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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스톤의 서재

우주함대의 망나니 함장님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퓨전

아쿠아스톤
작품등록일 :
2023.05.19 17:35
최근연재일 :
2023.05.31 17:21
연재수 :
8 회
조회수 :
408
추천수 :
17
글자수 :
43,511

작성
23.05.30 14:26
조회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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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7화

DUMMY

GNN 본사 사무실의 조용한 고독 속에서 라나의 담당 편집장은 최신 기사를 다시 한 번 살펴봤다. 라나가 작성한 "위버: 제로에서 구원자로"라는 제목의 기사는 꽤 파장을 일으키고 있었다.


편집장의 비서가 고개를 내밀어 그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편집장님, 위버에 관한 기사를 다시 읽고 있으시네요?"

"응, 댓글 좀 봐. 꽤 반응이 크게 오고 있는데?"


라나의 이번 기사는 아주 훌륭했다. 철저히 파고든 취재로 마련한 자료를 바탕으로, 위버가 골칫덩이 망나니 청년에서 기민하고 집중력 있는 리더로 변모하는 과정을 자세히 서술했다. 특히 전투에서의 위버의 지휘 실력과 정령술을 집중 조명하며 그의 천재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풀어내고 있었다.


편집장은 라나가 화제몰이를 하는 기사를 작성해온 것에 무척이나 만족하고 있었다. GNN의 광고 수익이 올라가는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 했다.


"왠지 이 위버 플람 공자, 앞으로도 우리 GNN의 꿀딴지가 될 것 같군. 으흐흐흐."


편집장의 비서는 돈독 오른 그 미소에 살짝 몸서리를 쳤다.


***


한편, 위버는 플람 저택의 집무실에서 이번 침략 함대의 배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포로를 심문한 끝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적의 정체는 우주 3대 해적단 중 하나인 아이언 크레센트(Iron Crescent)의 지부 중 하나였다.


하긴, 아무리 변방이라지만 제국의 남작령을 털어먹고자 했다면 그 정도 규모의 세력이 아니고서는 엄두도 못 냈겠지.


"이 놈들이 복수한답시고 또 쳐들어오면 골치 아픈데....."


이 해적단은 게임에서도 자연 재해처럼 한번씩 침략해오는 녀석들인지라 머리가 아팠다. 위버는 게임 지식을 통해 녀석들의 근거지를 알고 있기는 했지만, 지금으로써는 손대는 것이 불가능한 상대였다.


일단은 영지 방어를 튼튼히 하고 힘을 기르는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전리품들 덕분에 영지의 재정은 꽤나 풍족해진 상황이었으므로, 조금 더 군비 확충을 할 수 있을 듯 했다.


그 와중에 조금 힘이 되는 것은 라나의 기사였다. 이처럼 여론의 주목이 쏠리게 되면, 아무래도 해적단 입장에서도 쉽게 손을 쓰기는 껄끄럽기 마련이다.


"진짜 확실하게 써줬네.....라나 복권에 당첨인가."


'스페이스 워'에서 라나의 밀어주기 기사가 한번 실리면 명성치가 한번에 쑥쑥 올라가곤 했다. 그러나 운이 없게도 비판 기사가 실리면 정반대의 효과가 발생했기에, 라나의 기사는 복불복 뽑기 같은 취급을 받기도 했다.


다행히 위버가 좋은 이미지를 주고자 의도했던 대화가 잘 풀렸던 모양인지, 기사는 무척 긍정적인 내용이었다.


인기 기자의 기사인 만큼 은하웹의 반응도 폭발적인 편이었다. 위버는 기사의 댓글들을 쭉 읽어보았다.


<정령술 무재능이 몇 개월 만에 이러는 게 가능한 거임?>

<내가 좀 확인해보니 팩트인 부분도 일부 있는 거 같긴 한데, 내 생각엔 공자가 기사단장 전공을 뺏은 거 같다. 이래서 사람은 금수저로 태어나야 돼.>

<아, 2위계 따리가 개성 발현 ㅋㅋㅋㅋㅋㅋ얘 맨날 사기성 기사만 올리더니, 이번엔 진짜 뒷돈 받은 듯>

<우리 공자님과 기자님 비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실제 참전한 승무원인데요. 기자님 기사는 조금도 과장없이 사실 그대로 입니다.>

<윗 댓글 본인 등판 ㅋㅋㅋㅋㅋㅋ>


역시 못 믿겠다는 의견이 상당히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라나가 그동안 기자로서 쌓아온 명성이 있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댓글들도 있었다.


위버가 그렇게 슥슥 반응을 살피던 중, 이런 댓글까지도 눈에 띄었다. 추천 수가 어마어마하게 붙어 있었다.


<하.....안되겠다. 내가 직접 찾아간다. 우리 라나 기자님이 이런 기사를 쓰게 하다니, 이 위버 공자란 놈이 분명히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게 틀림없다. 내가 이 놈 실체 다 까발리고 후기 작성할게.>


"이 세상 인터넷도 별의 별 놈이 다 있군. 잘도 찾아오겠다."


위버는 코웃음을 쳤다. 그 밑에는 어그로를 끌린 물고기들이 응원 댓글을 연달아 달고 있었다.


'생각들을 하고 살아라. 이런 방구석 키보드 워리어가 실제로 찾아올 일이 있겠냐?'


위버는 조금 더 댓글들을 보다가, 은하웹을 닫았다. 악플들을 너무 많이 보면 정신 건강에 별로 좋을 것 같진 않았다.


.....그런데 세상엔 정말 별 일이 다 있었다. 며칠 후, 그 누군가가 정말로 찾아와 버렸다.


"위버 공자를 만나러 왔어요!"



***


위버를 부르는 거침없고 대담한 목소리. 저택의 모두가 방문자를 확인하기 위하여 홀로 모였다.


묵직한 나무 문이 열리자 저녁 햇살을 받은 한 인물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매력적이고 날카로운 눈빛의 젊은 여성이 저택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푸른색 긴 머리를 틀어올린, 단아하게 생긴 여성이었다.


그녀의 시선은 모인 자들을 쭉 훑었고, 입술에는 작은 미소가 번졌다. 그러다 기사를 통해 확인한 위버의 얼굴을 확인하고 인사를 건네왔다.


"안녕하세요, 위버 플람 공자. 저는 아비단 백작가의 밀리아 아비단입니다. 갑작스러우시겠지만, 이렇게 직접 와봐야만 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웅장한 홀에 울려 퍼졌다.


"라나 기자님의 기사를 읽고, 그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 여기 왔습니다."


놀라움의 물결이 장내에 퍼졌다. 위버는 부하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눈빛에 혼란스러움이 비치는 것을 보았다.


'그 어그로가 백작가 영애였다니 참나.....'


위버는 밀리아 아비단의 실행력과 오지랖에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웃는 얼굴을 만들어냈다.


"네 밀리아 양.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응접실로 가실까요?"


그렇게 밀리아 아비단과 함께 이동하면서, 위버는 게임에서의 그녀에 대해 떠올려 보았다.


4위계의 청색 정령술사, 밀리아 아비단. 그녀의 나이를 고려할 때 매우 훌륭한 성취라 할 수 있었다. 성장 잠재력 또한 우수해서, 게임에서는 마지막까지 주력 부대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한 캐릭터였다.


외모까지 그야말로 귀족가 영애답게 청초하고 단아하였기 때문에, 남성 유저들의 선호도가 매우 높은 인기 캐릭터였다.


'그런데 실상은 인터넷 어그로 꾼이라니. 팬들이 알면 실망하겠군.'


이건 게임 고인물인 위버조차도 알지 못했던 그녀의 새로운 면모였다. 게임에선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묘사되지는 않았다.


응접실에 도착하고 자리에 앉자, 하인 카리스가 정중한 태도로 차를 내왔다. 서로 몇차례 차를 홀짝이며 탐색하는 시선을 주고 받다가, 이내 대화의 물꼬가 텄다.


"밀리아 양"


위버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마주보며 말했다.


"와주셔서 감사하지만, 방문의 목적이 그리 반갑지는 않은 이유 때문인 것 같군요."


"네. 아까 말씀드린 대로 라나 기자님의 기사에 나온 내용을 검증하러 왔습니다."


밀리아가 안정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령술을 아예 다루지 않던 분이 어떻게 몇 달 만에 그런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인지 알고 싶어요."


위버는 팔짱을 끼고 껄껄 웃었다.


"하하. 밀리아 양이 의구심을 가지시는 것은 이해합니다. 지금 당장 은하웹을 봐도 그런 이야기가 가득하구요."


위버는 웃음기를 잠재운 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밀리아를 처다보았다.


"그런데 왜 제가 영애에게 제 능력을 증명해드려야 하죠?"


"글쎄요. 백작가의 일원으로서, 귀족 사회의 공자에 대한 여론에 긍정적인 힘을 보태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오히려, 공자께서 당당하시다면 이렇게 제가 찾아온 것이 아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밀리아는 '네가 꿀리는 것이 있으니까 내 방문을 꺼리는 것 아니냐'는 시선으로 위버를 바라보았다.


위버는 그 시선을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밀리아는 공명정대한 성격의 캐릭터. 정면으로 돌파한다면 그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좋아요, 설명해드리죠. 먼저 이번에 치른 전투에 대해 말씀드릴까요?"


위버는 지도 중 하나를 가리키며 말을 시작했다.


"우리 우주에서 세계는 정령의 원소에 의해 정의됩니다. 그리고 정상에 오르려면 그 요소들을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죠."


이어서 그는 게임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전략 이론을 설명해나갔다. 그는 원소의 약점, 포지션의 전략적 중요성, 타이밍의 효과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유리하게 조합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밀리아는 전투의 전개 과정을 이미 라나의 기사를 통하여 이해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마 기사단장 또는 참모 중 한명이 세운 작전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으나, 위버의 설명을 듣다 보니 점차 그가 이 전투를 직접 설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심지어 밀리아는 그의 전략 설명에서 배울 점들을 취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제국 아카데미에서 수석을 달리고 있는 자신에게 전략을 가르치다니. 밀리아는 살짝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좋, 좋아요. 위버 공자. 물론 대응 전략이 훌륭했다는 점은 기사를 통해서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전장에 처음 서본 공자가 함대를 지휘해서 이끌었다는 점은 쉽게 믿어지지 않아요. 이건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야만 할 수 있는 일 아닐까요?"

"엄밀히 말하면 함대 전체는 아니죠. 전 별동대 12척만을 이끌었을 뿐입니다."

"12척도 마찬가지에요. 제국 아카데미 학생들에게도 실전 지휘는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그런데 공자는 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망나, 아니 그........군에 관련된 경험은 없으셨잖아요?"


위버는 쓴 웃음을 흘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망나니셨잖아요'라고 말할 뻔하다가 실수를 깨닫고 말을 바꾼 모양이다.


"첫 실전이라고 모두가 벌벌 떨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에게는 지켜야만 하는 영지와 영지민들이 있었습니다. 사력을 다했지요. 다행히 하늘이 저에게 담대한 성격과 쓸만한 재능을 내려주셨나 봅니다."


밀리아는 표정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침묵했다. 위버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자신의 이야기를 믿고 있는지 궁금했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그녀를 바라보며, 위버는 손쉬운 방법을 제안했다.


"그렇다면 밀리아 양. 이럴 게 아니라 간단한 친선 게임을 가지는 게 어떻겠습니까?"

"친선 게임이라뇨?"

"저와 밀리아 양 말입니다. '그거'있지 않습니까. 말보다 실전이 나을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아~ 그거요!"


밀리아가 생각해 보기에도 좋은 방법이었다. 가신들의 도움으로 전투에서 승리해보았다고 해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듯한 그에게 선배로서 가르침을 내리는 것도 딱 좋은 일일 터.


"위버 공자. 다른 건 몰라도 성격이 시원한 건 마음에 드네요. 그렇게 하시죠!"


그녀는 기세등등한 말투로 기꺼이 제안을 수락했다.


위버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 깜찍한 귀족 영애에게 참교육을 내릴 시간이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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