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각각이 님의 서재입니다.

백작가 사생아는 사관학교에 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오가네손
작품등록일 :
2023.05.12 23:06
최근연재일 :
2023.05.12 23:08
연재수 :
1 회
조회수 :
20
추천수 :
0
글자수 :
4,194

작성
23.05.12 23:08
조회
20
추천
0
글자
9쪽

1화-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DUMMY

이런 말이 있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his mouth).


왜 예전에 수저 계급론이라며 온라인과 SNS에서 유행했지 않는가.


요즘까지도 쓰이는 금수저나 흙수저라는 단어들을 만들어낸 유행.


원래는 몰랐었는데 알고 보니 외국 쪽이 원조라고 하더라.


그쪽 동네에선 흙수저 대신에 나무 수저나 플라스틱 수저를 대신 쓴다던데... 참, 사람 사는 건 어디나 거기서 거기지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말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귀족 집안의 자제들에게 유모가 은수저로 이유식을 떠먹여 주던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한국의 금수저들과 다르게 정말로 귀족들은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던 것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가 하면... 아무래도 이번 생의 나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거 같기 때문이다.


"도련님 아- 해보세요."


아니라면 메이드 복장을 입은 저 여자가 크림이 담긴 은수저를 물려주려고 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


*


전생의 나는 고아였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모바일 게임 가챠 뽑기처럼 그냥 태어나보니 집이 보육원이었을 뿐이니까.


차이점이라면 다시 가챠는 다시 뽑을 수 있어도 인생 가챠는 한번이 끝이니 그냥 받아들이고 살았을 뿐이지.


고아라는 딱지를 떼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지만, 정작 되돌아보았을 때 의미가 남는 것들은 그다지 없었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순간을 뽑아본다면... 군대였던 것 같다.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성이라면 가게 되는 곳. 하지만 나는 고아라서 면제임에도 자진해서 입대를 선택했다.


남들에게는 악몽이나 인생에서 견뎌내야 할 시련 정도로 여겨지는 곳이었지만... 나에게는 조금 다른 곳으로 보여졌다.


고아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나 완전히 사회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곳. 숨막히는 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는 휴게소로 말이다.


물론 좆빠지게 힘든 건 마찬가지였지만, 적어도 같은 빡빡이들 끼리 대학이나 가정환경 같은 소리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진솔하게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인생의 은사라고 할 수 있는 주임원사님도 그때 만났다.


군생활이 체질에 맞는 것 같아 아예 부사관으로 말뚝을 박으려 할 때도 말리시던 분이었다.


아직 너는 젊다며, 좀 더 많은 것을 배워보라며 선뜻 대학 1 년치 학비를 지원해주셨고, 직장이 필요하면 아는 지인의 공장이라도 소개시켜 주겠다며 넘기시던 분이었다.


내게 아버지가 있었다면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


제대할 땐 별다른 취미 없이 살아왔던 나에게 게임이라도 해보라며 오래된 구형 게임기와 게임 시디를 선물해주셨지.


섀도우&라이트는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게임이었다.


죽고 나니 은사님이 준 게임 속 세상에 아기로 태어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의외로 차분하게 아기로 환생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후줄근한 보육원과는 다르게 이번 생의 집이 으리으리한 유럽풍의 저택인 점도 있었고 말이다.


아기의 일과는 참으로 단순하다. 먹고, 자고, 싸고. 문제가 있으면 열심히 울기만 하면 된다.


하루의 대부분은 유모와 함께하지만, 가끔 부모님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볼 때면 한눈에 봐도 지체 높은 귀족이란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귀족이라면, 공화국은 아닐 테고. 어느 왕국 귀족이지. 연합왕국? 신왕국? 아니면 제국인가?’


정확히 어떤 나라의 귀족인지는 모르겠다.


‘아니, 잠깐만... 꼭 인간이라는 보장도 없지.’


이 세상에는 이종족과 마법이 있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가능성은 낮겠지만 어쩌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인외의 존재일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급격하게 졸음이 몰려와 눈을 감았다.


아기의 몸으로 수마를 견디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


시간이 지나고 나는 어느 정도 몸을 가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세계의 삶에도 꽤나 익숙해졌다.


가끔 유모가 떠 먹여주는 이유식 크림에 원주인 것으로 보이는 털이 보이는 건 좀 그랬지만. 어른들 말씀으로는 이렇게 자라야 면역력도 생기고 튼튼해지는 거라니 그러려니 하고 먹는 중이다.


깨있을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정보를 조금 더 모을 수 있었다.


나는 헤로모르 백작가의 사생아였다.


그것도 가문 전체의 수치로 여겨지는 오점인 아이.

젊은 시절 헤르모르 백작이 어떤 창부와 엮여서 태어났다는.


당장은 아기이기 때문에 가문의 명성을 위해 키워주고는 있지만, 장차 자라나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낙동강 오리알 같은 신세였다.


‘사생아라니.’


헛웃음이 나왔다.


전생은 부모가 버린 고아였는데, 이번 생은 아버지란 작자가 좆대가리 잘못 놀려서 태어난 놈이라니.


내 부모가 되는 작자들은 나랑 원수라도 되게 운명으로 짜여져 있는건가?


‘후....’


그나마 티끌이나마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보자면 어쨌거나 내가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받았다는 거다.


이 세상은 자식은 부모의 직업을 물려받는 것으로 태어나자마자 강제 진로선택이 되는 세상이니 말이다.


만약 농노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면 평생을 땅만 파먹으며 살아가는 신세였겠지.


그런 가능성을 해보았을 때 사생아라도 귀족가 자제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것은 나쁘진 않았다.


적어도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 거취는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니까.


어쩌면 현대인의 지식을 재능으로 어필해 보인다면 가주에게 인정받아 후계자는 아니더라도 요직이나마 차지할 수 있을지 모르는 노릇 아닌가.


***


...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내게도 있었다.


빌어먹을 놈의 혈통, 혈통, 혈통.


귀족으로 태어났지만 그 안에서도 급이 있다.


가장 위에 본처에게서 태어나 후계자 자리를 꽤찬 장남이 있다면, 그 아래로는 저마다 쟁쟁한 외척들을 끼고 있는 이복 형제자매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피라미드 가장 최하층에 위치한 게 나였고.


내 아버지, 헤로모르 백작 은 얼마간은 모습을 비추더니 내 돌이 지나고 난 뒤에는 완전히 발길을 끊어버렸다.


어린 시절 반짝 재능을 보였을 때엔 작게나마 반응이 있었지만 내가 나이를 먹어가자 감탄은 경계의 시선으로 바뀌었다.


영민한 아이가 아니라 위험한 아이로.


아마 후계자 구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였을 것이다.


경계의 시선이 적대감으로 바뀌기 전, 나는 알아서 몸을 숙일 수 밖에 없었다.


대신 미래에 후계자가 될 형제들에게 미리 접근해 관계라도 만들어 보려 볼라 했지만... 그 계획도 그리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몇 번 기회를 틈타 직계 녀석들한테라도 접근해 볼라치면 하녀와 시종인들이 나서서 철저하게 떼어놓았으니까.


"더러운 피가 어딜 감히!"


숫제 오물 취급이라도 하듯 나를 밀쳐서 떼어놓던 경험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무리 그래도 네 살짜리 애한테 오물이라니. 그게 어린아이에게 할 말인가?


가문이 가하는 냉대와 차별은 단순한 어린아이가 견딜만한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내가 성인의 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필시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겠지.


처음에는 혈연에 대한 얄팍한 기대라도 있었지만 이제 그 감상은 눈 녹듯이 사라진지 오래다.


계속 무시받을게 명백한 상황에서 친애를 구걸하는 놈은 바보다.


긴 노력끝에 겉으로는 받아들여진 것처럼 보여도 언젠가는 이용당하고 버려지겠지.


자라면 자랄수록 내 목표는 한 가지로 정해졌다.


가문에서 독립하는 것으로.


성공해서 나를 비웃었던 너희들에게 복수해주마-같은 생각은 아니었다. 애초에 가문을 날려버리려면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 많기도 했거니와.


그리고 그 계획을 위한 첫 단계는 일단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었다.


무언가라도 하기 위해서는 일단 많은 것을 아는 것이 먼저였다.


한국에서도 늘상 어른들이 공부하란 말을 달고 살지 않았던가.


‘환생해서까지 공부를 해야될 줄은 몰랐는데.’


다행스럽게도 사생아여도 일단 가문의 일원이긴 했던 덕에 문자와, 가문의 일부 기본적인 시설들은 내게도 이용이 가능했다.


그중 가장 가치가 있는 곳은 도서관이었다.


책. 선사시대 이래 인류가 기록을 하기 시작하며 만들어진 가장 위대한 유산.


스승은 없었지만 내게는 책이 있었다.


걸음마를 떼고 자유롭게 운신이 가능해진 다음부터 굳게 다짐하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


3년이 지났다.


가문의 서고에는 참으로 많은 책들이 있었다.


해가 뜬 순간부터 질 때까지 끊임없이 책들을 읽어댔지만, 아직도 서고에 있는 책 전부를 읽지는 못했다.


틈만나면 도서관을 쏘아다니는 나를 보며 몇몇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몇달이 지나자 그러려니 하면서 나를 그냥 두었다.


오히려 가문의 수치가 자진해서 안 보이는 곳에 박혀 있어주니 그들 입장에선 딱히 말릴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책벌레 생활을 하면서 이 세계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은근한 냉대와 무시에도 점점 익숙해져 갔다.


오히려 귀찮은 허례허식이나 행사에 참가하지 필요 없이 온전히 공부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는 생각도 들었으니까.


<제국마법기초개론>


그리고 재밌는 물건을 찾아내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백작가 사생아는 사관학교에 간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1화-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23.05.12 21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