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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a 님의 서재입니다.

최면 도적 성리학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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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a
작품등록일 :
2019.06.18 19:21
최근연재일 :
2019.06.18 20:36
연재수 :
2 회
조회수 :
453
추천수 :
7
글자수 :
4,267

작성
19.06.18 19:22
조회
338
추천
4
글자
8쪽

1화 : 프롤로그.

DUMMY

쓰레기장이다.

냉장고니, 철골이니, 선풍기니, 하나같이 박살이 나 흩어져 있다. 그 사이를 헤집듯, 한 남자가 걸었다.


‘여기까진 안 쫓아오겠지?’


남자는 생채기 난 팔의 상처를 한 번 문지르고 망가진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철골 더미 너머로 간다. 그곳에는 한 오두막이 있었다.


콰지직!


‘이런, 젠장!’


오두막의 입구로 가기 위해 유리창 앞을 지날 즈음 소리를 내버렸다. 발치엔 나무조각같은 것이 부서져 있었다. 나무조각을 덮고 있는 풀 때문에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 이쪽으로 놈들의 주의가 쏠리는 기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래된 TV, 그리고 그보다 더욱 오래된 라디오. 노트북 하나 간신히 올려둘 수 있을 법한 탁자와 의자. 오두막의 내부다.


이연길은 탁자 옆에 쪼그려 앉아 목만 내밀어 깨진 유리창 너머를 살핀다. 피가 베어 나오는 찢어진 갈색 재킷의 안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낸다. 그러고는 엄지손가락에 칼날을 대어 그 날카로움을 재차 확인한다.


‘기회는 단 한 번이다······.’


심장이 펌프질을 한다. 이미 문드러질 때로 문들어진 가슴팍이다. 그 가슴팍을 아예 부숴버리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심장이 미친듯이 뛴다. 폐가 산소를 요구하며 거침없이 부풀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가만히. 제발 가만히.’


나이프를 쥔 손의 반대 손으로 가슴께를 짓누른다.


‘진정해라. 제발 진정해라.’


붉은 노을이 유리창의 창가를 따라 길게 늘어졌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 끔찍한 악취만 없다면.


‘보인다.’


화려한 금테가 수놓인 검은 로브, 푹 내려 쓴 후드 아래로 보이는 붉은 입술, 유령같이 하얀 손이 역수로 쥔 검은색 단검.


검은 마녀. 로브 너머로도 느껴지는 시꺼먼 악의. 인류를 속이고 영웅이라 불리는 자.


‘아직이다. 아직은 기다린다.’


저 악귀가 유리창에 다가 올 때, 바로 그때를 노려 급습한다.


유리창 너머로 놈을 힐끗 주시할 때 놈이 오두막으로 눈길을 돌리려 했다. 잽싸게 고개를 집어 넣는다.


온다. 온다. 녀석이 다가온다.


콰지직!


아까 연길이 밟은 나무조각 소리다. 바로 옆이다. 녀석이 지금 바로 연길의 옆에 있다. 이 유리창 너머에 있다.


연길은 나이프를 당겨 쥐고 유리창 너머로 점프한다. 그건 마치 곡예를 부리는 듯한 움직임. 고공에서 한 바퀴 빙글 돈다. 연길의 아래로 마녀가 보였다. 마녀는 자신의 발 아래를 살피고 있었다. 그녀의 등뒤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줄도 모르고.


연길은 착지와 동시에 칼날을 그 목에 들이 대기 위해 한 손을 내뻗는다. 아니, 그 찰나였다.


“아아악!”


처음엔 둔탁한 충격이 목에, 그 다음엔 깨부수는 듯한 고통이 콧대에, 그리고 서늘한 감촉이 자신의 경동맥에.


뒤늦게 깨닫는다. 자신이 바닥에 매다 꽂혔다는 것을, 누군가가 군화발로 자신의 뒷목을 짓누르고 있다는 것을, 날카로운 칼날이 자신의 턱 밑을 겨누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연길은 어깨 너머로 녀석의 존재를 깨닫는다.


“마진철······!”


그 목소리는 나무껍질에 고깃덩어리를 비비듯 끄득끄득한 것이었다. 핏덩이가 짓눌린 목구멍을 간신히 넘어가며 내는 소리였다.


“해충같은 놈이.”


마진철의 그 한 마디엔 모멸이 베어 있다. 마진철 역시 영웅으로 불리는 자이며 마녀의 앞잡이.


굴욕.


이건 굴욕이다. 저 증오스런 쓰레기 놈에게 짓밟여 바닥을 기고 있다니. 전신을 기어다니듯 있는 화상, 찰과상, 골절, 아니 그런 것보다 지금 연길의 오장육부를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이 굴욕감이 더욱 견디기 어렵다.


“이 씨발!”


연길은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한 손을 재빨리 놀렸다. 목적은 그의 바짓주머니. 그러나.


“아아아악——!”

“안 되지요.”


손바닥에 격렬한 통증이 내달린다. 하얀 로브를 뒤집어 쓴 여자가 길쭉한 봉으로 그의 손바닥을 찔러 버린 것이다. 그녀가 봉을 들자 피와 살점이 찢어져 나왔다.


하얀 로브의 여자가 쭈그려 앉고는 연길과 눈을 맞춘다.


“서, 성녀 님!?”

“네. 성녀입니다. 이제 고해성사라도 한 번 들어 보실까요?”

“크, 크윽!”


세상이 무너졌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지금 연길의 심정은 정확히 그럤다. 지금 눈 앞 하얀 로브의 여자가 곧 연길의 세상이었으니까. 그 세상이 연길을 배반했으니까.


역겹기 그지 없는 길드의 악행을 참고 견뎠다.

그녀만은 선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만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믿었다. 그 결과가 지금 이 꼴이다.


“이걸로 네 놈의 비루한 목숨도 끝이다.”


마진철이 칼을 들었다. 칼날이 햇빛에 반사되어 번쩍 빛났다.


그 순간, 쓰레기장에 바람이 한 번 불었다.

온몸이 으슬으슬 떨린다. 춥다.


그렇게 연길은 눈을 감았다.


****


“이곳은?”


하얀 세상이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그렇다.

하얀 하늘 밑으로 하얀 바닥, 그리고 그 바닥엔 발목까지 잠기는 물이 있어 찰랑 거렸다. 그리고 또 눈 앞엔 하얀 성전이 있어, 연길의 두 눈은 온통 하얗게 빛났다.


벌이 꽃에 이끌리듯, 연길은 성전으로 이끌렸다.


성전과의 거리도 이제는 지척, 불현듯 연길의 발 앞으로 물기둥이 솟았다.


아니, 물기둥이 아니다. 그건 물보라를 인 석상이었다. 물보라가 걷히자 거기엔 거대한 석상이 하나 있었다. 노인의 모습을 한 석상이다.


“반갑다. 나의 자녀, 연길아.”


연길은 너무도 놀라 그저 벌벌 떨 뿐이었다.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코에 물이 닿아 찰랑 거렸다.


“너의 선행은 무수히 많이 보아 왔다. 직업이 도적이면서도 악한들에게서 세계를 구하기 위해 힘을 썼더구나. 너의 노고, 이 나의 이름으로 치하하마. 고개를 들라.”


연길이 간신히 고개를 들어 석상을 바라 본다. 석상은 새하얀 빛을 내뿜고 있어 눈이 따가울 지경이었다.


“나의 이름은 주희. 앞으로 그대가 떠 받들어야 할 이름이다. 그 위대한 이름을 찬양하라.”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공중에 무언가 생겼다. 하얗게 빛을 내는 구슬이었다. 구슬은 공중을 뉘엿뉘엿 떠다니는가 싶더니 그대로 연길의 몸 속으로 날아 들어갔다.


“이, 이건!”


[스킬 : 최면 성리학 지도]

[등급 EX]

[설명 : 강력한 최면 능력을 이용해 상대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쳐 준다. 카르마(업) 수치가 높은 상대에게 더욱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


[스킬 : 마음을 훔치다]

[등급 A]

[설명 : 당신은 도적으로서의 최고의 경지, 마음을 훔치는 경지에 이르렀다. 처음 만나는 상대도 당신에게 호감을 품을 것이다. 이성을 상대로 그 효과는 배가된다.]


“나의 마음을 담은 선물이다. 사양치 말라.”

“어, 어째서 제게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겁니까!?”


일순, 석상이 웃는 듯이 보였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다. 그대만한 인재도 없겠지. 자, 시계를 3년 전으로 돌려 주겠다. 세상을 구하라. 나의 가르침을 만 천하에 전하라.”


석상의 하얀 빛이 점차로 강렬해진다. 하얀 세상이 더욱 하얗게 변한다.


아주 잠깐, 연길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떴다.


그곳은 연길이 살고 있던 세상과는 다른 세상. 그러나 연길이 알고 있는, 너무나도 익숙한 세상.


3년 전의 길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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