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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론

이 용사, 마왕성에선 어떨까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조말론
작품등록일 :
2019.05.19 11:02
최근연재일 :
2019.06.22 16:04
연재수 :
8 회
조회수 :
463
추천수 :
3
글자수 :
43,374

작성
19.05.20 23:48
조회
70
추천
1
글자
12쪽

1화 - 가족끼리 이러는거 아니야

DUMMY

"언제까지 잠만 잘거야 오이겐. 일어나 바보야.”


에어리얼의 음성.


‘환청인가. 죽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네. 다신 못들을줄 알았는데.’


꽤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이다.

불구덩이에 떨어지지 않은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어쭈 너 미쳤지. 일어났으면서 대답도 안해?”


사륵-

그의 얼굴을 덮은 무언가가 사라진다.

눈부신 빛이 닫힌 눈꺼풀을 통해 들어온다.


‘설마’

조심스레 입을 떼본다.


“에어리얼 거기 있어?”

“그래 여기 있다.”

“정말... 거기 있는거 맞지?"


떨리는 목소리에 놀란듯 대답이 오지 않는다.


“혹시..... 너....."


"아냐, 아냐, 난 아무렇지도 않아."


"내가 나중에 먹으려고 꿍쳐놓은 푸딩 다 처먹은거야?”


생생한 대화.

마치 살아있는 듯 하다.


오이겐은 천천히 눈을 뜬다.

익숙한 천장이 펼쳐졌다.

‘여긴 내가 살던 방이잖아.’


우두커니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는 그의 앞에 에어리얼이 불쑥 나타난다.


“아침부터 혼자 뭐하는거야.”


에어리얼은 허깨비 같은게 아니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살아 숨쉬고있다.


와락 그녀를 껴안는다.


"미쳤어? 갑자기 왜 이래. 가족끼리 이러는거 아니랬어."


“다행이야 정말···”


어깨가 들썩인다.

온몸을 조여온 긴장이 풀렸다.

주체할 수 없을만큼 많은 눈물이 흐른다.


“너 진짜 어디 아파?”


몸에 느껴지는 서클이 홀가분했지만,

살아있다면 얼마든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아무래도 바알을 물리치기 위해 스스로 파괴한 서클은 시간을 되돌리더라도 다시 생기지 않는 모양이다.


일단은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 * * * *



거울에 들어갈 것 처럼 가까이 다가가 모습을 살피는 오이겐.


‘무슨일이지. 사람을 되살리고 시간을 돌리는 마법은 들어본적이 없는데.’


울음이 남긴 자국을 씻어내고 본 거울엔 어린 소년이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서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을 연달아 겪고나니 이제 이런건 크게 놀랍지도 않다.


기억은 그대로인데 몸은 소년.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본 일이 일어난 것 뿐이다.


“나랑 얘기 좀 해. 여기 좀 앉아봐.”

오이겐을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던 에어리얼이 말했다.


“왜?”


“넌 욕실에서 뭘하길래 세시간째 안나오고 그러냐!”


"내가 세시간동안 있었다고?"


"좀 더 된 것 같기도 하고. 이해는 하는데 적당히해, 뼈삭아."


"뭐? 아니 아니 그런건 절대 아니야. 아무튼 할말이라는 게 뭔데."


“너 나한테 숨기는거 있지."


"숨기는거 하나도 없어~"


“네 마나 이야기야. 하루아침에 성질 자체가 달라졌어, 마치 폭주하는 것처럼-"


“기분 탓 아닐까 기분 탓.”


오이겐은 말을 황급히 끊는다.


“시치미 떼지마.”


에어리얼의 말투가 한층 더 싸늘해졌다.


“숨기는거 없어 믿어줘.”


“연극은 집어치워 ! 하루 아침에 서클 5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애초에 이게 가능하기나 한거야?”


심각한 분위기에 섯불리 대답하지 못하는 오이겐.


“네가 처한 상황이 어떤지 감이 안오나본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잘들어."


"그래 들을게."


"빠르면 내일 늦으면 이틀 뒤에 넌 스스로의 마나를 견디지못하고 죽어.”


"그게 무슨 말이야 죽는다니."


"네 알량한 서클 하나로는 도저히 그 미쳐 날뛰는 마나를 감당할 수 없다는 말이야."


"정말 가망이 없는거야?"


“그러니까 솔직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털어놔. 뭔가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올해가 왕국력 몇년이야?”


“36년이야. 너 혹시-”


"여기서 잠깐 기다려."


오이겐은 방문을 박차고 뛰쳐 나갔다.


10분 뒤


메모리 스피어(memory sphere)를 들고 오이겐은 돌아왔다.

아버지의 금고에서 슬쩍해온 물건이다.


"하룻밤일인데 말로 하는게 더 빠르겠다."


"내가 이러는 이유를 곧 알게 될거야. 말하자면 길어."


그는 마도구에 전생에서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중요한 사건을 모두 담아내느라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기록이 끝난 메모리 스피어를 들여다보는 것은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했다.



팟-

6년동안의 기억을 재생하는 메모리 스피어가 작동을 멈췄다.


"잘 봤어 , 근데 이거 알아 오이겐?"


"뭐든지 물어봐."


"내일 죽는다는건 뻥.이.었.습.니.다."


"장난 그만해 난 진지하다고."


"진짜 뻥이었다구. 네가 아무리 1서클이라도 그 정도 마나로 죽을일은 없어."


"너랑 이제 말 안할거야."


"그래도 안전장치는 필요해. 손 이리줘봐."


오이겐은 두 손을 내민다.


"아이구 말 잘듣네. 많이 무서워쪄요?"


"그만해라."


"사실 손은 내밀 필요 없어. 내려도 괜찮아."


에어리얼은 오이겐의 서클에 손을 올리고 바람의 마나를 흘려보냈다.


주입을 멈춘 후에도 그녀의 마나는 서클 주변을 끊임없이 흐른다.


"완성 ! 이걸로 네 서클에 뭔가 문제가 생기면 언제라도 개입할 수 있어."


'이제 넌 혼자가 아니야 오이겐.'



* * * * *



리히트성 뒤편의 수련장. 이른 시간이지만 오이겐은 검을 휘두르고있다.



리히트류


제1식 광휘의장


샤이닝 레이



손에 들린 목검의 끝에서 가느다란 빛줄기가 뻗어나온다.


빛줄기는 실체를 띄며 솟구친다.


하지만 이내 몸에 힘을 잃고 주저앉고만다.


‘심장이터질거같아.’


고통은 당연하다.

최소 서클 4개로 운용해야하는 가문의 마법이다.

비록 마력은 충분하다고 하지만 서클 하나에 모든 부하가 걸리는데 버텨낼 재간이 없다.


가장 기초적인 빛 마법부터 시험해 보려고 했지만 , 시작부터 이 모양이다.


목검을 주워들고 다시 영창한다.



리히트류


제1식 광휘의장


샤이닝 레이



‘될거같은데’ 라는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몸의 중심이 무너진다.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다.


아무래도 더 했다간 바알을 찾기전에 저승사자가 먼저 찾아올듯하다.


목검을 내려놓고 바닥에 철푸덕 누워 눈을 감는다.



오이겐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 먼 발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눈이 있었다.


“소문은 믿을게 못 되네, 리히트가의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다는 천재가 저런 꼴이라니”


아름다운 여성이다.


오이겐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지각하지 못한채 눈을 감고 누워 머리를 채운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요 며칠 사용인들에게 근 몇년간 일어난 일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역사와 같은지 확인하기 위해 굵직한 사건에 대해 대조를 마쳤다.


'전부 똑같아.'


그 말은 지금부터 자신이 자각 없이 전생의 행동을 답습 한다면 필연적으로 같은 미래가 찾아온다는 뜻이다.


마왕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 이유와 그가 오이겐에게 내뱉은 말은 명백히 한가지를 알려줬다.


'마왕은 용사를 두려워한다.'


기사단장이 된, 그리고 용사가 될 것이 유력한 오이겐을 죽이기 위해 작센하임 왕국에 바알이 침공한 것이다.


'우선 강해져야 한다. 전생보다 더욱 더.'


오이겐의 이름 앞에 붙었던 수식어들.

그가 성취하고 이룬 모든 것은 인지를 뛰어넘는 강한 바알앞에 그 무엇도 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터무니 없어보이지만, 그를 기사단장으로 만들어준 리히트 가문의 마법을 초월한다.

그의 앞에 놓인 유일한 살 길이다.


리히트 가문의 검술은 고유한 빛 마법의 보조란 느낌이 강하다.

만약 마법을 덜어내고 검술만 본다면 위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현실이다.

더 이상 리히트류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다행히 왕국력 36년 현재. 리히트 성엔 홀연히 대륙에 나타나 검 한자루로 적수를 찾지 못한다는 여검사인 레나가 식객으로 머물고 있다.


그녀의 방랑하는 천성과 과격한 행동들은 평가를 조금 깎고 있지만, 개인의 무력은 이견없이 가히 무적이라고 전해진다.


‘제자를 받는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지만 , 전생의 성취를 내보이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

레나에게 희망을 거는 오이겐이다.


한참 자리에 누워 숨을 고르며 마나를 가다듬는다.

눈을 뜨자 보이는 낯선 얼굴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누군가 그를 팔짱을 끼고 뚫어져라 바라보고있다.


‘인기척은 없었는데.’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이내 호흡을 고르고 일어선다.


누군지 물어 볼 것도 없었다.


선이 강한 빼어난 이목구비가 자리잡은 얼굴과,

빛바랜 은발을 뒤로 질끈 묶은 머리,

하얀 피부와 잔근육이 빼곡하게 불거진 몸매.

칼날위를 걷는 듯 잘 벼려진 자세,

그리고 투박하지만 장인이 만든 것임이 분명한 허리춤에 매달린 보검.


그가 찾던 사람이 눈앞에 있다.



식별이 끝난 오이겐은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스승에게나 올릴법한 깍듯한 예의를 차렸다.


“난 너같은 제자를 둔 적이 없는데?”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소문만도 못한 천재 도련님을 제자로 두긴 싫은데. 다른데 알아보렴”


“싫습니다. 받아주실때까지 여기에 있겠습니다.”


“나여아만 하는 이유가 있어? 난 제자 같은거 안 키우는 주의라.”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있습니다. 한 수 배우겠습니다”

오이겐은 검을 들고 공격할 듯 자세를 취했다.


“그래? 오냐 한 수 가르쳐줄게. ”

레나는 수련장에 굴러다니는 목검을 느슨하게 쥐어 들었다.


“잘 배워봐”


휙-


가볍게 휘두른 목검은 오이겐을 가까스로 비껴지나간다.

상체를 가까스로 비틀어 피했다.

지나간 자리는 마나의 흔적만으로 바닥이 깊이 파였다.


‘이정도라면 할만하다.’


대단한 위력을 눈앞에서 보고도 도망치지 않고 검을 앞에 곧게 들고 방어 태세를 갖췄다.


“방금건 경고고 이건 좀 아플걸”


팟-!

레나는 무릎을 굽히고 다음 동작으로 단단한 돌바닥을 딛어 발을 굴러 쏘아지듯 전진한다.


검이 간신히 닿는 거리까지 다가온 그녀.

움직임을 멈춘다.


어깨의 힘으로만 검을 오이겐의 몸통으로 찌른다.


다리로 얻는 추진력을 포기했다.

핸디캡을 준 공격이지만 도저히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이건 평범하게 막으면 죽는다.’



리히트류


제1식 광휘의장


샤이닝 실드



반사적으로 몸에 밴 언령을 내뱉는다.


제어되지 않은 엄청난 두께의 빛나는 방패가 레나의 목검을 가로막는다.


까앙- 까앙- 까앙- 까앙-!


목검은 샤이닝 실드의 겹겹이 실체화된 방벽을 모두 뚫어냈지만 , 줄어든 속도는 위력을 모두 잃었다.


쿨럭. 비릿한 피맛이 입안을 감돈다.

검을 놓쳐버릴만큼 충격이 상당하다.


“꽤 하는데, 근데 네 몸이 못버티는 거 같은데 그만할까?”


“더 할 수 있습니다.”


어금니를 꽉 문다. 여기서 쓰러질 수 없다.


“그럼 사양 않고 갈게.”


격이 다른 강함, 기사단장시절의 자신이라도 승부를 장담 할 수 없는 상대.


다소 몸의 무리를 감소하더라도 모험을 감행한다.


선공은 그나마 그가 던져 볼수 있는 최선의 수라고 판단했다.



리히트류


제1식 광휘의장


샤이닝 페너트레이트



볼품없는 목검의 끝은 레나를 향했고 , 뿜어져 나온 곧고 날카로운 빛은 섬광처럼 빠르게 내달렸다.


-휙

하지만 한줄기 빛은 손짓 한번에 한번에 맥없이 사라졌다.


농담처럼 승부수를 손쉽게 막아낸 레나는 목검을 바닥에 꽂았다.

종아리와 허벅지에 마나가 일렁인다.


지면을 박차고 그것도 모자라 발판이 있는 것 처럼 허공을 밟아 뛰어 오른다.

그 상태에서 매처럼 날듯이 오이겐을 향해 내려온다.


찰나에 가까워진 거리, 레나의 오른발이 몸통을 노리고 들어온다.

반사적으로 팔꿈치로 막았지만 저릿한 고통은 전신을 울린다.

틈을 주지않고 곧이어 자유로운 왼발은 얼굴을 향해 날아온다.


마나를 목검에 흘려보내 진로를 막아섰지만, 역부족.

산산조각이 난 목검을 지나 그대로 발길질은 얼굴에 날아와 꽂힌다.

오이겐은 저만치 날아가 고꾸라진다.

압도적인 실력차이다.


뇌가 울리는 고통에도 간신히 바닥을 붙잡고 일어난다.

비릿한 핏줄기가 입가에 흐르고 제대로 서 있기 조차 힘들다.


리히트가의 후계자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또 다른 목검을 주워든다.

떨림을 추스르고 자세를 가다듬고 검을 정면으로 향하게 한다.


“하나만 물어볼게, 그렇게 강해지려는 이유가 뭐야?”

레나가 어이없다는 듯 묻는다.


“지키고 싶은게 많습니다. 제가 아니면 할 수 없을것 같아 강해지려고 합니다.”


“오만이야 그거. 그래도 제법 마음에 드네."


“감사합니다.”


"내일 같은 시간에 이곳으로 와. 답답해서 안되겠다."


"잘부탁드립니다. 스승님!"


"나도 잘 부탁해 제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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