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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행비소 님의 서재입니다.

프류낙 - 꿈을 먹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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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행비소
작품등록일 :
2018.10.03 00:58
최근연재일 :
2018.10.13 05:54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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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0
글자수 :
58,004

작성
18.10.05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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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의뢰인 -5

DUMMY

건물이라는 것은, 땅을 포함한 기타의 지지대를 필요로 한다. 대부분의 건물들은 땅이라는 지지대 위에 세워지는게 당연했고, 그것은 상식이라 불렸다.


케른 협곡은 그 이름보다 바람을 삼키는 강으로 더 유명했다. 일년에 한번, 폭우가 쏟아진 후 불규칙하게 흐르는 거센 물줄기는 협곡을 더욱 깊게 만들었고, 협곡의 주위로는 항상 세찬 바람이 협곡으로 빨려들어가곤 했다. 때문에 케른 협곡의 주변은 익숙한 도로관리국 관리원의 안내가 꼭 필요했고, 사가건과 홀은 서부 관리인으로서 꽤 자주 이곳을 지나갔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이 현상을 이해하지 못했다. 협곡을 지나던 사가건과 홀은 눈앞의 광경에 현실을 부정했다. 잠깐, 내가 환상을 보고 있는 건가?


케른협곡 한가운데 '떠' 있는 것은 마치 거대한 성 위에 몇개의 기와집과 초가집, 벽돌집 등을 얹고, 다시 그 위에 교회와 절 등 각 지방의 종교 건물들을 얹은 다음 뒤섞은 듯한, 즉, 이해할 수 없는 형태의 건물이었다.


그들은 저 건물을 케른 협곡을 지나며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사가건은 곧장 사율의 옷깃을 잡았다.


사율이 뒤돌아 보았고 사가건은 본인의 궁금함을 바로 토로했다. 저건 뭐죠? 저게 왜 저기 떠있는 거죠? 아니, 언제부터 저런게 여기있던거죠? 등등. 그리고 사가건은 경악했다.


"······!"


홀은 사가건을 멍청하다는 듯이 바라본 다음, 아마도 놀라서 말을 잊어버렸나 보다, 라고 생각하면서 본인이 대신 사율에게 말했다.


"······!"


그리고 그도 경악했다. 그리고 떠올렸다. 바람을 삼키는 강! 그게 이 의미였군! 평소에 비가 없을 때는 몰랐던, 단지 바람 소리가 시끄러운 협곡이라고만 생각했었기에 그들은 이 협곡의 다른 이름의 의미를 그제서야 깨달았다.


협곡은 그 모든 '소리' 를 삼키고 있었던 것이다. 소리는 바람을 타고 이동하며, 케른 협곡은 바람을 삼키는 강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말을 하여도 소리는 사율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이 한 말 조차도 듣지 못하는 상황에, 사가건과 홀은 무서운 느낌까지 받게 되었다.


사율은 그런 그들에게 안심하라는 듯이 어깨를 툭툭 두들겨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협곡 사이로 발을 내딛었다.


세상에는 여러 자살 방법이 있다. 그 중에서 케른 협곡에 발을 들여 놓아 자살하는것도 아마 여러 사람들이 생각해 봤을 법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사가건은 절대로 그런 생각을 안했을 것이라, 그래서 생각조차 한적 없던 사율이 자살 시도하는 것을 말리지 못 했다. 정말 찰나에 일어난 일이라.


그는 눈을 가리고 소리치려 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는 나은 편이었다. 홀은 아무런 움직임도 하지 못하고, 입만 쩍 벌리고 사율을 바라보았다.


사가건은 한참 지나 눈을 떠 홀을 봤다가, 곧 그도 사율을 바라보았다.


즉, 사율은 협곡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사율은 농담하는 것 같진 않은, 그러나 딱히 진지하지도 않은 목소리로 평소처럼 말했다.


"올라오시오, 사가건, 홀. 도깨비 성으로 안내하겠소."


그리고 그들은 사율의 목소리가 똑바로 들린다는 것에 기겁했다. 사실 죽은건 사율이 아니라 본인들이 아닐까 하는 의심과 함께.




***




사가건은 똑바로 걷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복도는 무척이나 짧았으나 길었고, 그들은 계속 나아가고 있었지만 복도 끝에 도달하지 못했다.


사율은 조금 더 걷다가, 문득 멈추고 말했다.


"좀 멀지 않소?"

"예?"

"보통 이쯤되면 '나아가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인데 말이오"

"예에?"


사율은 빙긋 웃었다. 그리고 갑자기 사가건은 자신이 복도 끝에 도달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화들짝 놀라서 두리번 거리고 있는 사이, 사율은 조용히 앞으로 나서 복도 끝의 커다란 문을 열었다.


끼익, 소리가 났던가? 그 커다란 문은 거의 소리 없이 열렸고, 그래서 어지러웠다. 사가건은 그 안을 들여다 보았다.


"딸꾹!"


그리고 놀랐다.


사가건은 사율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문 안쪽을 바라봤다가, 다시 사율을 보기를 반복했다. 한참을 보던 사가건은 사율에게 물었다.


"저인가요?"

"성주님이시오."


사가건은 사율의 정신상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문 안에는 사가건과 홀, 그리고 사율. 세 사람이 서 있었다. 아니, 우린 아직 문 밖에 있는데? 아니, 내가 저기 왜 서있지? 아니······ 저건 그럼 누구지?


문 안의 사가건이 먼저 말했다.


"오래간 만이구나, 사율."


사가건은 목소리마저 똑같은 것을 듣고 생각하기를 관두기로 했다.


사율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예,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이번에는 문 안의 사율이 말했다.


"자네가 여기 온 이유는 알고 있네. 왕자를 찾는게지?"


사율이 묻고 사율이 대답하는군. 사가건은 이제 문 안의 홀이 어떻게 말할지 기대하기 시작했다.


다시 문 안의 사가건이 말했다.


"같이 오신 분들도 환영하네. 난 이 성의 성주, 그르메라 하네."


그러면서 성주, 그르메는 너털 웃음을 터뜨렸다. 사가건과 홀은 그 웃음을 들으며 굉장히 기분이 좋아진다고 느꼈다. 사가건은 이제 농담할 정신까지 차린 듯 쾌할하게 대답했다.


"저도 저에게 인사드립니다, 사가건입니다, 성주님."


홀 역시 격식을 차려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그르메는 이번엔 홀의 모습으로 말했다.


"인간과의 대화는 언제나 새롭고 즐거운 따름이지. 부디 편히 머물다 가도록 하게. 사율, 대화는 내일로 미루지. 자네 동료들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도록 설명이 필요한듯 하니."


사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그르메."


사율은 다시 문을 닫았다. 이번에도 역시 소리없이 문은 닫혔고, 사가건과 홀은 그 모습을 보며 다시 어지러움을 느꼈다.


문이 완전히 닫히자, 어지러움은 사라졌고 사율과 홀, 사가건만이 자리에 남았다.


"딸꾹!"


그리고 사가건의 딸꾹질이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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