. 신발도 튀기면 맛있거든?”

“맥주 좀 더 주게. 그리고 닭은 언제 줄 건가?”

“그만 좀 가라! 지금 몇시냐? 안 팔아!”


뱃속에 거지가 들었나? 이틀 굶었다고 저렇게 먹는건 정상이야? 아니. 내가 왜 저 장단을 맞춰주고 있는 건지.

민하린이 일어났다. 밖을 본다. 비가 참 많이도 내린다. 이런 날엔 사고가 많이 나는데. 나도 내가 너무 했나?


“그럼 자야 겠군. 많이 지쳤어. 모든건 내일 이야기 하지.


그 말을 끝으로 민하... 율도화는 일어 섰다. 지친듯한 모습에 난 잠시나마 말을 잃었다. 특히 비는 더욱 심하게 내린다. 아주 세상을 물에 잠기게 하려는 듯 했다.

그녀는 화장실 옆 방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 거긴 손님들도 모르는 곳인데? 단칸방이라지만 나의 유일한 쉼터지.


“그럼 난 어디서 자? 저기...”


얘 좀 봐. 내가 멍 때리는 사이에 문까지 잠 궈 버렸어. 그런데 진짜 피곤해 보였어. 괜히 보내기가 그래.

무를 썰어 식초물에 넣는다. 주방 정리를 다 마치니 새벽 3시. 그제야 의자들을 붙여서 잠자리를 만든어 누웠다.

스마트폰을 켠다. 민하린의 소속사 번호를 찾았다. 두고봐. 100만원. 합의는 업쇼다 .그런데 뉴스가 떴다. 아직도 민하린이 깨어나지 않았다? 너튜브 영상도 있어. 지금 현재 그녀가 누워 있는 병실을 생중계 중이야. 현 시청자 33만?


“그럼 내 방 뺏어다 자고 있는 쟤는 뭔데?”


더 따지기도 힘들만큼 피곤하다. 내일 걱정은 내일 합시다. 예약을 취소 되었지만 나에겐 아직 염지 해 둔 닭과 무 절임. 그리고 양념들이 있으니.

어떻게든 이번 달 월세는 낼 수 있을 거야. 그러다 희망이란게 올지도 모르지. 너무 막연한 말일까?


“엄마... 엄마 말은 결국 틀렸어.”


희망 따윈 없어. 그게 22년을 살고서 내린 결론이야.

빗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져 본다. 한참을 자고 일어나면. 쟤도 정신을 차리겠지. 그때 아주 중요한 얘기를 해볼까?


“난 아침을 굶지 않아.”

“혹시 드라마 때려 치우고 먹방 크리에이터 해 볼 생각 없어?”


민하린인지. 율도화인지. 이 여자는 나보다 먼저 일어나 화장실 옆 욕실에서 샤워를 했다. 비에 젖은 옷은 욕실 한구석에 놓여진 세탁기 옆 바구니에 담는다. 그리고는 장롱 속에 있는 내 어머니의 옷을 입고서는 나에게 밥을 요구한다.


“혹시나 씻을 때 내 몸을 훔쳐 보진 않았겠지?”

“나도 최소한의 매너는 지키거든?”

“소리를 듣고서 음심을 품은 건 아니고?”


그 미소는 뭐야?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이뻐. 안되. 빠져들면 안되.


“그 반지는 내 일주일의 밥값은 될 걸세.”

“난 무조건 아침에 라면 먹거든?”


너의 세상에 라면이란건 없나? 뭘 또 그렇게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 보기만 해? 딱 2개 끓였거든? 먹기 싫으면 말고.


“정말 건강에 나쁜 맛이군. 그렇지만 자네가 어제 튀긴 닭보다 나아.”


거 참 미안하게 됐네. 내 닭이 라면에 밀릴 줄이야. 쟤는 라면을 먹자마자 또 잠이 들었어. 나중에 일어나서 얼굴 부은 상태로 거울 한번 봐라. 대박일거다.

난 금은 방으로 간다. 그래. 한번 알아나 보자. 이 놈의 반지. 도대체 얼마인데 1주일 밥값이래?


“이거 짜가야. 누가 버린걸 주워 와 가지고는. 봐!!”


금은방 아저씨는 나에게 반지 안 쪽을 보여 줬다. 내가 보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금반지 안쪽에 작은 보석 같은 것으로 새겨진 글씨였다.

대한 제국, 황태녀의 자격을 증명한다. 율도화.

도화는 저녁이 다 되어서야 일어 났다. 와. 진짜 대단한 얼굴이다. 라면 먹고 잤는데 얼굴이 안 부었... 지금 내가 뭔 소리야? 지금 얼굴 보며 감탄할 때냐?


“말도 안 되네. 어떻게 그 반지가 가짜라는 거지?”

“지금 세상에서는 진짜 보석을 그렇게 가공해서 새겨 넣는 기술이 없다더라. 더구나 대한 제국? 먹여주고 재워 준 내가 바보지!”

“어허. 이 세계 보석장인들은 나름 보는 눈이 있는 줄 알았는데. 결국 착각이었군.”

“야. 너 진짜 뭐야? 처음엔 난 정말 너가 민하린인줄 알았거든? 그래서 너한테 닭. 라면. 다 내준거라고. 너 먹은게 정확히 14만 천원. 콜라 서비스해도 그 가격이야.”

“좋네. 딱 1주일. 그만큼만 일해서 갚지. 지금 내가 줄 돈은 없으니까.”


하아. 이렇게 나오시겠다? 좋아. 일하지도 않은 자. 먹지도 말라. 아주 진리 중에 진리다. 안 그래도 서빙 뽑을려고 했는데 돈이 없었어. 잘 되었네. 참고로 우리 집 서빙은 배달도 해야 한다.

아주 1주일간 대차게 부려 먹어 주마. 우리 황태녀님. 나도 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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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화. 봄. 동네 사람들. 여기 구경났어요 23.03.02 142 2 10쪽
1 제 1화. 봄. 오늘 날씨는 맑음 23.03.02 316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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