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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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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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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화 - 특수임무부대 V-force

DUMMY

과달카날 해전 3개월 후

1943년 2월 버마(지금의 미얀마) 서북부 일본 유류 창고


오늘 밤에도 어김없이 달라붙는 날벌레를 손으로 쫓아내던 아오키는 부대 내에서 떠돌고 있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다이치 군조(중사), 소문 들으셨습니까? 병기고가 습격당해 탄약 절반이 날아가 버렸다지요?”


잘 쓰지도 않는 군도(軍刀)를 마른 천으로 닦던 다이치는 아오키의 말에 인상을 쓰며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얼마 전 군영에 파다하게 퍼진 소문을 떠올렸다.


영국군 잔당으로 추정되는 무리의 야습에 의해 병기고가 전소됐다는 소문. 다이치는 만약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경계에 실패한 병사들을 절대로 살려두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다.


“황군(皇軍)의 기강이 그만큼 해이해졌다는 것이겠지. 오죽하면 1년 전 우리에게 쫓겨 달아난 패잔병들에게 그런 수모를 겪는다는 것인가?”


은은한 분노가 느껴지는 다이치의 말, 하지만 아직 신병에 불과한 아오키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예? 하지만 명색이 영국군이 아닙니까?”


“영국? 흥!”


놀란 듯 묻는 아오키의 말에 다이치의 얼굴에 경멸 섞인 조소가 스쳐 갔다.


“자네는 아직 대일본제국 황군의 위대함을 체험하지 못한 것이 틀림없군. 영군군 따위를 그리 평가하는 것을 보면 말이야. 우리가 이곳, 버마에서 영국놈들을 어떻게 몰아냈는지 듣지 못했는가?”


다이치의 진지한 말에 아오키는 사뭇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야... 일제 사격 후 착검돌격으로 일거에 놈들을 제압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순진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아오키를 보며 다이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착검돌격? 으하핫! 백병전을 벌일 만큼 투지가 있는 상대라면 그랬겠지. 참으로 우습기 짝이 없네, 으하핫!”


뭐가 그리도 우스운지. 아오키는 허리를 꺾어가며 웃는 다이치가 도무지 이해 가지 않았다.


“이봐, 신참, 전투라는 건 말이야 그만한 가치가 있는 상대가 있을 때 성립하는 말이지. 허공에 대고 총을 쐈더니 내빼는 얼간이들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라는 말이야.”


다이치는 1년 전 버마에서 마주친 영국군을 떠올렸다. 군인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그들을 말이다.


그저 소총과 기관총 몇 번을 쐈을 뿐인데, 무기와 차량을 그대로 내버려 둔 채 진지를 비우고 인도로 달아난 영국놈들.


다이치는 한 때 그들을 동맹이라 했던 지난날이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 정도란 말입니까? 황군의 위용이란 참으로 대단하군요.”


“영국이든 미국이든 대일본제국 황군 앞에서는 오합지졸일 뿐이지.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상황이 견딜 수 없다는 말일세.”


한참 웃어젖히던 다이치는 갑자기 표정을 바꾸었다.


아오키는 순식간에 변하는 그의 표정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지금이야말로 인도를 들이쳐 대일본제국의 위용을 천하에 떨칠 절호의 기회란 말이야! 신중함도 정도껏 해야지, 대본영은 대체 무엇을 망설이는 것인지, 쯧쯧.”


다이치는 광기가 번뜩이는 눈빛으로 열변을 토해냈다.


전투다운 교전 한번 없이 버마를 점령한 후 그는 좀이 쑤셔 견딜 수 없었다. 저 산과 강만 넘으면 곧바로 인도가 아닌가?


선조의 숙원인 천축국 정벌이 코 앞인데 아직도 망설이는 지휘부가 그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군조 말씀이 옳습니다. 다만, 아라칸 산맥이라 했던가요? 만약 작전이 시작된다면 저 험준한 정글을 지나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아오키는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능선을 보며 질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오전에 있었던 수색 정찰에서 자신의 키를 훌쩍 넘기는 수풀을 끊임없이 헤치며 걸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만약 국경을 넘어 인도로 진군하게 된다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저 괴물 같은 정글을 어떻게 헤쳐가야 할지, 아오키는 벌써 걱정이 앞섰다.


그는 직접적인 전투보다는 적당히 복무 기간을 채우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 최대 목표였다.


하지만 다이치는 그런 아오키의 태도가 영 못마땅했다.


‘빌어먹을 신병놈들, 대체 교육대에서 무슨 짓을 하길래 황군의 정신 무장이 이리도 엉망이라는 것인가...’


하지만 다이치는 이런 신병조차 두터운 장갑을 두른 전차를 향해 두려움 없이 착검돌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자신과 같은 이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자네, 어디 출신이라고 했지?”


“아, 예. 와카야마에서 왔습니다.”


‘와카야마? ... 아, 간사이 남부에 있는 그 촌 동네를 말하는 건가?’


다이치는 한참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이런 시골 뜨내기까지 징집된 현실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래, 와카야마 출신이라고 했지. 밭을 일구며 한평생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삶이지만, 적어도 황국의 사내라면 전장에서 공을 세워 이름을 떨친 후 당당히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귀감이 될만한 것이라 할 수 있지 않겠나?”


아직 소년의 티를 벗지 못한 아오키는 다이치의 근엄한 말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군조께서는 진정한 황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농사가 싫어 일부러 자원입대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조선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 싶었죠. 고기나 잡던 옆 마을 친구 녀석의 가족이 조선으로 가 번듯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는 신참은 사라진 지 30년이 넘는 ‘조선’이라는 곳을 꽤 동경했던 것 같았다.


“조선? ... 아! 아직도 머리를 틀어 올리는 그 미개한 족속들이 있는 곳을 말하는 건가? 이해할 수 없군. 왜 그런 곳을?”


다이치의 말에 아오키는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두 사람 뒤로 무언가 빠르게 지나가는 듯했지만, 다이치와 아오키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눈치였다.


“사실 저는 태어나서 와카야마를 벗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조선이라면 본토에서 제법 가까운 곳이 아닙니까? 언제든 돌아올 수도...”


“그래, 그래. 저 산을 넘어 인도마저 황군의 깃발이 나부끼게 된다면 자네가 그리 원하는 조선으로 갈 수 있을 것이야. 덴노헤이카(천황폐하)의 은혜도 모른 채 아직도 독립이니 뭐니 하는 것을 외치는 소리만 참을 수 있다면 말이지.”


다이치는 계속되는 ‘조선’ 타령이 듣기 싫은지 서둘러 아오키의 말을 끊었다.


“군조께서는 하루라도 빨리 전장에 나서고 싶은 마음이신가 봅니다.”


아오키의 말에 다이치는 벌떡 일어나더니 갑자기 허리에 찬 군도를 뽑았다. 풀벌레 우는 소리만 가득한 곳에 서늘한 금속 마찰음이 울리자 아오키는 화들짝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섰다.


“난 조슈번(지금의 야마구치현) 사무라이의 후예다. 그것도 에도 막부를 끝장낸 영웅, 사카모토 료마의 후예란 말이지. 명예로운 전투를 갈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사카모토 료마, 에도 막부 시절 변방으로 취급받던 조슈번과 사쓰마번을 주축으로 막부를 뒤엎고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인물이었다.


덕분에 일본 육군의 요직은 대부분 조슈 출신의 인물들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다이치는 같은 조슈 태생인 자신 역시 그 자리에 오르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늘 생각했다.


물론 조슈 출신이라는 것만 빼면 사카모토 료마와는 조금의 접점도 없었고, 우산 제작으로 입에 풀칠하던 한미한 집안 출신으로 사무라이와는 전혀 연관이 없지만 말이다.


“사무라이라니! 군조께서는 정말로...!”


다시 한번 다이치를 추켜세우려던 아오키 뒤로 그림자가 불쑥 나타나더니 무언가를 긋는 듯한 섬뜩한 소리가 스치듯 지나갔다. 그리고 그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눈을 부릅뜨더니 갑자기 양손을 목으로 가져갔다.


창졸간에 벌어진 일에 다이치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목을 감싼 아오키의 열 손가락 사이로 뿜어지듯 터지는 붉은 피였다.


“히, 히익!”


화들짝 놀란 다이치가 한 걸음 물러서자 아오키가 통나무 쓰러지듯 앞으로 고꾸라졌다.


와카야마에서 징집된, 아직 소년의 티를 벗지 못한 아오키는 무언가 할 말이 남은 듯 입을 뻐끔거렸지만 나오는 것은 바람 새는 듯한 소리뿐, 그는 뜬 눈을 감지도 못한 채 그렇게 숨을 거두었다.


“누, 누구냐!”


다이치는 기대놓은 38식 소총을 서둘러 장전하려 했으나 덜덜 떨리는 손은 노리쇠를 찾지도 못했다.


‘비, 빌어먹을...’


간신히 장전을 끝낸 다이치는 소총을 견착한 채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진 그림자를 찾기 위해 애썼으나 어디에도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다이치는 자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점점 커져 마침내는 귓전에서 울리는 듯한 착각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는 듯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 바스락


그런 와중에 전방 풀숲에서 소리가 들리자 다이치는 확인도 하지 않고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지체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 탕!


- 푸드득


적막함이 가득했던 외딴 창고에 총성이 울리고 뭔가 놀라서 날아오르는 듯한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격발한 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자 다이치는 갑자기 무슨 용기가 난 것인지 다시 소총을 장전하더니 조심스럽게 풀숲으로 다가갔다.


사실 용기가 솟았다기보다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서는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풀벌레 우는 소리마저 멈춘 지금, 다이치 군조의 귀에 들리는 것은 풀을 밟는 자신의 발소리밖에 없었다.


몇 걸음이나 갔을까?


- 바스락


다시 한번 풀숲에서 의문의 소리가 들리자 다이치는 비명과 함께 소총을 냅다 팽개친 채 뛰기 시작했다.


- 퍽


다이치가 다섯 걸음을 채 떼기도 전에 그의 가슴팍으로 날아든 발길질.


그다지 큰 충격은 아니었지만 다이치는 다리에 힘이 풀리기라도 한 듯 일어나지 못하고 앉은 채로 기어가다시피 했다.


“히익! 사, 살려...!”


그림자, 다이치는 그것이 본능적으로 죽음의 그림자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앞까지 다가왔다고 알아차린 순간 다이치는 가슴 언저리가 마치 불에 데인 듯한 느낌을 들자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자신의 가슴 깊숙이 꽂힌 대검.


다이치는 손을 올려 칼을 뽑으려 했지만, 이상하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직 대일본제국의 영광이.’


흐릿해지는 시야와 의식 속에 다이치는 우습게도 노몬한(소련과 일본 관동군과의 전투가 벌어졌던 곳)에서 소련군 전차를 향해 화염병 돌격을 하던 병사들이 외쳤던 한마디가 생각났다.


“덴노헤이카.... 반자...”


“뭐라는 거야, 이 씨벌놈이..”


쓰러지는 다이치가 만세를 외치기도 전에 어둠 속에서 나타난 사내가 그의 머리를 걷어찼다.


“Kill more Japs다. 이 개새끼야.”


다이치는 처음 듣는 언어와 함께 오래전 만주국 출병 시 들었던 조선말이 희미하게 들리는 듯하며 고개를 완전히 떨구었다.


일렁이는 횃불에 드러난 사내.


조선말을 쓴 그는 인근에 출몰한다던 영국군 복장도 아니었고 한참 전 자취를 감춘 프랑스군 복장도 아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가 한걸음 다가오자 일렁이는 불빛 속에 그의 왼쪽 가슴에 새겨진 ‘김우진’이라는 이름이 드러났다.


“시작하지.”


김우진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또 다른 사내. 그는 다이치에 가슴에 꽂힌 대검을 회수하여 묻은 피를 털어내더니 다시 검집에 넣고 김우진을 보며 말했다.


“Aye, sir!”


김우진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한쪽 눈을 찡긋하더니 풀숲을 향해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풀숲에서 모습을 드러낸 서너 명의 군인들. 김우진과 같은 군복을 입은 그들은 재빠르게 움직이더니 유류 창고 곳곳에 TNT(폭약)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다 됐습니다. 이제 갑시다.”


김우진의 말에 사내는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곧 몰려올 시간이군.”


*


“저, 대장님이 총을 잘 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게... 가능하긴 합니까?”


유류 창고에 TNT를 설치하고 약 700m 후방까지 피신한 대원이 김우진 대위를 보며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눈으로 잘 보이지도 않는 거리에서 총을 쏴 TNT를 폭발시킨다니,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김우진 대위는 익숙한 일이라는 듯 태평한 얼굴로 스코프(망원조준경) 달린 스프링필드 소총을 점검한 다음 쌍안경으로 유류 창고를 살피고 있는 대령 계급장을 단 사내에게 건넸다.


그리고 저격 소총을 건네받은 사내는 그다지 신중하게 조준하는 것 같지도 않더니 이내 방아쇠를 당겼다.


- 탕!


이런저런 근심이 많아 보이던 대원은 총성이 울리자 명중 여부보다 현 위치가 적에게 발각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걱정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내가 저격 소총을 발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총성보다 몇 배는 큰 폭발음과 함께 대낮처럼 환한 불길이 유류 창고 쪽에서 치솟기 시작했다.


‘세상에, 정말 이 거리에서 폭탄을 맞춰 터트렸다고?’


“하하, 저놈들. 아주 혼비백산이오.”


저격으로 TNT를 폭파한 사내에게 쌍안경을 건네받은 김우진 대위는 엄청난 폭발에 허둥지둥하는 일본군을 보며 통쾌하다는 듯 말했지만 정작 사내는 덤덤한 표정이었다.


“무전 연결해. 빅터 부대 복귀한다.”


사내의 말에 무전기를 멘 통신병이 달려왔다.


“This is V1, V1. HQ answer. Repeat, this is V1, V1. HQ answer.”


(여기는 빅터 원, 빅터 원. 본부 응답하라. 반복한다. 여기는 빅터 원, 빅터 원. 본부 응답하라.)


잠시 후 수화기에서 잡음과 함께 응답 소리가 들렸다.


“This is HQ. V1 speak.”


(여기는 본부, 빅터 말하라.)


“We’ve completed the mission. We’ll get back to HQ.


(임무를 완수했다. 본대로 복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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