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구르 님의 서재입니다.

친목질로 세계최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구르(Guru)
작품등록일 :
2020.05.25 00:25
최근연재일 :
2020.12.29 12:15
연재수 :
201 회
조회수 :
52,250
추천수 :
1,469
글자수 :
1,114,406

작성
20.12.23 12:15
조회
126
추천
4
글자
12쪽

195화 - 최후의 수단(1)

DUMMY

“우와!!”


연합군이 저마다 무기를 들어 올리고 함성을 질렀다.

저마다 사악한 마왕에게서 해방되었다는 기쁨으로 눈물을 흘렸다.


“우리가 이겼어!!”


“젠장... 젠장...”


그제야 동료의 시체를 안고 슬퍼하는 병사가 있었다.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는 자도 있었다.

질하르트 군의 시체를 사이에 두고 연합군과 바알의 군대는 서로 마주 보며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쟤...네도 악마 아니야?”


“동맹이랬어. 이제 다시 마계로 돌아간다고 ...”


후방에서 계속해서 화살을 쏘아대던 베레니케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팔을 내렸다.

활을 잡고 있던 그녀의 손가락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용사님...”


그녀는 중얼거리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구덩이 안에 있는 해리를 발견하곤 달려갔다.


“이 새끼, 내가 도망가면 못 찾을 줄 알고?”


해리는 소란스러운 주변을 무시하고 빠르게 질하르트의 흔적에 추적 마법을 걸었다.

곧바로 쫓아가 머리를 나눠줄 생각이었다.


“어?”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마치 그냥 증발한 것처럼.


“이게 무슨...”


“으하하!! 물리쳤구먼!!”


그때 바알이 해리의 앞으로 내려왔다.

커다란 그의 몸을 지탱하는 날갯짓은 강풍과도 같았다.

해리는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검은 연기의 흔적이 바알의 날갯짓에 날아가자 괜스레 울컥했다.

하지만 아직 질하르트가 잡히지 않았으니 바알은 쓸모가 있었다.


“역시 바알님 덕분입니다.”


해리가 엄지손가락을 추어올리며 말하자, 바알은 흡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은 꽁지가 빠지라 도망갔구먼?”


바알은 지나가는 어투로 말했다.

해리는 어이가 없었다.

질하르트를 산 채로 씹어 먹겠다고 큰소리치던 악마가 바로 바알 아니었던가?


“안타까우시겠습니다. 그 녀석을 흡수하시겠다지 않으셨습니까?”


해리가 정중하게 일깨워주자, 그제야 바알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 그랬었지! 얼른 추격하거라!”


멍청한 소대가리...

그걸 까먹고 있었단 말인가.


“그런데, 추격이 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흑마법으로 만든 순간이동 구슬이 아닌 게 분명합니다.”


해리는 희망을 품고 물었다.

아무리 멍청해도 마계에서 구르고 구르던 마왕인데 질하르트가 무슨 꼼수를 썼는지 알겠지?


“아... 그거 말인데.”


바알은 말을 못 했다.

알 수 있었다.

너무나 멍청한 나머지, 질하르트가 쓴 마법이 뭔지도 모르는 거겠지.


“흑우!”


바알은 대답 대신 그의 충직한 부하를 불렀다.

그러자 흑우가 곧바로 날아와 그들의 옆에 섰다.


“부르셨습니까? 바알님.”


“거 있잖아. 순간이동 하는 거.”


“예.”


“근데 흔적이 안 남는 구슬 있잖아.”


“...그런 게 있었습니까?”


두 소대가리의 대화를 듣고 있으니,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히야, 이 멍청한 놈을 봤나.”


바알은 심각한 얼굴로 흑우를 질타했다.

해리가 보기엔 둘 다 바보였다.

해리는 합리적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애초에 이런 소새끼들한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자신의 잘못이었다.


“후우...”


우선 숨을 크게 몰아쉬고 마음의 안정을 취했다.

그리고 질하르트가 과연 어디로 튀었을까를 생각해봤다.


“아.”


그리고 해리는 깨달았다.

그가 도망갈만한 곳이 단 한 곳밖에 없었다.

염병, 소대가리들이랑 며칠 어울렸다고 나도 지능이 떨어졌나.


‘크리스, 베레니케, 실비아. 알데론 왕국으로 간다.’


해리는 텔레파시를 보내고, 바닥에 마법진을 그렸다.

그리고 아직도 서로 옥신각신 하는 바알과 흑우를 올려다봤다.


“질하르트가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습니다. 같이 따라가시겠습니까?”


“뭐? 정말이냐?”


바알의 거대한 꼬리가 좌우로 흔들렸다.

소도 개처럼 기분 좋으면 꼬리를 흔드나...?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퍽!


해리의 말에 바알은 사정없이 흑우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악!”


“보고 배워! 그러니까 네가 삼인자인 거다!‘


흑우는 뒤통수를 문지르며 눈물을 찔끔 흘렸다.

하지만 평소처럼 해리를 노려보지는 않았다.

이미 그의 동료가 된 지 오래였으니까.


”알겠습니다! 배우겠습니다!“


대신 부담 갈 정도로 똘망똘망한 눈초리로 감탄했다.


”어쩌시겠습니까?“


해리는 가뿐히 흑우의 말을 무시하고 재차 바알에게 질문했다.

하지만 바알의 대답은 의외였다.


”흠, 오랜만에 망치를 휘둘렀더니 피곤해서 말이야. 쉬고 있을 테니 네가 잡아 오도록.“


”예?“


설득할 틈도 없었다.

바알은 곧바로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라 자신의 성을 향해 사라졌다.


”퇴각한다!“


흑우가 외치자 바알의 군대들도 주인을 쫓아 일제히 철수했다.


”아니, 먹는다며?“


해리는 바알의 뒤를 보고 중얼거렸다.


”하... 아냐 잘 됐지 뭐.“


이내 머리를 흔들며 바알에 대한 생각을 떨쳐냈다.

어차피 질하르트의 손과 발이 되어줄 부하들을 모조리 죽인 후였으니까.

기껏해야 남은 것은 재커라이어뿐일 것이다.


”용사님? 알데론 왕국이라니, 그곳은 왜...“


바알과 그 부하들이 사라진 후에야 구덩이 안으로 들어온 베레니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연히 질하르트를 잡아야지.“


해리는 마법진을 계속 그리며 말했다.

빠른 속도로 자로 잰 것 같은 정교한 마법진이 그려졌다.


”앗... 네!“


베레니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녀 또한 알았다.

지금 도망간 질하르트를 쫓아 숨통을 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란 것을.


”형님!“


크리스와 실비아도 구덩이 안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려져 있는 마법진을 보고 재빠르게 그 안에 섰다.


”그런데 궁금하네.“


순간이동이 발동되어 빛이 나자 해리는 중얼거렸다.


”뭐가 궁금하시다는 겁니까?“


크리스가 옆에서 물었다.


우웅-


빛이 그들을 감쌌고 그들은 잠시 후에 알데론 왕국의 숲으로 옮겨졌다.


”멜빈이 내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도 이중첩자 일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는지.“


그러자 옆에서 크리스가 코웃음 쳤다.


”이 상황까지 오시고도 농담입니까?“


”무슨 농담?“


”저번에도 멜빈을 찾았다고 저한테 거짓말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안 믿는다니까요.“


크리스는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

해리는 그를 딱하게 바라봤다.

세상에 얼마나 속고 살았으면 이렇게 남을 못 믿을까.


”너 멜빈이 정말 이 왕국에 있으면 어쩔래?“


”형님, 쓸데없는 이야기 할 시간이 있으십니까?“


이젠 크리스가 해리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여기 멜빈이 없으면, 내가 너한테 형님이라 부른다.“


느닷없이 해리가 내기를 걸자, 크리스는 눈썹을 추어올렸다.

그리고 싫어도 상상이 되었다.

해리가 자신을 보고 깍듯하게 형님이라 부르는 상상이.

크리스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좋습니다!“


”너는 뭘 걸래?“


”형님이 짖으라면 짖겠습니다.“


별로 매력적인 제안이 아니었다.

뭔가 이 녀석이 굉장히 굴욕을 느낄만한 일이어야 할 텐데.


”아, 질하르트를 잡고 축하 파티를 열 때, 아주 예쁜 드레스를 입고 참석해.“


”뭐...뭐라고요?“


크리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은가시나무 일족에 아주 예쁜 드레스를 짜시는 분이 계세요. 하나 만들어달라고 할까요?“


베레니케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그거 좋지.“


해리는 크리스에게 어깨동무하며 씩 웃었다.


”설마 인제 와서 내빼진 않겠지?“


”에이~ 사나이 크리스. 비겁한 짓은 안 합니다.“


낄낄 웃던 크리스는 그제야 해리의 사악한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크리스는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조용히 물었다.


”설...설마 진짜 있습니까?“



**



”여보, 무슨 일 있어요?“


”아.“


깊은 고민에 빠져있던 에단이 누군가의 물음에 정신을 차렸다.

옆을 보니 알데론 왕국의 왕비 헬렌이 있었다.

그녀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아무것도 아니오.“


그녀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진 않았다.

에단이 웃어 보이자 헬렌은 마주 웃었다.

그리고 콧노래를 부르며 꽃에게 물을 줬다.


에단, 아니 에단으로 변장한 멜빈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며칠 전 드래곤 슬레이어의 제작이 늦어지고 있다는 대답을 보낸 후, 질하르트 측에서 연락이 없었다.


”들킨 건가.“


그는 눈을 감았다.

당연히 드래곤 슬레이어의 제작은 3개월 전에 끝난 지 오래였다.

하지만 멜빈은 질하르트에게 거짓말을 하고 계속해서 무기를 안 넘겼다.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해리가 죽었다는 사실을 그는 믿지 않았으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 멜빈은 뒤를 확인했다.

해리가 지켜보고 있을 것 같았다.

그가 배신했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헬렌의 목을 취하기 위해서.


”젠장...“


죽었다고 했던 것도 기만술이 아닐까?

분명 숨어서 기회를 노리고 있지 않을까?

그 녀석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멜빈이 죽은 해리를 두려워하며 갈팡질팡하던 때였다.


슈숙-


에단의 앞에 갑자기 두 남자가 나타났다.

굳은 표정의 질하르트와 재커라이어였다.


”꺄...ㅇ!“


비명을 지르려는 헬렌의 입을 멜빈은 간신히 막았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 방에 가서 기다리시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고.“


재커라이어의 입꼬리가 아주 천천히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어서 가보시오...!“


에단이 밀치자, 헬렌은 황급히 뛰어갔다.

도중에 그녀가 한 번 뒤를 돌아봤지만, 에단은 그녀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지금 있는 곳이 왕실의 비밀정원이었으니, 헬렌이 가고 나면 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에단은 천천히 무릎을 꿇고 질하르트에게 예를 갖췄다.


”주군을 뵙습니다.“


질하르트는 에단을 지나쳐 걸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왕도 따먹고 팔자 좋게 늘어졌네?“


재커라이어가 상스러운 말을 하며 히죽거렸다.

그리고 에단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어쩐... 일로 이곳까지 행차하셨습니까?“


에단은 손바닥에 흐르는 식은땀을 감추며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

배신이 들켰을지도 모른다.

직접 자신을 처단하기 위해 왔을 거라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해졌다.


”해럴드가 살아 있었다.“


질하르트는 덤덤하게 말을 꺼냈다.


”하...“


에단은 그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황급하게 얼굴을 찌푸렸다.


”그 끈질긴 녀석이 아직도 살아 있었단 말입니까?“


재커라이어와 질하르트는 에단의 수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에게 신경을 쓰기엔 앞으로의 계획과 골칫덩어리 해리에게 신경 쓰기 바빴다.


‘살아 있었다니...!’


멜빈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자신의 판단이 결국 옳았다는 소리였으니까.

멜빈은 보기 드물게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질하르트를 흘긋 올려다봤다.

그리고 해리라면 금방 알데론 왕국으로 추격해오리라 생각했다.


”우선... 머무실 방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바닥에서 일어나 무릎을 가볍게 털고 멜빈은 말했다.

그렇다면 해럴드가 도착할 때까지 질하르트를 묶어두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상황은 그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아니, 먼저 물어볼 것이 있다.“


”무엇이신지요.“


”드래곤 슬레이어는 어디에 있지?“


멜빈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리고 곧바로 질하르트에게 대답하지 못하고, 멍청하게 되물었다.


”네?“


질하르트의 차가운 눈초리가 멜빈에게 향했다.

그 눈빛은 마치 멜빈의 속셈을 전부 꿰뚫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질하르트의 입술이 다시 움직였다.


”반년이면 많은 시간을 주었지. 당장 가지고 오도록.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써야겠다.“


멜빈은 생각했다.

질하르트의 피곤한 표정.

그리고 굳이 알데론 왕국까지 몸소 행차한 점.

안 하던 재촉까지.


”내일이면 완성될 것 같습니다. 단 하루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멜빈은 승부수를 던졌다.

순간적으로 판단해서 벌 수 있다고 생각한 단 하루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친목질로 세계최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기 21.02.03 101 0 -
201 200화 - 고생 끝, 행복 시작 +3 20.12.29 195 6 12쪽
200 199화 - 진짜 마지막 싸움(3) +1 20.12.28 128 4 12쪽
199 198화 - 진짜 마지막 싸움(2) +1 20.12.26 129 5 12쪽
198 197화 - 진짜 마지막 싸움(1) +1 20.12.25 125 3 12쪽
197 196화 - 최후의 수단(2) +1 20.12.24 120 4 12쪽
» 195화 - 최후의 수단(1) +1 20.12.23 127 4 12쪽
195 194화 - 마지막 전투(3) +1 20.12.22 117 3 12쪽
194 193화 - 마지막 전투(2) +1 20.12.21 145 4 12쪽
193 192화 - 마지막 전투(1) +1 20.12.19 131 5 12쪽
192 191화 - 오 나의 마왕님(3) +2 20.12.18 142 4 12쪽
191 190화 - 오 나의 마왕님(2) +2 20.12.17 127 4 12쪽
190 189화 - 오 나의 마왕님(1) +1 20.12.16 127 4 12쪽
189 188화 - 단 한 가지의 미래 +2 20.12.15 136 4 12쪽
188 187화 - 또 죽었어?(2) +1 20.12.14 121 3 12쪽
187 186화 - 또 죽었어?(1) +1 20.12.12 131 4 12쪽
186 185화 - 불길한 예감.(2) +1 20.12.11 148 3 12쪽
185 184화 - 불길한 예감.(1) +1 20.12.10 127 4 12쪽
184 183화 - 함정. +1 20.12.09 127 4 12쪽
183 182화 - 신탁(2) +1 20.12.08 137 3 12쪽
182 181화 - 신탁(1) +1 20.12.07 127 3 12쪽
181 180화 - 교황 셀린느 +1 20.12.03 137 4 12쪽
180 179화 - 악마의 나라, 볼드윈 공국.(4) +1 20.12.02 170 4 12쪽
179 178화 - 악마의 나라, 볼드윈 공국.(3) +1 20.12.01 132 4 12쪽
178 177화 - 악마의 나라, 볼드윈 공국.(2) +1 20.11.30 133 3 12쪽
177 176화 - 악마의 나라, 볼드윈 공국.(1) +1 20.11.28 135 4 12쪽
176 175화 - 노인의 눈물 +1 20.11.27 126 4 12쪽
175 174화 - 어그로가 주특기(2) +2 20.11.26 146 3 12쪽
174 173화 - 어그로가 주특기(1) +1 20.11.25 174 4 12쪽
173 172화 - 해리, 우리 제국에 없는데요?(2) +1 20.11.24 134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