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초과몰입러 님의 서재입니다.

재벌가 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18.08.21 20:01
최근연재일 :
2018.12.07 16:41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105,625
추천수 :
1,331
글자수 :
304,684

작성
18.10.01 19:05
조회
1,267
추천
21
글자
11쪽

지구의 영혼 (2)

DUMMY

“차종이 뭐였죠?”


“토요타 코롤라요.”


“제일 흔한 차네.”


클라우디아라고 소개한 여자가 차를 세워놓았다고 얘기한 곳에 갔는데 차가 사라졌다.

도난당한 것 같았다.

다행히 내 차는 그대로 있다.


“가출은 인제 끝난 거 같네요.

부모님께 돌아가야죠.

피닉스 시에 있는 호텔에 계시다고 했어요?”


“네, 그런데 부모님은 지금 그랜드 캐넌에 계실 거에요.”


“얌전히 부모님을 따라 그랜드 캐넌에 가지 그랬어요.

혼자 세도나에는 왜 와서...”


“오래 전부터 미국 여행을 오면 세도나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어요.

저 같이 완벽한 사람에게 부족한 건 영적 에너지 뿐이라서요.

하지만 부모님이 일정상 시간이 안 된다고 하셔서 그냥 저 혼자 나온 거에요.”


“말이라도 하고 나오지.

부모님이 한참 찾으시겠어요.”


“우리 어머니는 독실한 카톨릭이신데, 세도나는 이단(異端) 냄새가 난다고 싫어하세요.

아프다고 저 혼자 호텔에 남아 있다가 빠져나온 거에요.

월요일에 돌아오실 때까지는 제가 없어진 것도 모르실 걸요?


금발에 대한 환상도 잠시.

귀찮아서 빨리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었다.

오늘까지 세도나를 더 살펴봐야 한다.


“아무튼 경찰에 도난 신고하고, 얼른 돌아가요.”


“차는 알아서 할게요. 오늘 하루만 여기 있을래요.

좀 봐주세요.”


뭐, 자기 발로 어디를 가든 자기 맘이다.


“알아서 해요.”


“사실 현금이 차에 있었거든요.

차비도 없고 호텔 잡을 돈도 없어요.

돈 좀 빌려주세요.”


“......”


『갈 곳 없는 사람에게 따뜻한 잠자리와 먹을 것을 제공해주는 것은 크나큰 공덕을 쌓는 일입니다.』


‘어딜 봐서 쟤가 거지야?

귀걸이 하나만 빼도 특급 호텔 숙박비는 나오겠다.’


살짝 얄미워져서 게스트하우스 비슷한 싸구려 호텔을 잡아주었다.


“여기 얌전히 있으면서 그냥 주변이나 구경해요.

그럼 월요일 아침 일찍 피닉스로 데려다 줄게요.”


새벽 소동 때문에 여기 온 목적도 잊을 뻔 했다.

따라오겠다는 그녀를 떼어놓고 다시 바위 사이를 쏘다녔다.


에어포트 메사, 캐시드럴 락, 벨 락.


바위의 색깔이 좀 다르고, 크기가 좀 크긴 하다.

어디에도 지구의 영혼은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지구의 자기장과 영혼이 무슨 상관이람?


『인연이 아닌가보네요.

네트워크 리소스를 더 채우고 와야 될 거 같아요.』


“됐어.

내 영혼도 건사 못하고 엉뚱한 세상에 떨어졌는데 지구의 영혼은 만나서 뭐하겠어.”


그래도 이틀째 세도나를 쏘다니다 보니 어느새 발그레한 풍경에 익숙해졌나보다.

막상 떠나려니 아쉬웠다.

밤새 붉은 바위 사이를 쏘다니다 어제의 바위로 다시 돌아왔다.

카치나의 여인이라 했나?

클라우디아를 호텔에 내려주고 거의 15시간을 쏘다녔던 것 같다.

원래는 차분하게 앉아서 명상을 해볼까 했는데, 첫날밤 금발머리 귀신을 만나는 바람에 일정이 흔들렸다.


“역시 지구의 영혼은 무슨...

해 뜨면 피닉스로 가야겠다.”


“저를 찾으셨나요?”


이번에는 또 뭔가?

뒤돌아보니 또 여자가 한 명 서 있었다.

한 발로 서 있는 게 조금 엉성하다.


“그쪽도 집을 나왔어요?”


“여기가 모두 제 집인데요.”


어제 지구의 영혼 소동으로 이미 놀란 적이 있어서 퉁명스레 대답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어제 클라우디아보다 미인이다.

친절하게 대해야겠다.


“혹시 길을 잃으셨으면 제가 댁이나 경찰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안전하게 에스코트해 드릴테니 따라오세요.”


“어제 그 아가씨도 집까지 모셔다 드렸나요?”


갑자기 소름이 끼친다.

스토커인가?


“어제 내내 저를 찾으시는 걸 봤어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인연이 느껴지기에 현신하려 했는데, 갑자기 왠 아가씨가 먼저 나타나더군요.”


“댁을 찾았다고요?

그...그럼 혹시?”


“저는 그냥 항상 존재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자리에서 저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더군요.

그들이 ‘지구의 영혼’이라고 부르네요.

엔터님은 그냥 가이아라고 불러주세요.


“엔터?

내 원래 별명을 어떻게 알았어요?”


“다른 것도 알아요.

엔터 이전에 평범한 인간이었던 시절의 이름도...

사실 우리는 인연이 있어요.

제 친구의 친구던데요.”


“친구의 친구?”


“이이 아저씨, 싯다르타 왕자님. 아나히타 여신님, 아바로키테슈바라 언니.

다 잘 아는 사이랍니다.”


다시 그녀를 보았다.

확실히 여신의 포스가 풍긴다.


“푸하하.

당신이 지구의 영혼이라고요?

안타깝게도 당신은 실수를 했어요.

당신은 논리적 실수를 범했어.

댁은 지구의 영혼이 아니에요.”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얼굴의 반이 눈인 듯하다.

젠장, 예쁜 여자가 저러니 이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무슨 소리에요?

내가 왜 실수를 해요?”


“당신은 아바로키테슈바라 언니라고 했어요.

그 언니는 사실 인간 속에 모습을 드러낸 게 2,000년 정도 밖에 안되었어요.

하지만 당신이 진짜 지구의 영혼이라면 나이가 최소 46억 살.

46억 살인 사람이 2,000살 밖에 안되는 핏덩어리를 언니라고 불러?

당신이 바로 진범이야~!”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군요.

바라 언니에게 인간의 잣대로 나이를 정한다는 건 무의미한 걸 알면서.

그러는 당신도 스물 두 살의 껍질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나이가 많은 셈이잖아요.”


차원계의 진실을 알고 있구나.


그녀는 갑자기 하늘 위에 치솟더니 잠시 머무르다가 다시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내 얼굴을 만지는 듯 했다.

하지만 그 손은 내 얼굴에 머무르지 못하고 내 몸을 통과했다가 제 자리로 돌아왔다.


“좀 유치한 행위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한 증거가 되겠죠.”


“좋아요. 당신이 영혼이라는 건 믿겠어요.

하지만 지구의 영혼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탐정 놀이는 그만하세요.』


‘무슨 소리야? 이틀 연속으로 속을 수는 없어.’


『어제도 클라우디아는 속인 적이 없어요. 그냥 혼자 그렇게 믿어놓고...』


‘그럼 저 여자가 진짜 지구의 영혼이라고?’


가이아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여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만나지 못해 안달이 났는데, 당신은 참 특이한 사람이군요.”


어제와 오늘은 달빛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어제와 달리 오늘은 가이아의 얼굴이 환하게 잘 보였다.

아우라라는 게 진짜 있구나.

다시 보니, 정말 예뻤다.

그래 믿자. 저렇게 예쁜 여자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


“믿겠습니다.

저는 원래 겉모습에 흔들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당신의 진심이 느껴집니다.”


가이아가 다시 웃었다.

안 웃어도 되는데...

웃으나 안 웃으나 미모의 강도가 차이가 안난다.


“당신은 차원계에서도 특이한 인물로 소문이 나 있다던데, 진짜네요.”


“차원계를 아세요?”


“이 별의 지박령이긴 하지만, 알고는 있지요.”


“그럼 제가 표류한 사실도 짐작하시겠네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혹시 지도나 좌표 같은 걸 구할 수 없을까요?”


“안타깝지만 차원계에 관심이 없다보니...

죄송해요. 다음에 인연이 되면 구해서 드릴게요.”


“아뇨. 괜찮습니다.

특별한 기대를 했던 건 아니에요.”


“그래도 찾아줘서 고마워요.

다른 사람들은 내가 나타나기만 하면 좋아서 난리가 났는데, 46억년 인생에서 이런 의심을 받는 건 처음이에요.

나름 신선하네요.”


괜히 좀 미안하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찾을 때는 대부분 바라는 게 있던데, 별로 그런 거 같지도 않네요.”


“네. 그냥 호기심이 나서 한번 와 본 거에요.

얼굴 한번 봤으니 됐습니다.”


“그런 태도도 인상 깊네요.

아무튼 우리 사이는 앞으로도 인연이 있을 거 같아요.

간단한 선물을 드릴게요.

도움이 될 거에요.”


“선물은 안주셔도 되지만... 주셔도 감사하죠.

고맙습니다.”


선물을 가득 건네주는 그녀의 두 팔을 기대하면서 잠시 기다렸다.

그러나 마치 영화 속의 ‘페이드 아웃(fade-out)’ 장면처럼 희미해지더니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바닥에 신발 한짝이 남아 있었다.


“뭐야? 이거...”


왠지 익숙한 디자인의 신발이다.


『‘지구의 영성(靈性)’과 동기화되었습니다.

《영성》이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비합리적이고 직관적인 추론, 필연적인 우연을 관장합니다.

가이아가 당신을 주목합니다.

지구의 축복을 받습니다.』


갑자기 스타테이라의 알림음이 들렸다.

스타테이라의 음성은 너무나 익숙했는데, 지금 들리는 목소리는 낯설게 느껴졌다.


“무슨 일이야?”


『통찰 프로세서를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연산 장치가 지구와 연계됩니다.

완료 시간 미정.』


“무슨 소리냐고?”


스타테이라가 대답하지 않았다.

늘 들려오던 소리.

종종 귀찮게 여겨졌던 잔소리가 침묵했다.


**


잠시 제 자리에서 기다렸지만 스타테이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끼어들고 때로는 깐죽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몇 십년을 함께 해오던 스타테이라의 침묵은 좀 달랐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어느새 월요일 아침 햇살이 밝아오려 하고 있다.

차를 주차해놓은 호텔로 돌아와서 객실에 들어섰다.

클라우디아는 잠에서 덜 깬 표정으로 나를 맞이했다.


“밤새 어디 갔었어요?”


“지구의 영혼을 만나고 왔습니다.”


“아, 딴 데서 주무셨구나.”


“아니, 진짠데...”


“지구의 영혼이 여자라는 소문이 있던데, 진짜에요?

나보다 더 예뻤어요?”


“네. 클라우디아님보다 더 예뻤어요.”


“백인이에요? 아니면 북아메리카 원주민 얼굴이었어요?”


“나중에 이야기해요.

먼저 샤워할 테니 얼른 나갈 준비해요.

난 피닉스 공항에서 라스베이가스행 비행기를 예약해뒀어요.”


“알았어요. 준비할게요.”


욕실 문을 닫고 샤워를 시작했다.

눈을 감고 가이아의 얼굴을 그려봤다.

이상했다.

분명히 미인이었던 느낌은 있는데. 도통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

머리 색깔, 눈동자의 색깔도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가이아는 이미지로만 남았을 뿐, 구체적인 모습으로 내 눈에 담기지는 않았나보다.

어쩌면 그녀는 생각보다 더 상급의 영혼인 지도 모른다.


“꺄아악!”


가이아와 대답없는 스타테이라를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방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이런 소리를 지를 사람은 클라우디아 밖에는 없다.

뒤를 이어 문을 쾅 닫는 소리, 남자의 고함 소리.

그리고 언성 높여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어는 아니다.


납치범이다!

더운 물이 쏟아지는 샤워기를 던져 버리고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순간 내 앞을 가리는 커다란 덩치.

미식 축구에서 라인백을 하고도 남을만한 거대한 덩치가 손을 뻗쳐왔다.

멱살을 잡으려 하는구나,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잡힐 멱살이 없다.

옷을 입고 있지 않다.

그놈이 잡은 것은 내 멱살이 아니라 목이었다.


솥뚜껑만한 손이 목을 조르자 뇌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면서 의식이 희미해졌다.

발버둥이라도 쳐야는데 힘이 없었다.

벗어나야 된다.


-퍽.


강렬한 충격이 얼굴에 느껴지면서 목이 풀렸다.

중력과 폭력이 나를 바닥에 눕혔다.

젠장, 한 대 맞았다.


‘스타테이라.

한 대 맞았다고!

전투 모드 작동.

맞을 짓을 한 적도 없어.’


스타테이라는 계속 침묵하고 있었다.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잔인하게 들렸다.


“저 새끼, 죽여버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재벌가 서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새로운 글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2 18.10.11 1,238 0 -
54 규슈 판타지 (4) +1 18.12.07 659 13 12쪽
53 규슈 판타지 (3) +1 18.12.06 561 10 13쪽
52 규슈 판타지 (2) +1 18.12.04 550 17 13쪽
51 규슈 판타지 (1) +1 18.12.03 621 12 15쪽
50 슈퍼 스타 제작소 (3) +3 18.11.28 688 18 13쪽
49 슈퍼 스타 제작소 (2) +4 18.11.19 723 16 13쪽
48 슈퍼스타 제작소 (1) +3 18.11.18 885 16 15쪽
47 파티에서 만난 여자 (4) +3 18.11.10 938 15 12쪽
46 파티에서 만난 여자 (3) +3 18.11.08 877 20 12쪽
45 파티에서 만난 여자 (2) +5 18.11.03 948 21 13쪽
44 파티에서 만난 여자 (1) +1 18.10.31 1,026 14 13쪽
43 꼭 한 개일 필요는 없어 (2) +1 18.10.29 960 20 11쪽
42 꼭 한 개일 필요는 없어 (1) +1 18.10.26 1,044 14 13쪽
41 가야산이 준 인연 (5) +1 18.10.24 1,160 18 12쪽
40 가야산이 준 인연 (4) +1 18.10.22 1,106 19 13쪽
39 가야산이 준 인연 (3) +1 18.10.18 1,164 20 12쪽
38 가야산이 준 인연 (2) +2 18.10.17 1,244 20 12쪽
37 가야산이 준 인연 (1) +1 18.10.13 1,365 22 12쪽
36 금전운과 여자운 (3) +1 18.10.12 1,289 25 12쪽
35 금전운과 여자운 (2) +1 18.10.11 1,321 22 12쪽
34 금전운과 여자운 (1) +1 18.10.03 1,383 24 12쪽
33 지구의 영혼 (3) +5 18.10.02 1,255 21 12쪽
» 지구의 영혼 (2) +1 18.10.01 1,268 21 11쪽
31 지구의 영혼 (1) +1 18.09.30 1,500 28 13쪽
30 글로벌 비즈니스 (3) +1 18.09.30 1,502 22 11쪽
29 글로벌 비즈니스 (2) +6 18.09.29 1,444 29 12쪽
28 글로벌 비즈니스 (1) +5 18.09.28 1,504 26 14쪽
27 적당한 오해와 적절한 착각 (3) +5 18.09.27 1,445 21 14쪽
26 적당한 오해와 적절한 착각 (2) +1 18.09.26 1,493 2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