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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ukYi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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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ukYi
작품등록일 :
2022.12.14 13:53
최근연재일 :
2022.12.16 09:33
연재수 :
3 회
조회수 :
116
추천수 :
0
글자수 :
13,561

작성
22.12.15 10:57
조회
31
추천
0
글자
12쪽

사기꾼

DUMMY

*본 이야기는 허구입니다. 천주교 기독교와 무관한 가상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Serva me”


구원하소서.


“dimitte peccata mea”


죄를 사하소서.


“perdere diaboli”


악마를 멸하소서.




어린 날의 내가 장장 세 시간동안 부르짖은 기도 내용이다.


나의 어머니는 지병이 있으셨는데 불치병이여서 의사들도 치료를 포기하고 떠나가게 되었다.


돈도 없고, 가진 능력도 없었다.


숨을 헐떡거리며 임종을 눈앞에 두신 나의 어머니 앞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침대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는 것 뿐이었다.


기도를 계속 할수록 심장이 뜨거웠다.


머리가 새햐얘지고 마치 내 영혼이 천국에 넘나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마음이 평안해진 순간.


응답의 순간이었다.


눈을 뜨고 기쁨의 미소와 함께 어머니를 보았다.




그러나 기적은 어디에도 없었고 어머니는 끝내 숨을 거두셨다.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그가 세상에 존재한다면 이토록 세상이 악할 수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양육강식의 법칙이 세상을 지배해왔다.


어머니의 임종 후 나는 고아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돌봐줄 친척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아원은 지옥이었다.


힘 없는 아이들은 원장의 이상 성욕의 피해자가 되었고 나는 고아원을 탈출했다.


공장에 들어갔다.


그 시기는 내 인생에 가장 힘들었던 시기 중 하나였다.


방직 공장이었는데 실을 돌돌 감은 물레방아가 끊임없이 돌아갔다.


실은 천을 짜고 짜여진 천은 옷이 되었다.


나는 하루 종일 15시간을 노예로 살았다.


어린 아이에게 급여를 제대로 주는 공장장은 없다.


나는 겨우 하루 먹고 살 만큼의 봉급을 받았다.


거기서 떠날 수 없도록 노예로 만드는 수단이었다.




그런 내 삶에 변화가 찾아왔다.


물레방아에 손이 빨려들어가 손이 찢어졌다.


피가 철철 흐르고 천들이 내 피에 얼룩지고 난리가 났다.


화가 난 공장장은 나를 쫓아내버렸다.


아마 울면서 더 낮은 급여를 받고 일하리라 생각한 모양이다.


실제로 나도 그러려 했었다.


그 소년들이 내 눈을 사로잡기 전까지는.


한 소년이 지나가던 행인과 부딪혔다.


“똑바로보고 다녀!”

“네에.”


소년은 미소를 지으며 능숙하게 행인의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낚아챘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소년은 내게 윙크를 했다.


그때야 비로소 깨달았다.


내게는 두 길이 있었는데 하나는 정직과 성실을 사랑하고 평생 적은 급여를 주는 공장으로 되돌아가든지, 혹은 양육강식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저 소년들을 따라갈 것인지 말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나는 그 순간 마음 속에서 중요하게 여기던 가치를 버렸다.


바로 신앙이다.


눈물을 흘리고 주먹을 꽉 쥐고서 일어섰다.


신이 있다면 그가 내게 해준 것이 무엇이 있는가.


알콜 중독자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도박으로 빚더미에 나앉고, 천사같은 어머니는 지병으로 일찍이 돌아가시고.


그들의 가르침대로 정직하게 살아보려 했건만.


돌아오는 것은 노예의 삶과 무기력과 무능함 뿐이었다.


나는 소년을 따라갔고 그들의 무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겨우 10세의 일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




“Serva me, dimitte peccata mea, perdere diaboli”


내가 성서 구절을 중얼거렸다.


그러자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침대 위에 묶여있던 소녀가 다 자란 성인의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그러더니 곧 잠잠해졌다.


나는 마지막으로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소녀의 이마를 쓰다듬어주었다.


소녀는 천천히 눈을 뜨더니 나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말했다.


“이제 악마는 소멸되었습니다.”


“우아....!”

“역시 대단하세요, 사제님...!”


여기저기 감탄이 터져나왔다.


나는 힐끔 소녀를 보았다.


소녀는 씨익 웃으며 내게 한쪽 눈을 윙크했다.


소녀는 내 동료이다.


그녀 뿐만 아니라 침대 밑에 다 자란 성인 남자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역시 내가 심어놓은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들었던 성인 남자의 울부짖음은 사실 침대 밑에서 난 소리였고 소녀는 연기만 했을 뿐이다.


그렇다.


사실 나는 엑소시스트 사기꾼이었다.


나는 동유럽을 무대로 제령 사기극을 벌여왔으며 덕분에 큰 돈을 땡겨왔다.


이렇게 구경꾼들을 모아놓고 제령하는 척 연기를 벌이면 사람들이 나를 우러러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게 큰 돈을 주고 의뢰를 맡기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바로 이렇게.


“사제님...! 제 아들이, 제 아들이 악마에 씌였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당신 뭐야!”


한 남자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며 내게 의뢰를 요청했고, 다른 사람들은 그를 따가운 시선으로 보았다.


그는 정말 간절한 눈빛으로 내 앞에 무릎꿇었다.


나를 올려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내가 말했다.


“어떤 악마입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요전번부터 식탐이 강해지더니 보이는건 뭐든 먹어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제 영력을 많이 소진해 도와드리기 어렵습니다. 연락처를 남겨놓으면 의뢰 가능한 시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사기현장을 나왔다.


인근의 뒷골목에서 나는 소녀와 침대 밑 청년과 따로 만났다.


소녀와 청년에게는 각각 약속한 돈을 주었다.


그러나 조금 덜 주었다.


소녀가 따졌다.


“뭐야?! 약속한 금액이랑 다르잖아?!”

“그러게, 착오가 있는 것 같은데 요한?”


요한은 내 이름이었다.


내가 말했다.


“너무 그러지들 말라고. 나도 사업을 벌이는거니까. 이렇게 홍보를 했는데 사업에 망하면 내 돈만 나가는거잖아.”


소녀가 인상을 찡그리며 반발했다.


“그걸 왜 우리가 손해봐야해? 네 사업이잖아? 그리고 방금 그 아저씨도 네 돈줄 아니야? 우리덕에 재미 봤으면 똑바로 값 치르란 말이야.”

“하하, 안준다는 말은 안했어. 너무 그러지 말라고.”

“아앙?”

“그 사람, 값비싼 장신구를 하고 있었어. 아마 부자일거야.”

“그래서?”

“뜯어낼 만큼 푹푹 뜯어내고 남은 잔금도 금방 치러줄게. 이번 주 내에 그 사람과 만날거니까.”


내 말에 소녀의 입술이 불만스러운 듯 삐죽 나오면서도 더 이상 반문은 없었다.


다른 청년이 내게 물었다.


“그나저나 그런 사기 위험하지 않아?”

“뭐가.”

“왜, 악마를 상대하는 일이잖아. 그러다 진짜 악마들린 이를 만나면 어쩌려고.”

“사업 비밀이긴 하지만 특별히 조금만 말해줄까?”

“........”

“나는 악마를 안믿어.”

“뭐...?”

“세상에 신이나 악마가 어딨어? 나는 동유럽에서부터 저 사기를 치면서 단 한번도 진짜 악마를 만난 적이 없어.”

“신문은 그렇게 말 안하던데?”

“뭐라하던데.”

“역대 빙의 수치가 최고라던데.”

“푸하핫!”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시내에 자리잡은 가장 높은 성당을 보았다.


거기엔 십자가가 걸려있었고 나완 관계 없는 왠 사람이 거기에 달려있었다.


물론 조형으로.


내가 말했다.


“저건 하나의 사업일 뿐이야. 이 시대에 가장 위대하고, 가장 교활한 사업.”

“사기인가....... 우리처럼.”

“응.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렇다면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뭐지? 나는 실제로 악마 씌인 사람을 봤는데.”

“대개 플라시보 효과겠지.”

“무슨 효과?”

“본인이 스스로 악마 씌였다 믿어서 점점 행동이 괴기해지는거야. 행동 반복 결과. 알겠지?”

“흠.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네가 하는 제령이 꼭 사기라고만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군.”

“하하. 그럴지도.”


나는 그렇게 청년과 소년과 인사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저건 하나의 사업이다.


그 말에 동의한다.


적어도 내 관점에서 신과 악마라는 건 없다.


오직 과학과 기술이 진실을 비추는 것을 두려워한 교황 세력이 악마라는 미신을 만들어 사람들을 두려움에 옥죄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확신에 이탈리아로 들어온 곳이다.


교황령이 있으며, 검은 사제들이 있다는 인간이 오를 수 있는 권력과 야망의 중심부로.


내 사기극을 그들이 모를까.


그러지 않을 것이다.


내가 동유럽에서부터 사기 제령술로 백만장자가 되었음에도 그들은 나를 건드리지 않았다.


유명한 스포츠스타의 어머니를 제령 사기 하고 각종 신문 메스컴에 올랐을 때에도 그들은 나를 가만히 두었다.


그러니 내 믿음은 더 견고해졌다.


그들은 오히려 나를 좋아한다.


내가 사기를 치면 칠수록 사람들이 악마에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그들은 신이라는 하나의 틀에 생각이 갇혀 결국에는 권력의 노예들이 되기 마련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다.


그래도 한때는 나도 신자였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도 했었으니까.


나는 정말로 신이 있다고 믿었다.


왜냐하면 내게는 특별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내가 신앙을 가지고있던 소년이었을 때이다.


꿈을 꾸었다.


넓은 들판에 밤하늘이 펼쳐져있었는데 나는 그 가운데 서있었다.


그런데 저 하늘의 별이 떨어져 내 가슴에 들어왔다.


그리고 천사가 나타나 내게 말했다.


[넌 고귀하고 특별한 존재란다. 그분의 사랑을 받는 바로 ‘그’야.]


꿈에서 깬 나는 내 가슴을 살펴보았다.


거기엔 별 모양의 장식 안에 십자가 그림이 그려진 점이 생겨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환영이 아니다.


실제로 지금도 내 가슴엔 그 문양이 그려져 있다.


“뭐, 그 덕에 지금껏 잘 사기치고 돌아다녔으니.”


이판사판 수틀릴 것 같으면 가슴을 열고 관중들에게 보이면 내 가슴의 문양 때문에 사람들이 신뢰감을 얻곤 했다.


즉 내게 있어 치트키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양심의 가책이 미약하게나마 느껴졌다.


그게 신앙을 버림으로 인해서인지 아니면 사기를 치고다닌데에서 오는 죄책감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셔츠 위로 가슴 부근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실제로 계시다면 진즉에 도와줬으면 좋았잖아요..”


마음 한편이 씁쓸했다.




****




부자의 집에 찾아가 의뢰를 했다.


소년은 뚱뚱했고 침대에 팔다리가 묶여있었다.


나는 소년 배에 맛좋은 빵을 올려두었다.


소년이 입을 딱딱 거리며 발광했다.


“물러나세요, 위험한 순간입니다. 문을 닫고 절대로 안을 들여다보면 안됩니다!”

“네, 사제님...!”


그리고 아이 아버지와 구경꾼들이 방을 나갔다.


나는 아이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너, 이거 먹고 싶지.”

“으윽, 윽, 네! 먹고 싶어요....! 제발 한 입만 주세요...!!”

“줄게, 자.”


나는 빵을 조금 떼어 아이의 입에 넣어주었다.


아이는 우걱우걱 씹더니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말했다.


“너 근데 좋아하는 애는 없냐? 이쁘장한 여자애.”

“있는데 그런건 왜 물어보세요?”

“네 안에 있는 식탐 마왕을 무찌르려고 인마. 그 애는 어떻게 생겼냐?”

“.......?”


아이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아이의 침대에 걸터 앉아 미소를 지었다.


나만의 제령 방법은 대화로 문을 여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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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식탐 악마 22.12.16 29 0 11쪽
» 사기꾼 22.12.15 3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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