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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아님 님의 서재입니다.

장시추가 전설이 되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작가아님
작품등록일 :
2020.05.14 12:23
최근연재일 :
2020.05.30 10:36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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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7
추천수 :
40
글자수 :
111,832

작성
20.05.1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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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화

DUMMY

이미 새까맣게 타버려 겨우 사람 형태만 유지한 채 발을 끌고 이동하는 왕도렴의 시체와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흘리고 가슴은 움푹 꺼져버린 증력의 시체를 마주한 장시추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무뢰배 건달들이 모인 삼류 흑도 무리였으나 거지패에 들어 꼬마 시절부터 동냥질 하던 장시추를 싹이 보인다며 데려와 어설픈 주먹질, 칼질이나마 가르쳐 굶지는 않게 해주었던 사형들이었다.


무지하게 살 수 없다는 생각에 글을 몰래 익히다가 맞고, 머리가 조금 커서는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맞고, 그 외 별별 수많은 이유들로 괴롭힘을 받아 왔으니 그닥 좋은 감정일 수는 없었다.


그래도 부대끼며 살아온 지 벌써 수 년이라 이런 처참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사형들의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짠한 감정이 들고만 장시추의 손이 머뭇거렸다.


“손을 쓰는데 있어서 감정을 개입시키지 말게나. 아예 손을 쓰지 않는다면 모를까 작정을 했다면 망설이지 말고 과감하게 처리해야 후환이 없는 법이야. 한 가닥 감정 때문에 여지를 둔다면 손을 쓰지 않음만 못한 것, 이는 무공뿐 아니라 앞으로 강호에 나가 지켜야 할 철칙이라고 생각하게.”


냉정한 곽요문의 조언에 장시추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서서히 걸어가는 증력의 뒤로 다가가 심장에 일장을 날렸다.


허물어지듯 쓰러지는 증력의 시체를 뒤로 하고 생전에 통통했던 모습은 간데 없이 검게 타 말라 붙은 왕도렴의 시체에 마찬가지로 일격을 가해 쓰러뜨린 장시추가 지체없이 청서문의 시체를 처리하려 몸을 돌린 순간 뜻밖의 상황에 맞닥뜨렸다.


청서문의 살아 움직이던 시체 두 구가 스스로 진흙처럼 뭉개져 녹아 내리고 만 것이었다.


그리고 이미 뭉개져 버린 권의방의 시체 두 구에서는 이전처럼 붉은 연기가 피어나지 않고 뭉개진 모습 그대로 슬슬 움직이더니 청서문의 시체뭉치와 이내 어울려 합쳐지기 시작했다.


상상조차 못했던 전개에 당황한 장시추가 어쩔 줄 몰라 뒤를 돌아보니 좋지 않은 예감에 얼굴이 굳어 있던 곽요문이 진극환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진장문인 어서 작열부적을 장시추에게 건네 저 요물을 불사르도록 하시오! 가만 뒀다간 어찌 될 지 모르겠어!”


진극환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으나 곽요문에 대항하기 위한 유일한 공격 수단 하나를 날리는 것이 아까워 망설이고 있었다.


그의 내심을 짐작한 곽요문이 답답하다는 듯 일갈했다.


“저 괴물을 처치 못하면 당장 죽을 판 인데 나를 견제해서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요. 내 저 음호혈련심을 욕심내지 않겠다고 현음교의 이름을 걸고 약조할 터이니 어서 장시추에게 부적을 건내 주시오!”


“음호혈련심 뿐 아니라 나의 목숨도 노리지 않겠다고 보장하시오. 그럼 내 부적뿐 아니라 협조 못할 것이 무엇이겠소.”


급박한 상황에서도 꼼꼼하게 챙기는 진극환의 대답에 곽요문이 이를 갈았다.


“이제 보니 장문인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려. 내 그것도 약조할 터이니 어서 장시추에게 부적이나 주시오.”


안전을 보장 받은 진극환이 한시름 덜었다는 듯 얼른 장시추를 불러 부적을 건네 주었다.


“장시추, 원래 먼 거리에서 부적을 날려 붙이는게 안전하겠지만 아직 물체에 내공을 실어 날리는 법도 모르고 법술을 익혀 부적을 던질 수도 없으니 위험하더라도 직접 가서 붙이는 수 밖에 없겠다. 뭔지 모르겠지만 저게 아직 완성되기 전인 듯 하니 어서 가서 부적을 붙이거라. 주의할 것은 부적을 붙인 후 바로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너까지 불길에 삼켜지게 될 것이야.”


대답할 틈도 없이 부적을 받자마자 전속력으로 달음질 쳐 거의 사람 두 배 만큼 커진 시체뭉치에게 냅다 부적을 붙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멀리 떨어진 장시추였다.


진극환이 왕도렴에게 부적을 붙였을 때 만큼 불길이 크지도, 빠르지도 않았지만 효과는 있어서 시체뭉치가 곧 불타오르기 시작하더니 전체적으로 번져 활활 타기 시작했다.


걱정스런 얼굴로 쳐다보는 세 사람 앞에 매캐한 연기와 더불어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타오르던 시체뭉치가 한참을 꿈틀거리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제법 넒은 크기의 내부공간이었으나 시체뭉치에서 나오는 연기가 심해 곧 연기로 가득찰 것 같았지만 잠깐 천장을 가득 메꾸던 연기는 점점 줄어들더니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과연 바깥으로 통하는 곳이 있긴 있는 모양이군’


유심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곽요문이 짐작했다.


모른 척 그런 곽요문을 곁눈질하던 진극환이 안색이 파래지더니 곽요문을 불렀다.


“곽좌사 큰일났소. 저걸 보시오. 정말 괴물이 돼 버렸군!”


곽요문이 고개를 돌려 타버린 시체뭉치 쪽을 바라보자 과연 잠잠해졌던 시체뭉치에서 불쑥불쑥 팔같은 것이 아래 위로 열 댓개나 튀어 나오더니 마치 거대한 고기덩이로 뭉친 탑에 가지가 자란 듯 기괴하기 이를 데 없었다.


게다가 탑의 군데군데 증력과 진극환의 사제들의 얼굴인 듯한 모양이 붙어 있어 보는 것 만으로도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이윽고 가만 있어도 끔찍할 그 괴물이 땅과 맞닿은 넓적한 부분을 꾸물거리며 이동하기 시작하자 장시추를 비롯한 삼인은 모골이 송연하여 입만 딱 벌리고 쳐다 볼 뿐이었다.


“아무래도 현천장으로 해결이 안될 듯 한데 뭔가 좋은 수가 없겠소.”


목소리까지 잠겨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어보는 곽요문에게 진극환 역시 어두운 표정으로 답했다.


“글쎄 내 몸이 멀쩡했다면 진법을 이용하여 가둬 볼법 하오만 지금으로선 쓸 데 없는 소리일 뿐이고 저것이 자연적으로 생성된 물건은 아닐테니 그렇다면 반드시 어떤 약점이 존재할 것이오. 무릇 세상에 법술의 힘이나 인간의 힘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무엇이든 그것을 이루는 원천적인 요소가 존재할 것이고 그것을 찾아 파괴한다면 없애지 못할 것은 아니나 어찌 그것을 찾아내는가 그것이 문제이지요.”


원론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진극환에게 곽요문이 문득 깨달아 소리쳤다.


“그렇소 자연적으로 만들어 졌을리 없지. 음호혈련심, 저것 때문에 이 사단이 일어났으니 저걸 파괴한다면 이 괴물도 사라질테지!”


진극환도 이어 맞장구쳤다.


“우리가 눈앞의 괴물에 정신이 팔려 그 생각을 못했구려. 이리 단순한 사실을 지금껏 깨닫지 못했다니. 어서 장시추에게 알려 음호혈련심을 박살을 내든 바닥에 패대기를 치든하여 요망한 짓을 못하게 합시다.”


괴물탑을 앞두고 주춤주춤 물러나던 장시추가 진극환의 말을 듣고는 미리 움직였다.


땅바닥에 놓여 있던 귀두도 하나를 챙겨들고 괴물의 옆을 돌아 음호혈련심에게 접근하려던 그는 그러나 곧 괴물탑의 저지에 다시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놀랍게도 괴물탑이 마치 장시추의 의도를 알기라도 한 듯 갑자기 속도를 높여 돋아난 가지들을 팔처럼 휘두르며 장시추의 앞길을 막았던 것이었다.


괴물탑의 이러한 모습을 본 곽요문과 진극환이 동시에 탄성을 터뜨렸다.


“역시 음호혈련심의 조종을 받고 있었군. 이래선 접근조차 못하겠는데.”


곽요문이 중얼거리자 진극환이 그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곽좌사, 나도 마지막 부적을 사용했으니 곽좌사도 이제 숨겨 놓은 수를 보여줄 때가 되지 않았소. 장시추가 저 괴물을 유인하는 동안 곽좌사가 한 수 발휘하여 저 음호혈련심을 박살내시오. 곽좌사가 나에게 약조했듯 나도 곽좌사에게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가게 해주겠다 약조 드리겠소.”


진극환이 진심을 다해 요청하자 곽요문이 그를 잠시 쳐다보다 말했다.


“좋소. 하지만 성공할지 나도 장담은 못하겠소. 내 먼저 말했듯 음호혈련심에 대해서 미련을 깨끗이 버릴테니 우리 힘을 합쳐 이곳을 나가는데 집중합시다. 나간 후는 서로 못봤다는 듯이 헤어지는 것이오. 앞으로라도 평생 마주치지 말고 삽시다.”


동의한다는 듯 진극환이 고개를 끄덕이자 곽요문이 소매를 한번 떨치더니 손가락 길이의 은은하게 빛나는 비도 한자루를 손에 쥐었다.


“현천십팔비....”


자신의 몸에 박힌 것과 같은 그것을 보자 새삼 상처가 아려오는 듯 진극환이 가볍게 몸을 떨었다. 곽요문이 침착하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신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기회는 한 번 뿐이오. 간신히 모아 놓은 내공으로 펼치는 것이니 두 번이란 있을 수 없소. 평생 강한 적도 많이 만나고 숱하게 위기도 넘겼지만 이렇게 한 수에 모든 것을 걸기는 처음인것 같군.”


덩달아 긴장하며 진극환이 침을 꿀떡 삼켰다.


“현천십팔비하면 강호일절 아니오. 만약 곽좌사가 실패 한다더라도 그건 곽좌사의 실력이 모자라기 때문은 아닐 것이오. 허니 부담갖지 말고 실력발휘 해보시오. 저 요물을 깨부수기만 한다면 내 가슴에 박혔던 비수가 곽좌사의 현천십팔비라고 평생 자랑하며 다닐 것이오.”


너스레떠는 진극환의 말에 피식 웃은 곽요문이 다시 집중하며 신중하게 음호혈련심을 바라보았다.


감을 찾는 듯 부드럽게 손가락으로 비도를 문지르던 곽요문의 호흡이 잠깐 정지했다 싶을 때 마치 곽요문과 음호혈련심을 잇는 듯한 한줄기 은빛선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강궁으로 쏘아낸 화살도 이렇게 빠르지는 못할 것 같다고 진극환이 찰나에 생각한 순간 ‘쾅’하고 폭발하는 굉음과 함께 음호혈련심에 비도가 들이 박혔다.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 크게 위아래로 요동치며 붉은 광채를 쏟아내던 음호혈련심이 빛을 발하자 장시추를 막고있던 괴물탑 역시 비틀거리더니 그를 내버려 두고 곽요문을 향해 꾸물럭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던 진극환이 눈이 휘둥그래져서 장시추에게 악을 썼다.


”장시추! 어서와서 저 괴물을 막거라. 곽좌사도 더 이상 저 괴물을 상대할 힘이 없어!”


그러나 곽요문이 내상이 다시 도진 듯 입가에 피를 흘리며 힘없는 목소리로 외쳤다.


“아니야 어서 빨리 저 음호혈련심부터....”


장시추가 흘깃 둘을 바라보더니 지체없이 음호혈련심 쪽으로 부리나케 뛰어갔다.


“아니 저런...우린 이제 죽은 목숨이군”


울상이 된 진극환이 안절부절하자 곽요문이 희미하게 웃으며 장시추를 두둔했다.


“역시 똑똑한 놈이야. 저 괴물탑을 막을 방법도 없으니 음호혈련심을 이때 제거하지 못한다면 어차피 우린 다 죽게 되겠지. 단지 저 괴물탑이 우리에게 도달하기 전에 음호혈련심을 제거할 수 있기만 바랄 뿐이오.”


곽요문에게 큰 상처를 입어 그가 가장 위험한 요소라고 파악한 듯 음호혈련심에 접근하는 장시추를 아랑곳 않고 계속해서 다가오는 괴물탑을 바라보며 진극환이 사색이 된 채 입을 닫았다.


다행히 음호혈련심이 받은 타격이 괴물탑에게 준 영향이 컸는지 속도가 크게 줄어서 장시추가 훨씬 빨리 음호혈련심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귀두도를 두 손으로 단단히 감아 쥐고 붉은 광채를 발하는 음호혈련심을 향해 온 힘을 다해 휘둘렀으나 ‘텅’하는 소리와 함께 도로 튕겨 나오는 바람에 하마터면 귀두도도 놓칠 뻔 하고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당황한 장시추가 준비를 단단히 하고 다시 한번 달려들어 연속으로 미친듯이 칼질을 하였으나 음호혈련심은 전혀 충격을 받지 않은 듯 조금의 요동도 없이 둥실 떠오른 채 붉은 광채만 내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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